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4
104화. 영웅은 없다 (2)
침입자가 덤벼든다.
그 무모한 행동에 태양 궁전의 경비대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미친놈이군!”
하지만 그 옆에 있던 부관은 침입자의 정체를 눈치챘다.
낡은 가름의 가죽, 그리고 검은 건틀릿. 마찬가지로 검은 창.
의심에 방점을 찍는 익숙한 얼굴.
부관이 핼쑥하게 질려 외쳤다.
“오, 오디슨!”
그 외침이 경비대에 퍼졌다.
100명이 넘는 상대에게 덤비는 무모한 자. 그에 비웃음을 매달고 있던 경비대원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오디슨? 그, 오디슨?”
“어, 어어어! 제국파괴자, 오디슨!”
혼란이 번졌다.
대장이 쯧- 혀를 차고, 부관의 뒤통수를 때렸다.
“멍청한 자식! 아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면 어쩌자는 건가!”
“하, 하지만, 대장! 오디슨입니다! 신이에요! 우리끼리는 도저히…….”
허- 대장이 헛숨을 흘렸다.
번뜩이는 판금 갑옷에 황금으로 도금한 화려한 검. 무려 프레이께 직접 받은 물건들이다.
탕탕- 대장이 가슴팍을 치며 외쳤다.
“자비의 신 오디슨? 그래 봐야 한 사람이다! 우리가 단 하나의 침입자에게 밀릴 만큼 훈련을 게을리했더냐!”
고함에 알프들이 큰 소리로 대꾸했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기를 치켜들어라! 오늘, 우리는 신을 잡는다!”
와아아아아-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달려오는 오디슨에게 가장 먼저 대장이 나섰다.
“아무리 강하다 한들, 단 한 사람이다! 겁먹지 말고 동료를 믿어라! 한 손으로 열 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와아아아- 부하들의 함성을 등에 짊어진 채 돌진했다.
알프 대장은 오디슨의 웃음을 보았다. 미남미녀가 가득한 료스알프들보다도 잘생긴 사내였다. 얼굴의 형태가 더 균형 잡혀 잘생긴 게 아니었다.
그 분위기. 늑대 같은, 길들일 수 없는 야성이 오디슨을 휘감고 있었다.
대장이 씩 웃으며 오디슨을 마중했다.
“영광이오, 오디슨!”
“허! 제국 기사 놈처럼 차려입고, 앞장서는구나! 마음에 들어!”
“난 입만 산 놈이 아니거든! 흐아아앗!”
칼을 휘둘렀다.
태양을 닮은 황금빛이 번뜩인다.
채앵!
오디슨은 대수롭지 않게 막아 냈다. 알프 대장 역시 그가 이것도 못 막으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역시!”
“흐흐, 사인이라도 해 주랴?”
“필요 없소! 당신의 시체를 전시할 테니!”
“글쎄, 내 몸을 바라는 이는 많았지. 모두 실패했지만.”
“우리는 다를 거요!”
말이 오가는 사이에도 창칼은 멈추지 않았다.
알프 대장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칼을 휘둘렀다.
‘…과연, 오딘께서 주목하는 투사란 말인가! 하지만…….’
챙챙챙!
창칼이 교차한다. 그러나 결국 한 사람이다.
알프 대장이 오디슨에게 말했다.
“항복한다면, 프룀과 우디의 목숨값만을 받겠소!”
“항복? 우스운 소리! 길이나 비키거라!”
“그대가 강하다는 건 알지만, 혼자서 이 숫자를 이겨 낼 수는 없는 법이오! 사방에서 몰아치는 공격을 어찌 막을게요?”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최선의 방어는 언제나 공격이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뭔가를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가 창을 고쳐 쥐며 피식 웃었다.
눈에는 당당한 자신감이 선명하게 묻어나왔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알프 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뭘 믿고 저러는 것인가?’
오디슨의 말을 잘랐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우리 합격술을 받아 보시오!”
바닥을 박찼다.
오디슨이 씩 웃으며 말했다.
“다수가 소수보다 강한 이유가 무엇이더냐?”
무어라 말하지만, 함성에 파묻힌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부하들이 내지르는 목소리가 알프 대장의 귓가를 때렸다. 제각기 무기를 치켜든 채 덤벼드는 부하들.
알프 대장이 소리쳤다.
“태양과 왕관을 위해!”
태양과 왕관을 위해! 복창이 뒤따랐다.
그리고 십여 개의 무기들이 공기를 난도질하는 소리가 났다.
오디슨이 씩 웃었다. 그가 입을 벙긋거린다.
알프 대장은 오디슨의 입술을 읽어 냈다.
‘한 번에 여러 번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지.’
무슨 헛소리인지.
당연한 일 아닌가? 1보다 10이 크다. 1보다 100이 크다.
한 명이 아무리 빠르게 무기를 휘두른다 한들, 열 명보다, 백 명보다 빠르진 못하다. 팔이 수백 개 달린 괴물이 아니라면 그게 당연하다.
쐐애애애액!
“그렇다면, 누가 다수인가!”
오디슨이 버럭 소리치며 창을 내질렀다.
깔끔하기 그지없는 자세다. 창술 교본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단단한 찌르기였다. 그리고 그런 정석은 이 상황에서는 좋지 않다.
당장, 그의 뒤를 노리는 부관을 어찌 해치울 것인가?
알프 대장이 씩 웃었다.
“프레이의 영광을 위하여!”
그가 칼을 내리친다. 창이 쇄도하는 와중의 일이었다.
그 순간, 알프 대장은 제 눈을 의심했다.
오디슨의 뒤를 덮치던 부관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 그의 가슴팍에 뻥 뚫린 구멍 너머로 겁먹은 병사가 보였다.
‘어떻게?’
전방으로 향하는 창이 왜 부관의 가슴을 꿰뚫었지?
알프 대장은 혼란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검은 창이 날아들었다.
“크으읏!”
채앵!
창을 튕겨 냈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창을 막을 수 있었던 건 오직 알프 대장, 자신뿐이었다.
“크, 크어어억!”
“아, 아아! 어, 어떻게……?”
“대, 대장… 살려…….”
풀썩풀썩풀썩.
같이 덤벼들었던 이들이 모두 쓰러졌다.
단 한 번의 찌르기. 그 찌르기에 열 명이 넘는 부하가 죽었다.
알프 대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오디슨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자, 누가 다수지?”
순간 알프 대장은 깨달았다.
홀로 제국을 부순 남자다. 그 정도의 거물이다.
불이 타오르면 주변 공기가 달궈진다.
번개가 치면? 천둥이 울린다.
“…그저, 뒤따르는 기세만으로 내 부하들은 당신을 막을 수 없군.”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좋은 대장은 앞장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뒤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
후퇴를 종용하는 말.
그 말에 알프 대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황금 검을 고쳐 쥐고 대꾸했다.
“난 좋은 대장이기보다는, 좋은 문지기가 되고 싶구려.”
“…그런가. 그렇다면 목숨을 바쳐 내 앞을 막거라.”
오디슨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창을 치켜들었다.
“알프 전사여.”
“하하, 영광이외다.”
알프 대장이 껄껄 웃었다.
오디슨의 인정을 받은 듯해 기분이 좋았다.
부하들에게 외쳤다.
“자! 다들 들었나? 죽어도 막아라!”
옛-! 우렁찬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알프헤임 태양궁전 경비대는 전멸했다.
* * *
쐐애애액!
강글로트가 손톱을 휘둘렀다.
그 손톱은 강철만큼이나 단단했다. 하지만 그 역시 태양 빛을 모아 만든 칼날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서걱!
“크윽……!”
손톱이 잘려 나가고, 강글로트가 잽싸게 뒤로 피했다.
바닥에 떨어진 손톱이 부글부글 끓더니, 증발해 사라졌다.
강글로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어쩌고저쩌고 말이 많지 않았던가?”
프레이가 비아냥거린다.
강글로트가 입술을 짓씹으며 다시 손톱을 뽑아냈다.
“당신을 용서치 않겠어요!”
“글쎄, 신에게 맨손으로 이길 수 있다 생각하나, 망자?”
“크……! 그 뺀질거리는 얼굴에 상처라도 하나 남겨 주도록 하죠!”
강글로트가 바닥을 박찼다.
상체를 숙이고 달려드는 모습이 흡사 살쾡이처럼 날렵했다.
하지만 프레이는 태양 검을 던지는 것으로 그녀의 발을 묶었다.
쐐애애액! 퍽!
“이 정도쯤이야!”
강글로트가 피해 냈다. 기회를 잡았다 여긴 것일까?
그녀는 그대로 뛰어올라 손을 번쩍 들었다.
강글로트의 눈이 반짝인다.
“죽어라! 배신자!”
“흐흐흐, 저 칼을 어찌 만들었는지 잊었나?”
“큭! 함정?”
프레이가 히죽 웃으며 태양 빛을 모아 다시 칼을 만들어 냈다.
허공에 뛰어오른 강글로트는 빈틈투성이.
서걱!
프레이가 태양 검을 휘둘렀다.
“꺄아아아악!”
치이익- 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글로트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흥.”
프레이가 콧방귀를 뀌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태양 검을 높이 들었다.
“헬의 축복으로 니플헤임을 벗어날 수 있는 망자라 한들, 이 태양 검을 맞고도 견딜까?”
“크윽… 비겁한 작자!”
“흥, 내 동생의 영지를 얼어붙게 한 헬은 비겁하지 않더냐? 그 예쁜 프레이야가 얼마나 놀랐을지 생각이나 해 봤는가?”
“…허. 여동생과 교미하는 짐승에게 듣고 싶은 소리는 아닌데요.”
프레이의 눈이 표독스러워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강글로트에게 말한다.
“태양 앞에 스러져라!”
강글로트가 움찔 몸을 떨었다. 한 번 베인 그녀는 피할 생각도 못한 채 눈을 꾹 감았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헬? 아니면 남편인 강글라티? 알 수 없다.
그저 다시 눈을 뜬 그녀가 이제는 두려움을 떨쳐 냈다는 것만이 보였다.
“당신은 죗값을 치러야 할 거예요, 프레이.”
“흥! 달콤한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치를 만한 가격이지. 이제 그만 소멸하라, 망자여!”
태양 검이 떨어진다.
강글로트는 그 검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검은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쳤다.
씩 웃어 주었다.
콰- 앙!
“커어억!”
“오디슨 님!”
프레이가 내 돌격에 그대로 날아간다.
콰앙! 화려한 벽에 처박히고,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어깨를 으쓱였다.
“미안하오. 빈틈을 잡느라, 약간 늦었소.”
“아, 아아… 여긴 어떻게?”
깜짝 놀란 강글로트에게 팔찌를 들어 보였다.
강글로트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가 작게 ‘어머!’ 하고 탄성을 토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헬께서는?”
“헬께서는…….”
강글로트가 우울한 얼굴로 한숨을 토했다.
헬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눈썹을 찌푸리며 대답을 재촉했다.
강글로트가 내 손을 잡았다.
“그분께서는 아프로디테에게 납치되었어요.”
“비너스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토록 강하신 분이 어찌? 당황한 찰나, 강글로트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당장 빠져나가야 해요. 프레이는 결코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에요!”
“그 뺀질이라면 저쪽에…….”
무너진 벽을 가리켰다.
그 잔해가 들썩인다. 분명 제대로 들어간 정타건만, 곧장 움직인다고?
움찔 몸을 떨었다. 신음이 들려온다.
“으, 으으으으… 오디슨, 오디슨, 오디슨! 이 빌어먹을 놈이……!”
까드득- 이를 악무는 소리.
빛이 잔해로 모여든다.
치이이익- 돌무더기가 연기를 내나 싶더니 곧 녹아내린다.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저게 무슨…….”
콰앙!
프레이가 잔해를 해치고 우뚝 섰다.
그 핏발 선 눈이 나를 똑똑히 노려봤다.
꿀꺽, 침을 삼켰다.
“프레이, 헬께 무슨 짓을 어찌했지?”
“흐흐흐,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
프레이가 손을 내밀자 빛이 그 손에 모여들었다.
눈부신 빛이 왕관 모양을 이뤘고, 프레이가 손을 쭉 뻗었다.
그 손바닥이 나를 겨냥했다.
“비다르 놈을 이겼다고 기고만장했느냐? 그 게을러터진 멍청이와 날 같다 생각했느냐? 응?”
예사롭지 않다.
강글로트가 모여드는 빛에 눈살을 좁혔다. 그녀가 속삭인다.
“오, 오디슨 님… 저건…….”
“태양이여! 왕의 명에 응하라!”
우우우웅- 빛이 그 손에 모여들어 작은 태양을 만들어 냈다.
“윽……!”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지독한 열기에 피부가 익는 것만 같았다. 용의 숨결조차도 견뎌 내는 내 권능이건만 이를 막아 낼 수가 없다.
“아, 아아… <태양왕의 어명>…….”
저 기술의 이름인가? 이 뜨거운 온도에 어울리지 않게 소름이 돋았다.
강글로트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치이익- 타는 소리를 내며 쪼그라들었다.
“…이게 제대로 된 신의 힘인가.”
황망한 마음에 툭 내뱉었다.
프레이가 씩 웃었다.
“빛이 너희들을 태울 것이다!”
번- 쩍!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 * *
“하하! 흐하하하하하! 흐하하하하하!”
뻥 뚫린 응접실에서 프레이가 미친 듯 웃어젖혔다.
프레이의 가장 강력한 권능인 <태양왕의 어명>을 쓴 보람이 있었다. 그 무엇도 태양 빛 앞에서는 견딜 수 없었다.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 죽이듯, 프레이는 결국 오디슨을 태워 죽인 것이다.
프레이가 한참을 웃다 숨을 골랐다.
“후우! 크흐흐… 그래, 진정해야지. 그 빌어먹을 놈이 감히 되살아날 수 없도록, 확실히 소독해야지.”
태양 빛을 맞고도 살아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오디슨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어차피 하급 신에 지나지 않는 신성이다. 제대로 신성을 다룰 줄 아는 신과 맞붙으면 일초지적도 안 되는 게 당연하다.
프레이가 후후- 웃으며 오디슨과 강글로트가 있던 곳으로 다가섰다.
분명, 태양왕의 어명에 따라 여기 탄 자국이…….
“어……?”
프레이가 눈을 끔벅였다.
없다. 탄 자국이 없었다. 분명 빛에 눌어붙어 한 줌 재가 되어 있어야 할 터인데!
그저 매끈한 대리석 바닥이 있을 뿐이었다.
“이, 이게 무슨!”
당황한 프레이가 신성을 이용해 주변을 탐색했다.
혹여나 숨었다면 이 탐지망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 태양 빛의 속성을 띤 프레이의 신성은 이리저리 반사되더라도 구석구석 스며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없었다.
“허…….”
그리고 찾아낸 것은?
공간의 균열. 방금 막 열렸다 닫힌 균열이었다.
프레이가 어이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허, 허허허허! 이런 말도 안 되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빛의 속도로 날아드는 <태양왕의 어명>을 피해 도주했다고?
프레이는 차오르는 분노를 씹어 삼켰다.
“여봐라! 당장, 당장 마차를 대령하라!”
프레이가 버럭 소리 질렀다.
오디슨과 강글로트가 살아 도망쳤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어떻게든 이 일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일단 아버지인 뇨르드와 여동생 프레이야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
“뭣 하느냐? 거기 아무도 없느냐!”
분명 궁전에 머무르는 알프들이 잔뜩 있을 텐데?
프레이가 짜증을 얼굴에 드러낸 채 문을 벌컥 열었다.
‘최근 채찍을 안 들었더니, 날 우습게 보는구나!’
알프들은 모두 프레이의 농노였다.
그런 놈들이 말을 안 듣는다면 채찍질을 할 수밖에.
하지만 문밖으로 나온 프레이의 머리가 우뚝 굳었다.
“무슨…….”
궁전의 복도는 피로 붉게 물든 채였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알프들이 보였다. 거기에 남은 상처는…….
“창상.”
으드득- 프레이가 이를 악물었다.
“오- 디- 슨……!”
씹어 먹어도 성치 않을 놈의 이름을 저주하듯 되새겼다.
태양의 분노는 결코 가볍지 않다.
* * *
그러거나 말거나, 공간을 뛰어넘어 도주한 오디슨은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죽었겠군.”
오디슨은 다음에 만난다면 반드시 이 수모를 갚아 주리라 다짐했다.
‘그 끔찍한 권능을 어떻게 이겨 낼지가 문제기는 했지만.’
오디슨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지금은 그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당장 헬을 구하는 게 먼저다.
오디슨이 주변을 둘러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여긴?”
퀴퀴한 냄새.
묘하게 익숙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