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194화 (194/208)

# 194

194화. 편견 (1)

파죽지세.

언론에서 나를 표현하는 말이다.

<역대 최고의 루키, 오디슨! 또 승리!>

<발할라 투기장, 애물단지 U500이 금덩이가 되다. ‘오디슨 효과’?>

부끄러운 말들이 연이어 튀어나왔다.

머쓱한 표정으로 TV를 껐다. 이전 세계의 인기만 해도 부담스러울 지경이었건만, 이번은 더했다.

내가 유도한 바도 있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어깨를 으쓱였다.

“당신…….”

이라호드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라.”

“후우. 진짜, 하계에서 싸우던 그 오디슨이 맞아요? 제가 데리고 오는 와중에 사람이 바뀌었다거나…….”

뭐, 그리 의심할 만도 한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번 세상에서 내가 걸어온 길은 저번 세상의 이야기와 엇비슷했다.

이그나르를 만나 안면을 익혔다.

-돈도 없는 놈이 어디서 지랄이야!

사실 늘 공짜로 먹다 보니 공짜 제안을 받기 전이라는 걸 잠깐 깜빡했다. 워낙 많은 기억이 머릿속에 뒤엉키다 보니 일어난 실수였다.

그래도 뭐, 전생과 딱히 다를 바 없는 첫 만남이었다.

그 후에는 크레네를 만나 안면을 익혔다.

-이봐요, 뭐하는… 어?

-저기, 우리 가게에서 일해 볼 생각, 으응? 가게 종업원이 아니라, 저한테만 서비스를……? 어, 어음…….

경험 많은 누님 느낌으로 들이대지만, 크레네가 그런 여자가 아니라는 건 내가 잘 안다. 내 역습에 크레네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얼굴을 발갛게 붉힌 그녀에게 피식 웃어 보이고 투기장에 들어섰다.

멧돼지를 완전히 박살 내고, 고블린을 때려죽였다. 그 후에도 연승을 이어 갔다.

압도적인 행보였다.

이전 세계와 비교하자면…….

“바뀌긴 많이 바뀌었지.”

“네? 저, 정말요?”

이라호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심코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이라호드의 질문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수한 기억을 가진 내가 이 정도 실수에 당황할 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전사가 에인헤리가 되었는데, 안 바뀌었겠나?”

피식 웃고 말았다.

이라호드는 뭔가 불만이 있는지 불퉁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만을 잠재우는 건 지금 무리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참아야 할 때다.

오딘의 기억 속에서 나에 관한 기억을 빼냈지만, 이라호드에 관한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을 터. 이라호드가 돌발행동을 해서 그녀의 행동이 보고되는 순간, 오딘이 자신의 기억에 의구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겨 놓고 왜 한숨이에요?”

“뭐, 지고 싶다고 질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엑, 재수 없어!”

이라호드가 투덜댔다.

사실인 걸 어쩌겠나? 슬쩍 시선을 돌렸다.

U500 대기실. 낯익은 장소에 낯익은 인물이 있었다.

“윽.”

나와 눈이 마주친 야른시다가 움찔 몸을 떨었다.

U500의 최강자. 그리고 <천둥소리>라는 축복을 가진 놈.

이전에는 녀석이 먼저 시비를 걸었건만, 이번에는 딱히 시비를 걸지 않는다. 살짝 아쉬움을 담아 놈을 보았다.

“크흠. 그러고 보니까, 약속이 있는 걸 잊고 있었네!”

야른시다가 헛기침을 터트리며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이전과 다르게 압도적인 면모를 보이는 내게 시비 걸 생각이 없나 보다. 놔두면 알아서 위로 올라갈 상대라고 생각했겠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더 싸울 수는 없겠지?”

툭 뱉은 말에 이라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요. 아마, 메르키 공도 곤란할걸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찌꺼기라는 놈들과 싸워 볼 생각이다.”

“찌꺼기랑요? 혹시, 투사에서 사냥꾼으로 전직할 생각이에요?”

이라호드의 질문에 눈을 끔뻑였다.

의외의 질문이었다. 사실 사냥꾼이라는 놈들은 언제나 어느 정도 선이 되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녀석들이었다.

뭐, 기억을 뒤져 보니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오딘이 녀석들이 망하는 걸 두고 본 것도 그 이유와 얽혀 있었다.

“사냥꾼이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군.”

“그야 하계와 달리 신계의 사냥꾼들은 니플헤임에만 있으니까요.”

그건 안다.

그리고 그들과 만나 볼 필요도 있다.

“사냥꾼이 될 생각은 없지만…….”

“없지만?”

“찌꺼기와 싸워 이 신계가 평화로워진다면 그것도 좋겠지.”

내 거짓말에 이라호드가 혀를 내둘렀다.

“아직 하계 물이 덜 빠지긴 했네요.”

피식 웃으며 하는 말이 그리 나쁜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배금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발할라에서 전사의 소명을 앞세우거나, 봉사를 생각하는 이들은 적었으니까.

떨떠름히 웃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발할라를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은 나에 비하면 착한 놈들이었으니까.

내가 찌꺼기를 사냥하고자 하는 것은 오딘을 찌를 창을 날카롭게 갈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오디슨 님? 물푸레나무 부족의 붉은 늑대, 오디슨 님?”

“나요.”

“아! 정말 헌앙하시군요. 헬께서 기다리십니다. 함께하시죠.”

헬과의 만남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 * *

오딘을 꼬꾸라트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디슨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오딘의 광신도나 다름없는 신앙을 품고 있었으니까. 오딘을 의심하면서도 궁니르가 심장에 박히기 전까지는 그저 착각일 거라 믿어 왔다. 그게 믿음의 무서운 점이다.

사실관계를 일그러뜨리는 힘. ‘희망’을 ‘광신’이라 여긴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은가?

‘평범한 방법으로는 절대 오딘을 쓰러트릴 수 없다.’

오디슨은 고심했다.

게다가 오딘과는 다른 페널티가 하나 더 붙는다.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한다.”

헬의 대접을 받아 목욕 중인 오디슨. 탕 속에 몸을 담근 그는 뜨거운 물로 얼굴을 씻어 내렸다.

오딘에 비견될 대마법사였던 기억은 있지만, 오딘과 같은 방식을 쓸 수는 없다.

오딘은 스스로의 실패를 증명했다. 운명을 바꾸려 할수록 파멸은 더 끔찍한 몰골을 하고 다가왔다.

“후우.”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혼자서 모두를 헤쳐 나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단은 부딪혀 보는 수밖에.”

몸을 일으켰다.

오디슨의 몸은 갑옷을 입은 듯 단단해 보였고, 그 몸에 새겨진 수련의 흔적은 예술품과도 같았다.

몸을 닦고, 헬과의 독대를 신청했다.

강글로트가 어머나- 놀랐다. 이라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헬과 독대라니…….”

이라호드는 움찔 몸을 떨며 눈썹을 팔(八)자로 모았다. 걱정이 확실히 드러나는 표정에 오디슨이 피식 웃었다.

“걱정할 것 없다.”

“누, 누가 걱정을 했다고 그래요?”

이라호드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붉어진 귓불이 그녀의 얼굴 상태를 일러 줬기에 오디슨은 피식 웃었다.

이라호드의 머릿속은 꽤 복잡했다.

‘헬께 이렇게 대접받는 것도 이상한 일인데, 독대라니…….’

그녀가 생각하기에 무례하다 처벌받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강글로트는 금방 되돌아왔다.

밝은 표정으로.

“여왕님께서 만나 주신다네요. 자, 오디슨 님? 이쪽으로.”

이라호드는 눈을 끔벅였다. 차갑기로 소문난 죽음의 여왕이 무례하다 싶은 독대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이다니?

이라호드의 의심이 한층 깊어졌다.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그녀의 표정이 복잡해졌고, 강글로트가 호호- 웃음을 흘렸다.

오디슨은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채 알현실로 향했다.

차갑고 음울하지만 화려하기 짝이 없는 복도를 지나, 어떤 생물의 뱃속과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드는 알현실에 자리했다. 어떻게 보면 포근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헬이 슬그머니 오디슨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지?”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지만, 오디슨은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읽어 낼 수 있었다. 헬은 원래가 이랬다. 사람을 대하는 데 약간 미숙한 점이 있었다.

그걸 가리고자 헬이 선택한 가면이 무표정과 냉랭한 말투였다.

오디슨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를 좀 도와주시오.”

“…도와달라고?”

헬이 눈을 깜빡였다.

예언에 이르기를 그는 자신의 반려. 알게 모르게 도와줄 생각이었건만, 이렇게 대뜸 도와달라 할 줄은 몰랐다.

당황은 잠깐이었다. 살짝 흘러내렸던 무표정의 가면이 다시 헬의 얼굴에 들러붙었다.

“흠흠, 뭐… 나쁠 건 없지. 투기장에서의 활약은 잘 보고 있으니.”

오디슨이 피식 웃었다.

종전의 기억과 다를 바 없는 말이었다.

무수한 기억 속에서 헬은 언제나 이래 왔다. 팬을 가장해 오딘을 밀어주었다. 한 세계를 다스리는 여왕이 한가롭게 TV나 보고 있을 시간이 없음에도 말이다.

기억을 받아들인 오디슨은 그녀가 왜 그러는지도 잘 알았다.

“예언을 믿소?”

툭 던진 말에 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녀가 다시 표정을 가다듬기 전에 오디슨은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나는 믿소. 이번 생뿐만 아니라 전생과 전전생에도 그대와 나는 어떤 종류로든 이어져 있었을 거라 생각하오.”

“어, 어으, 그, 그게…….”

헬의 무표정이 완전히 깨졌다.

숙맥이나 다름없는 헬. 그리고 무수한 기억을 받아들이면서 연애 경험이 수천 배나 증가한 오디슨.

이건 이종격투기 헤비급 챔피언과 신생아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오디슨이 그윽한 눈길로 자리에서 일어나 헬에게 다가섰다.

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꼴깍 삼켰다.

“어, 어어… 이, 이건…….”

오디슨이 피식 웃었다.

“가만히.”

속삭임 한 번에 헬이 꽁꽁 얼어붙었다.

남을 얼리기만 해 왔지, 자신이 얼어붙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헬이다.

오디슨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다.

‘어, 어떡해!’

헬의 볼이 잘 익은 사과처럼 달아올랐다.

어버버- 입술을 벙긋거리던 헬이 말을 꺼냈다.

“너, 너무 빠른 거 아, 아닌… 읍?”

입술이 겹쳐졌다.

헬은 깜짝 놀라 눈을 꽉 감아 버렸다.

단단해 보이는 전사의 인상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과 끈적이는 혀의 느낌. 그녀의 머리가 핑핑 돌았다.

그 덕에 은밀하게 움직이는 마력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

헬이 흠칫 몸을 떨었다.

꽁꽁 얼어 있던 그녀의 몸이 부드럽게 풀렸다.

헬의 팔이 오디슨을 천천히 감쌌다.

또르르, 감은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낯설지만 너무나 익숙한 감각. 뜨거운 품에 안겨 입을 맞추는 느낌은 구름 위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머릿속에 흘러들어오는 기억들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달콤한 한때가 흘러들어왔고, 오디슨의 죽음이 흘러들어왔다.

“…오디슨.”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고, 헬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디슨이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기억나나, 헬?”

“…응, 기억나.”

헬은 오디슨을 와락 끌어안았다.

전생의 오디슨의 삶이 고스란히 흘러들어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사랑의 설렘도 있었지만, 오디슨의 죽음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그 발키리랑 님프에게도?”

기억을 되살렸느냐?

그 말에 오디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

그녀들에게 기억을 전해 주는 건 좀 더 나중의 일이 되리라.

헬과는 다르다. 헬은 기억을 전달받아도 오딘에게 들키지 않을뿐더러, 오딘에게 들킨다 해도 무력하게 무너지진 않으니까.

오디슨은 자신의 사랑을 계산한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다.

‘하지만 그녀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씁쓸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헬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처음이라는 거지?”

“음, 그건 그렇지만…….”

“그럼 됐어.”

헬이 키득거렸다.

달콤한 해후를 언제까지고 즐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 주면 돼? 부족민을 모조리 되살려 달라?”

“아니, 일단은 토르손과 라드게리타, 아슬라 아줌마 정도면 괜찮아. 전부는 시기상조야.”

헬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의 기억을 받은 헬은 그가 왜 그러는지도 알았다.

부족민을 모조리 되살리는 건 좋지만, 약점이 늘어나면 오딘은 분명 그곳을 노리리라.

“그럼 이제는 어떻게 할 거야?”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사냥.”

이라호드에게 이미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그녀에게 한 말 전부가 거짓말은 아니다. 사냥을 하긴 할 거다.

“사냥꾼을 사냥하는 거지만.”

오디슨이 씩 웃었다.

양지에서 도약할 발판은 헬로 인해 마련되었다. 하지만 오딘을 상대할 때, 양지의 힘만을 쓴다?

어불성설이다.

음지의 힘도 써야만 했다. 오딘이 사냥꾼들이 몰살을 당하는 것을 두고 본 이유를 써먹을 때가 왔다.

“사냥꾼 길드는 찌꺼기와 내통하고 있다.”

헬이 눈을 부릅떴다.

니플헤임에 자리 잡은 것들이 찌꺼기와 내통을? 게다가 찌꺼기를 사냥하는 사냥꾼들이 찌꺼기와?

‘만일 그렇다면 전생에서 내통자를 찾지 못한 것도 당연해.’

니플헤임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군단 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이들이다. 찌꺼기와 맞서 싸우는 주축이 망자 군단과 사냥꾼 길드니까. 둘은 어느 정도 계획을 공유한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오디슨이 바로 전생의 기억만을 돌려 줬기에 나올 수 있는 의문.

사냥꾼 길드는 니플헤임 습격 당시 찌꺼기에게 떼 몰살당해 끝장나지 않았느냐? 아니다.

그 이전부터 사냥꾼들은 숫자를 점차 줄여 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로 간 걸까? 니플헤임에서 니다벨리르로 빠져나간다고 한들, 드베르그 사이의 인간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찌꺼기와 같이 다니는 인간 역시 눈에 띄고. 그럼?

오디슨이 간단한 답을 내놨다.

“타락.”

제우스가 발호하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하지만 이미 제우스가 타락해 난동을 부린 기억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생각.

헬 역시 떠올리지 못한, 바로 곁에 있는 답을 발견하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개자식들이……!”

으득! 헬이 이를 갈았다.

그녀의 몸에서 사기라 일렁였다.

오디슨이 쓰게 웃었다.

“이번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오디슨의 위로에 헬이 후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 내통하는 사냥꾼들을 사냥할 거야?”

“아니, 내통할 필요가 없게 만들면 그만이지.”

내통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사냥꾼들의 대우를 좋게 한다던가?

‘오디슨’답지 않은 방법이 아닌가. 헬은 고개를 갸웃했다.

오디슨이 그녀의 착각을 바로잡았다.

“니플헤임에 처박혀서 힘도 제대로 못 쓰는 사냥꾼들과 헬의 연인이자, 발할라 투기장의 촉망 받는 루키. 찌꺼기가 어디와 손잡고 싶어 할까?”

헬이 입을 쩍 벌렸다.

찌꺼기가 오딘 때문에 생겼노라 듣기는 했지만, 이제까지의 기억들을 모조리 부정할 수도 없었기에 생긴 편견이다.

찝찝하기 이를 데 없는 아군을 받아들이게 생겼다.

헬이 다급히 말을 꺼냈다.

“하지만 찌꺼기가 바보도 아니고, 대뜸 내통하자 하려고? 사냥꾼 길드에 공을 상당히 들였을 텐데…….”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삼촌… 도움을 받아야지.”

양지에서 헬의 손을 잡는다면, 음지에서 삼촌의 손을 잡는다.

오디슨의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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