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121화 (121/208)

# 121

121화. 신이 보우하사 (2)

아테나는 곧장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녀의 예쁜 눈동자에 짜증이 서렸다.

‘신계 연맹.’

간단하게 하계를 조사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니.

이득을 주던 연맹이 어느 순간부터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최근 연맹에 대한 여론이 나빠진 탓일까? 아니면 올림포스의 힘이 강대해진 탓일까?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예전처럼 연맹의 이름이 두렵지 않았다.

아테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조만간 연맹은 힘을 잃는다. 지금 상황에서 연맹법에 얽매이는 건 좋지 못해.’

불안감을 떨쳤다.

하지만 독단할 수는 없다.

“여봐라!”

부하를 불러들였다.

문이 열리고 찾아온 부하는 올빼미. 똘망똘망한 눈을 지닌 올빼미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당장 아버지께 가 12주신 회의를 소집해야 한다 알려라.”

“12주신 회의… 말씀입니까?”

올빼미가 되물었다. 불경스러운 짓이지만, 사안이 너무 무거웠다.

올림포스의 중대사를 처리하는 주신 회의다. 올빼미가 알기에 지금 당장 위급한 일은 없었다.

아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편지를 가지고 가면, 아버지께서도 바로 행동하실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그래, 서둘러라.”

푸드득! 올빼미가 편지를 받아 들고 곧장 날아올랐다.

그 모습을 본 아테나가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제우스는 권력욕이 큰 신이기에 이런 일을 허투루 넘기지 않으리라.

* * *

아테나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바로 주신 회의가 소집되었다. 모인 이들이 웅성거렸다.

“오빠, 갑자기 무슨 일인지 알아?”

“아니, 나도 잘…….”

“예언할 수 없는 회의라고?”

아르테미스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아폴론도 주위를 둘러보며 이 상황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모두가 몰랐다.

오직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두 사람만이 알고 있으리라.

“거, 아버지. 무, 무슨 일인지 말을 해 줘야 하, 하는 거 아니오?”

헤파이스토스가 말을 더듬으며 묻자, 모인 이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에는 심지어 제우스의 정실인 헤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폴론은 그녀의 끄덕임을 놓치지 않았다.

‘…헤라도 모르는 일이라고?’

불안감이 치솟았다.

보통 일이 아닐 것만 같았다.

제우스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신성의 상승세가 둔해졌다.”

툭 내뱉은 말에 다들 눈을 끔벅였다.

헤르메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거야 오를 만큼 올랐으니, 멈출 때도 된 거 아닌가요?”

“거, 오르기도 하고 떠, 떨어지기도 하는 거지……. 그거 때문에 자, 작업을 멈추게 한 거야?”

헤파이스토스가 투덜댔다.

제우스는 슬쩍 아테나에게 눈길을 줬고, 아테나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정체기다. 그리고 하계에서 아무런 일도 없는 게 아니지. 하계에서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야만족이 뭉쳐 왕국을 이뤘다고 한다.”

그 말에 헤르메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를 다루는 그가 그를 몰랐을 리가 없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신성 상승이 멈췄다 이거지?”

“그래, 그리고 난 이걸 가만두면 상승이 둔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하락세로 돌아설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흐음- 침음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모두 아테나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테나는 지혜롭기로 유명한 신. 그녀의 예측은 거의 예언이나 다름없었다. 모두가 고민했다.

아폴론은 입술을 짓씹으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포스의 신성 상승이 멈춘 건 안 좋은 일이지만……. 흐음, 그 야만 왕국이 오디슨을 수호신으로 삼고 있는데… 괜찮을까?’

슬쩍 아폴론이 아르테미스를 보았다.

아르테미스는 제 오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작게 속삭였다.

“내 사업보다는 올림포스가 우선인 거 알지?”

“…으음.”

아폴론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너무 강경한 방법을 쓰겠다 한다면,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연맹법을 무시할 생각인가?”

대뜸 물었다.

오디슨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연맹법이었다.

아폴론의 말에 신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연맹의 힘을 잘 아는 만큼, 연맹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다.

무수한 신계가 소속된 연맹을 무시할 만큼, 올림포스가 강하지 못하니까.

아테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무모한 짓이다.”

“아니.”

아테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폴론을 보며 말했다.

“연맹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다른 신계도 눈치를 보는 와중이다. 제국의 붕괴로 인해 올림포스의 힘이 굉장히 커졌다는 걸 잊지는 않았겠지? 그게 시작이었다. 모두 그 일로 인해, 연맹법을 어기고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리고 아레스가 오시리스와 손잡고 설치면서, 연맹이 과연 정의로운가- 하는 의문도 떠올랐지.”

아폴론이 입을 다물었다.

아테나가 후우-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연맹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강렬한 발언에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테나는 신들을 둘러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시대를 이끄는 자가 될 텐가, 시대에 이끌리는 자가 될 텐가. 우리는 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 * *

질풍신뢰. 거친 바람과 빠른 번개.

오디슨은 손오공과 맞붙었을 때의 상황을 잊지 않았다.

가장 빠른 공격을 해도, 그보다 느린 동작으로 피하던 손오공. 그리고 대수롭지 않게 내뻗은 손길에 전해지던 충격.

‘토르발드는 분명 나보다 빨랐지.’

오디슨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진작부터 알고 있던 일이다. 하지만 손오공이 지적하기 전까지는 속도와 힘에 매달렸다. 그와 균형을 맞춰야 하는 게 있다는 걸 잊었다.

이라호드에게 분명히 배웠음에도 잊어버렸다.

쏟아지는 화살비를 보자니, 멍청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어어! 안 피하나요!]

[피할 곳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쏟아지는 화살비! 오디슨, 이대로 무너집니까?]

호들갑을 떨어 대는 해설진.

그와 함께 끓어오르는 관중들.

“꺄아아아악! 오디슨 님!”

“어떡해, 어떡해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카하하! 발할라도 별거 아니구만!”

“프레이야 님을 위하여!”

비웃는 소리도 있었다.

그리고 화살비가 쏟아졌다.

후두두두!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바닥을 수놓는 화살비.

블린디르가 비명 질렀다.

“오디슨 니이이임!”

당당하게 나서더니,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공격을 받아 준다? 블린디르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아무리 강력한 방어력을 지녔다고 한들 무효화하는 <짐이 곧 국가니라>.

화살을 분열케 하는 <부서지는 햇살>.

마지막으로 화살의 그림자에 힘을 부여하는 <굽이치는 파도>.

‘저걸 막아 내는 게 가능한가?’

블린디르가 침울하게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세 가지 축복이 중첩된 화살비를 막아 낼 방법이 없다.

한두 발이라면 통증을 참고 덤빌 수도 있겠지만, 수백, 아니 수천 발이다. 고슴도치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블린디르는 입술을 짓씹었다.

5대1. 승산은 없다. 하지만…….

‘허망하게 항복하지는 않을 거야.’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때, 세스룸니르 팀은 낄낄거리며 승리한 듯 설치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

“태양 궁전에서 당한 놈들은 죄다 기습에 당했지.”

“제대로 붙었으면 별것도 아닌 놈이야.”

“큭큭, 그보다… 이제 끝내 볼까?”

세스룸니르 팀의 시선이 블린디르에게로 향했다.

블린디르의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각오를 굳혀야 했다.

헬의 축복을 받아, 적어도 한 놈은 쓰러트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남은 넷을 어쩔 텐가? 블린디르는 방패를 들고, 망치를 쥐었다.

알프들이 그녀를 비웃었다.

“끝까지 해 보겠다고?”

“그냥 항복하지 그래?”

블린디르가 이를 악물었다.

“닥쳐라! 한 놈이라도 더 데리고 갈 테니!”

“허! 그래 봐야 발할라의 패배다!”

으르렁대는 상황, 해설진들은 골치가 아팠다.

이미 끝난 경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냥 항복하지…….’

‘어우, 긴장감 다 빠졌는데… 어쩌지?’

하지만 푸욱- 섬뜩한 소리와 함께 알프 하나가 ‘어?’ 하고 얼빠진 소리를 뱉었다. 그가 시선을 내려 제 배를 바라보았다.

“어, 어어……?”

풀썩, 알프가 쓰러졌다.

세스룸니르 팀이 흠칫 놀랐다. 관중들도 눈을 끔뻑였다.

해설진이 넋을 놓았다.

오직 한 사람만이 히죽 웃고 있었다.

“화살로 바람을 죽일 수 있던가?”

오디슨이었다.

세스룸니르 팀이 모두 놀랐다. 하지만 머뭇거리면 당한다는 걸 잘 아는 노련한 투사들. 곧장 진형을 이뤘다.

인간 둘이 방패를 앞세웠다. 세스룸니르의 대장인 듯한 알프가 으득- 이를 악물었다.

“대체 어떻게 화살들을 피했는지는 모르지만, 끝이다!”

그 말에 방패병 둘이 축복을 사용했다.

“<눈부신 미모>!”

번쩍 빛이 터져 나오며, 방패병의 몸을 감쌌다.

해설이 그 축복을 설명했다.

[<눈부신 미모>! 프레이야의 축복입니다. 상대를 매혹하는 기술이죠! 하지만 저걸 방패를 든 채 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요?]

[나쁘지 않은 전략입니다. <눈부신 미모>는 보통 조련사들이 자주 사는 축복이거든요? 상대를 매혹해 공격할 마음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앞을 가로막고 공격하기 싫어지도록 매혹하면, 어쩔 수가 없죠!]

[허, 그거 참 대단한… 어? 그, 분명…….]

해설위원의 말을 받은 아나운서가 당황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해설위원의 말과 달리, 방패병은 공격받았으니까.

“커억……!”

뚝, 뚝. 피가 흘렀다.

방패병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어떻게?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프레이야의 권능도 이겨 냈건만, 겨우 그 파편으로 날 막으려고?”

“프, 프레이야 님의 미모를 어떻게…….”

오디슨이 입술을 삐죽였다.

“난 남자든 여자든 적은 안 가린다.”

오디슨이 창을 뽑아내자, 피를 흘리던 이가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세스룸니르 팀이 당황했다.

“미친! 막아!”

“크으……! 넌 못 지나간다! <기사도>!”

<기사도>는 프레이의 축복이다. 왕권을 수호하는 기사와 같이, 기사도는 한 대상을 지정하여 호위하는 축복. 그에게로 향하는 공격을 모두 감내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내 방패, 그리고 갑옷은 보통 물건이 아니다! 덤벼라!’

방패병은 자신만만했다.

단단한 갑옷, 그리고 명품 방패. 그뿐인가? 그는 세흐림니르만 봐도 신물이 날 정도로 오래도록 먹어 왔다.

단단한 방어를 굳히고 있으면, 동료들이 오디슨을 쏘아 죽일 거라 확신했다. 그의 의도대로, 오디슨이 창을 내질렀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모습, 그 모습에 알프들이 눈을 빛냈다.

“지금이다!”

“멍청한 놈!”

그들이 활시위를 당겼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사이 빈틈은 방패병이 막아 주리라.

[정말 준비를 단단히 했네요! 한 번에 쓸어버릴 화살비 전략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한 게 딱 보여요!]

[그렇긴 한데… 막을 수 있을까요?]

[짧은 시간이라도 막아 내면, 아무런 저지 없이 상대를 쏠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만 해도 어딥니까? 어…….]

푸욱!

오디슨의 찌르기가 묘하게 느리다.

언제나 쾌속을 추구하던 그답지 않게, 천천히 찌르던 창이 어느 순간 빨라졌다. 그리고 그 창이 노린 곳은 갑옷이 없는 곳이었다.

방패병이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바람은 종잡을 수 없지.”

기이하게 휘어 들어온 찌르기. 방패병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흘렸다.

“미친.”

풀썩, 방패병이 쓰러졌다.

활시위를 당긴 알프 둘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오디슨이 그들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발을 묶고 너희를 보호할 방패가 사라졌군.”

알프들은 한숨을 토했다.

이길 방도가 없다. 오디슨은 너무 압도적이었다.

[어엇! 항복! 항복입니다!]

[오디슨 선수! 5대 1로 싸워 이겼어요!]

삐이이이익!

커다란 소리와 함께 펑펑, 축포가 터졌다.

발할라를 응원하던 이들이 비명 지르며 날뛰었다.

“꺄아아악! 이겼어요! 오디슨 님이 이겼어요!”

오디슨 팬클럽 회장인 메이니는 이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옆 사람을 와락 끌어안고 폴짝폴짝 뛰며 난리를 부렸다. 민폐였지만, 안긴 이의 생각은 달랐다.

‘대장, 고맙다!’

토르손의 얼굴에도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으하하하하! 대장! 믿고 있었다고!”

“꺄아아아!”

메이니와 토르손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날뛰었다.

* * *

침묵이 회의실을 가득 채웠다.

제우스는 신들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생각을 결정한 모양이군. 투표를 시작하지.”

12주신 회의는 올림포스 전체의 비전을 제시하는 회의다. 그런 만큼 반대표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다시 의견을 나누고 투표를 한다.

제우스가 말했다.

“야만 왕국에 대한 제재에 찬성하는 이들은 거수하라.”

그 말에 아폴론은 고민했다.

연맹법을 어기고, 오디슨과의 관계가 파탄 날 것이다.

하지만…….

‘아테나의 말이 틀리지 않다.’

이대로라면 연맹은 유명무실해지리라.

먼저 움직여야 가장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연맹이 붕괴한 뒤는 이미 늦다.

“…오빠.”

아르테미스의 목소리에 아폴론이 결정했다.

제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찬성했군. 그렇다면…….”

“어, 잠깐만요.”

헤르메스가 끼어들었다. 제우스의 눈살이 구겨졌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그 시선을 무시하며 말했다.

“10명인데요?”

“뭐?”

제우스가 눈썹을 찌푸렸다.

헤르메스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게 10명뿐이라고요.”

“…아레스야, 지금 구금되어 있으니 제외하는 게 맞지만…….”

큰 사고를 치고 연맹 감옥에 갇힌 아레스를 제외해도 11표가 나와야 만장일치다. 신들이 당황했다.

누가 없지? 모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불참자를 찾았다.

그리고 곧, 불참한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아프로디테.”

아테나가 어이없다는 듯 그 이름을 말했다.

그렇네, 아프로디테가 없네! 뭐야, 어디 갔어? 처음부터 없었나?

그런 의문이 둥둥 떠돌았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

제우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프로디테가 불참했을 줄이야.”

찬성 10명, 투표 불참 1명.

야만 왕국에 대한 제재는 부결됐다.

한시가 바쁜 상황에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꼴이었다.

아테나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다.

“이 미친년은 어디 간 거지?”

표독스러운 말에 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TV라도 틀어 뒀다면, 그 질문의 답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진지한 회의장에 TV를 틀어 둘 리가.

* * *

‘역시, 날 밀어낼 만한 사내야!’

프레이야가 씰룩이는 입꼬리를 감췄다.

그가 세스룸니르 팀을 상대로 보인 수법은 신성의 사용이 자유로운 신들이나 보일 수 있는 행동이었다.

N100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기술이었지만, 세스룸니르의 지배자인 프레이야는 항의할 생각이 없었다.

‘MVP 보상을 주면서, 추가 보상이랍시고 입이라도 맞추면 되겠지?’

헬도 차마 그걸 제지하지 못하리라.

프레이야가 빙긋 웃으며 투기장에 들어섰다. 승리 보상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TV로 온 신계에 생중계되는 시상식.

이 시상식에서 입맞춤한다면?

‘나와 오디슨 사이가 기정사실이 되어 버린다. 후후. 헬도 막을 수 없지.’

와아아아!

뜨거운 함성이 쏟아지는 투기장에는 오디슨과 블린디르뿐이었다.

프레이야는 앞으로 벌어질 염문설에 기대를 걸고, 오디슨에게 다가섰다.

오디슨은 프레이야를 보고 살짝 눈썹을 구겼지만, 그녀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아! 프레이야 님께서 오디슨 선수에게 승리 보상을 전달하십니다.]

[이번 경기의 MVP도 뽑히겠죠? 뭐… 결과는 뻔한 것 같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워낙 오디슨 선수가 눈에 띄었죠.]

프레이야가 빙긋 웃었다.

“오디슨, 정말 잘했어요. 이번 경기의 MVP는 바로…….”

“꺄아아악! 오디슨!”

[어? 무, 무슨 일입니까?]

[관중분이 난입했습니다!]

괴성을 내지르며 오디슨에게 달려드는 관중. 투기장의 규칙을 관리하는 발키리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하하, 이거 참… 갑작스러운 일인데요…….]

[발키리분들이 막아 줄… 어?]

난입한 관중이 분홍색 권능을 뿜어냈다.

발키리들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저리 비켜!”

“예! 알겠습니다!”

발키리들이 고개를 숙이며 길을 터 주었다.

갑작스러운 이변에 해설도 관중도, 오디슨과 프레이야도 당황했다.

[이게, 무슨…….]

[어어어, 저 관중! 얼굴이 낯이 익은데…….]

[…저, 저도 그런데? 근데 왜 그분이 여기에……?]

[아니… 그보다! 저거 막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발키리! 발키리!]

[어어어!]

해설진이 꽥꽥 소리를 지르든 말든, 발키리들은 홀린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결과, 난입한 관중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그녀가 멈춘 것은 오디슨의 앞이었다.

오디슨이 흠칫 놀랐다.

“…비너- 습?”

지이잉!

충격적인 광경에 카메라가 줌인하는 소리가 중계방송으로 들릴 지경이었다.

“무슨!”

프레이야가 버럭 소리 질렀다.

“어, 어어어어!”

“꺄아아악! 안 돼!”

관중들도 그랬다.

납입한 관중이 갑자기 오디슨의 입술을 훔쳤으니,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으읍! 이게 무슨 짓이냐!”

오디슨이 아프로디테를 밀어내고 버럭 소리쳤다. 그럼에도 아프로디테는 입가를 혀로 핥으며 웃음 지었다.

아프로디테가 흥- 콧방귀를 뀌고 프레이야를 찌릿 노려보았다. 그리고 선언했다.

“오디슨, 벌써 프레이야와 키스했어요? 아직이겠죠? 첫 키스의 상대는 프레이야가 아니에요! 이 아프로디테예요!”

당돌한 선언이었다. 오디슨으로서는 어이없는 소리.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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