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
107화. 신이 내린다 (1)
어릴 적, 나는 신에 대해 불평불만을 토한 적이 있다.
주술사 영감은 그에 혀를 차며, 내 머리통을 때렸다.
‘신께서 어찌 도와주지 않느냐고? 그분들의 뜻을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지 마라! 멍청한 자식!’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주술사 영감은 틀렸다.
“신은 지나치게 인간적이다.”
창을 쥐며 읊조렸다. 그리고 마르스에게 씩 웃어 보였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이다. 살짝만 긁어 줘도 덤벼들 게 분명하다.
어디 시험해 보자.
“누구도 널 좋아하지 않는구나, 마르스. 널 좋아하던 제국이 네 손에 무너졌으니 당연한 일인가?”
툭 내던진 말에 마르스가 으드득- 이를 갈았다.
버럭 소리를 내지른다.
“오- 디- 스으은!”
천둥처럼 울리는 소리. 씩씩 화를 내는 마르스가 당장이라도 덤빌 것 같다. 곁에 있는 비너스만 없다면 말이다.
“여보!”
“아프로디테, 저 건방진 놈이 하는 말을 들어보시오! 내가 참아야겠소? 올림포스의 왕태자인 내가? 올림포스의 전쟁 신인 내가? 참아야겠냐는 말이오!”
“참아요! 여기에서 싸우면 가장 손해 볼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겠죠?”
“크으…….”
비너스는 제 남편인 마르스를 너무 고평가한다.
참으라면 참을 수 있다는 듯 말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제 보니, 제국의 병신(兵神)은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놈이었군? 아랫도리에 달린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응?”
“오- 디- 슨!”
됐다!
마르스가 비너스를 떨쳐 내고 덤벼들었다.
바닥을 박차고 덤비는 그는…….
“헛!”
지독하게 빨랐다.
황급히 창을 들어 올렸다.
“죽어라!”
콰아아앙!
머리가 울린다.
눈앞에 있는 마르스가 마구 휘두르는 주먹을 최대한 피하고 막았다. 하지만 그 힘과 속도는 보통이 아니다.
“크윽……!”
“하하하하하! 어리석은 놈! 약해빠진 주제에 덤볐구나!”
뭐라 대꾸할 틈조차 없었다.
날아드는 주먹은 번개 같았다. 어깨를 당긴다 싶으면 이미 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최대한 고개를 돌리고 창을 휘둘러 막아 냈지만…….
퍼억!
“커억!”
고개가 휙 돌아갔다.
마르스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몸에 증기가 뿜어져 나올 정도였다. 마르스가 휘청이는 날 비웃는다.
“약하다, 약해! 알겠는가? 네까짓 놈을 살려 둔 건 그저 연맹법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크으… 지랄하고 있군.”
퉷! 피 섞인 침을 뱉었다.
눈가가 찢어졌는지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 강력한 신과 맞붙는다는 사실에 몸이 달았다.
입가를 슥 닦고, 자세를 잡았다.
“겨우 이게 다인가? 응? 날 죽이고 싶다고 말만 하지 말고, 죽여 보아라! 제 신도를 쳐 죽이던 멍청한 신이여!”
“이 건방진 놈! 네놈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 주겠다!”
으득- 이를 악문 마르스가 사라졌다.
그리고 쾅- 소리가 들렸다.
허- 헛숨이 튀어나온다. 움직임이 소리보다 빨라 눈으로 따라잡을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놈이 헤쳐나간 먼지의 흔적에 나는 몸을 뒤틀었다.
쐐애애액!
“크으……!”
억지로 뒤튼 자세로 머리가 휘날린다.
마르스의 주먹이 빗나갔다. 그의 얼굴에 서려 있던 비웃음이 사라진다. 그 자리를 분노가 채운다.
“감히!”
펑펑펑!
공기가 터져 나간다.
주먹의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피했다.
피할 수 없는 건 창을 들이밀어 막았다.
쐐액! 쾅!
하지만 뒤틀린 자세를 고치는 것보다 날아오는 주먹이 더 빨랐다.
콰드드득!
머리가 핑 돈다. 내 몸이 붕 뜬다. 정신이 아찔하다.
지독한 통증이 뒤늦게 내가 얻어맞았다는 걸 알려왔다.
제기랄, 이 정도로 격차가 크단 말인가? 놈은 권능 따위 제대로 쓰지도 않았다. 그저 본래 가진 힘과 자연스레 뒤따르는 신성의 흐름만으로도 이 정도 힘을 내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집중해 신성을 움직이는 것과 너무 달랐다.
이제 곧 내 몸이 바닥에 떨어지리라. 그러면 곧장 낙법을…….
“하찮은 놈.”
“뭣?”
마르스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두 주먹을 꽉 쥐고, 허공을 날고 있는 나를 따라잡은 것이다.
“죽어라!”
“빌어먹을.”
웃음이 튀어나올 정도로 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마르스가 주먹을 쭉 당겼다. 팽팽하게 부푼 가슴 근육과 단단한 주먹이 다가올 충격을 예고한다.
마르스의 입가가 씰룩이고, 당겼던 주먹을 쏘아 낸다.
쐐애애애액!
날아드는 주먹.
나는 둔한 몸을 재촉해 창을 가로세웠다.
주먹의 궤도를 바꿔 보고자 창 자루를 들이밀었다.
콰드드득-!
창 자루가 크게 휘어졌고, 마르스의 눈썹이 씰룩인다.
창 자루 따위가 제 주먹을 막아 내는 게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제기랄. 이대로라면 막는다 해도 내 등 아래 있는 바닥에 처박히리라.
그러면 피할 곳은 없다.
끝인가? 겨우 이렇게? 이제껏 내가 맞싸운 신은 허상이었던가? 제대로 된 전쟁 신이 이 정도로 압도적인가?
분기가 치솟았다.
“크아아아앗!”
고함을 내지르며 마르스의 주먹을 밀쳐 냈다.
까드드드득! 까드득!
창 자루가 비명을 내질렀다.
내 팔 근육이 투둑투둑- 파열되는 느낌이 선명하게 들었다. 지독한 힘을 견디지 못한 근육들이 터져 나가고 있었다.
전심전력을 다해도 이 주먹질 하나를 피할 수 없다.
포기가 마음속에서 고개 든다. 하지만 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기회가 오리라.
그 생각을 끝으로, 내 몸은 튕겨 나갔다.
콰아아앙! 콰드드득!
단단한 돌바닥을 깨부수고 등이 쭉 밀린다.
돌조각이 내 등가죽을 찢어 내고 살에 박힌다. 지독한 고통에 정신을 잃지도 못했다.
이를 악물어 잇새로 스며 나오는 신음을 참아 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네 투지는 높이 살 만하나, 너무 설쳤다. 하찮은 전사여!”
“크흐… 크흐흐흐… 전사는 굽히지 않는다, 병신이여.”
마르스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전쟁 신의 다른 명칭인 병신(兵神)은 아무래도 어감이 안 좋으니까.
마르스의 눈에 불길이 인다.
아아, 잘 알고 있는 눈빛이다. 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빛.
날 죽이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군.
그때, 종소리처럼 맑은 목소리가 석실을 가득 채운다.
“모두 그만! 날 봐요!”
향긋한 신성이 주변을 뒤흔든다.
항거할 수 없는 매력이 모두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비너스다.
“큭… 아프로디테? 왜……?”
“후우, 내가 권능을 쓰게 만들다니… 여보, 오디슨을 당신 손으로 죽이겠다고요? 진짜 미쳤어요?”
흐릿해진 눈에 주눅 든 마르스가 들어온다.
놈은 조금 전까지의 강력함이 거짓말이라는 듯 어깨를 움츠린 채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다. 꼭 엄마한테 혼나는 동네 꼬마 같은 꼴이다.
“흐, 흐흐…….”
웃음이 튀어나왔다.
창을 바닥에 박고 일어섰다. 마르스가 움찔했지만, 그의 눈은 비너스에게서 떨어지지 못했다.
“과연 미의 여신이라는 건가.”
히죽 웃었다.
창을 쥐었다.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우신 분이시군.”
날 위해 제 남편의 빈틈을 열어 주다니.
“뭐?”
비너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늦었다. 그녀는 미의 여신. 전쟁 신인 제 남편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
나는 전력을 다해 창을 내질렀다.
쩍-!
검은 번개가 마르스의 옆구리를 파고든다.
* * *
“크아아아악!”
아레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아프로디테도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내 권능을!”
오디슨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씩 웃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다. 등가죽은 모조리 벗겨졌으며, 그가 쓰고 있던 단망토는 후드 부분만이 남았다. 다른 곳은 멀쩡한가?
아니다. 잘생긴 얼굴은 두들겨 맞아 퉁퉁 부어올랐다. 눈가가 찢어져 눈두덩 뼈가 보일 정도였고, 오뚝하던 코는 휘어져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서 있었다.
“크흐흐… 진짜 전사는, 후우. 제길.”
오디슨이 말을 내뱉다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 손으로 비틀린 코를 똑바로 세웠다. 우두둑- 끔찍한 소리가 났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킁- 코를 풀어 핏덩이를 바닥에 내버렸다.
“후, 이제 좀 숨쉬기 편하군. 어디까지 말했지? 그래, 진짜 전사는 미녀에게 홀려 제 할 일을 잊지 않는 법이지.”
“…겨우 그게 내 권능을 무시하는 원동력이라고?”
아프로디테의 동공이 흔들렸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싸움을 붙이고, 싸움을 말리는 데 익숙한 그녀는 오디슨처럼 제 아름다움을 무시하는 상대를 처음 보았다.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던 아레스가 끄으- 신음과 함께 오디슨을 노려보았다. 그 눈에는 짙은 분노가 묻어 있었다.
“감히, 감히… 내 옥체에 무기를 들이대다니!”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
아프로디테는 깜짝 놀라, 아레스를 말렸다.
“여보! 그만해요! 여기 끼어들어서 얻을 게 하나도 없다고요!”
“하지만……!”
아레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망설일 때, 오시리스가 나섰다.
“걱정할 것 없도다, 올림포스의 왕태자여. 짐이 저놈을 없애는 걸 보아라.”
“…제길.”
아레스가 욕을 뱉으면서 물러섰다.
아프로디테의 말이 맞다. 얻을 게 없다. 그저 가슴속에 쌓인 분노를 풀고 싶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아프로디테가 어서 돌아가자는 건 무시했다.
아프로디테 역시 아레스의 마음을 대충이나마 읽어 내고 입을 다물었다.
올림포스 부부 신은 그저 오디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시리스가 그를 처참하게 죽이길 바랐다.
“죽어 버린 몸뚱어리로 나와 싸우겠다고? 흐흐… 좋다! 덤벼라, 괴물아!”
엉망인 몸뚱이로 강한 척하는 오디슨.
오시리스는 쯧쯧 혀를 찼다.
“짐은 왕이다. 왕이 직접 손을 쓰더냐? 응? 보아라, 짐의 신하를……!”
우우우웅- 오시리스의 신성이 들끓었다.
석실 바닥을 뚫고 덩굴이 올라왔다. 오디슨이 흠칫 떨었으나, 덩굴은 그저 저들끼리 엮일 뿐. 오디슨을 상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디슨이 눈살을 구겼다.
“이까짓 풀떼기로 어쩔 셈이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말은 곧 끊어졌다.
오시리스의 부름에 튀어나온 괴물 탓이었다.
“나와라, 세트! 왕을 시해한 최악의 죄인이여!”
덩굴 뭉치가 들썩이고, 곧 찢어졌다.
그리고 튀어나온 것은 누더기와 같은 꼴의 거대한 늑대. 회색, 빛을 잃은 눈동자를 한 늑대는 누런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오디슨이 그 모습에 눈살을 구겼다.
“세트라면 분명…….”
아까 들은 아누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강글로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죽은 신의 유해를 저렇게 쓰다니……!”
강글로트가 파르르 떨었다.
네크로멘시(necromancy). 강령술은 본래 사악한 술법의 대표 격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악신(惡神)이라 한들, 신이라니? 소름 돋을 만큼 끔찍한 짓이었다.
끔찍한 죽음의 기운이 석실을 가득 채웠다.
-크아아아아앙!
끔찍한 괴물, 세트가 고함을 내질렀다.
오디슨은 입술을 침으로 적시며 창을 들어 올렸다. 보통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전력을 다하면 쓰러트릴 수 있을까?’
저도 모르게 손목에 걸린 팔찌로 시선이 갔다. 얼음관 속 헬이 낀 것과 같은 팔찌. 악령을 불러야 하나?
오디슨이 고민했다. 악령을 불러 아군을 늘린다면 강적에게도 대적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게 승리를 불러올 거라고 상상하긴 어려웠다.
‘…저쪽도 명계의 신. 잘못하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악령도 령(靈)이다.
명계에 속하는 존재. 오디슨은 망설였다.
그 모습에 오시리스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감히 짐을 시해한 짐승이다. 네까짓 놈이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
“큭큭, 개밥이 되겠군. 나쁘지 않아.”
아레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했다.
아프로디테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살짝 찡그린 표정으로 오디슨과 세트의 대치를 바라볼 뿐.
오시리스가 명한다.
“자, 가거라! 놈의 목을 가져오너라!”
-크아아앙!
세트가 포효하며 덤빌 때, 쩌적- 얼음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헬이 갇힌 얼음관으로 향했다.
쨍그랑!
얼음관이 깨졌다.
그리고 한기를 내뿜는 헬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 눈에 담긴 것은 지독한 증오였다.
“프레이 놈이 묶어 두고 있던 나의 왕권이 돌아왔다.”
툭 내뱉은 말에 아프로디테가 입술을 짓씹었다.
온전한 헬을 억압하기엔 여러모로 좋지 못했다. 미의 여신이 가진 권능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내려면 상대가 여자여야 하니까.
하지만 오시리스는 웃었다.
“크하하하하! 기다리고 있었소, 헬이여! 짐의 왕비 될 여자여!”
“미친 미라 같으니. 얼어붙어라!”
헬의 손끝에서 차가운 죽음의 한기가 뿜어졌다.
오시리스가 끌끌 웃었다.
“짐 역시 죽음에 속한 자, 그 한기는 통하지 않는다오!”
“칫! 그래도 네까짓 놈은…….”
“하하하! 내가 그저 그대가 깨어나길 아무런 대책 없이 기다렸다고 생각하는가!”
“뭐?”
헬이 흠칫 놀라고, 강글로트가 꺄악 비명을 내질렀다.
“여왕님!”
“큭! 이건……!”
꿀렁꿀렁, 헬의 다리에 덩굴이 얽혔다.
헬은 당황하며 다리를 빼내려 했지만, 덩굴에 서린 어마어마한 생명력이 죽음의 힘에도 저항했다.
덩굴이 그녀를 구속했다.
덩굴은 빠르게 번져 헬의 양다리를 묶고, 그녀의 양팔까지 묶었다.
헬의 눈에 당황이 스쳤다.
“오, 오디슨!”
저도 모르게 오디슨을 불렀다.
하지만 오디슨은 세트와 맞서느라 눈 돌릴 틈도 없는 상황이었다.
오시리스가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그 손에 들린 건…….
“크윽! 다, 당장 이걸 풀어라, 오시리스!”
“클클클… 이 사랑의 묘약이 있다면… 그대는 내 것이오. 그러니 걱정 마시오. 그대와 내가 결합한다면 내 왕좌를 되찾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니!”
“이 정신 나간 미라 새끼가……!”
으드득- 헬이 이를 악물었다.
오시리스가 그녀의 볼을 잡고 눌러, 입을 열게 했다. 헬은 버둥거렸지만, 오시리스의 덩굴을 끊어 낼 수 없었다.
헬의 눈동자에 절망이 스친다.
“자! 새로이 태어나거라, 왕비여!”
뽕-
사랑의 묘약이 열리고 그 묘약이 헬의 입으로…….
-크르렁!
“뭐, 뭐냐!”
떨어지지 못했다.
검은 그림자가 날아들어 느슨하게 잡고 있던 묘약을 가로챘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는 늑대가 되어 오디슨에게 달려갔다.
-크어어어엉!
-크르릉!
회색 누더기 늑대와 검은 그림자 늑대가 서로를 보며 으르렁댔다.
가슴팍에 커다란 손톱자국을 새로 새긴 오디슨이 흐흐흐- 웃었다. 그 손에는 사랑의 묘약이 들린 채였다.
지친 오디슨이 또렷한 눈으로 오시리스를 바라보았다.
오시리스가 눈을 부릅떴다.
“이까짓 게 없다면, 네 계획은 아무런 힘도 내지 못하리라.”
오디슨이 사랑의 묘약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게 어떤 물건인지 아느냐! 그 어떤 여인의 마음도 훔쳐 낼 수 있는 에로스의 권능이 서린 물건이다! 그러니, 당장…….”
오시리스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오디슨은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 누구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미라와 달리, 오디슨은 가만히 있어도 온갖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이걸 탐낼 이유가 없었다.
“괴물 놈아! 사랑은 이런 기물의 힘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이런 물건은 사라져야 한다!”
“아, 안 돼애애!”
오시리스가 당황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사랑의 묘약이 사라진다면? 계획은 완전히 꼬이고 만다.
이제 여유롭게 헬을 취할 시간 따위는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