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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발할라-132화 (132/208)

# 132

132화. 해와 달 (3)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

쉽게 잡을 거라 생각했던 아폴로가…….

“겨우 이 정도로 날 잡겠다고!”

번쩍!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활을 쏘아 댔다. 그 덕에 스콜과 하티의 가죽에 박힌 화살이 하나둘 늘어나는 중이다.

스콜이 씩씩거렸다.

“왜 저렇게 빨라!”

짜증을 부리는 스콜에게 하티가 말했다.

“솔보다 훨씬 센데? 올림포스가 아스가르드보다 더 신도가 많아서 그런가?”

“제기랄……!”

스콜이 분을 토했다.

하티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규모의 차이뿐만이 아닌 것 같다. 뭐가 다를까?

…아! 알아챘다.

“아스가르드에서는 태양신이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저놈은 태양신이면서도 인기가 좋아 신도가 많지.”

신성의 차이가 엄청난 수준이다.

솔의 신성이 1이라면, 아폴로의 신성은 대략 2~3 정도. 관장하는 영역이 많다는 것도 솔과 다른 점이리라.

꽤 골치 아픈데?

내가 머리를 싸맬 때, 아폴로가 제 몸에 난 상처를 치유했다.

“<빛의 치유>!”

번쩍이는 빛과 함께, 그 상처가 아문다.

태양, 광명, 궁술뿐만 아니라 치료까지도 관장하는 아폴로다. 이대로 쭉 이어진다면? 아무래도 좋지 않다.

문득, 뇌리에 패배라는 단어가 스쳤다.

그건 스콜과 하티도 다르지 않으리라.

“젠장할, 이대로 시간 끌면 우리가 당할지도 모르겠는데?”

“태양으로 시어링(Searing, 겉을 바싹하게 익히는 조리법)한 스테이크를 포기할 순 없지!”

“크흐, 끝내주겠는데? 시어링은 고화력일수록 안쪽 육즙을 놓치지 않으니까……!”

나는 잘 모르는 음식 이야기를 하는 스콜과 하티. 저 먹보 늑대들은 저게 의욕을 고취하는 방법인 모양이다. 그 증거로…….

“전력으로 간다! <일식>!”

“질 순 없지! <월식>!”

두 녀석이 제각기 권능을 사용한다.

괴물 늑대가 순식간에 흉흉한 그림자가 된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스콜과 냉기가 느껴지는 하티. 둘이 마치 달리기 시합을 하듯 달렸다.

그 광경은 불과 얼음이 어우러지는 것만 같아, 섬뜩할 지경이었다.

내가 전력을 다해도 저 늑대 하나를 막아 낼 수 없다.

꿀꺽, 침을 삼켰다.

-끼이잉.

악령이 날 달래듯 낑낑거린다.

나는 쓰게 웃으며 녀석을 쓰다듬었다. 잠깐, 대단한 권능과 나와의 격차를 떠올리며 시무룩해진 걸 눈치채다니.

민감한 녀석이다.

“걱정할 것 없다. 아무리 대단한 아폴로라 해도, 저걸 막을 순 없을 테니.”

빛으로 변해 달아난다?

무리다. 그림자는 빛을 삼키니까.

저 대단한 공격을 어찌 막겠나?

“우리의 승리다.”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아폴로의 신성 운용에 혀를 내둘렀다.

“기다리고 있었다, 멍청이들! <빛은 거울을 뚫지 못하나니>!”

위이잉- 아폴론의 앞에 빛이 뭉쳐 은빛 막을 이뤘다.

척 봐도 위험해 보이는 방어벽이다. 흠칫 놀라며 스콜과 하티를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빛과 그림자는 같은 속도니까.

콰아앙!

“크억!”

“으아아악!”

늑대 두 마리가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나는 헛숨을 삼켰다. 저 무서운 괴물 늑대 두 마리가 그대로 무너지다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멍하니 스콜과 하티를 바라보았다.

두 녀석은 낑낑대며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리다.

제각기 최고의 기술을 사용했다. 그 기술이 그대로 두 녀석에게 튕겨 나갔고, 그건 적지 않은 고통을 가져왔으리라.

아폴로가 서늘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이 두 놈을 믿고 있었나, 오디슨?”

한기가 흐르는 목소리에 헛웃음을 흘렸다.

“정말 대단하군.”

“감탄할 때가 아니다. 네놈의 마지막 날일 테니.”

싸늘한 대꾸에 어깨를 으쓱였다.

아폴로가 눈썹을 씰룩인다. 내 몸짓이 허세라 여기는 건가?

맞다. 어느 정도는 허세다. 스콜과 하티, 괴물 늑대 둘을 물리친 아폴로를 내가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인질을 잡아…….

“큭…….”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어느새 아폴로는 디아나 곁에 있었다.

아폴로가 씩 웃었다.

“너 같은 놈이 하는 생각은 뻔하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한숨을 푹 쉬었다.

아폴로가 내게 화살을 겨눴다.

“이건 쓰고 싶지 않았는데…….”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아폴로가 날 비웃었다.

“써라, 뭐든 써라. 발버둥 쳐라! 감히 태양신의 심기를 거스른 괘씸한 자여,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절망 속에서 비명 지르게 될 것이다!”

으드득- 이를 갈며 말하는 아폴로는 정말 화난 것 같았다.

녀석이 가장 아끼는 여동생을 인질로 삼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아폴로는 아직도 스스로의 패착을 알지 못했다.

스콜과 하티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디아나를 ‘아무런 상처 없이’ 잡을 수 있을까? 아니, 무리다.

그러니까,

“그만해, 아폴론.”

“…아프로디테?”

나도 숨겨 둔 패가 하나 더 있다는 거다.

분홍색 신성이 농염하게 아폴로를 휘감았다.

아폴로는 당황하며 신성을 끌어올렸지만, 글쎄.

미의 여신들은 선제권을 가지는 순간, 끔찍한 적이 되기 마련이다.

“아프로디테! 올림포스를 배신했나?”

“사랑엔 국경이 없는 법이야.”

비너스가 그리 말하며 내게 눈을 찡긋했다.

미녀가 추파를 던지는 게 어찌 싫을까? 나는 쓰게 웃었다.

아폴로는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한 채였다.

“어떻게……? 감금된 당신이 어떻게 하계에 있을 수 있지? 올림포스가 아무리 느슨하다 해도, 그건…….”

“후후후, 내 아들을 잊었구나?”

“에로스의 금화살인가… 제길!”

비너스가 깔깔 웃었다.

그 말이 맞다. 지금도 비너스의 곁에는 큐피드가 날 보며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약속, 잊지 말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증오하게 되는 납화살을 맞은 아프로디테와 대면.

사랑 받다 갑자기 증오 받게 되는 게 그리 유쾌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차피 받아 주지 않을 사랑이다. 사라진다 해도 나쁘지 않다.

약간의 씁쓸함을 느끼는 대가로 시그뉘와 날 믿고 따르는 하계 인간들의 삶을 지킬 수 있다면? 남는 장사다.

* * *

오디슨이 아폴론을 제압한 시각, 제우스는?

아폴론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아르테미스의 실종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곳에 떨어져 있던 늑대 털을 분석했다.

“…아스가르드.”

아스가르드 특유의 괴물 늑대, 바르그(vargr).

이번 해와 달 실종 사건의 배후에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쿠르릉!

천둥이 제우스의 분노를 대신했다.

올림포스의 신왕, 제우스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대뜸 아스가르드로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

선제공격에 대한 명분을 얻어야 했다.

‘연맹의 힘이 많이 줄었다 해도, 아직 연맹 전체와 대적하는 건 무리다!’

그렇다면? 선택은 뻔하다.

제우스는 곧장 연맹으로 달려가, 이 사건에 대해 알렸다.

즉각 주신 의회가 개최되었다.

“오딘! 어디 한번 변명해 보시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가 사라졌고, 그 현장에는 바르그의 털이 떨어져 있었소! 아스가르드가 우리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게요!”

제우스의 노호성이 마치 천둥처럼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주신 회의에 참여한 신들이 모두 오딘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연맹법 상 선제공격을 한 아스가르드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오딘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아스가르드의 일이 아니다.”

“증거가 확실한데 그 무슨……!”

“약탈단 허가증.”

오딘이 제우스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씩 웃었다.

“약탈단을 꾸린 이가 저지른 짓이다. 그 허가증에는 이런 문구가 있지.”

[약탈 행위에 대한 책임은 약탈단 단장에게 있으며, 아스가르드는 그 일에 무관하다.]

오딘의 말에 회의장에 모인 이들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저건 아스가르드가 통제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통제하지 않고 방조했다는 걸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여기는 걸까? 아스가르드에 방조의 죄를 묻기만 해도, 궁지에 몰릴 거라는 걸 모르는 걸까?

아즈텍의 주신, 케찰코와틀이 쉭쉭- 두 갈래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오딘, 그게 변명이 된다 여기는 건가? 그 약탈단 허가증만 해도 문제가 가득한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뭇 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딘은 여전히 무덤덤한 상태로 입을 열었다.

“이번 행동은 물론, 약탈단을 꾸린 단장, 오디슨의 독단이요. 하지만 그 일의 시작이 누구인지 말해야 아는 건가?”

제우스가 입을 다물었다.

유럽 쪽에 별반 관심이 없는 신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

오딘이 씩 웃으며 말했다.

“올림포스가 먼저 하계불가침을 어기고 오디슨을 모시는 왕국에 빛을 차단했기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그게 올림포스 전체의 뜻인가? 그렇다면…….”

오딘이 자신의 애병(愛兵)인 궁니르를 쓰다듬었다.

제우스가 입술을 짓씹으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한들 이건 과한 처사요.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먼저 법을 어겼다 해도 이렇게 사적 제재를 하는 건 금지 사항이다. 오딘이라고 그를 모를까? 제우스도 아는 사실인데.

오딘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서로 한 방씩 주고받은 걸로 치자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인간들을 압박했다고 신의 목을 내놔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으르렁, 제우스가 이를 갈았다.

제우스의 말이 틀린 점은 없다. 신계 연맹은 분명 무수한 신계의 존속을 빌미로 이뤄진 곳이고, 인간보다는 신에 무게를 둔 곳이다.

인간 수억 명과 신 하나를 저울에 달아도, 신이 더 무겁다 하는 불량 저울을 가진 곳에서 저런 논리라니? 제우스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오딘이 한 번 더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려면, 완전히 지우는 게 좋다 했던가?”

“뭐……?”

제우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의문 하나.

어떻게?

오딘이 씩 웃으며 말했다.

“흘리드스캴프에 앉아 있으면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지.”

툭 뱉은 말에 제우스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오딘이 그에게 물었다.

“이 일에 대해서 더 할 말이 있나?”

제우스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스가르드를 고발한 제우스가 입을 다물어 버리니, 답답한 것은 다른 주신들. 하나같이 대체 무슨 소리냐 말했지만, 오딘은 그저 어깨를 으쓱일 따름이었다.

* * *

결국, 이번 일은 올림포스가 포기했다.

아니, 제우스가 포기했다. 오딘은 흐지부지 끝난 주신 의회를 뒤로한 채, 이그드라실 최상부로 돌아왔다.

“까아악!”

“깍깍!”

후긴과 무닌이 시끄럽게 울었다.

오딘은 두 마리의 까마귀를 쓰다듬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왜 제우스를 몰아붙이지 않았느냐고?”

오딘이 아는 사실을 자랑스레 늘어놓기만 해도, 연맹은 올림포스를 샅샅이 조사하리라. 제우스의 왕권도 자연스레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오딘은 그에 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제우스가 전전긍긍했지만, 오딘은 그저 아스가르드로 돌아왔다.

끌끌- 주름진 얼굴에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이 걸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거든.”

까마귀들이 고개를 갸웃했지만, 오딘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올림포스를 연맹 내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을 게 없다. 올림포스에 산재한 황금? 어차피 황금은 모을 수 있다.

오딘의 미래 지식을 이용하면 황금으로 산을 쌓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예 대륙을 가로지르는 산맥을 황금으로 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딘의 목표는 언제나 똑같았다.

‘멸망을 막는다.’

그렇기에 오딘은 이 일을 걸고넘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칼로 상처를 후벼 판다면 죽일 수 있지만, 손가락으로 상처를 꾹 누르면? 그저 고통에 미쳐 날뛸 뿐이지.”

고통에 미쳐 날뛰는 것.

그게 오딘이 제우스에게 바란 일이다.

게다가…….

“언제든지 찌를 수 있는 약점이다. 거인 왕국부터 끝내고 하는 게 좋을 일이지.”

오딘이 씩 웃었다.

회색 외눈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리를 보며 으스댔다.

‘어떻소? 이번에도 내가 질 것 같소?’

오딘은 자신만만했다.

곧 승리를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 * *

“크으… 이 배신자들!”

아폴로가 비너스와 큐피드를 향해 고함질렀다.

하지만 비너스는 콧방귀를 뀌었고, 큐피드는 그저 그의 시선을 피할 따름이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떻게 하겠나? 스콜과 하티, 비너스와 큐피드, 그리고 나까지. 상대할 수 있겠나?”

아폴로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아무리 아폴로가 강인한 신이라 할지라도, 다섯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으리라. 게다가 우리 쪽에는 디아나가 인질로 잡혀있다.

아폴로는 굳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아르테미스는 보내 줘라. 태양? 주마.”

“…흐음. 달도 필요한데…….”

내 말에 까드득- 아폴로가 이를 갈았다. 그의 눈에 광기가 일렁였다.

“아르테미스를 탐내다니! 더러운 놈! 아르테미스를 보내 주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 태양을 불러들이겠다. 그리고 그걸 터트려 버리겠다!”

움찔 몸을 떨었다.

태양을 터트려? 그런 미친 짓을 하겠다고?

당황한 채 아폴로를 보자, 녀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태양의 폭발이라면 이 자리의 그 누구도 무사하지 못하지. 목표의 절반을 이루느냐, 아니면 목표를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모두 죽느냐. 그 선택의 시간이다.”

허, 대단한 놈이다.

그런데…….

“아르테미스가 네놈의 장난감이 될 바에, 모두 끝장내고야 말겠다!”

뭔가 핀트가 이상하다.

나는 눈을 끔뻑이다 말했다.

“디아나가 아니라, 달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뭐?”

아폴로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볼을 긁적이고 그에게 말했다.

“태양을 달라고 했지만, 사실 딱히 필요하진 않다. 그저, 시그뉘에게 태양 빛을 돌려주고 싶었을 뿐이다.”

“태양 빛?”

좀 더 단순하게 말해야 하나?

“왕국에 햇빛을 차단하고 있지? 그걸 풀어라.”

아폴로는 눈을 끔뻑이다 물었다.

“그게 다인가?”

“이게 다냐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폴로가 흠칫 몸을 떨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물었다.

“이외에 내가 더 바랄 게 뭐가 있지?”

나는 아폴로와 디아나가 필요 없다.

그저 시그뉘가 고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르테미스를 보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음? 뭐 이상해져야 하는 건가?”

되묻자, 아폴로가 날 이상한 놈 보듯 봤다.

나 역시 그놈을 이상한 놈 보듯 봤다. 서로의 눈빛이 교차할 때, 아프로디테가 슬쩍 끼어들었다.

“날 보고도 손가락 하나 까딱 않는 오디슨인데, 겨우 아르테미스? 흥! 아주, 웃겨.”

“그야, 댁은… 아줌마니까.”

“뭐? 아폴론, 너 지금 뭐라 그랬냐?”

비너스가 으르렁, 이를 갈았다.

아폴로는 슬쩍 눈을 피했다. 비너스는 뭐가 그리 분한지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홱 몸을 돌려 날 보았다.

깜짝이야. 미녀긴 한데, 좀 껄끄러운 여자다.

비너스가 내게 말했다.

“달링~! 아폴론, 저 새끼 구라 쳤어. 지가 뭐라고 태양을 터트린대?”

“…못하는 건가?”

“제우스도 못 하는 걸 지가 어떻게 해?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비너스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나는 슬쩍 아폴로를 보았다. 아폴로는 제 거짓말이 들켰다는 것에 당황한 눈치였다.

“허.”

어이가 없다.

아폴로가 땀을 뻘뻘 흘렸다.

“…요구 조건을 좀 더 늘려야겠군.”

“뭐라? 그게 무슨…….”

“좀 맞자.”

거짓말의 대가를 치러야지.

나는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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