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
131화. 해와 달 (2)
[아스가르드, 이대로 괜찮은가!]+251
[눈 가리고 아웅? 약탈단 허가증이라니?]+111
[연맹 자문위원, 케찰코와틀 “오딘은 뱀의 심장을 가진 자” 맹비난!]+999
[첫 번째로 약탈을 성공한 것은? 자비의 신, 오디슨!]+612
[오딘, “찌꺼기와 결탁한 세력인 만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999
뉴스 페이지를 살피던 아폴론은 후우-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스가르드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찌꺼기가 분명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이쪽을 향해서 비난 한마디 없다? 뭔가 이상해…….’
아폴론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눈을 돌려 어두운 곳을 바라보았다.
너른 대륙에 오직 한 군데만이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그 어둠에서는 모닥불을 피우는지 밝은 점이 얼룩덜룩 박혀 있었지만, 저것도 임시방편일 뿐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어둠을 쫓기 위해 나무를 태운다? 나쁘지 않다. 그 어둠이 몇 시간 안 있을 거라면 말이지.’
계속되는 어둠은 저 땅을 차갑게 만들 거고, 지금 당장의 어둠을 쫓고자 나무를 베어 태우면 나중에는 무너지는 수밖에 없다.
아폴론은 본래 그리 선한 신이 아니다. 난봉꾼에 가까워 미소녀, 미소년 따지지 않고 희롱하는 신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런 그도 인간에 대한 애정은 있었다.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아폴론의 아들이다.
그렇기에 아폴론은 마음이 무거웠다.
“후우… 아버지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신앙을 배신한 자들을 벌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규모가 너무 크다. 야만 왕국이 요즘 세력을 엄청나게 넓히는 걸 생각하면 더욱더 그랬다.
저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올림포스를 믿고 따른다는 증거다. 그들을 지배하는 야만인들이 아스가르드를 믿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배층을 잘라 내야 하는 거 아니겠나.
아폴론은 그리 생각했다.
“오빠? 왜 그래?”
교대 시간이 되어 찾아온 아르테미스가 물었다.
아폴론의 얼굴이 지나치게 어두운 탓이었다. 아폴론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아니라 둘러댔지만, 태어나면서부터 함께한 쌍둥이 동생을 속일 순 없었다.
“말해 봐. 내가 오빠를 몰라? 딱 봐도 나 고민 있소- 하는 게 보이는데.”
아폴론이 쓰게 웃었다.
집요한 동생에게 속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는 아폴론의 말을 듣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는 아빠가 이 세력 싸움에서 질 거라고 생각해?”
“…으음, 그건 잘 모르겠다.”
“예언의 힘으로도?”
아폴론이 쓰게 웃었다.
“다른 신계까지 예언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게다가 아스가르드를 지배하는 오딘은 미치광이 같지만, 굉장히 지혜로운 자다.”
그리고…….
“끔찍한 작자지.”
“끔찍해?”
아폴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딘은 위험한 신이다. 미치광이면서도 지혜롭다.
광인이거나 현자거나, 어느 한쪽이라면 그리 두렵지 않으리라. 하지만 양쪽의 성질을 다 가진 오딘은 악몽과도 같았다.
아폴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아레스와 같은 자다. 그런데, 너무 조용해. 그게 나는 마음에 걸린다.”
아레스와 같은 자라는 비유, 그리고 너무 조용하다는 것.
아르테미스는 아폴론의 걱정을 공감할 수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아레스는 딱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신이었으니까.
‘미친놈.’
절대 조용할 수 없는 놈이다.
아르테미스가 고개를 끄덕이다 입을 열었다.
“아빠한테 한번 말해 보는 건 어때?”
“아버지께……?”
으음- 아폴론이 미간을 좁혔다.
아르테미스는 제우스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지만, 아폴론은 제우스가 무서웠다. 제우스의 자식들은 모두 그랬다.
제우스의 아들들은 모두 제 아버지를 두려워했고, 제우스의 딸들은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심리적 괴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아버지의 행동 때문이겠지. 고조할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은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은 아버지.’
제우스는 제 아들이 제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걱정. 그게 아들과 딸을 차별 대우하는 이유다.
아폴론은 한숨을 푹 쉬었다.
“…말해 봐야겠다. 이대로 쭉 이어지다가는… 하계가 망가질지도 몰라.”
아폴론은 제우스가 두려웠지만, 그보다 자멸로 치닫는 것만 같은 지금 세태가 더 두려웠다. 그는 용기를 내 제우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깐의 연결음, 그리고 제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버지. 다름이 아니라…….”
아폴론은 제우스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 *
“괜찮다. 그대로 해라.”
-하지만…….
“명령이다.”
뚝, 제우스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곁에 있던 헤라의 눈썹이 씰룩였다.
제우스가 피식 웃었다.
“모이라이를 보고 와야겠소.”
“운명의 세 여신을?”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쾌한 것들이지만, 운명을 확실히 알고 있는 것들은 그년들뿐이니.”
모이라이 세 자매. 혹은 운명의 세 여신.
태초신 중 하나인 밤의 여신, 닉스의 딸인 그녀들은 항렬상 제우스보다 훨씬 윗선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신왕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을 파악하는 여신들이다. 권력의 최상단에 위치하는 제우스는 그녀들을 싫어했다.
“잘 다녀와요.”
“음, 그리하리다.”
헤라의 배웅을 받으며 제우스가 길을 나섰다.
헤라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제우스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걱정해야 했다. 저 난봉꾼이 어디서 또 여자를 늘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야만 했다. 그러나 하계불가침 법이 생기고 그럴 걱정이 사라졌다.
제우스의 취향은 인간 미녀였으니까. 아름답기로 따지자면 여신들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제우스라 해도 여신들을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헤라는 생각했다.
‘연맹이 다시 힘을 되찾으면 좋겠건만…….’
가정의 여신, 헤라는 이 평화가 좋았다.
궁전을 벗어난 제우스는 헤라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모른 채 하계를 빙빙 돌았다.
‘이만하면 아무도 추적할 수 없겠지.’
몇 시간이나 그렇게 하계를 둘러보던 제우스는 해가 뜰 무렵이 되어서야 모이라이 세 자매가 사는 섬으로 향했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섬에 도착한 제우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와라.”
툭 던진 말에 앙상한 수풀이 들썩였다. 그리고 커다란 암석 하나가 들썩였다. 기괴한 광경이지만, 제우스는 무덤덤했다.
그건 신왕으로서 가져야 할 담력이 아니었다. 그 암석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놀랄 이유가 없었다.
“하늘과 신, 그리고 인간들의 지배자를 뵙습니다.”
암석이 말했다. 제우스는 흥, 콧방귀를 뀌었다.
팔짱을 풀고 제우스가 암석을 쏘아보았다.
“찌꺼기 주제에 건방진 태도구나.”
“허허, 제가 덩치가 크다 보니 함부로 움직이다간 들키고 맙니다.”
“일단은 봐주지. 그래서, 계획은 어디까지 진행됐지?”
제우스의 물음에 암석, 아니 찌꺼기가 히죽 웃었다. 돌로 된 얼굴이 짓는 웃음은 느릿느릿하고 둔탁한 느낌이었지만, 어딘가 비열한 면모도 있었다.
찌꺼기가 말했다.
“모든 신들의 신경이 저쪽으로 쏠리다 보니, 꽤 편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 겁니다.”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딘가 탐탁지 못한 표정을 본 암석 찌꺼기는 히죽 웃으며 말을 돌렸다.
“그보다 조금 쉬어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쉬어 가라고? 이 황량한 곳에서?”
“하하, 물론 아니지요. 모이라이 년들이 지내던 곳이 있습니다. 그년들을 몽땅 죽이고 난 뒤에 빼앗았지요.”
“그 건방진 것들을?”
제우스가 눈을 반짝였다.
모이라이는 강하지 않다. 하지만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여신들이었다. 그녀들이 마음먹고 운명을 뒤흔든다면? 제우스라 할지라도 비참한 최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암석 찌꺼기가 흐흐- 웃었다.
“우리는 운명과 상관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제우스는 그것만으로도 찌꺼기들과 손잡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건방진 모이라이들이 다 죽다니! 제우스는 저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을 흘렸다. 암석 찌꺼기가 굽실거리며 말했다.
“그곳을 개조하여 위대하신 분께서 쉴 만한 곳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같이 가시죠.”
제우스가 그와 함께 걸었다.
쿵쿵- 시끄러운 발소리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제우스는 답지 않게 참았다. 입안의 혀처럼 구는 이 암석 덩어리가 준비한 게 뭔지 안 봐도 뻔하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에 선물 포장을 뜯는 아이처럼, 제우스는 꽤 신난 상태였다.
티는 안 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찌꺼기를 믿을 만한가?’
찌꺼기는 세상의 불순물이다.
신을 믿지 않는 멍청이들. 연맹에서는 경고했다.
-찌꺼기와 손잡지 말라.
하지만 제우스는 무시했다. 문득 든 생각에 속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운명에 속하지 않았다 한들, 그건 운명일 따름. 내 아스트라페(번개)에 스치기만 해도 죽어 버릴 쓰레기 같은 놈들이다. 거슬린다면 언제든 치워 버릴 수 있다.’
아직까지는 거슬리지 않는다.
게다가…….
“여기입니다.”
“으읍, 읍읍!”
화려한 침실, 침대 위에는 겁에 질려 눈물 흘리는 아름다운 미녀가 하나 포박된 상태였다.
제우스가 씩 웃었다.
“잠깐 쉬어 갈 만하겠군.”
“흐흐흐, 즐거운 시간 되시길.”
암석 찌꺼기가 물러났다. 제우스는 토가(Toga, 몸에 칭칭 감는 의복)를 풀며 덜덜 떠는 여자의 볼을 쓰다듬었다.
음습한 욕구가 끓어올랐다. 기간토마키아를 막을 영웅, 헤라클레스를 탄생시키기 위해 숱한 인간 여자를 안았다. 신왕으로서의 압박감을 그걸로 풀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의 성욕은 광증이 되었고, 그를 참기란 매우 힘들었다.
신계 연맹에서 하계 불가침을 선포할 때, 가장 맹렬히 반대한 것이 제우스였다. 가장 즐기던 취미 생활이 사라질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곧이다.’
연맹이 힘을 잃으면, 찌꺼기들도 쓸모를 다한다.
제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자가 입은 옷을 붙잡았다. 당장에 찢어발기고 그녀를 범할 셈이었다.
뒤처리? 찌꺼기들이 알아서 하리라.
제우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아름답구나.”
“읍, 으읍!”
여자가 발버둥 쳤고, 제우스가 그 옷을 당겼다.
지지직-! 옷이 찢어지는 순간, 제우스의 행동을 막는 이가 있었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벗어던진 토가가 덜덜 떨렸다.
제우스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가 얼굴을 굳히고 토가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 액정 화면에 뜬 이름은 디케. 정의의 여신이었다.
제우스가 눈썹이 찌푸렸다.
“내가 모이라이를 만날 때는…….”
혹여나 찌꺼기들과의 협력이 들킬까 모이라이 섬에 대한 방문과 감시를 모조리 신왕의 권한으로 금지했다.
거기다 모이라이 섬에 가노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라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케는 규칙을 어기더라도 제우스에게 전달해야 한다 생각했다.
-심각한 일입니다!
“심각한 일?”
제우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디케가 황급히 말했다.
-해가 뜨지 않았습니다! 아폴론에게 연락이 되지도 않고요!
디케가 전한 소식을 들은 제우스의 얼굴에서 흥이 싹 가셨다.
확실히 심각한 일이었다.
“후우.”
전화를 끊은 제우스가 울고 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리고 아쉬움에 고개를 저었다.
“안타까운 일이구나.”
“읍, 으읍……!”
“하지만 내 얼굴을 본 이상, 살려 둘 수는 없지.”
파지직!
여자는 겁에 질렸다. 눈앞에 있는 남자의 정체를 알아챘다.
번쩍이는 번개를 들 수 있는 건, 그녀가 아는 범위에서는 단 한 신뿐이니까.
제우스가 말했다.
“하데스에게 본 것을 말하지 못하게 하려면… 역시, 영혼까지 지워 버리는 게 가장 좋겠지.”
꽈르릉!
벼락이 떨어졌다.
* * *
올림포스에서는 아폴론에게 심각한 일이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조금 달랐다.
심각한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 그 당사자는 아폴론이 아니었다.
“오- 디- 슨!”
아폴론이 버럭 소리쳤다.
그 소리에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새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아폴론은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가 왔다! 오디슨! 아르테미스를, 아르테미스를 풀어 줘라!”
아폴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날아온 메시지.
[아르테미스를 구하고 싶거든…….]
장난인 줄 알았다. 아르테미스가 꼬마애도 아니고, 유괴라니. 아폴론은 불쾌한 장난질에 욕을 하며 아르테미스를 찾았다.
없었다.
그때부터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이후에 날아온 메시지였다.
[(사진)]
[늦으면 네 동생은 끝이다.]
묶여 있는 아르테미스.
그 사진을 본 아폴론은 정신을 놓았다. 광인처럼 달려 약속 장소로 향했다. 혼자 찾아오라는 말에 죽어라 달렸다.
태양 전차의 관리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 그따위 것들 모조리 내팽개쳤다.
아폴론은 으드득- 이를 갈았다.
“오- 디- 슨!”
다시 한 번 소리쳤다.
그제야 반응이 있었다.
“귀청 떨어지겠군.”
귀에 익은 목소리에 아폴론이 뒤로 돌았다.
어느샌가 오디슨이 아폴론 근처에 서 있었다. 아폴론은 입술을 짓씹었다.
“아르테미스는?”
“걱정하지 마라.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당장 아르테미스를 내놔라, 오디슨!”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태양신의 살기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대로 심장마비가 걸릴 정도로 무서웠지만, 어디 오디슨이 보통 사람인가?
오디슨 역시 신이다.
“조건이 있다.”
“조건……?”
아폴론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오디슨을 노려보았다.
오디슨이 씩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아폴론은 그제야 제 여동생을 볼 수 있었다. 무슨 밧줄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르테미스를 확실히 묶고 있었다. 축 늘어진 여동생을 본 아폴론이 소리쳤다.
“아르테미스! 오빠다! 오빠가 널 구하러 왔다!”
눈물겨운 남매애다.
하지만 오디슨은 남매 상봉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가까이 오지 마라.”
“뭐?”
“내 말을 무시하면 네 귀여운 여동생 얼굴에 칼자국을 남겨 주지.”
흠칫, 아폴론이 몸을 떨었다.
어차피 여신인지라 흉터가 남아도 없애는 건 매우 쉬웠지만, 아폴론은 거기까지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여동생이 상처 입는다는 생각에 덜덜 떨었다.
오디슨은 덤덤하게 아르테미스의 곁으로 가 그녀에게 칼을 겨눴다.
아폴론은 분노하기보다 애원했다.
“무슨 조건이냐! 무슨 조건인지 말해!”
오디슨이 씩 웃었다.
그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태양을 넘기시오.”
아폴론이 결코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이 턱 하니 걸렸다.
아폴론은 입술을 짓씹었다.
“그건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이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댁의 여동생을 넘겨줄 수 없겠는데?”
오디슨이 흥-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폴론은 머리를 팽팽 굴렸다. 오디슨에게 태양을 넘긴다?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오디슨을 없앤다.’
가능했다.
아무리 급격하게 강해진 오디슨이라 할지라도, 올림포스 12주신에 이름을 올린 아폴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아폴론은 기회를 노렸다.
오디슨은 그런 그의 생각을 모른 채 말했다.
“태양이 여동생보다 중요하다 이건가?”
대수롭지 않게 한 말에도 아폴론은 차마 대꾸할 수 없었다.
뭘 어찌 말해야 할까? 분명 태양보다는 아르테미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태양을 넘기면 저놈이 과연 아르테미스를 풀어 줄까?’
걱정이 있었다.
아폴론이 생각하기에 아르테미스는 세상에서 가장 예뻤고, 오디슨은 남자였다. 아폴론은 스스로가 남자기에 남자의 속성을 잘 알았다.
‘…놈은 날 죽이고 아르테미스를 취하리라. 그 꼴은 못 본다.’
착각이었다. 오디슨은 미의 여신인 프레이야와 아프로디테가 구애해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는 지조 있는 남자였다. 아폴론과 다르게 말이다.
아폴론이 머뭇거리자, 오디슨이 하품했다.
“밤새도록 돌아다니느라, 피곤하군. 어서 끝냈으면 좋겠어.”
하아암- 크게 하품하는 순간, 아폴론이 무기를 꺼냈다.
그는 태양의 신이며, 광명의 신이다. 그리고 궁술의 신이기도 했다.
아폴론이 활을 빼 드는 건 매우 빨랐고, 그 활시위에는 빛 한 점이 걸렸다. 시위를 당기자, 빛이 늘어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아폴론이 독하게 말했다.
“죽어라.”
핑-!
화살이 검은 밤을 갈랐다.
오디슨이 씩 웃었다.
“댁은 여동생을 너무 무시하는군.”
아르테미스는 달과 사냥의 여신이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쉽게 당했다?
이상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다. 하지만 아폴론은 그런 생각을 잠깐도 하지 않았다.
아폴론은 여동생을 아끼는 마음에 여동생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봤다.
그게 그의 패착이었다.
“달은 잡았고.”
“이제 해를 잡을 때군.”
어둠 속에서 늑대 두 마리가 튀어 올랐다.
스콜과 하티. 둘은 라그나로크의 때에 해와 달을 각각 씹어 삼킬 예정이던 괴물 늑대다. 그 둘이 뭉치면?
“쉽게 잡겠지.”
오디슨은 피식 웃으며 목을 주물렀다.
곧 태양을 얻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