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5화 (5/332)

# 5

005. 파티의 정석(1)

“알겠어요……. 그럼 제가 저 고블린들을 유인하면 되는 거죠?”

“그래, 그럼 나는 그 틈에 안으로 들어가 고블린 대장을 죽일 거다.”

정확히는 홉 고블린이지만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자 지수의 머리가 느릿하게 끄덕여졌다.

“그럼 제가 어떻게 유인하면 돼요? 저 고블린들이 통솔되고 있다면 제가 유인하려고 해도 안 따라올 텐데.”

“좋은 아이템이 있지.”

아까 내가 DLC 상점에서 구매했던 패키지는 ‘스타터 패키지’.

간단히 말해 초반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 다량 들어있는 저가 고효율 패키지였다.

가격은 500 포인트라 부담도 없었다.

“이걸 뿌리면 고블린들이 네 쪽으로 몰려들 거야.”

내가 건넨 건 하나의 향수와 물약 한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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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향수

주변 몬스터들을 끌어들입니다. 강한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지속시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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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 물약: 먹는 즉시 기척을 완전히 숨깁니다. 지속 시간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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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향수는 하급 몬스터에게나 통하는 물건이라 홉고블린에겐 통하지 않았지만 일반 고블린이라면 충분히 먹히고도 남았다.

그리고 은신 물약을 먹게 되면, 몸에 유혹의 향수를 뿌렸어도 단번에 냄새가 사라지며 모습을 감추게 된다.

“간단히 말하면 이걸 몸에 뿌리고 멀리서 고블린들을 유인한 다음 근처에 오면 은신 물약을 먹으면 된다는 거군요.”

“그렇지.”

“근데, 그러면 고블린들이 금방 돌아갈 텐데 괜찮나요?”

“내가 저 녀석들의 대장에게 도달할 시간만 벌면 끝이야.”

그다음 홉고블린을 처치하는 건 문제도 아니다.

거기다 홉고블린이 죽게 되면, 녀석들은 대장을 잃은 충격으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터.

“알겠어요. 그럼 지금 바로 가면 될까요?”

“기다려, 우선 내가 지시한 방향에 서 있다가 신호를 보내면 그때 향수를 뿌려.”

“네.”

나는 향수의 냄새가 퍼지는 거리를 가늠한 뒤, 적당한 장소에 지수를 배치했다.

고블린들의 신체능력은 평범한 인간과 별 다를 것 없고, 지수는 제법 신체능력이 좋으니 이 정도 거리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다.

위험해지면 은신물약을 먹으면 되고.

‘자, 그럼.’

나는 녀석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는 공터를 응시하다가 지수에게 손짓했다.

‘달려.’

지수가 고개를 끄덕이곤 자신의 몸에 향수를 뿌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끼엑?”

“키익, 키익!”

고블린들이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유혹의 향수의 유효범위는 대략 100미터 내외.

절반에 가까운 고블린들이 단번에 몸을 돌렸고, 나머지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당연히 고블린들의 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홉고블린의 반응이 격해졌다.

거칠게 포효하며 큼지막한 대검을 붕붕 휘둘렀지만, 고블린들은 그런 홉고블린에게 관심도 없었다.

“캬악! 캬악!”

홉고블린의 통솔이 무너지며 고블린들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수가 있는 방향으로 무리가 이동하자, 그걸 본 지수가 더욱 빠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지수가 달리기를 잘한다고 해도 그리 시간을 많이 벌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방금 전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괴물들에게 쫓기는데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버티진 않겠지.

아마 조금이라도 가까워진다 싶으면 바로 은신물약을 먹을 게 뻔했다.

스스슥!

‘최대한 빠르게.’

지수가 몸을 숨기는 순간, 향수를 쫓아 움직였던 고블린들 중 절반은 이곳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뿔뿔이 흩어질 거다.

그렇게 되면 이쪽으로 시선이 몰릴 게 뻔했다.

“크르륵?”

내 기척을 느낀 홉고블린의 눈이 움직였다.

말이 고블린이지, 그 덩치는 오크에 버금갔다.

거기다 홉고블린은 웬만한 오크들보다도 강했다.

‘괜히 히든 보스가 아니니까.’

히든 보스란, 말 그대로 메인 퀘스트가 진행되는 스테이지에 숨겨져 있는 보스다.

굳이 잡을 필요가 없지만 잡는다면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존재.

홉고블린은 그런 히든 보스였다.

‘물론 히든 보스치고는 그다지 강한 녀석은 아니야.’

사람들이 달라붙어 죽일 수 없냐,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지만 이제 막 플레이어가 된 사람들이 상대하기엔 심히 벅찬 상대였다.

덤으로 진짜 문제는 홉고블린이 지휘하는 무수한 고블린 무리에 있다.

본래 홉고블린은 최후에 등장하여 무리를 이끌고 남아 있던 인간들을 몰살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세계가 변한 걸 직시하지 못하고 구조대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죽었다.

‘첫 번째 퀘스트에서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것도 그런 이유.’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부웅!

“캬아아아!”

홉고블린이 들고 있던 대검이 휘둘러졌다.

맞으면 잘리는 게 아니라 뜯겨나갈 것 같은 크기였다.

‘민첩에 20포인트.’

녀석의 속도에 맞게 민첩을 투자하여 속도를 올렸다.

“키에엑?”

콰쾅!

내가 몸을 비틀어 가볍게 대검을 피해내자 홉 고블린의 눈에 당혹감이 감돌았다.

설마 이제 막 플레이어가 된 존재가 자신의 검을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대검을 피하는 동시에 홉고블린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검을 들고 엉거주춤 서있는 녀석의 눈을 향해 손가락을 찔러 넣었다.

“합!”

푸욱!!

말캉한 감촉이 손가락에 감돌았다.

두터운 가죽을 가진 홉고블린이지만, 눈의 각막까지 두꺼운 건 아니었다.

“캬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녀석.

붕붕 대검을 휘두르는 틈을 타, 나는 찔러 넣었던 손가락을 뽑고 녀석의 오른팔을 잡고 그대로 비틀었다.

한쪽 눈을 잃어 시야각이 좁아진 홉고블린은 그대로 내게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뿌득!

“칵!”

아까 돌맹이를 던질 때 근력을 투자해둔 탓에, 전심전력으로 체중을 실어 꺾자 홉고블린의 팔이 비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부러트리진 못했지만, 손에 들고 있던 대검을 떨어트리게 만드는 건 충분했다.

“잘가라.”

떨어진 대검을 줍고, 홉고블린의 오금을 걷어찼다.

내 근력으로 홉고블린의 목을 베기 위해선 검의 무게와 함께 내리찍는 방법밖에 없었다.

“카아악!”

균형을 잃고 그대로 무릎을 굽히는 홉고블린의 목을 향해 대검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콰직!!

마치 도끼로 나무를 패듯, 우직한 소리가 나며 홉고블린이 목이 동강 잘려나갔다.

단말마도 지르지 못하고 죽어버린 홉고블린의 모습에 나는 이마에 흘러내린 땀을 닦았다.

“후우. 까불긴.”

몸이 아직 이 세계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탓에 조금 지쳤다.

[히든 보스를 처치하셨습니다.]

[최초로 히든 보스를 처치하셨습니다.]

[보스를 처치한 보상으로 ‘홉고블린의 요대’를 습득하셨습니다.]

[보너스로 5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역시 보상도 짭짤했다.

과연 히든 보스라고 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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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고블린의 요대

힘이 10포인트 강해진다. 이 수치는 메인 퀘스트 한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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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도 제법 쓸 만하고.’

10포인트는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메인 퀘스트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점이 우수했다.

나는 요대를 착용하고 현재 내 능력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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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세한

칭호: 2회차 플레이어

특성: 싱글 플레이어

힘: F (17 +10)

민첩: F (26)

마력: F (3)

체력: F (6)

보유 스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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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는 F급부터 SS급까지 상승시킬 수 있지만, 메인 퀘스트마다 올릴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다.

이제 첫 메인 퀘스트인 지금은 F랭크 100이 한계.

100을 초과하게 되면 랭크가 올라가게 되니, 다음 퀘스트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랭크가 올라갈수록, 능력치를 올리는 데 필요한 포인트의 양도 많아지지.’

나는 능력치를 좀 더 올려둘까, 하다가 창을 닫았다.

능력치야 필요할 때 올리는 편이 나았고, 아직 몸도 이 세계에 완전히 적응하지 않은 상태였다.

[우두머리를 잃은 고블린들이 당혹스러워합니다.]

아마 이건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메시지가 돌아갔을 것이다.

‘그럼 서둘러 빠져야겠어.’

신과 GM도 홉고블린에게 일어난 이변을 눈치챘을 테니 곧 옵저버가 이쪽으로 올 게 분명했다.

‘지수가 도망친 방향이 이쪽이었지?’

아까 지수가 달려갔던 방향을 시선으로 쫒았지만, 묘하게도 고블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슬슬 고블린들이 이쪽으로 돌아와야 할 텐데.”

혹시 내가 홉고블린을 너무 빨리 처치했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고블린들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캬악! 캬아악!”

엄청난 숫자의 고블린들이 이쪽으로 우르르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왔…… 응?’

드디어 왔나싶어 고블린들을 향해 다가갔지만, 녀석들의 모습이 묘하게 이상했다.

‘우두머리를 잃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라기 보단.’

마치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

세한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블린들이 도망쳐오는 곳을 향해 달렸다.

홉고블린이 있던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건물의 뒤편에 도착하자, 나는 고블린들이 어째서 도망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세한 오빠, 오셨어요?”

피에 절어 있는 지수가 그곳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피는, 지수 자신의 피가 아닌 고블린들의 피였다.

댕그랑.

“하아, 하아.”

털썩.

지수가 손에 들고 있던 녹슨 검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주저앉았다.

숨을 헐떡이고 있는 걸 보니 꽤나 지친 기색이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주변에 쓰러져있는 고블린의 숫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족히 열이 넘는 숫자의 고블린이 시체로 변해 누워 있었다.

물론, 지수가 끌고 다니던 대량의 고블린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였지만 혼자서 열이 넘는 고블린을 잡았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하물며 이제 막 플레이어가 됐을 뿐인 여성이.’

나도 고블린 정도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건 ‘나니까’ 가능한 거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은신 물약은 어쨌어?”

“그게, 몬스터를 끌고 가다가 사람과 마주쳐 버려서…….”

지수는 한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기절해있는 남녀 한 쌍이 있었다.

‘이종현.’

설마 이 얼굴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아까 얼핏 보긴 했지만, 이렇게 다시 재회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모르는 얼굴이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아는 얼굴이라 순간 당황해 버렸어요.”

은신 물약을 꺼내는 도중 발견한 탓에, 실수로 물약을 바닥에 떨어트린 지수는 어쩔 수 없이 고블린들과 싸우게 된 모양이다.

저 남녀 한 쌍은 지수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졸도했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싸웠기에.’

사람이 졸도하고 고블린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정도인가.

아무리 죽인 숫자가 제법 된다고 해도, 고블린의 수는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도망쳤다니. 솔직히 그 이유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한지수.”

“네?”

“괜찮으면 너 상태창 좀 볼 수 있을까?”

“상태창이요? 어떻게 보는 건데요?”

지수는 숨을 고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제법 귀엽게 봐줬을 얼굴이었지만, 녹색 피로 절어 있어 도저히 그렇게 볼 수 없었다.

“그냥 상태창이라고 말하면 될 거야.”

“네.”

“그리고 내가 정보 보기를 신청할 테니까, 네가 수락하면 돼.”

“네, 알겠어요.”

지수는 곧바로 상태창을 열고는 내 요청을 수락했다.

흔쾌히 상태창을 보여주는 지수의 행동에 나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나야 편하지만, 나중에 주의를 주는 게 좋겠어.’

본래 상태창은 남에게 함부로 보여줘선 안 된다. 변해 버린 세계에서 자신의 정보를 함부로 노출하면 뒤통수를 얻어맞기 십상이었으니까.

‘아무튼…….’

나는 지수의 상태창을 내 쪽으로 돌리고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훑었다.

그런 나의 시선은 어느 순간 딱 멈췄다.

‘뭐야,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지수의 능력치는 제법 높은 편이긴 했지만, 특별할 건 없었다.

하지만 스킬을 달랐다.

[천살성]

지수의 스킬칸 맨 윗자리에 위치한 패시브 스킬을 보는 순간, 이번만큼은 나조차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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