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
91화. 영웅은 망설임 없다 (2)
창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목숨이 하나씩 꺼졌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연약하기 그지없는 이들.
그들은 그저 비명 지르며 피 흘리고 자빠져 죽었다.
“나, 나는 사비누스가(家)의……!”
“크아아아악!”
귀족입네, 하는 양반들이 제 가문을 들먹였다.
어쩌라는 거지? 혀를 찼다.
“얼마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내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후, 후환이 두렵지도 않느냐! 마르스 신전에서 이딴 짓을 하다니!”
어깨를 으쓱였다.
“마르스 자식에게 전해라, 목 닦고 기다리라고. 짜증 나는 자식이거든.”
“뭐, 뭐라? 그게 무슨… 커억……!”
하나둘 죽어 나자빠진다.
겨우 이까짓 놈들이 제국의 수뇌부니 뭐니 하던 작자들인가? 겨우 이까짓 놈들이 우리 부족을 멸망시켰다고?
분노가 치밀었다.
“쓰레기 같은 놈들! 약해 빠졌구나!”
“아, 안 돼! 사, 살려 줘! 황금? 황금이라면 얼마든 주마! 미녀를 원한다면… 켁, 케엑……!”
목숨을 두고 협상하는 놈에게 창을 박아 넣었다.
작살에 걸린 물고기처럼 퍼덕이는 놈을 끌어당겼다.
으드득, 이를 갈고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제국의 멸망이다.”
컥컥- 소리를 내던 놈은 겁에 질렸다.
다가올 죽음이 두려운가? 차가운 지하 세계가 무서운가?
걱정하지 마라.
“너는 플루토가 다스리는 지하 세계로 가지 않을 거다.”
“컥, 크억…….”
“내가 네 영혼을 씹어 삼킬 것이니.”
빠가각!
이마를 들이박았다.
머리가 움푹 파이고, 듣기 거슬리던 숨소리가 멎었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피, 혀를 내밀어 그 피 맛을 보았다. 비릿하다.
쯧, 혀를 찼다.
“퉤! 귀족 놈의 피도 비리군.”
침을 뱉었다.
“폐하! 피, 피하셔야 합니다! 저건 마왕입니다, 마왕!”
“그럴 수는 없다! 야만인에게 도망치다니! 제국의 수치란 말이다!”
“일단 밖으로 나간 뒤에 군단을…….”
“시끄럽다! 이거 놔라, 내가 직접 저놈을… 커억! 무슨… 제1군단장?”
“죄송합니다, 폐하. 하지만, 폐하께서 사셔야 제국이 삽니다.”
붉은 망토를 걸친 군단장이 기절한 황제를 둘러업었다.
눈살을 구겼다. 도망치려고?
“어딜 감히!”
성큼성큼 발길을 옮겼다.
놈이 버럭 소리친다.
“막아라! 폐하께서 피신할 시간을 벌어라!”
“…시간? 시간이라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딴 개소리에 결연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군단장들이 우스웠다.
나는 놈들을 훑어보고 툭 내뱉었다.
“네까짓 놈들이 시간을 벌겠다고?”
“흐아아아앗!”
군단장들이 덤벼들었다.
나름 정돈된 자세다. 하지만 ‘나름’.
나를 막기에는 턱도 없다.
챙챙챙챙!
창으로 칼을 모조리 쳐냈다.
군단장들의 얼굴에 공포가 깃든다.
“어떻게……?”
“단순한 일이다. 내가 더 세니까.”
그 밍밍하던 ‘무알콜 헤이드룬 미드’를 참고 견딘 보람이 있다.
흡! 숨을 들이켜며 창을 휘두른다.
부- 웅!
“윽!”
칼을 들어 막으려 하지만, 무리다. 이 창대는 보통 물건이 아니니까.
쨍강! 퍼억!
칼이 그대로 두 동강 났다. 막은 놈의 머리는 잘 익은 수박처럼 깨졌다.
머리통에서 회색 내용물을 튀어나왔다.
“으아, 으아아아아!”
“죽어라, 죽어! 이 사악한 마왕아!”
겁에 질린 놈들이 마구잡이로 덤벼든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자식들은 시간을 끈다는 목적을 잊은 게 틀림없다.
“멍청하긴!”
히죽 웃으며 창으로 칼의 궤적을 바꾸었다.
서걱!
“끄억! 어, 어째서?”
“아, 아냐! 내가 한 게… 크억……!”
바라르에게 배운 기술은 이런 놈들에게 딱 좋다.
내 앞을 막은 놈들이 모조리 쓰러졌다. 숨통이 붙은 놈이라고는 피를 줄줄 흘리며 공포에 떠는 놈뿐이다.
“아, 아아… 추워, 추어어… 사, 살려 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마.”
“자, 자비……?”
퍼억!
골통을 부수고 황제의 뒤를 쫓았다.
신전 밖이다.
“날씨 한번 좋군.”
뜨거운 햇살 아래, 수많은 창칼이 번쩍인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고 피식 웃었다.
“양 떼가 모인다 한들, 양 떼일 따름이다.”
룬스톤이… 음?
아! 이쪽은 세계수의 영향권이 아니군. 뭐, 상관없다.
내 앞에 있는 건 고작 양 떼일 뿐이니.
“미쳐 날뛰는 양 떼라 한들, 늑대 한 마리에 흩어지는 운명인 것을.”
창을 들고 군단에 뛰어들었다.
황제를 둘러업은 놈이 소리친다.
“붉은 마왕을 죽여라!”
와아아아아아-!
수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내 귀에는 두려움에 미쳐 내지르는 비명처럼 들렸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전투의 흥분이 날 애무한다.
“덤벼라, 제국아!”
들끓는 흥분이 식기 전에 날 만족시켜라.
* * *
“빌- 어- 먹- 을!”
아레스가 쾅! 테이블을 때렸다. 그러고도 화가 덜 풀렸는지, 부서진 테이블을 집어 던졌다.
우당탕! 굉음이 귀를 괴롭혔지만,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저 슬쩍 일어나 밖으로 나갈 뿐.
BAR쿠스. 그 가게의 주인인 디오니소스도 쓴웃음을 짓기만 하고 딱히 그를 말리진 못했다.
‘아버지께서 오디슨에 대한 처벌을 포기하셨으니.’
12주신 회의의 결과가 그랬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신계 연맹에 전적으로 맡기는 식으로 나가기로 했다. 사실상 영토 침략이기 때문에 징벌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따지고 들자면, 포세이돈의 잘못으로 누명을 쓴 오디슨이 분노했다고 하는 식의 해석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레스를 제외하면…….’
제국을 좋아하는 신들은 별로 없다.
분가가 본가를 집어삼킨 셈이니 말이다. 게다가 오만하게도 그들은 트로이의 후손을 자처했다.
트로이를 멸망시킨 신들이 보기엔 영 개운하지 못하다. 트로이의 후손이라며 올림포스산이 위치한 섬을 차지한 이들이라니.
“디오니소스, 술을! 술을 내놔라!”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닙니까?”
“술! 술이 더 필요하다!”
제국은 아레스를 섬기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아레스를 수호신으로 삼고 있던 스파르타를 제외하자면, 모든 폴리스가 아테나를 아레스보다 더 섬겼다.
그런 제국이 멸망한다면? 아레스의 지위도 흔들리리라.
“…너무 신경 쓰지 마십쇼.”
“뭘 말이더냐?”
아레스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디오니소스를 보았다.
디오니소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말하지 않아도 아레스는 알고 있다.
아레스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끅, 무엇이란 말이더냐.”
오디슨을 징치해야 한다고, 그것이 신도를 지닌 신의 의무라고 했다가 아폴론에게 비웃음을 샀다.
‘언제부터 그런 신다운 일을 했다고 그래? 이 자리에서 하계에 제대로 된 것을 베풀지 않은 건 네가 유일하지. 그런데 뭐? 신의 의무. 웃기는군.’
아레스는 그 말에 깨달았다.
신왕, 제우스는 하계에 질서를 베풀었다. 그 곁의 헤라는? 가정의 안식이 지속되도록 축복을 내린다. 포세이돈은 풍요로운 바다를 베풀었다.
데메테르는 곡식을 베풀었고, 아테나는 지식을 베풀었다.
아폴론, 아르테미스는 해와 달을 관리하여 살기 좋게 만들어 주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쇠를 다루는 법을, 헤르메스는 오가는 이들에게 안전을 베풀었다.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을 베풀었으며, 디오니소스는 술을 베풀었다.
“…하계불가침법이 모두를 망쳤다.”
용맹의 축복으로 전쟁을 좌우하는 것은 하계불가침에 해당하는 행위였다. 그에 아레스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졌다.
전쟁은 전투의 용맹보다 전략과 전술, 아테나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아레스는 입술을 질끈 씹었다.
“나는 전쟁의 신이다. 나는 투쟁의 신이다. 그렇다면…….”
싸워야 한다. 왜냐면, 아레스는 그런 신이니까.
디오니소스가 술을 한 잔 내밀었다.
“넥타르 까펩니다. 정신이 또렷해지는 술이죠.”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가 씩 웃었다. 아프로디테 다음으로 아름답다 칭해지는 외모답게 아주 매력적인 웃음이었다.
그가 윙크하며 말했다.
“일단은 독한 술이니, 나중에 심신미약이라고 우기세요.”
아레스가 헛숨을 터트렸다.
“크흐흐, 역시, 내 마음을 아는 건 너뿐이구나!”
술을 들이켰다.
은은한 커피 향과 넥타르 특유의 달콤함이 뒤섞여 기분도 한결 좋아졌다.
할 일이 또렷해지는 기분이었다.
* * *
“으아아아악!”
“괴물, 괴물이다아아!”
비명이 제국 수도를 가득 채웠다.
예전에 봤을 때는 화려한 도시였건만, 발할라에 닿은 후 이 도시보다 더 화려한 곳을 너무 많이 보았다.
“…새빨갛게 칠하면 좀 더 나을 것 같군.”
화려한 맛을 위해 이글거리는 불도 좀 있으면 좋겠지.
“후.”
얼굴에 끈적하게 달라붙은 피를 닦아 냈다.
저주의 목소리가 들린다.
“죽여라! 죽이란 말이다!”
“저놈도 사람이다! 사람! 못 죽일 이유가 없다!”
“놈이 지쳤다!”
내가 사람이라?
뭐, 불사의 권능 따위는 없으니 그리 여길 수도 있겠지.
“죽어라!”
“이 개새끼!”
창칼이 날아든다.
그것들을 창으로 모조리 쳐냈다.
쨍강, 쨍강, 쨍강!
단순하게 한번 휘두르는 걸로 무기가 조각났다.
유리로 만든 무기인 양 와장창 깨지는 꼴에 껄껄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이게 다더냐? 더 덤벼 봐라!”
“으아, 으아아아!”
“겁쟁이들 같으니!”
창을 휘둘러 병사들의 숨통을 끊었다.
아군이 무력하게 죽어 나가는 광경 탓인가? 공포에 질린 병사들은 주춤주춤 물러섰다.
“쯧. 패기 없는 놈들!”
이렇게 노는 것도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언제 연맹에서 날 잡으러 올지 모른다.
“서둘러야겠군.”
내 목적은 아까부터 하나였다.
“…황제.”
저 편에 있는 군단장과 황제를 보았다. 그들이 핼쑥하게 질린 채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폐하… 좀 더 멀리 피신하셔야…….”
“…야만인들은 모두 저런 괴물이란 말인가? 어찌, 어찌 군단이 한 놈에게… 붉은 마왕의 소문이 거짓이 아니란 건가?”
황제는 정신이 나간 듯 헛소리를 줄줄 흘렸다.
군단장이 황제를 잡아끌었지만, 황제는 그저 멍하니 있을 따름.
잘됐다. 히죽 웃으며 바닥을 박찼다.
“어, 어어어?”
“사람이 너무 많군.”
모조리 죽이는 것도 시간 낭비다.
“찔러!”
쐐애애액!
창들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귀찮은 놈들. 나는 훌쩍 뛰어올라 공격을 피했다.
창을 든 병사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보았다. 그 표정에 나타난 것은 경악이었다.
“으아…….”
“잠깐, 실례하지.”
턱, 병사의 어깨를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혼란이 가중됐다.
군단은 거대했다. 너무 거대해서 문제였다. 서너 명만 있어도 손발이 안 맞으면 꼬이기 십상이다. 그런데 수만 명이 하나를 쫓는다?
엉망이 될 수밖에.
퍽퍽퍽.
나는 병사들을 짓밟으며 마구 달렸다.
황제의 눈이 커졌다. 그가 넋을 놓은 채 중얼거린다.
“마르스시여…….”
재수 없는 이름이다.
나는 황제의 앞에 착지했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황제가 덜덜 떨고 있다. 히죽 웃음 지었다.
“다시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어, 어어어…….”
“전쟁을 걸 때에는 패배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도록.”
창을 들어 올렸다.
“나, 나는 제국의…….”
“그래, 안다. 그러니 죽어라.”
창을 쥐고 내지른다.
황제가 눈을 꾹 감고, 마지막으로 외친다.
“마르스시여!”
그 겁쟁이 놈이 널 도와줄 것 같은가? 이게 끝이다, 제국의 황제여.
너의 제국은 머리를 잃은 수탉처럼 피 흘리며 날뛰리라. 그것이 제 목숨을 갉아먹는 짓거리인 것도 모른 채로.
“드디어!”
내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창날이 황제의 가슴팍을…….
[멈- 춰- 라앗! 오뒤스으으으은!]
하지만 그 순간, 굉음이 터졌다.
엄청나게 큰 소리에 몸을 움츠리고 나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았다.
주변 모두가 그랬다. 약간 늦은 이들은 귀에서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다.
이게 대체 무슨…….
고개를 돌려 소리가 터져 나온 신전으로 눈길을 던졌다.
“허…….”
[크흐, 건방진 놈! 가암히, 올림포스의 왕태자인 내게 도전을 해애?]
“…이것 참… 대단하군.”
거대한 신상.
제국의 수뇌부가 기도를 올리던 그 석상이 안광을 번뜩이며 날 바라보았다. 10미터는 될 법한 석상이 신전 입구를 부수며 걸어 나왔다.
나만 놀란 게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입을 쩍 벌렸다.
당황이 환희로 바뀐다.
“마르스시다! 마르스께서 마왕을 막으시려 강림하셨다!”
“와아아아아아! 마르스시여!”
귓가를 때리는 환호성.
황제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마르스시여! 전쟁과 투쟁의 주인이시여! 이 사악한 마왕을 죽여 주십시오오오!”
걸걸한 목소리에 석상이 히죽 웃었다.
나는 창을 어깨에 걸치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
“마르스, 하나 묻지.”
[…끅, 뭐지?]
“그 꼴 사나운 돌덩어리는 하계불가침법 때문인가?”
[멍청한 노옴! 내 본신이 아뉘라고 너에게 질 것 가트냐? 꺼져라! 비켜랏! 길을 터라! 내가, 이 마르스께서 저놈을 납작하게 만들 테니!]
쿵쿵쿵.
마르스가 내게 다가왔다.
군단은 환호하며 그에게 길을 터 주었다.
이거 원, 느낌이 꼭 투기장 같군. 주변을 둘러싼 군단이 마치 투기장 관객들처럼 기대 어린 시선을 하고 있었다.
투기장과 다른 점? 그들의 기대가 날 향하는 게 아니라는 정도.
[죽어라, 천한 것!]
부우우우웅!
마르스가 웅장한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가 하나 잊고 있는 게 있다.
“멍청하기 짝이 없군.”
나는 투기장의 전문가다.
적어도 투기장 관람만 하던 마르스보다는 더.
“어어엇?”
황제를 내 앞으로 떠밀었다. 석상이 당황했다.
[뭣? 무슨!]
커다란 돌덩이 몸이 단숨에 멈출까?
나는 놈이 달려오는 모습에서부터 알아챘다.
마르스는 저 몸에 익숙하지 않다. 걸음이 묘하게 휘청이고 있었다.
“마, 마르스시여?”
[비, 비켜라! 비켜! 피, 피하란 말이다!]
마르스가 고함을 내질렀지만, 공포에 얼어붙은 황제는 피하지 못했다.
퍽!
“저, 저, 저런……!”
“폐, 폐하아아아아!”
비명조차 없었다. 흰 대리석 석상에 새빨간 피가 묻었다.
환호와 기대로 가득하던 광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소리쳤다.
“이게 마르스를 믿는 자의 최후다! 너희들의 신은 너희를 보호하지 않는다!”
인의 장막이 겁을 먹고 물러섰다. 그 얼굴에는 경악과 공포, 불신과 원망, 배신감 따위가 복잡하게 묻어 있었다.
“어, 어어…….”
“신의 싸움이다! 휩쓸리지 마!”
“도망, 도망쳐!”
군단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수뇌부가 모조리 죽은 군단은 오합지졸이나 마찬가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문이 퍼지리라.
“마르스가 황제를 때려 죽였다.”
나지막이 중얼거릴 때 마르스가 광분했다.
[오디스으으은! 네놈을 찢어 죽이겠다아아!]
쾅쾅쾅! 거구가 돌진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부터 살짝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그런데, 너 설마, 술 마셨나?”
[으아아아아! 죽어라, 죽어!]
부우우웅!
석상이 주먹을 휘둘렀다.
싸움 직전에 취할 정도로 마셨다? 날 얕보는 건가?
기분이 나빠졌다.
술주정뱅이 정도는 압도해야 성이 풀리리라.
“…나는 취한 자에게 지지 않는다.”
영혼을 불살라 법칙을 세웠다.
광신이 내 몸에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