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
86화. 영웅은 도전 받는다 (3)
활 쏘기 시합 준비는 오디세우스가 하기로 했다.
당연히 도전하는 놈이 판을 깔아야 하는 법이다. 내가 할 일은 아니다.
사실 그냥 판자 몇 장 세워두고 줄 긋고 쏘면 되지 않나 싶었지만.
“알아서 잘하겠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뭔가 대꾸가 없다. 슬쩍 옆자리에 앉은 이라호드를 살폈다.
그녀는 뚱한 표정으로 스마타폰을 쓱쓱 문질러 댔다.
“이라호드.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 설마 취조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아뇨, 그냥… 본방 놓쳤어요. 2시 반 시작인데! 으, 공소 철회를 하려면, 좀 빨리하지. 이게 무슨 일이야, 진짜.”
이라호드가 투덜댔다.
모두 2시에 모두 바쁜 일이 있나? 이라호드와 헤라클레스가 모두 2시쯤 바쁘다니. 어쩐지 나만 할 일이 없는 느낌이었다.
“흐음.”
멍하니 창밖을 보았다.
연맹 본부의 신기한 풍경이 내 눈을 스쳤다. 이 광경을 다시 보고 싶지만, 그래도 이런 일로 찾아오고 싶진 않았다.
다음에는 좀 더 좋은 일로 찾아왔으면 좋겠다.
“아!”
갑자기 이라호드가 탄성을 뱉었다.
“이거 봐요, 오디슨. 벌써 기사가 떴어요.”
“기사?”
눈살을 좁히고 이라호드가 내민 것을 보았다.
[오디슨, 승부 조작 무혐의! 수사 종료!]+999
[취조실에서 무슨 일이? 오디슨 대 오디세우스, 명예를 걸고 한판 붙는다!]+775
그 이야기가 끝난 건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벌써 그게 신계 연맹 전체에 쫙 퍼졌다니. 놀라운 일이다.
혀를 내둘렀다.
“오디세우스는 얼마나 입이 싼 거지?”
“뭐. 하기로 한 거, 규모를 늘릴 모양인가 봐요. 어디 보자. 이 시합으로 인해 벌어들인 금액은 모두 승자의 몫이며, 패자는 승자에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이라호드가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사과의 뜻으로 전 재산을… 와, 이게 무슨 개소리죠?”
“…전 재산?”
“네! 이건 사기 아니에요? 오디슨은 이런 말 안 했잖아요!”
확실히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리 나쁜 일도 아니었다.
씩 웃으며 말했다.
“잘됐군. 오디세우스라는 놈이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잘됐어.”
내 말에 이라호드가 허- 혀를 차고 눈살을 구겼다.
날 의심스러운 눈으로 본다.
“…오디슨, 혹시 취조 과정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응? 그건 왜 그러지?”
“제정신인가 싶어서요.”
킬킬 웃으며 그녀의 볼을 슬쩍 잡고 눈을 맞췄다.
이라호드가 움찔 몸을 떨었다.
이마가 맞닿고,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잘 봐라. 나는 제정신이니.”
“…으으, 아, 알았으니까. 이거 좀 놔, 놔요!”
이라호드가 내 손을 떨쳐냈다.
그녀가 제 얼굴에 손부채질하며 말했다.
“어휴, 화장 지워진다구요, 정말!”
화장도 안 하면서 무슨.
이라호드가 큼큼- 헛기침을 하고 슬쩍 날 바라보았다. 약간 달아오른 얼굴, 촉촉한 눈동자. 기대가 가득하다.
“오디슨, 혹시 활에 자신 있어요?”
안타깝지만 틀렸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활은 제대로 잡아 본 적도 없다.”
“네? 그런데 왜 그렇게 느긋해요?”
이라호드의 눈에서 걱정이 뚝뚝 묻어나왔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이라호드, 아슬라 아줌마와 라드게리타를 발할라로 불러 주겠나?”
“네? 어… 그러면?”
“그래, 내 전 재산은 금화 몇 조각만 남겠지.”
“…오디슨도 꾀를 쓰네요?”
그건 틀린 말이다. 나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좋아하는 전사다.
“어차피 지지 않을 생각이니, 꾀라고 할 것도 없다.”
“후우. 올림포스 영웅들이 다 그렇듯 오디세우스도 나름 활을 잘 쏘는 양반이라구요. 오디세우스의 아내가 구혼자들에게 내놓았던 자격시험이 뭔지 알아요?”
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다.
의문 섞인 시선을 보내자, 이라호드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디세우스의 아내는 페넬로페라는 여잔데요…….”
오디세우스가 실종 상태일 때에 그녀에게 구혼하는 이가 많았다고 한다. 미인에다 집안이 좋다던가? 어쨌거나 페넬로페는 시간을 끌기 위해 과제를 하나 던져 줬다고.
그 과제는 바로…….
“오디세우스의 활을 당겨 도끼 열두 개를 꿰뚫을 수 있다면.”
혀를 내둘렀다.
“…도끼 열두 개를 꿰뚫는다고?”
“네, 분명 그런 시험이었어요.”
허, 절로 탄성이 터졌다.
당연히 도끼날을 꿰뚫는다는 이야기겠지? 도끼날은 잡철로 만든다고 해도 두툼하니 튼튼하다.
화살 한 발로 그런 걸 12개나 꿰뚫어?
“…알고 보니, 그놈 대단한 놈이었군.”
“뭐, 그 활 자체가 엄청난 물건이라 활시위를 당길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라호드가 설명을 마쳤다.
나는 혹시나 싶어 질문을 던졌다.
“오디세우스가 올림포스에서 제일 활을 잘 쏘는 놈인가?”
“아뇨, 오디세우스의 활 솜씨는 크게 유명하지 않아요. 올림포스 쪽에서는 대부분 그 정도는 쏜다고 하더라구요.”
이라호드가 홀로 중얼댄다.
“어? 생각하니 이상하네. 그쪽 동네 영웅들은 모두 활 쏘기 강의라도 듣나?”
확실히 신기한 일이긴 하다.
그쪽 사람들이 우리 사람들과 크게 달라서 활 솜씨가 차이나는 건 아니리라. 바이킹 중에서도 활을 잘 쏜다는 이들은 꽤 있었으니까.
뭐가 다른 걸까? 생각할 때, 이라호드가 어- 하고 목소리를 흘렸다.
“…진짜 있네요. 강의.”
이라호드가 스마투폰을 내밀었다.
<케이론스터디TV>
[제1강. 영웅이란? 영웅학개론.]
[제2강. 영웅의 의무? 시련에 대처하는 원칙 5개.]
[제3강. 영웅의 기본은 싸움! 기초 전투편.]
[제4강. 영웅의…….]
(중략)
[제10강. 자신에게 맞는 특기를 개발해 보자! 활 쏘기, 달리기 등.]
케이론이라면 나도 아는 이름이다.
올림포스의 영웅들을 가르친 걸로 유명한 반인반마. 별자리가 되었다고 제국 놈이 말한 바 있는데.
신계에서 잘살고 있다.
눈살을 좁히고 살피자니, 이라호드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이거라도 들을래요? 통신 강의긴 해도 안 듣는 거보단 나을 거예요.”
고개를 저었다.
올림포스 놈들의 스승에게 배운다니.
마뜩잖다.
“대체 어쩌려고 그래요? 이러다 정말 그냥 지는 수가 있어요. 재산이야 없다고 해도, 신 체면이 있지!”
자기 일인 양 화내는 그녀가 귀여웠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더 좋은 선생이 있다.”
“더 좋은 선생요? 영웅들의 스승, 아케론보다 더 좋은 스승이라면… 신, 그것도 상급 신이나 되어야 할 텐데… 그런 사람들은 황금으로 성을 쌓아 줘도 거절할지 몰라요.”
황금으로 성을 쌓아 준다?
무르기 짝이 없는 황금으로 건물을 쌓는다니.
쓸데없는 짓이다.
“확실히 날 도와줄 사람을 안다.”
“누군데요?”
글쎄, 가르쳐 주면 영 재미가 없지 않을까?
“이보시오, 마차 모는 양반. 이그나르의 가게로 갑시다.”
“지금 밥 먹으러 갈 때예요?”
이라호드가 날 타박했다.
꼬르륵- 그녀의 배에서 소리가 났다.
“…뭐, 새들이 아름답게 노래하는 건, 빵 한 조각 때문이라니까요.”
이라호드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 * *
활 쏘기 시합은 화제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비다르를 이긴 오디슨이다. 직후 바로 올림포스의 명망 높은 영웅과 명예를 걸고 싸운다니.
뭇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딱 알맞았다.
“거, 누가 이길 것 같소?”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히 오디슨 님이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올림포스 쥐새끼한테 오디슨 님이 질 리가 없잖나.”
이그나르의 식당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음식을 시키고 시합을 기다렸다.
현장 관람을 할 수 없다면 오디슨의 친구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보자는 심산이었다. 그 덕에 이그나르와 토르손은 바빠 죽을 지경이었다.
“현장에서 보면 좋았으련만.”
“쯧, 영 이상한 데서 시합을 한다고 지랄이야, 지랄이.”
현장 관람도 가능했지만, 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합의 개최지는…….
“그렇긴 해도 영 불안하지 않소? 그 쥐새끼 같은 놈이 자기한테 익숙한 바다 위에서 경기하자고 하지 않았소?”
바다였다. 오디세우스가 잔꾀를 부렸다.
그는 바다에 익숙했다. 당연한 일이다.
오디세우스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가 전후 10년간 바다를 떠돈 것에 관한 이야기다.
오디슨은? 하계에 있을 적에는 바다 근처에도 간 적 없었다.
“그냥 활쏘기만 해도 올림포스 놈들이 더 잘하는데… 흔들거리는 바다에서 활쏘기라니. 저 영악한 놈이 어떻게든 이기려고 애를 쓴 것이 틀림없소.”
“그럼 아저씨는 오디슨 님이 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퉁명스러운 표정의 아가씨가 따져 물었다.
다른 테이블에 앉은 아가씨였지만, 워낙 사내들의 대화 소리가 컸기에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냈던 사내가 슬쩍 아가씨를 살폈다.
움찔 몸을 떨었다.
‘…식당에서 응원하는데 피켓을?’
그녀가 든 피켓에는 [♡오디슨 오빠!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불길한 느낌이 등골을 따라 올라왔지만, 그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으음,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이거 완전 올빠새끼 아냐?”
대뜸 아가씨가 소리쳤다.
사내가 눈을 끔벅였다.
“뭐, 뭐요?”
“올빠새끼! 그렇게 올림포스가 좋으면 올림포스 가서 살던가!”
어이없는 논리 전개에 그가 무어라 대꾸하려 했지만…….
“으휴, 답도 없는 올빠 같으니.”
“올림포스가 그렇게 문란하다지?”
“쯧쯧! 제발 아스가르드인이면 오디슨 님 응원합시다!”
사내가 당황했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사내를 올림포스 추종자로 몰아갔다.
그가 어버버 입을 벌리고 무어라 대꾸하려 했지만…….
“우우우! 꺼져라!”
“올빠는 꺼져!”
우우우우우!
야유 소리가 그를 떠밀었다. 그는 입을 벙긋거리다, 결국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편협하기 짝이 없는……!”
하지만 곧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가게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투기장 해설로 익숙한 콤비가 모습을 드러낸 덕이었다.
사내는 무어라 한마디 할 셈이었지만, 함께 온 친구들이 그를 말렸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가만있어.”
“그래. 오디슨 빠순이는 답도 없어.”
속닥속닥. 그 목소리에 사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도 오디슨을 좋아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는 않았다.
으드득, 이를 갈았다.
‘망할 것들. 어디 두고 보자!’
오디슨이 싫은 건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오디슨이 패배하길 바랐다.
빠가 까를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거 뭔가, 오디슨 님 전용 해설이 된 기분인데요?]
[하하하, 다양한 분야를 전해 드릴 수 있어 즐겁습니다.]
해설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묘하게 어색한 태도다. 오디슨의 팬덤이 커지면서, 말을 함부로 했다간 큰일 날지도 모른다는 긴장 탓이었다.
오디슨에 대한 칭찬을 이어 갔다.
[오디슨 님이 활에 익숙하지 않다고는 해도, 또 모르는 일이거든요?]
[그렇죠. 누가 오디슨 님이 비다르를 꺾을 거라 예상했습니까? 결과는 결국 까 봐야 아는 거죠.]
“그렇지!”
“안 까 봐도 딱 보이긴 하는데, 쯧쯧.”
“그것도 그렇네? 솔직히 신이랑 영웅이잖아. 상대가 안 돼.”
피켓을 들고 있는 여자들이 수군거렸다.
올빠 취급을 받았던 사내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고개를 휘휘 저었다.
‘미친 것들. 그 오디슨이 대단한 건, 영웅도 아닌 한낱 전사가 근성 하나만 가지고 신이 되었다는 거라고!’
꽥 소리치고 싶었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아, 오디세우스 활을 준비하고 나옵니다.]
[웃고 있죠? 자기가 마련한 판에서 승리를 확신하는 겁니다.]
우우우우-!
야유가 터져 나왔다.
비열한 웃음을 띤 오디세우스는 딱 봐도 밉상이었다. 영웅 타이틀을 가진 이들 중 저렇게 비호감도 드물다.
욕먹은 사내는 어쩐지 오디세우스에게 동질감을 느꼈다.
‘외모지상주의 OUT!’
속으로 외쳐 댔다.
그리고 함성이 터졌다.
“우아아아! 오빠!”
“힘내요, 오디슨 님!”
“꺅! 너무 잘생겼어!”
화면 속 오디슨은 느긋한 태도로 활을 든 채 선상으로 나왔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미남. 마치 그림 같은 장면에 여자들이 비명 질렀다. 그녀들은 눈에서 하트를 뿅뿅 뿜으며 TV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우… 화보네, 화보야!”
“이거 녹화한 사람? 나랑 공유 좀 해!”
그때, 그녀들에게 나쁜 소식이 전달되었다.
[아, 시작 전에 스폰서 광고가 있겠습니다.]
[이번 메인 스폰서는 아르테미스 축산이네요.]
화면이 암전되고, 광고가 떠올랐다. 아주 잠깐이지만, 쌍시옷 소리가 꽤 많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도 정말 잠깐이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나쁜 소식은 알고 보니 좋은 소식이었다.
[난폭한 멧돼지.]
나긋한 나레이션.
이 자리 모두가 알고 있는 장면이 흑백으로 재생됐다.
[후우.]
한숨을 쉬는 오디슨, 창을 꽉 쥔다. 그와 대치하는 건 커다란 괴물 멧돼지.
오디슨의 첫 번째 투기 경기 화면이었다.
칼리돈 사업이 위축된 결정적 사건.
[꾸에에엑!]
멧돼지가 돌진한다. 오디슨은 이를 악물고 멧돼지를 향해 달렸다.
[그 난폭함이 나쁜 걸까요?]
나긋한 질문이 던져졌다.
그와 동시에 오디슨과 칼리돈이 격돌한다!
[흐아아앗!]
모두가 알고 있는 그 화면을 떠올리며 움찔 몸을 떨었다.
“아으……!”
“오디슨 님……!”
오디슨 팬을 자처하는 여자들이 안타까운 듯 탄식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른 장면이 이어졌다.
[흐으읍!]
쐐애애액! 퍼억!
[뀌이이이이익!]
칼리돈이 오디슨의 창에 꿰인 채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다. 오디슨은 그대로 멧돼지를 바닥이 내동댕이쳤다.
쿠웅!
오디슨이 칼리돈을 쓰러뜨렸다.
화면에 색이 입혀졌다. 편한 옷을 입은 채, 식탁에 앉은 오디슨이 비쳤다.
그의 앞에는 맛있어 보이는 고기 요리가 놓여 있었다.
오디슨이 말한다.
[멧돼지 같은 힘을 갖고 싶다면?]
포크로 커다란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는다.
우물우물, 오디슨이 맛있다는 듯 빙그레 웃는다.
입안의 고기를 삼킨 오디슨이 입을 열었다.
[칼리돈.]
광고가 끝났다.
욕먹은 사내는 생각했다.
‘…오디세우스가 졌구나.’
오디세우스가 활을 아무리 잘 쏜다 한들, 아르테미스나 아폴론만 할까? 그 쌍둥이 남매는 올림포스 최고의 궁술을 가진 이들이다.
오디슨이 광고에 대한 대가로 그들에게 활에 관련된 축복을 받았다면?
결과는 뻔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지경.
“허, 허허. 것 참…….”
사내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뒤늦게 온갖 불리한 조건들이 그저 오디슨이 베푼 ‘자비’였다는 걸 깨달았다. 자비는 결국,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것.
활 쏘기 시합의 강자는 오디슨이었다.
그와 별개로.
“여기 칼리돈 3인분요!”
“이쪽도 칼리돈 5인분!”
칼리돈 주문이 물밀듯 쏟아졌다.
죽어 가던 사업이 광고 한편으로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