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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발할라-155화 (155/208)

# 155

155화. 망각 (5)

“아…….”

아프로디테의 마음이 진탕되었다.

멋진 모습을 보여 준 오디슨에 대한 감탄과 더불어 납 화살의 효과 때문에 치솟는 미움이 뒤섞였다.

그녀는 입을 벙긋거릴 뿐, 제대로 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고맙다거나, 안 도와줘도 된다거나. 둘 모두가 뒤엉켜 무슨 소리를 해야 할지 몰랐다.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마음을 추슬러라, 비너스. 네 아들을 다시 봐야 할 것 아닌가?”

“아, 으… 다, 당연하지! 에로스를 다시…….”

아프로디테가 입술을 짓씹었다.

제 생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괜히 투덜거린 걸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그리 느긋하지 않았다.

“크아아악! 이 개 같은 놈이……!”

“흠, 역시 신인가? 심장을 찔렀는데도 죽지 않는군.”

오디슨의 심드렁한 말에 헤파이스토스가 버럭 소리쳤다.

“뭐, 뭐하시오! 날 도와주시오!”

그 외침에 티탄들이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당황하던 것도 잠시였다. 티탄들은 저마다 무기를 꺼내 들고 이를 드러냈다.

“언제 태어난 신인지 모르겠다만, 감히 우리를 방해해?”

“흐흐흐, 아주 끔찍한 시간을 선사해 주마!”

티탄들이 달려들었다.

제각기 권능을 사용하며 뛰어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묶어라, <글레이프니르(Gleipnir)>!”

쨍그랑!

형형색색, 온갖 권능들이 깨졌다.

티탄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내, 내 권능이? 내 신성이 왜……!”

“이게 어떻게…….”

티탄들이 어쩔 줄 몰라 했고, 오디슨이 씩 웃었다.

원 역사 속, 펜리르를 묶은 밧줄, 글레이프니르.

여인의 수염, 산의 뿌리, 고양이의 발소리, 생선의 힘줄과 곰의 신경, 새의 침 등 세상에 없는 것들로 만들어진 신물의 이름이다.

없는 것들로 만들어진 이 밧줄은 그 어떤 쇠고랑보다도 튼튼하여 멸망의 늑대, 펜리르를 묶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티르가 맹세에 쓰이는 오른손을 잃기도 했으나…….

오디슨이 그런 뛰어난 재료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

“좀 걱정이었다만… 생각보다 잘 통하는군.”

오디슨이 히죽 웃었다.

원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신물 중 하나의 이름을 붙일 정도로, 대단한 권능. 오디슨이 지닌 신성을 다루는 재능의 집약체다.

티르가 비다르를 베어 낼 때 보여 준 권능, <법>과 수르트가 오디슨을 묶을 때 사용한 권능, <국경선>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 낸 권능.

신성의 양은 적지만, 그 움직임이 뭇 신들에 비해 기민하고 그 성질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기에 쓸 수 있는 권능이다.

신성이 권능을 그려 낼 때, 같은 성질을 가진 신성을 침투시켜 권능을 어그러뜨리는 수법. 그리하여 오디슨도 신성이 묶이게 되지만, 적들도 권능을 쓸 수 없게 된다.

티탄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신성의 행사에 신성을 침투시켜, 그 신성을 묶어 둔다니… 이건…….”

“오, 알아보는 양반이 있군! 어떤가, 내 재주가?”

오디슨이 헤파이스토스의 가슴팍에서 창을 뽑아 들며 히죽 웃었다.

티탄들은 상상을 벗어난 권능의 발현에 겁먹었다. 뒷걸음질을 쳤지만, 오디슨은 그들을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대가를 치러라.”

오디슨이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티탄들이 고함질렀다.

“젠장! 권능을 못 쓰는 건 저놈도 같다! 우리가 더 많다고!”

“죽여! 어린놈의 신한테 농락당할 셈인가! 타르타로스를 떠올리라고!”

티탄들은 서로를 독려하며 공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타르타로스에서 묶인 채 신성만을 수련하던 그들과 팔다리 멀쩡한 데다 신성을 다룬 지 얼마 안 되는 오디슨.

어느 쪽이 개싸움에 유리한지, 말하지 않아도 아는 일이다.

“흐아압!”

오디슨의 창이 티탄 하나의 머리를 노렸다. 티탄은 가지고 있던 칼을 뻗어 그 창을 막으려 했지만, 오디슨이 보기엔 조잡하기 그지없는 방어였다.

쉬익.

“어, 어어어?”

창의 궤적이 바뀌었다.

엉성하게 칼을 치켜든 티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의 눈동자에 창촉이 비쳤다.

푹!

“끄아아아악!”

눈을 찌르고 뇌에 닿았다.

티탄은 부르르 떨다 풀썩 쓰러졌다.

“이 개자식!”

“덮쳐!”

티탄들이 흥분해 달려들었다.

오디슨이 피식 웃었다.

“이제 막 전사 수업을 시작한 어린애만도 못한 움직임이군.”

부웅! 휘두른 창대에 도끼를 내리치려던 티탄이 얻어맞았다. 관자놀이에 정확하게 박힌 공격은 그의 의식을 빼앗았다.

“끄르르……!”

풀썩! 옆으로 쓰러지는 티탄.

그 덕에 달려들던 이들의 움직임이 제한되었다. 아군을 밟지 않기 위해 풀쩍 뛰어오른 이들은 그저 손쉬운 먹잇감일 뿐.

푹!

“커억……!”

“으아아아아아! 죽어라!”

한 놈의 배를 꿰뚫자니, 다른 놈이 덤볐다.

찌르기의 빈틈을 노리고자 하는 짓이었지만, 오디슨은 그리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다.

오디슨은 대수롭지 않게 창을 놓고 주먹을 휘둘렀다.

“어억!”

퍽!

크게 휘두르려는 동작과 간결하게 직선을 그리는 주먹질. 어느 쪽이 빠를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디슨의 주먹에 턱을 얻어맞은 티탄은 휘청였고, 오디슨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죽어라.”

창을 뽑아 들고, 내장이 얽힌 채 찌른다.

그 공격이 휘청이는 티탄의 목에 박혔다.

“어, 어으…….”

남은 티탄들은 이제 겨우 둘.

그들은 차마 덤벼들 생각이 들지 않았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고, 오디슨이 씩 웃었다.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갈 수밖에.”

“으아, 으아아아! 저, 저리 꺼져!”

오디슨이 맹호처럼 덤벼들었다.

아프로디테는 그 모든 싸움을 보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몸에는 소름이 확 돋았다. 오디슨의 싸움은 우아하진 않았다. 그저 우악스러웠다.

쓸 수 있는 걸 모두 써 가며 싸우는 모습이 짐승과도 같았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그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원초적인 싸움. 그 야만적인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

“아…….”

아프로디테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를 덮치려던 이들은 모두 피를 쏟고 있었다. 오디슨이 피를 뒤집어쓴 채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만하면 정리는 끝난 것 같고… 갑시다.”

“아, 으… 어, 어디로?”

아프로디테는 오디슨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물었다.

오디슨은 무슨 바보 같은 질문이냐는 듯 얼굴을 타고 흐르는 적의 피를 닦아 내며 말했다.

“아스가르드.”

올림포스는 이미 망했다.

제우스가 저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올림포스가 재건되는 데에는 시간이 한참이나 걸릴 것이다.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티탄의 편에 붙어 심장이 꿰뚫린 채 쓰러졌으니까.

아프로디테는 입술을 짓씹었다.

“…하지만 나는…….”

“댁 사정이 어떻든 간에, 여기에서 뭘 하겠소? 서둘러 피하는 게 차라리 나을 거요.”

“그렇지만…….”

아프로디테가 망설였다.

납 화살을 맞은 탓에 거부감이 물씬 들었다. 그걸 맞지 않았다고 해도, 12주신 중의 하나인 아프로디테가 올림포스를 뒤로하는 건 힘들었겠지만.

아프로디테는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긴 고민은 아니었다.

그녀의 고민은 그녀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깨졌다.

“끄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이 올림포스를 가득 채웠으니까.

올림포스의 모두가 아는 목소리였다.

“제우스.”

아프로티데가 황망하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이 허공에 떠 있는 제우스에게로 향했다.

허공에서 번개를 흩뿌리던 제우스는 만신창이였다.

* * *

패배.

올림포스의 수많은 신들 중 가장 위에 자리한 제우스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패배를 실감했다.

온몸을 꿰뚫은 무기들, 완전히 소진된 신성.

제우스는 퀭한 눈으로 제 앞에 자리한 여신 둘을 바라보았다.

“…가이아, 그리고… 아테나."

목소리에 쉭쉭, 바람 소리가 섞였다. 허파를 찌른 아테나의 칼 탓이었다. 제우스의 주먹질에 내동댕이쳐진 아테나였지만, 그녀 역시 전쟁 신. 겨우 그 정도로 쓰러질 여자가 아니었다.

“쉬시지요, 아바마마.”

“…흐, 흐흐… 쉬라고?”

제우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가이아가 표독스레 말했다.

“제우스, 너는 너무 오만하다.”

“오만하다고……?”

“신성의 기반이 되는 인간을 하찮게 봤으며, 같은 신들을 하찮게 봤지. 네가 가진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생각지 못한 머저리.”

제우스는 가이아의 말에 생각했다.

권력의 기반? 신왕이라는 자리를 이루는 것?

모두 쓸데없는 소리다.

“올림포스가 있기에 네가 있는 것이다.”

가이아의 말.

제우스는 흐흐흐- 웃음을 흘렸다.

“아니다. 아니야! 올림포스가 있기에 내가 있다? 우스운 소리! 내가 바로 올림포스다! 내가 없는 올림포스는 올림포스가 아니다!”

“미쳤군!”

“미쳤다? 그래, 미쳤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럴 힘이 있다!”

“힘? 다 죽어 가는 주제에 무슨!”

가이아가 또박또박 반박했고, 제우스는 낄낄 웃었다.

기묘한 공기가 감돌았다. 아테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가이아에게 눈짓했다. 이만하면 됐다는 뜻이었다.

가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바마마, 이만 그 왕관을 내놓으세요!”

아테나의 칼이 제우스의 몸에서 뽑혔다.

피로 번들거리는 칼을 번쩍 든 아테나는 올림포스에 마침표를 찍을 생각이었다. 그녀의 칼이 제우스의 목을 베어 내는 걸로 그 마침표가 완성되리라.

“빼앗길 수 없다! 오라, 찌꺼기들이여! 세상의 가장 추악한 것들이여!”

제우스는 마지막 숨을 모아 소리쳤다.

그와 함께, 올림포스의 마지막 왕명이 시행되었다.

신계가 열렸다.

오염이 삽시간에 스며들었다.

“뭐……?”

가이아가 눈을 부릅떴다.

제우스는 신으로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그와 함께, 폭발이 있었다.

* * *

콰아아아앙!

“꺄아아아아악!”

유피테르를 처형하려던 미네르바가 비명과 함께 땅에 처박혔다. 그 곁에 있던 테라(Terra, =가이아)의 분노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였다.

“제우스! 이 미치광이가 이 신성한 땅에 감히……!”

침을 꿀꺽 삼켰다. 소름이 돋았다.

흐흐흐- 낮게 깔리는 유피테르의 웃음소리가 예전의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주먹을 꽉 쥐었다.

비너스가 움찔 몸을 떨었다. 나는 그녀를 감쌌다.

“…서둘러야겠소.”

“이 손은…….”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오!”

버럭 소리쳤다.

비너스가 날 싫어한다는 건 잘 알지만, 지금 이 손을 놓는다면? 그녀를 구할 방법은 없으리라.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내가, 내가 올림포스다!”

유피테르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고갈된 그의 신성이 오염으로 가득 차올랐다. 멋진 중년의 외모가 뒤틀리고 일그러졌다.

허공에 자리 잡은 유피테르의 몸이 구겨지고, 검은 어둠이 그를 감쌌다. 이윽고,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젠장!”

타락한 모습이었다.

파지직! 번개로 이뤄진 몸은 불길하게 경련했다.

-내, 내가 올림포스다. 내, 내가 바로 버, 번개다!

지직- 지직- 불길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내뱉어진 말.

그 모습을 본 올림포스의 신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아, 아아아! 제우스가, 제우스가 타락했다!”

“찌꺼기의 힘이야!”

“도, 도망쳐!”

올림포스가 술렁였다. 달아나려는 이들에게는 번개가 떨어졌다.

“끄아아악!”

-내 거, 것이다! 모, 모두 내 것이야!

원한과 복수가 뭉쳐 비다르의 타락이 되었듯, 유피테르는 탐욕과 번개가 뭉쳤다. 유피테르는 도망치는 이들을 숯 덩어리로 만든 뒤, 끌어당겨 씹었다.

끔찍한 광경이다.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젠장할.”

이 수는 쓰고 싶지 않았는데.

힘을 끌어올렸다. 내 영혼을 갉아먹는 고통이 짜릿하게 날 감쌌다.

나는 믿는다. 내가 바로 너의 주인이다.

아누비스의 낫이여.

“열려라!”

쩌저적!

허공에 창을 휘둘렀다.

영혼이 빠르게 타들어 간다.

“이건……! 어떻게…….”

비너스가 흠칫 놀랐다.

그럴 만도 하다. 차원이 열렸으니까.

검게 일렁이는 공간의 상처.

“후우…….”

지독한 통증이 날 괴롭힌다.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짙게 느껴지는 와중, 비너스를 재촉했다.

“어서!”

“하지만, 이건…….”

“시간이 없소, 비너스. 이 차원문을 유지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니까.”

덜덜덜, 내 손이 떨린다.

안전하게 날아서 도망칠 생각을 했으나,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찌꺼기들이 올림포스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날아서 간다면 수십, 수백 번을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일. 어리숙한 신들은 무기를 잘 다루지 못하지만, 찌꺼기는 다르다. 나보다 잘 싸우는 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비너스를 차원문으로 이끌 때,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어딜 가려고……? 내, 내 것이다… 네가 가진 ‘희망’… 내 것이구나!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유피테르가 이전, 내가 판도라에게서 가져온 것의 냄새를 맡을 줄이야.

번개로 변한 그를 떨쳐 낼 수 있을까?

“비너스! 어서!”

뭐가 어찌 됐든, 비너스를 차원문에 넣기만 하면…….

-도망치지 못한다!

파지지직!

유피테르가 번개를 내던졌다.

젠장할! 저걸 내 창으로 막을 수 있을까? <글레이프니르>에 이어 차원문을 여느라, 신성은 거의 소진된 상태.

이를 악물었다.

“빨리 가시오, 비너스!”

버럭 소리치고, 창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번개는 내게 닿지 못했다.

콰르릉!

“꺄아아아악!”

어째서?

“왜, 왜… 내 앞을……?”

“더, 더는… 잘난 척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어…….”

비너스가 말했다.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게 무, 무슨…….”

“오디슨. 에로스를 잘 부탁해…….”

잠깐! 소리치려는 찰나, 비너스가 내게 거대한 신성을 내던졌다.

권능을 쓴 것이 아니다. 그저 신성을 뜯어 던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신성이 내 몸을 뒤로 밀었다.

차원문에 걸쳐져 있던 내 몸이 훅 뒤로 밀렸다.

“비, 비너스!”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도, 도망칠 수 없다! 도망칠 수 없어! 내, 내 것, ‘희망’을 내놓아라!

유피테르가 미친 듯 괴성을 내질렀다.

비너스가 웃었다. 벼락에 맞아 짓무른 얼굴로 짓는 웃음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머리카락이 몽땅 타들어 갔어도, 피부가 뭉개져 흘러내려도…….

그녀는 아름다웠다.

“납 화살은 안 맞을 걸 그랬어.”

비너스의 유언이었다.

콰르릉- 끔찍한 번개가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직후, 나는 차원문에 빨려 들어갔다.

비너스가 넘겨 준 신성을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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