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0화 (10/332)

# 10

010. 파티원을 육성하는 법(1)

[메인 퀘스트 1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당신의 퀘스트 달성도는 ‘백금’등급입니다.]

[잠시 후, 보상이 지급됩니다.]

“오우.”

학교를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 커다란 알림이 들려왔다.

“예상하긴 했지만 백금 등급이라…….”

많은 사람들이 탈출하는 걸 돕고, 마지막에 미끼까지 되었다.

히든 보스라고 할 수 있는 홉고블린을 쓰러트리고, 센티넬인 미노타우르스마저 쓰러트렸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백금 등급 이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다.

단지 등급이 백금 등급이 끝이라 그 이상이 없었을 뿐이지.

“보상은 뭐가 되려나.”

지금 당장 쓸 무기가 없으니 괜찮은 무기나, 혹은 쓸 만한 스킬이나 줬으면 좋겠다.

생존에 필요한 소모품이나 포인트는 내게 전혀 필요하지 않으니까.

“어?”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걸어가니, 익숙한 인형이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한지수? 너 왜 여기 있어?”

난 당연히 사람들을 따라갔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유도하기도 했고.

지수가 사람들을 따라가면 동권의 행동을 감시할 수도 있기도 하고, 녀석의 행동에 제약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여기서 기다리고 줄은.

“혹시 걱정했어?”

그래도 이렇게 기다려준 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미노타우르스를 잡고 꽤 느긋하게 쉬다 나온 터라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아뇨, 무사할 거라 생각했어요.”

“어? 진짜?”

나름 혼신의 연기였는데 가볍게 간파당했을 줄이야.

옵저버들도 그냥 가버린 걸보면 내 연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저번에 파티를 맺은 이후, 파티원의 상태를 볼 수 있더라고요.”

지수는 허공을 두드려 알림창을 열었다.

그곳에는 나와 지수의 현재 상태가 표시됐다.

“미노타우르스에게 맞고 날아갔을 때도 멀쩡해서 그냥 연기인가보다 싶었어요. 세한 오빠는 그다지 눈에 띄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요.”

“뭐, 그렇지.”

“그러면 미노타우르스는 잡으신 거예요? 달성도는 어떻게 되세요?”

“백금.”

“와.”

지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넌 뭔데?”

“전 금 등급이에요.”

금 등급도 충분히 대단하다. 본래 퀘스트를 최고 수준으로 클리어하면 받는 등급이 금이니까.

백금은 진짜 나오기 힘든 등급이다.

전생의 나도 몇 번 받아보지 못했을 정도로.

[보상이 정산되었습니다.]

[당신은 대단한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또다시 폭죽이 터지며 내가 달성한 업적이 표시됐다. 최초로 센티넬을 처치한 것. 수많은 사람을 위해 희생을 자처한 것.

그것들이 내가 달성한 업적이었다.

‘딱히 희생을 자처한 건 아닌데.’

보다시피 멀쩡하게 살아 있으니까.

[보상으로 ‘가변형 오리하르콘’이 지급됩니다.]

[스킬 결전의 시간(성장형)을 습득합니다.]

[스킬 재생(성장형)을 습득합니다.]

[보상으로 1,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허.”

한 번에 세 가지 보상이 주르륵 들어왔다. 이번만큼은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변형 오리하르콘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나머지 두 개의 스킬이 습득 난이도가 하늘에 별 따기인 성장형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단순히 백금 등급을 했다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아니다.

아마 히든보스는 물론, 센티넬을 처치한 것까지 가산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하기야 메인 퀘스트 1에서 전 세계 최초로 센티넬을 잡은 거니 어찌 보면 타당한 보상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약화된 센티넬이긴 해도.‘

잡은 건 잡은 거지.’

그래도 S급 스킬을 받지 못한 건 좀 아쉽다.

성장형은 후반 포텐셜이 높지만, S급은 성장하지는 못해도 그만큼 사기적인 스킬인 경우가 많으니까.

예를 들어 지수의 천살성처럼.

[보상의 정산이 끝나 메인 퀘스트 2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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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 2: 로메 월드 타워로 향하라!

로메 월드로 향해,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려라.

대학교를 빠져나온 당신은 이제 새로운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로메월드 타워를 점거하고 있는 괴물을 쓰러트려야만 한다.

난이도 C 제한시간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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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의 정산이 끝났기에 퀘스트의 알림이 울렸다.

전생이랑 같은 퀘스트였다.

같은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플레이어들은 일정 구간동안 같은 메인 퀘스트를 공유하니 지수도 같을 것이다.

“다른 일행들은 전부 로메 월드 타워로 향했어?”

“네.”

“근데 아까 묻다 말았는데, 왜 너는 같이 안 간 거야? 어차피 기다릴 거였으면 거기서 기다렸어도 되잖아.”

내가 그리 묻자 지수는 눈을 살며시 찡그렸다.

뭔가 짜증난 얼굴이었는데, 그 짜증은 나보단 다른 뭔가를 향해 있었다.

“우선 사람들이 많은 장소는 싫어하기도 하고요. 뭣보다 그 박동권이라는 사람이 싫었어요.”

“왜?”

“악취가 나거든요.”

그랬나? 박동권은 딱히 이상한 냄새가 나지는 않던데. 비유적인 의미인지도 몰랐다.

아직 박동권은 전생만큼 능숙하게 연기하고 남을 속이는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예리한 지수라면 녀석의 쓰레기 같은 부분을 간파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수의 재능은 정말 대단한 건지도 모르겠어.’

우선 기본 스킬로 천살성을 가지고 있는 것부터가 어마무시하다.

특성도 뭔가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전생에서 일찍 죽지 않았다면 분명 이름을 날렸을 게 분명했다.

그것이 영웅일지, 악당일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로메 타워로 이동하실 건가요?”

“아니, 조금 천천히 가려고. 어차피 퀘스트 시간도 2주나 되잖아?”

“그렇긴 하죠.”

이번 퀘스트 기간은 꽤 길다.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2일이었던 것에 비해 무려 14일이나 되니까.

물론 여기엔 작은 함정이 있다.

‘그나저나 옵저버는 정말 한 대도 없네.’

지수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몇 대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와는 달리 지수는 제법 눈에 띄었으니까.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혹시 신의 아바타가 됐어?”

“아뇨.”

역시 그런가.

그러니 옵저버가 한 대도 없지.

첫 번째 메인 퀘스트가 끝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신들의 러브콜이 시작된다.

재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여럿의 신이 아바타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어 기쁨의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역시 나에게 요청한 사람은 하나도 없군.’

혹시 몰라서 알림창을 열어보니 아바타를 신청한 신은 한 명도 없었다.

그야, 내가 죽었을 거라 생각하겠지.

‘그 녀석도 안 보이고.’

전생에도 나는 이때 아바타 신청을 받지 못했다.

당시 뭔가를 보여준 것도 아니라 무작정 도망쳤을 뿐이니 신들에게 메리트가 없었을 거다.

내가 신의 아바타가 된 건 좀 더 후였다.

“근데 왜 아바타가 되지 않았어? 아바타의 이점에 대해선 분명 알림창이 알려줬을 텐데.”

나야 아무도 신청하지 않아 알림창 자체가 뜨지 않았지만, 한 명이라도 신청을 받게 되면 아바타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된다.

그 모든 이점을 듣고 아바타를 선택하지 않는 플레이어는 보통 없었다.

“저는 얼굴도 알 수 없는 자들을 모시고 싶지 않아요. 특히 아바타라니,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나쁘네요.”

“……너 원래 조금 더 사근사근한 성격 아니었나?”

전에도 생각했지만, 지수는 남에게 좀 더 상냥한 성격이었다.

남을 챙겨주고 상냥했기에 과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생각해보면 나랑 어울린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지.

나는 좋게 말해도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었고, 사교성이 있는 성격도 아니었으니까.

그런데도 지수는 나와 잘 어울렸다.

하지만 지금의 지수는 나를 제외한 타인에게는 한없이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천살성의 영향인가?’

그러기엔 너무나 미묘한 변화였다.

만약 정말로 영향을 받았다면 피에 미친 광인이 되었을 거다.

그 혈마조차 천살성의 살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면 지금 지수의 모습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좀…… 이제는 의미 없는 일 같아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지수의 말에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개인사정일 테니 더 묻지는 말자.

어차피 내게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니고.

나는 말을 돌려, 신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럼 아바타 요청은 몇 명이나 받았는데?”

“음, 열두 명이었나?”

열두 명이라니.

최고수준의 지명도였다.

지수가 적당히 말하는 이름을 들어보니 꽤나 이름 좀 날리는 신들이었다.

그만큼 지수가 탐나 보였던 거겠지.

‘지금은 내 파티원이지만.’

이름 좀 날리는 신과의 계약도 거절하는 까다로운 녀석이, 나와는 별 의심 없이 계약을 맺은 거다.

뭔가 알 수 없는 뿌듯한 마음이 생겼다.

‘내가 신의 아바타가 되는 것 못지않게 키워주마.’

그러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우선 따라와. 머물 곳을 찾아야지. 계속 여기 있을 건 아니잖아?”

“아, 네.”

지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수가 계약을 맺었다면 몇 개의 옵저버가 따라붙었겠지.’

그럼 조금 귀찮다. 행동에 제약이 생기니까.

하지만 무려 열두 명의 요청을 거절한데다 몇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를 기다렸으니 옵저버들이 죄다 떠나 버렸을 거다.

나로선 정말 좋은 일이었다.

***

나와 지수는 적당한 빈 자취방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아마 집 주인은 거리에서 돌아다니는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유명을 달리한 모양인지 집안이 아주 피범벅이었다.

지금은 싹 정리도 끝내고 자리에 앉아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스킬을 교환하는 게 좋겠지?’

나는 대략 일주일 정도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우선 새롭게 얻은 스킬도 확인해야 할뿐더러, 지수도 확실하게 강화시킬 생각이었다.

‘지금도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상대도 안 되겠지만.’

현재 내가 습득하는 포인트의 일부가 지수에게 공유되고 있는데다가 본인도 VIP브로치를 착용하여 포인트를 대량 습득하고 있었다.

포인트를 이용하여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게임 시스템상, 지수는 천살성이 아니더라도 기본 능력치부터 큰 차이를 보이리라.

‘어느 게 좋지?’

되도록 지수에게 잘 맞고 좋은 스킬을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떤 걸 줄지 좀처럼 결정할 수 없었다.

왜냐면 둘 다 지수에게 너무나 잘 맞는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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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시간(F)(성장형)

일정시간동안 모든 행동이 빨라진다. 지속시간 5초. 1시간에 1회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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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결전의 시간.

말할 필요도 없다.

근접전이 주력이 될 지수에게 결전의 시간은 생존력이면 생존력, 공격이면 공격 양쪽 모두 극도로 올려줄 수 있는 스킬이다.

지금은 지속시간이 무척 짧지만, 나중에는 꽤나 길어질 게 분명했다.

‘뭣보다 성장형이고.’

성장형 스킬은 같은 등급이라도 좀 더 우수한 효과를 발휘했다.

말하자면 S급까지 성장시키면 다른 S급 스킬보다도 효과가 좋은 스킬이 되는 거다.

물론 거기까지 성장시키기가 힘들지만 후반을 생각하면 성장형 스킬이 최고였다.

‘그다음은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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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F)(성장형)

몸에 입은 피해를 50퍼센트 빠르게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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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시간과는 달리 무척 심플했다. 하지만 그쪽은 엑티브인데 반해 이쪽은 패시브.

‘천살성과 VIP브로치만 해도 그 정도의 회복력을 보여줬는데 이것까지 익히면…….’

재생을 S급까지 익히면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리지 않는 이상 지수가 죽는 일은 웬만해선 없을 것이다.

뭣보다 지금 당장 익혀도 50퍼센트나 회복속도가 빨라져서 효과를 보기 좋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떤 게 좋을까…….’

파티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이상, 지수는 앞으로 내게 오른팔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신중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분 후.

나는 하나의 스킬을 지수와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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