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98화 (98/208)

# 98

98화. 영웅은 운 없다 (3)

곧장 덤벼들었다.

실력자들 간의 눈싸움? 사실 그런 건 의미 없다.

이라호드가 좋아하는 만화에 나올 법한 그런 일은 무의미했다.

작은 빈틈이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먼저 덤벼야 한다. 덤비는 와중의 빈틈? 그걸 노리는 놈이라면 내가 가만 있는다고 못 노릴 리가 없다.

“흐아아앗!”

“크으으으!”

창과 바이킹 소드가 교차했다.

다시 또 교차했다. 몇 번이나.

챙챙챙!

[대단합니다! 오디슨 선수! T100에서 강등되었다곤 해도, 일방적이에요!]

[아뇨, 아닙니다! 오히려 대단한 것은 이바르 선수입니다! 이바르 선수, 싸움 중간중간 오디슨 선수가 불러낸 그림자 늑대를 경계하거든요?]

정말? 이바르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보았다.

감탄이 터져 나왔다. 입꼬리가 씰룩였다.

재밌다. 창을 내질러도, 창을 휘둘러도 모두 막아 낸다. 전력을 다한 공격에도 이바르는 휘청이며 창을 쳐낸다.

“크흐흐……!”

웃음을 흘리며 창을 고쳐 잡았다.

나는 창 자루를 거의 몽둥이처럼, 거의 칼처럼 휘둘렀다.

콰앙!

“큭!”

이바르가 바이킹 소드를 세워 내 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튕겨 내진 못했다.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나는 힘껏 녀석을 밀어붙였다.

카가가가강!

쇳소리가 나며 힘과 힘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이바르는 전력을 다해 내게 힘을 쏟아냈다. 그에 나도 입술을 깨물고 밀어붙였다.

카가가강!

“크으으으!”

내가 신음을 흘렸다.

이바르의 입꼬리가 씰룩인다.

힘에서 내가 밀린다. 눈살을 구기며 이바르를 보았다.

이바르가 히죽 웃는다.

“아직 술을 못 마실 나이라지? 어린놈.”

“…싸움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닌 걸 알 텐데?”

“한낱 전사인 너보다야 훨씬 더 잘 알지.”

이바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와아아아- 함성이 쏟아졌다.

관중들은 갑작스레 시작된 싸움에 숨을 참다, 이제야 환호성을 내질렀다.

장내 방송도 소강기라 여겼는지, 말이 차분해졌다.

[힘으로 상대하니, 이바르 선수가 오디슨 선수를 밀어내는군요!]

[아무래도 이제껏 마신 술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 오디슨 선수는 주로 무알콜 헤이드룬 미드를 마신다고 합니다. 아직은 술을 마실 수 없는 나이라 말입니다.]

해설자의 말에 관중석에서 꺄꺄-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오디슨 님! 귀여워어!”

“꺄아아아! 누나가 술 사 줄까요!”

어이없는 소리다.

이바르도 킥킥 웃었다.

“잘생겨서 그런지, 인기가 좋군!”

“글쎄…….”

이바르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못생겨 본 적이 없는 네놈은 모르겠지! 으드득!”

“크윽……! 왜 갑자기 화를?”

이바르가 날 밀어붙인다.

주르륵 이마에 땀이 흐른다.

내가 글쎄라고 한 건 그 부분이 아닌데 말이다.

“다른 데, 신경 쓸, 여유가… 있나?”

이바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야, 당ㅇ- 크아아악!”

이바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고, 그의 칼에 힘이 빠졌다.

이바르의 뒤에서 악령이 웃고 있다.

-크르릉.

녀석의 아가리가 이바르의 피로 물든 채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퍼억!

[박치기! 오디슨 선수, 빈틈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바르 선수! 그림자 늑대를 잊었거든요!]

이바르가 휘청인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창을 찌르고, 휘두르고, 내리찍는다.

그럴 때마다 이바르는 휘청거리며 전력으로 막아 냈다.

챙, 챙챙챙!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다.

자세가 무너진 이상, 제대로 된 방어가 불가능했다.

그 몸에 상처가 하나하나 늘어난다.

“크으윽……! 이 개자식이……!”

이바르가 말할 때, 콰득- 무언가 물어뜯는 소리가 들렸다.

악령이었다. 녀석은 바람처럼 이바르를 스치며 그 몸에 이빨 자국을 냈다.

이바르가 뒷걸음질 친다.

“흐으읍!”

창을 당겼다. 팔근육이 팽창한다.

뒤튼 몸, 근육들이 활시위처럼 당겨진다.

이바르가 소리친다.

“오디슨!”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이바르의 칼이 이제 막 휘둘러지려는 찰나였다.

한껏 끌어모은 힘을 창에 싣는다. 그대로 지른다.

이제껏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이다.

쩌저- 적!

검은 번개였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공격.

칼을 휘두르려 벌어진 가슴팍을 노리는 검은 빛줄기가 허공을 가로지른다.

푸욱!

“…허.”

헛숨이 터져 나왔다.

이바르가 히죽 웃었다.

배가 후끈하다.

“…뭐지?”

이바르가 어깨를 으쓱인다.

“좋은 무기가 네게만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그와 함께, 비명과 환호가 뒤섞인 소음이 귓가를 때린다.

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

배에는 선홍빛 바이킹 소드가 박혀 있다. 갈고리 모양으로 변해, 휘두르는 게 그대로 찌르기가 되는 바이킹 소드.

기이한 색의 무기라 여겼더니, 이런 수가 있을 줄이야.

* * *

[피바라기! 이바르 선수! 바로 이때를 위해 피바라기의 능력을 아꼈습니다!]

[피로 이뤄진 바이킹소드! 피는 형태가 없습니다! 저장된 피의 양만큼 모습을 변형하는 무기! T100에서도 아주 맹활약을 펼쳤죠!]

TV 속 소음에 토르가 쯧- 혀를 찼다.

“저 녀석, 너무 흥분하더라니.”

그 말에 오딘이 음- 침음을 흘렸다.

토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버지?”

“왜 그러지?”

“오디슨이 당하고 있습니다만?”

오딘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에인헤리를 편애하더냐? 나는 언제나 승리자를 축복할 따름이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토르는 입을 우물거렸다.

속에서 구시렁거리는 목소리는 많지만,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 꺼낼 수가 없었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그저 이기는 전사가 필요했던 건가?’

본래, 오딘은 변덕스러운 신이다.

미치광이 전쟁 신. 원래부터 전쟁이라는 것이 어느 쪽이 이길지 모른다는 것이나, 오딘의 판결은 어딘가 섬뜩한 구석이 있었다.

앞뒤 가리지 않는 용맹함도, 냉철한 지략도, 음험한 함정도.

모두가 오딘의 판결에 고려 요소는 아니었다. 제대로 된 판결 기준은 오로지 오딘만이 알았다.

토르는 입을 벙긋거리다 다물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 일으키지 말자.’

토르가 입을 다물었다.

오딘은 TV 속 상황이 반전된 걸 보면서도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에는 그림자 늑대, 악령이 가득했다.

‘…이건 내가 한 짓에 대한 경고인가.’

무수한 회귀. 그리고 무수히 버려진 세계들.

오딘은 포효하며 이바르에게 덤벼드는 그림자 늑대를 보며 생각했다.

‘멸망과 맞설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고개를 저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이미 세상은 뒤틀려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뒤틀려 있었다.

이 뒤엉킨 운명은 이미 오딘의 예측을 훨씬 벗어난 상황이다.

[-크어어엉!]

그림자 늑대가 이바르의 등을 덮친다.

* * *

단 한 번의 공격 성공.

하지만 그것이 불러온 결과는 절대 작지 않았다.

오디슨은 고통에 비틀댔고, 이바르의 상처는 아물어 갔다.

장내 해설이 미친 듯 소리친다.

[피바라기! 단 한 번의 성공이지만, 큽니다! 커요!]

[상대의 피를 빨아들여 변형의 재료로 삼고, 남는 피로 주인의 상처를 치료하는 보검! 오디슨 선수, 좋은 무기를 뽐내다 크게 당합니다!]

[아앗! 그림자 늑대, 그림자 늑대! 이바르를 덮칩니다!]

-크어어엉!

“흐흐! 멍청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구나!”

-깨갱! 깽!

이바르의 손에서 바이킹 소드는 창이 되었고, 핏빛 창이 악령을 후려쳤다. 악령은 그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바르는 오디슨을 보며 히죽 웃었다.

“내 무기가 아무래도 더 좋은 모양이군.”

“허, 한 번 날 찔렀다고 이겼다 생각하나?”

“글쎄, 그 한 번으로 전세가 뒤집힌 건 안 봐도 알겠지?”

오디슨이 킥킥 웃었다.

입가의 피를 닦고, 창을 들어 자세를 잡았다.

“깜짝 놀라긴 했다만, 그게 함정의 끝은 아니겠지? 한낱 지휘관 양반?”

한낱 전사라는 말을 맞받아쳤다.

그 말에 이바르가 히죽 웃었다. 그리고 같은 창으로 오디슨에게 맞섰다.

“모습이 바뀐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감이 안 오나 본데?”

“글쎄, 제일 잘 쓰는 무기만큼 좋은 게 없지.”

말 그대로다.

오디슨은 온갖 무기를 쓸 수 있지만, 창만큼 그의 손에 딱 맞는 게 없었다. 그 말에 이바르가 피식 웃었다.

아직 어리다 여겼다.

“무기는 도구다. 소 잡을 때는 소 잡는 칼이, 닭을 잡을 때는 닭 잡는 칼이 가장 알맞은 법.”

“아무튼…….”

오디슨이 고개를 저었다.

그 태도에 이바르가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마음에 안 들어.”

전사와 지휘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같이 싸우지만, 전우라 부르기엔 걸맞지 않다.

싸움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챙! 챙챙챙!

오디슨과 이바르가 부딪혔다.

무기와 무기가 교차했다. 서로의 얼굴에 미세한 웃음이 번졌다.

싸움 자체를 즐기고 있는 오디슨과 승리의 예감에 웃는 이바르.

서로 다른 생각이지만, 지금 두 사람은 표정은 굉장히 닮아 있었다.

챙챙챙!

“창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

오디슨이 고함치며 이바르를 압박했다.

배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디슨은 이를 악물고, 손가락에 힘을 꽉 주었다.

이바르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오디슨은 창을 잡는 위치를 달리하며, 이바르의 거리 감각을 속여 댔다. 아무런 생각 없이 찌르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건만, 그 간단함 속에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속임수가 숨어 있었다.

챙챙챙!

“크윽……!”

이바르가 입술을 짓씹었다.

이대로 시간만 끌어도 그를 이길 수 있다.

하지만…….

-크어어엉!

“흐아아앗!”

양쪽에서 몰아붙이는 적들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바르는 꾀를 부렸다. 오디슨의 창을 크게 쳐내고, 덤비는 악령을 걷어찼다. 거리를 벌렸다.

오디슨이 씩 웃었다.

“자! 뭐하나! 어서 싸워 보자고!”

창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오디슨.

함성이 터져 나온다. 화끈한 싸움에 흥분한 관중들이 마구 소리쳤다.

[검술은 이바르가 앞서지만, 창술은 오디슨이 앞섭니다!]

[아, 정말 눈이 즐거운 경기네요! 간단하게 창을 서로 찔러 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디슨 선수는 창 길이를 조절하며, 이바르 선수를 현혹했거든요? 정말 똑똑한 선수에요!]

이바르가 혀를 내둘렀다.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한 창술이군.”

“거참 고맙군.”

“하지만 아직 전략을 몰라.”

오디슨이 눈살을 구길 때, 이바르의 창이 모습을 바꿨다.

‘바이킹 소드? 아니면 창? 아니, 아예 다른 무기겠군.’

오디슨의 예상은 들어맞았다.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무기기도 했다.

오디슨이 헛숨을 흘렸다.

“그런 것도 되나?”

“물론, 피 충전량이 충분하기만 한다면 말이야.”

이바르의 손에 들린 것은…….

핑!

석궁이었다.

“칫!”

오디슨이 바닥을 굴러 그 석궁을 피해 냈다.

석궁은 위력적인 무기다. 볼트는 화살보다 작고 빨랐다.

하지만 피로 이뤄진 석궁은 특별한 장전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핑핑핑!

핏빛 볼트가 날아와 바닥에 꽂혀 댔다.

오디슨은 힐끔 악령을 보았지만, 악령이 할 수 있는 것도 얼마 없다. 녀석도 피하느라 허둥댈 뿐.

그때 다시 볼트가 오디슨에게 날아들었다.

퍽!

창 자루로 볼트를 쳐냈다.

이바르가 흐흐 웃었다.

“어떤가? 전사라는 것들은 언제나 원거리 무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지.”

오디슨이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

“그야 무시할 수밖에 없지. 칼이나 창으로 숨통을 확실하게 끊는 것에 비해서 너무 부정확하니.”

오디슨은 석궁 볼트가 머리통에 박히고도 날뛰며 몇 명이나 되는 적군을 없앤 이를 보았다.

전사장이었다. 전사장은 투실투실한 몸으로 언제나 말했다.

‘이상한 데 맞고 픽 죽기도 하고, 맞고도 멀쩡하기도 하니까 무서운 거야.’

그런데 지금 오디슨은?

맞아도 멀쩡할 확률이 높다. 예전에 비하면 회복력도 많이 올랐고, 피부가 질겨지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저 석궁은 껄끄럽다.

‘…내 피를 훔쳐 간다.’

바닥에 떨어진 볼트들은 모두 피로 변해 사라졌다.

다시 저놈의 무기로 흡수된 거겠지. 오디슨이 입술을 짓씹었다.

우우우우우우!

“똑바로 해라! 비겁한 새끼야!”

“반칙이다, 반칙!”

“오디슨 님! 힘내요!”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들이 좋아하는 건 투사들이 맞부딪히는 거지, 멀리서 깐족대며 석궁을 쏘는 게 아니었다.

장내 해설이 야유를 진정시키고자 말했다.

[피바라기로 만든 석궁! 저 무기 탓에 이바르 선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죠?]

[예, 본래 활이나 석궁, 슬링 따위의 무기는 투사체 개수 제한이 있지만… 피바라기는 그런 게 없거든요. 그런 식으로 제한을 단다면, 요술과 마법에도 제한을 걸어야 하니 말입니다.]

[오디슨 선수. 위기입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상처 탓에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게다가 맞고 무시하기엔 피바라기의 흡혈 효과가 신경 쓰일 수밖에요.]

우우우우!

상황을 설명했지만, 오히려 야유는 짙어졌다.

하지만 오디슨은 그 야유에 신경 쓰지 않았다. 최대한 머리를 굴려 댔다.

그가 싫어하는 고민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싸우는 곳에서 전사가 승리를 얻기 위해 생각하는 건, 오디슨의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니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이지.

‘진퇴양난의 상황. 어떻게……?’

답은 바닥에 있었다.

방금 쳐내 부러진 볼트. 그 볼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한다면…….

“음?”

-끼이잉…….

악령이 다가와 몸을 비볐다.

녀석은 애교를 부려 댔다. 예전처럼 작은 덩치가 아니건만.

오디슨은 씩 웃음 지었다.

“그래, 네가 있었구나.”

무작정 돌진하는 것보다는 악령을 타는 게 빠르다.

그렇기에 오디슨은 악령 위에 올라탔다.

“…늑대 기병? 돌아다니는 표적판이 되고 싶은 거냐!”

이바르가 빈정거렸다.

* * *

말을 탄 적은 없다.

말은 비싼 동물이니까. 겨울이 긴 고향에서 말을 먹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내 힘으로 움직이지 않은 일은 얼마 없었다.

한참 뛰놀다 지쳐 잠들었을 때, 날 찾으러 온 어머니나 삼촌께 업혀 집에 가는 것이 거의 전부다.

그 외에는 부상으로 옮겨질 때 정도일까?

-크르릉.

악령의 등은 편안했다. 흐릿한 기억 속 어머니에게 업힌 느낌이 들 정도로.

마치 고향을 찾은 듯한 편안함에 초조한 마음이 사라졌다.

쐐애액!

날아드는 볼트는 더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

이바르의 눈이 커진다.

악령은 좌우로 이리저리 지그재그로 뛰어다녔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말도 안 돼!”

이바르가 입을 쩍 벌렸다. 얼마나 놀랐던지, 흉터로 가득한 그의 얼굴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나는 껄껄 웃었다.

“이 발할라에 말이 되는 일도 있던가?”

창을 내질렀다.

이바르는 황급히 바닥을 굴러 돌진을 피했다.

하지만 실수였다.

-크릉!

악령과 내 생각은 똑같았다.

룬스톤의 힘인가? 목에 걸린 룬스톤은 미동도 하지 않는데?

악령이 등을 튕겼다. 나는 창을 들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바닥을 구른 이바르가 나를 올려다본다.

“끝이다.”

푸욱!

창이 이바르의 심장을 꿰뚫었다.

이바르는 눈을 똑똑히 뜬 채 입을 벙긋거렸다.

‘어떻게?’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이번은 정말 운이 좋았던 모양이군.”

이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적어도 신들의 세계에서는 운이라는 게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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