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166화 (166/208)

# 166

166화. 땅 아래의 땅 (1)

[권능과 권능이 뒤얽히는 신들의 싸움!]

[오디슨 VS 울다르. 그 승자는? 오디슨!]

[오디슨, T100 첫 승 달성!]

신문과 잡지 등은 한결같이 오디슨과 울르의 싸움에 대해서 말했다. 안 그래도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오디슨이다. 그가 펼친 싸움을 놔두고 다른 기사를 싣는다? 장사하기 싫다는 의미다.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경기였지!”

“어땠는데?”

“뭐야, 안 봤어?”

“급한 일이 있어 가지고……. 좀 설명해 봐. 기사나 이런 걸 봐도 이상하게 경기 내용에 관한 이야기가 없더라고.”

가끔 경기 내용을 묻는 사람이 있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경기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경기에 대해 칭송하던 사람들이 당황한다.

그리고 하나같이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뱉었다.

어떤 사람은…….

“휙하고 휙하더니, 푹푹푹!”

자기도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 마구 과장해서 떠벌렸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어마어마했지. 말로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어. 그걸 설명해 낼 수 있다면, 브라기가 아니라 내가 시가(詩歌)의 신이었을걸?”

그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자신의 흐릿한 기억을 숨겼다.

그러다 보니, 경기는 한 번이었는데 그 싸움에 대한 이야기는 수십 가지나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으음, 그게 그러니까… 울프라는 신이…….”

“잠깐, 우드 아니었어?”

“어… 그랬나?”

오디슨의 상대였던 신의 이름을 제대로 말하는 이가 없단 것이다.

그가 가지고 있던 T100 리그 11연승이라는 기록은 잊어먹는 이가 없지만, 그 당사자를 잊어버린 것이다.

망각의 권능을 지닌 자의 숙명이다. 잊히는 운명.

그를 생각하면, 오디슨은 입 안이 씁쓸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도, 내가 신이기 때문이겠지.”

“그렇겠죠? 아무리 대단한 권능이어도… 신성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저항해 낼 수 있으니까요.”

신성이 없는 이들은 저항할 가능성조차 없다.

권능이란 그런 것이다.

“그보다 오디슨…….”

이라호드가 주위를 둘러보다 머뭇거리며 말했다.

주위는 꼭 몇 달 전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나빴다. 초라한 꼴로 울먹이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하나같이 무기력해 맑은 하늘 아래에서도 이곳만 그늘이 짙게 낀 것 같았다.

주변을 지키던 발키리 하나가 눈살을 구겼다.

“정지, 정지하십시오.”

이라호드가 움찔 몸을 떨었지만, 그녀에게 한 말은 아니었다.

발키리는 아스가르드 외부 통로를 지키며 그리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저, 저희는 올림포스에서 온 피난민입니다! 연맹 법에 명시된 상호 난민 구호 의무에 따라 아스가르드로의 망명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쯧, 연맹의 이름이 정확히 뭔지 잊은 거 아닙니까?”

발키리의 말에는 짜증이 가득 묻어나왔다.

피난민은 움찔 몸을 떨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신계 연맹,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그런데, 올림포스 신계가 살아 있던가요?”

“그, 그게 무슨…….”

“이미 멸망한 신계라 이겁니다. 연맹 법을 따져 봐야, 연맹 가입 주체가 사라졌으니 의미 없어요. 저쪽으로 가서 대기하세요.”

앙칼진 말에 피난민이 당황했다.

“마, 말도 안 되는……!”

“다가오지 마십시오.”

“아니,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다가오지 말라 했습니다.”

발키리가 창을 앞세우고 위협했다.

번뜩이는 창끝을 본 피난민은 침을 꼴깍 삼키고 불안한 듯 눈을 굴렸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발키리는 협상의 여지조차도 두지 않았다.

피난민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물러섰다.

그 광경을 본 이라호드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적으로 너무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이성은 동시에 측은지심을 반박했다.

‘…가진 것 없는 피난민들을 모조리 받아 주면, 그 피해는 모두 우리가 져야 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일 거야.’

합리화다. 하지만 이라호드는 그 합리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가 비열하다 생각했지만, 발키리 하나가 뭘 어찌할 수 있을까?

이라호드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때, 다른 피난민이 다가왔다.

“귀가 먹었습니까?”

“…나는 올림포스의 신인…….”

“신이라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장…….”

“예외는 없다 했습니다.”

발키리가 창을 들어 올렸다.

이라호드가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운 탓에 차마 쳐다볼 수가 없었다.

이번 피난민은 아까 그들보다 더 강경했다.

“안으로 들어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소!”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러니 대기하십시오.”

“서둘러 움직이지 않으면 어머니가……!”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

발키리가 이를 갈았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이렇게 매몰찬 여자는 아니었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걸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 그녀가 이토록 매몰차진 것에는 배신감이 큰 역할을 했다.

아이를 데리고 온 피난민이 아이가 아프다며 서둘러 아이를 의사에게 보여야겠노라 말했다. 그 아이는 정말로 아파 보였고, 발키리는 어쩔 수 없이 그 피난민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의 병은 금세 나았다.

하지만 어머니인 걸로 보이던 피난민은 사라졌다. 발키리가 아이를 데리고 진찰실로 들어간 사이, 도주한 것이다.

알고 보니, 그 피난민은 아이의 어머니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아무런 관계 없는 여자였다. 심지어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도 아니었다.

그 아이가 고열로 앓을 때, 납치당한 것이다.

여자는 아이의 부모들을 죽이고, 아픈 아이를 핑계 삼아 아스가르드로 숨어들었다.

발키리는 지독한 배신감을 느꼈다.

‘똑같은 놈들이다. 제 이익만을 위해 남을 속이는 작자들!’

불쌍한 사람들이 선한 사람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발키리는 그야말로 매몰차게 피난민들을 제압했다.

지금도 똑같다.

“더 다가오면 공격하겠습니다!”

발키리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피난민은 그 말에도 횡설수설하며 어머니를 구해야 한다 소리쳤다.

“제기랄!”

발키리가 창을 내뻗었다.

이라호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친 피난민을 저렇게 바로 공격하다니!

하지만 피난민에게 그 창이 닿는 일은 없었다.

“어… 어어어……?”

발키리가 눈을 끔뻑였다.

전력을 다해 찌른 창이 웬 손가락에 잡혀 있었다. 빼내려 했지만, 뽑히지 않았다. 발키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맨손으로 창을 잡은 사내, 오디슨이 입을 열었다.

“내 손님이오.”

“…헉! 오디슨 님?”

오디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발키리는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최근 신성이 크게 늘어 아스가르드의 주요 신으로 꼽히는 게 아닐까- 싶은 오디슨이다. 신성 투자를 받지 않는 탓에 그 정확한 신성이 공개된 바는 없지만, 그는 발키리 하나 정도 엿 먹이려면 쉽사리 해낼 수 있다.

오디슨이 쓰게 웃었다.

“아니, 그리 사과할 필요 없소. 사실…….”

오디슨이 피난민을 둘러보며 미간을 좁혔다.

그는 하계에서 숱한 전쟁을 펼쳤다. 언제나 전쟁통인 곳에서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불쌍한 피난민이 폭도로 변하는 꼴도 몇 번이나 봤다.

불쌍하다고 이것저것 챙겨 줬더니 배은망덕하게 구는 이들?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기에 이 발키리의 매몰찬 태도를 이해했다.

“필요한 일이니까.”

외부인을 상세히 조사하고,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어 그들의 본성을 파악하는 건… 마음 쓰리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오디슨을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오디슨? 당신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에로스가 멍한 표정으로 오디슨을 바라보았다. 그의 곁에서 부축하고 있던 프시케는 에로스와 달리 멀쩡한 정신이었다.

어머니를 구해야 한다며, 몇 번이나 올림포스로 되돌아가려던 에로스다. 프시케가 없었더라면, 이곳에 닿기도 전에 죽었으리라.

프시케는 직감했다.

“…아.”

제발, 오디슨이 에로스를 생각해 주길 바랐다.

에로스의 연약한 마음을 고려해 주길 바랐다.

오디슨은 충분히 그를 고려했다.

그리고 말했다.

“비너스는 죽었다.”

오디슨이 생각하기에, 숨겨서 될 일이 아니었으니까.

에로스가 멍하니 오디슨을 바라보았다.

“…뭐?”

덜덜덜, 에로스가 몸을 떨었다.

오디슨은 참담한 심정을 꾹 누르며 다시 말했다.

“비너스는 내게 널 부탁하고, 유피테르의 번개에 맞았다.”

“…거짓말이지? 그렇지? 어머니가 네게 시킨 걸 거야! 엄마는 장난기가 많으니까!”

절규하듯 소리치는 에로스.

오디슨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신성을 일으켰다.

아무런 가공도 되지 않은 신성이었다.

“아, 아아아……!”

에로스가 입을 쩍 벌렸다.

에로스는 아프로디테의 아들이다.

그가 저 신성을 몰라볼까? 아니, 오디슨의 신성이 약간 섞였다고 한들, 지금 오디슨이 내보인 신성은 대부분이 아프로디테의 신성을 받아 늘어난 덩치다.

신에게서 신성이 떨어져 나왔다는 건, 뻔한 이야기다.

오디슨이 말이 사실이다.

“…엄마.”

에로스가 풀썩 쓰러졌다.

* * *

째깍째깍.

큐피드는 쓰러졌고, 그의 아내라는 프시케.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이라호드와 나. 네 사람이 이 방에 있음에도 시계 초침만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으, 으으…….”

큐피드가 식은땀을 흘리며 앓자, 프시케가 그의 이마를 천천히 닦았다.

이라호드는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그저 묵묵히 큐피드를 내려다보았다. 아름답던 비너스의 얼굴이 언뜻 보여 입 안이 썼다.

“…어머님은.”

프시케의 말이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그녀는 에로스를 한번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돌아가셨나요?”

“…그대도 알겠지만… 비너스가 큐피드를 먼저 보낸 뒤 내가 도착했다.”

천천히 이야기를 이었다.

비너스를 도우려 할 때, 이 여자와 눈이 마주친 바 있다. 큐피드는 비너스를 신경 쓰느라 날 못 본 모양이지만, 프시케는 날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곧장 제 남편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헤파이스토스와 티탄들을 무찔렀다.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피테르가 타락한 건 알겠지?”

“예, 멀리서나마 봤어요.”

바쁜 와중에 여러 번 뒤를 돌아본 모양이다.

다행이다. 덕분에 씁쓸한 기억을 돌이키는 시간이 짧아질 테니.

“나는 이집트라는 곳의 신, 아누비스와 싸워 차원을 가르고 거리를 없애는 기묘한 낫을 얻었다. 이 창의 끝에 달린 촉이 그걸로 만든 거지.”

“…그래서 우리보다 더 빨리 돌아올 수 있었군요.”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을 가르고, 비너스와 함께 도망치려는 때에…….”

기억을 더듬었다.

번쩍이는 번개가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떠올랐다.

“유피테르가 우리를 공격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제우스의 손에?”

툭 튀어나온 말에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여보!”

프시케가 벌떡 일어나 큐피드를 살폈다.

큐피드는 그녀의 손길을 막아 낸 뒤,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타락한 그는 강했다. 이길 수 없었지.”

“제우스……!”

으드득- 큐피드가 이를 갈았다. 잇몸에서 피가 주르륵 흐른다.

고된 피난길을 지나느라 약해진 몸은 분노마저 드러내기 힘겨워했다.

안타깝다. 얼마나 고생을 한 걸까.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쉬어라, 큐피드.”

“쉬라니……! 제우스 그 쓰레기 같은 놈을 당장에…….”

고개를 저었다.

“죽고 싶은가? 비너스가 그리하라 하던가? 목숨을 내다 버리라고 하던가?”

싸늘하게 뱉은 말에 큐피드가 부들부들 떨었다.

부드럽게 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를 위해서는 부드러운 것보다는 날카로운 말이 필요했다.

작은 상처는 그저 핥아 주면 되겠지만, 큰 상처다. 곪아서 썩어 들어가는 상처. 그런 상처는 팔이든 다리든 잘라 내야 한다.

안 그러면 목숨까지 위협할 테니까.

내가 뱉는 날카로운 말이 그의 병을 잘라 내길 바랐다.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던 큐피드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머니께서 네게 신성을 맡기셨지.”

그렇다.

침묵으로 긍정하자, 큐피드는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마저도 금방 무너져 내렸다.

“여, 여보!”

프시케가 소리쳤다.

나 역시 흠칫 놀라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나지막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스며들었다.

“…제발, 어머니의 신성을 돌려줘.”

돌려달라고?

눈살을 찌푸렸다.

“신성을 받고, 그걸로 유피테르와 싸울 셈인가? 그렇다면 돌려줄 수 없다. 내가 유피테르에게 복수하겠노라 한 것은, 비너스의 신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니야. 복수는 당장 중요한 게 아니야.”

복수가 중요치 않다?

눈살을 찌푸렸다. 유피테르의 힘에 겁을 먹은 건가? 제 어미가 죽었음에도 웅크리고 덜덜 떨 셈인가? 만일 그렇다면, 나는…….

“어머니를 되살릴 거야.”

큐피드의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

되살린다? 비너스를? 어떻게?

내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보자, 큐피드가 입을 열었다.

“신은 불로불사의 존재. 그 신이 죽었다? 그 말은 신성이 완전히 소멸했다는 소리나 다를 바 없어. 그런데…….”

“내게 비너스의 신성이 있으니, 부활할 수도 있다고?”

큐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가진바 힘을 돌려달라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일 수도 있지만, 제발. 부탁이니, 돌려줘. 제발…….”

“여보, 그게 무슨…….”

큐피드가 울먹이며 말했고, 프시케가 깜짝 놀라 외쳤다.

큐피드가 쓰러진 게 아니었다. 그는 부복한 채 내게 애원했다.

그럴 필요는 없는데.

쓰게 웃었다.

“일어나라, 큐피드. 내게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큐피드가 망설였다.

사람이란 본래 손에 들어온 것을 놓기 싫어하는 법이라던가?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손해를 볼지언정,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본래 비너스의 것. 그녀에게 받은 것이니 그녀에게 돌려준들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 하지만… 이미 결합한 신성을 떼어 내는 것은…….”

“잠깐 기다려라.”

뿌드드득! 끔찍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 귀에만 들리나 싶었지만…….

“오디슨!”

꽥 소리치는 이라호드를 보자, 남들에게도 들린 모양이다.

끄득- 이를 악물었다. 본래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닌 비너스의 신성을 온전히 떼어 냈다.

지독하게 아팠다.

멀쩡한 팔을 스스로 떼어 내면 이렇게까지 아플까? 머리가 핑 돌 정도의 고통이었다.

끅- 절로 신음이 튀어나왔다.

“…아프군.”

“아프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에요, 오디슨!”

이라호드가 창백하게 질린 채 소리쳤다.

그녀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신성을 그렇게 떼어 내다니……! 제정신이에요? 영혼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요!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자신을 스스로 나눈 신 중에서 그 고통을 못 이기고 소멸한 경우도 있을 정도예요! 그런데 그런 짓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볼을 긁적였다.

“…꽤 익숙한 고통이긴 했는데, 영혼이 찢어지는 고통이었던가?”

“익숙하다고요?”

당연한 일이다.

“‘희망’을 이룬다는 건 공짜가 아니니까.”

내 속에 있는 ‘희망’을 쓸 때마다 느끼는 고통이었다.

이라호드가 날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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