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55화 (55/208)

# 55

55화. 영웅은 넘치는 줄 모른다 (3)

분통을 터트렸다.

모두가 합심해서 날 칠 줄이야.

“개 같은 작자들. 감히 오딘께서 보는 앞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따돌렸나? 더 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후우.”

몸에 박힌 화살을 뽑아냈다.

지독한 고통이 뒤따랐지만, 그래도 이렇게 뽑을 수 있다는 게 어딘가? 하계에서는 화살을 맞아도 뽑을 수가 없었다.

뽑으면서 상처가 벌어지는 탓에 그 끝만 부러뜨리고 전투가 끝나길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윽…….”

이 정도 상처는 금방 아문다. 참 좋은 세상이다.

크레네가 준 물을 들이켰다. 그녀의 힘이 담겨 재생과 피로 해소 등에 좋다며 건넨 수통이다.

“오, 대단하군.”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상처에 부었다.

한 모금 마실 때 몸을 짓누르는 피로감이 날아갔고, 상처에 부을 때 따끔거리던 것도 잠시 금방 상처가 꾸물거리며 아물었다.

이런 재주를 가지고도 자격증인가 뭔가가 없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니. 발할라는 참 기이한 곳이다.

그보다…….

“여기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무색이 꼭 멍든 것처럼 시퍼렇고 바닥이 끈적이는 괴상한 장소다.

윽! 눈살을 와락 구겼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여유가 생기자마자 온갖 악취가 내 코를 후볐다. 당장 여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빌어먹을.”

입술을 질끈 씹었다.

놈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내가 여기에서 벗어나게 두지 않으리라.

“…입구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분명 사냥 대회는 개인전이건만, 다 같이 날 치다니.

그 와중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비다르 클랜, 그리고 야른시다와 요술쟁이. 정말 짜증 나는 놈들이다.

그네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쑥덕거리던 걸 떠올리면, 놈들은 제각각 무리를 이뤘다 봐야 하리라.

“쯧.”

상품이나 상금이 워낙 대단하니, 저렇게 무리를 이뤄 수상 이후에 나누겠다? 그것도 나름의 전략이리라.

다만, 늘어난 힘을 시험하기 위해 참가한 내게는 의미 없는 짓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 사냥감을 찾는 게 우선이다.

“…흠, 일단 여기도 사냥 대회에서 지정한 사냥터 내부이니.”

긴눙가가프 안에서는 온갖 기괴한 괴물들이 산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악취가 풀풀 풍기는 곳에서도 뭔가 살기는 살겠지.

꾸르르륵-

열심히 달린 탓일까? 배가 고팠다.

“토끼라도 한 마리 있으면 좋겠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스락, 흔들리는 수풀 속에 흰색이 비쳤다. 흰색 하면 토끼. 나는 당장 단창을 들어 올렸다.

투척으로 숨통을 끊을까? 숨을 죽이고 상황을 살폈다.

…안 움직이는군.

토끼가 아닌가? 천천히 다가가 수풀을 젖혔다.

“…알?”

아니, 둥근 바위인가?

무슨 알이 사람 머리통보다 더 크단 말인가?

슬쩍 그 정체불명의 흰 덩어리를 만지려는 찰나, 쉬이이익- 뱀이 내는 소리가 들린다.

몸을 움츠리고 바닥을 살폈다.

뱀은 없었다. 나무에 매달린 녀석인가?

눈살을 구기고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급히 움직이면 뱀이 달려든다. 별것 아닌 뱀이라고 해도 그 독을 우습게 볼 순 없다. 뱀을 간식거리 삼아 수십 마리나 잡아먹은 전사들도 따끔- 하고 잠깐 물리고 죽곤 한다.

“허.”

눈이 마주쳤다.

나무에 매달린 녀석은 아니다. 이 녀석이 매달릴 수 있는 나무는 아마 세계수뿐이리라.

쒸익, 쉬익, 쿵쾅쿵쾅!

열여덟 개의 눈동자가 분노로 번들거렸다.

* * *

이후 중급 사냥 대회는 지루하게 전개됐다.

합심해 오디슨을 잡아 내고 난 뒤에는, 서로가 눈치를 보며 사냥을 시작했다. 이 대회의 본질은 사냥이다.

아무리 참가자를 많이 잡는다고 해도 아무런 상품도 얻지 못한다.

[아, 비다르 클랜, 영리하게 굴을 막았죠?]

[예, 굴 앞에서 불을 피워 다른 굴에서 튀어나오는 괴물을 잡았어요. 그런데 저 괴물이 뭔가요?]

[아… 동방에서는 꽤 흔한 종류입니다. 곤륜이나 신국(神國), 그리고 야마토에서 유해조수로 지정한 괴물이죠. 너구리 요괴입니다. 둔갑술이 뛰어나고 하는데… 엇, 저 보세요!]

굴에서 튀어나온 너구리가 순식간에 독수리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비다르 클랜도 바보는 아니었다.

“물!”

“예입!”

“순수한 물!”

“흐베르겔미르산으로 준비했습니다!”

니플헤임에 있는 세계수의 뿌리가 닿은 샘.

흐미르(Hvergelmir). 세상 모든 물이 발원한다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물은 니플헤임의 주 수입원 중 하나다. 워낙 순수한 덕에 이런 식으로 성수(聖)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보통은 고급 생수로 인기가 좋다.

[준비가 철저하네요.]

[아, 그렇군요.]

준비가 철저하다는 건 칭찬이다. 하지만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는 영 아니다.

뭔가 돌발 상황이 일어나야 재밌을 거 아닌가?

가장 인기 좋은 투사가 시작하자마자 사라져 버렸는데, 그 정도라도 필요하지 않은가?

슥- 해설자와 아나운서 앞으로 종이 하나가 놓인다.

[시청률 하락세! 어떻게 해 봐요 ㅠㅠ]

귀여운 글씨체.

아나운서가 땀을 주르륵 흘렸다.

그는 방송 종료 후 들려올 호통 소리가 겁났다. 간절한 눈으로 해설자를 봤다.

‘이 망할 새끼는 나보다 방송도 오래했으면서 왜 나한테 자꾸 지랄이야…….’

해설자가 이를 으득 갈았다.

그 소리가 마이크에 들어갈까 봐 입을 가린 모습이었다.

[…네, 다른 쪽도 좀 볼까요? 뭔가 대단한 괴물을 잡는 참가자들이 있을 텐데요…….]

해설자가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자 헛소리를 했다.

대단한 괴물? 그런 건 없다.

모두가 나름의 방법으로 쉽게 잡아 내고 있었다.

참가자 중 대부분은 이 대회를 오래도록 준비해 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무리하다가 수상 기회를 놓칠 리가.

“함정으로 몰아!”

“뭐야, 고블린이잖아? 버려! 이깟 놈들은 점수도 안 된다고.”

“엇! 저기 세흐림니르다!”

대부분이 안정적으로 사냥을 했고, 실시간 시청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계속해서 시청자를 잡아 끌기 위한 이야기를 던져 댔지만…….

[엇! 샐러맨더! 뜨거운 불을 뿜는 도마뱀이죠?]

[예, 저 불길을 잡을 방법이...]

“소화기!”

“쏜다, 피해!”

별 효과는 없었다.

열정적인 전투는 일어날 여지가 없었다. 모두가 안전하게 사냥을 이어 갔다

‘어쩌죠?’

‘뭘 어째, 포기야, 포기.’

해설자와 아나운서도 지쳤다.

삐이이이익!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할라와 이어진 차원문에서 낸 소리는 참가자들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아… 대회 끝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대회 종료.

최대한 빨리 차원문 앞으로 모이라는 신호다.

앞으로 30분 안에 사냥감을 옮기지 못하면 사냥 성공으로 인정이 되질 않는다.

참가자들은 뿌듯하게 웃으며, 혹은 아쉬워하며 차원문으로 향했다. 모두가 제각기 사냥감을 짊어진 채였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사냥감마다 점수가 다르죠? 기본 점수에 무게를 더해 계산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수상자는 모릅니다.]

[그것보다… 오디슨 선수는 돌아오지 않나 보네요.]

아나운서가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여기에서 오디슨이 돌아올 거라고 말하며 시청자들을 속인들 의미가 없다. 시작하고 곧장 사라진 이가 이제야 돌아올 방도가 뭐가 있겠는가?

[어어?]

그런데 그때, 기대하지 않던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달려가는 거, 오디슨 선수 아닙니까?!]

[엇! 그렇습니다! 오디슨 선수, 살아 있었어요!]

[그런데… 대체 뭘 들고 있는 거죠?]

[어…….]

오디슨은 흰 덩어리를 들고 죽어라 뛰고 있었다. 꼭 멈추면 죽을 것처럼 열심히 달렸다. 비다르 클랜은 오디슨이 죽지 않았다는 것에 짜증을 느꼈다.

“저 자식!”

“놔둬라. 이미 사냥 대회는 끝났어. 여기에서 더 시비를 거는 건 신들의 미움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정당하게 공격할 수 있던 사냥 대회가 끝났다.

또다시 오디슨을 공격한다? 까딱 잘못하면 신성모독이 된다.

바라르는 피식 웃었다.

“저까짓 흰 돌덩이를 하나 들고 와서 어쩌겠단 거냐? 이미 충분히 망신을 줬다. 비다르께서도 기뻐하실 거다.”

“흠…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가라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비다르 클랜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야른시다가 비웃었다.

“저런 돌을 주워 오다니, 정신이 나간 거 아닌가?”

“크크크, 그냥 기념품으로 쓸 생각이었겠지.”

모두가 쑥덕거렸다.

오디슨은 참가자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태도였다. 누군가 외쳤다.

“이제 공격 안 할 테니까, 맘 놓으라고!”

낄낄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에 오디슨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미친놈들! 너희들의 공격쯤이야 가렵지도 않다! 내가 걱정하는 건…….”

“어이, 내 공격이 가렵지도 않다고? 어디 한번 다시 해 볼……. 어?”

야른시다가 말을 멈췄다.

쉬이이익- 나지막한 소리에 야른시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대한 뱀을 보았다.

머리가 아홉이나 달린 거대한 뱀.

야른시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히, 히드라!”

거대한 뱀은 몸길이가 20미터는 되었다. 그 두툼한 몸이 바닥을 기어갈 때마다 온갖 것들이 박살 났으며, 아홉 개나 되는 머리는 위협적으로 쉭쉭 소리를 냈다.

[히드라! 히드라입니다!]

[최악의 독을 가진 괴물! 올림포스 최고의 영웅인 헤라클레스도 히드라의 독에 고통스러워하다 스스로를 화장했죠! 육신을 녹이는 끔찍한 독입니다!]

쒸이이익, 쿵쾅쿵쾅!

거구가 앞을 가로막는 모든 걸 부수며 다가오고 있었다.

참가자 전부가 깜짝 놀랐다.

“미친…….”

“저거, 여기 들어오는 거 아냐?”

“헛소리하지 마. 여긴 긴눙가가프 터미널이라고. 마법으로 방어되고 있단 말이다.”

웅성거리면서도 다들 마법을 믿었다.

하지만 히드라는 마법에 포기하지 않았다.

콰아앙!

히드라가 차원문을 둘러싼 방어막을 들이박았다.

마법으로 만든 투명한 방어막. 그 방어막이 들썩였다.

키에에에에! 히드라가 고성을 내질렀다.

쿵쿵쿵쿵!

무언가 간절하게 원하는 게 있는 양, 히드라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박치기해 댔다.

쩌적, 쩌저저저적!

방어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바라르가 흠칫했다.

“…설마, 저 자식?”

바라르의 눈이 오디슨에게 향했다.

그가 꽉 쥐고 있는 커다란 덩어리. 묘하게 반들거리는 흰 덩어리.

히드라는 계속해서 그 덩어리를 신경 썼다. 쉭쉭대면서도, 방어막에 머리를 박아 대면서도 오디슨이 들고 있는 희고 둥근 덩어리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바라르가 몸을 흠칫 떨며 고함쳤다.

“히드라의 알을 들고 온 거냐!”

바로 그때, 와장창! 방어막이 깨져 나갔다.

[방어막 깨졌어요!]

[히드라! 히드라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죽습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꽥꽥 소리쳤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긴눙가가프까지 전달되질 않았다.

참가자들 중 히드라에 대해 모르는 이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덩치 큰 뱀이 뭐가 무섭다고!”

도끼를 들고 히드라에게 덤볐다.

퍼억! 도끼날이 히드라의 머리통을 찍었다. 강렬한 일격에 히드라의 머리가 그대로 끊어졌다.

하지만 8개의 머리가 남았다.

“뭐야! 약하잖아?”

쉬이이익!

히드라가 그를 깨물기 위해 머리 8개를 움직였다.

“큭! 뭐 해! 이거 안 잡아?! 이놈 잡으면 1등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히드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다. 하지만 별 이름도 없는 이가 히드라와 드잡이질을 하는 중이다.

모두가 생각했다.

‘히드라, 생각보다 약한 거 아냐?’

생각은 탐욕을 불러왔다.

“흐흐흐, 1등은 내 꺼다!”

“저깟 뱀 새끼! 머리 여럿이라고 더 세진 않겠지!”

“방어막에 딱 끼었잖아!”

“머리끼리 꼬이는 거 아냐? 크하하하!”

사냥 대회가 순식간에 히드라 사냥이 되었다.

제각기 자신 있는 공격을 쏟아부었고, 그때마다 히드라의 몸에는 상처가 생겨났다.

“엄청 쉬운데?”

“칼도 안 박힐 것처럼 해 가지고는… 별것 아니잖아!”

탐욕이 그들에게서 판단력을 앗아 갔다. 해설자가 그를 지적했다.

[어, 어어… 히드라예요! 히드라! 저렇게 자극하면 안 되거든요?]

[네? 이미 압도하고 있습니다만…….]

아나운서가 의문을 표하자, 해설자가 설명을 시작한다.

[히드라가 무서운 건 딱 두 가지 때문이에요.]

[두 가지요?]

[예, 절대로 죽지 않는 재생력과…….]

키에에에엑!

“어, 어어! 뭐야! 머리가 새로 났어!”

“이 새끼 불도 뿜나? 갑자기 아가리를 쩍 벌리고는 무슨… 죽어라!”

[지독한 독입니다! 바로 저거요!]

쿠에에에에엑!

히드라가 독을 뿜어냈다.

그 독에 맞은 이는 그대로 한 줌 핏물이 되었다.

독에 맞지 않은 이? 없다.

방어막이 오히려 해가 되었다. 어정쩡하게 깨진 방어막 탓에 독이 모조리 그 자리 안에 쏟아졌다.

“끄, 끄아아아아악!”

“하, 한 방울 맞았을 뿐인데……!”

“아, 안 돼! 내 몸이 녹는다악! 으아아악!”

독 브레스는 독 안개를 일으켰고, 독 안개는 방어막에 막혀 가라앉는 데에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처참한 광경에 해설자와 아나운서도 말을 잇지 못했다.

몰살.

중급이라 해도, 난다 긴다 하던 사냥꾼들이 순식간에 핏물로 변했다.

[아… 저건 어쩔 수 없죠.]

해설자가 탄식했다.

히드라와 정면에서 붙을 만한 중급 투사는 없었다.

[이거, 그럼… 우승자는?]

[아무래도 대회 무효가 되는 거 아닌지… 다 죽었어요.]

해설자의 말에 눈을 번뜩이는 이가 있었다.

장엄한 재판장, 경건한 의자에 앉아 TV를 보던 신.

아누비스.

“크릉, 저 지독한 독이라니! 그래도 잘됐다.”

그가 간섭을 시작했다.

아누비스가 물음표 모양으로 생긴 낫을 들고 허공을 그었다.

지지지지직- 불똥이 튀고, 마법이 방해했다.

“이깟 마법으로 권능을 막을쏘냐!”

아누비스가 으르렁댔다.

그 말과 달리 꽤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태초의 공허에 펼친 마법이 이토록 강력하다니. 과연 오딘인가!’

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그나마 태초의 공허기에 ‘길을 여는 자(Wepwawet)’, 아누비스의 권능이 관여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권능을 가졌다고 한들, 다른 신계에 간섭하는 것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건 위험하다.

으드득! 이를 악문 아누비스가 마침내 마법을 찢어 냈다.

“열려라, 차원의 문! 선택받은 자! 신성을 가진 영혼이여, 이리로 오라!”

쩌저적!

틈이 벌어지고, 아누비스가 선택한 자가 튀어나왔다.

쉬익?

“컹?”

히드라라는 종족은 티폰과 에키드나가 낳은 자식, 히드라가 시초다.

그리고 티폰은 대지모신 가이아와 어둠의 신 타르타로스 사이의 아들. 히드라의 지독한 재생력은 바로 그 신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기에 아누비스에게 불려온 것은 히드라였다. 이 녀석이 시초가 아니라고 한들, 그 신성은 아직 오디슨보다 컸다.

“끼잉… 이게 아닌데…….”

키에에에에엑! 아누비스가 당황할 때, 히드라가 포효했다.

제 알을 되찾을 방법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분노했다.

“이 빌어먹을 괴물이? 감히, 신에게 대적하느냐!”

아누비스와 히드라가 전투를 벌였다.

그 이후, 명계의 재판장에는 독 기운이 남았다. 그 탓에 두아트로 향한 이의 몸, 시체에서도 독이 생겨났다.

그것이 바로 시독(屍毒)이다.

* * *

오디슨은 히드라의 알을 하나 훔쳐, 경쟁자를 모조리 제거했다. 그리고 덤으로 자신을 암중에서 노리던 아누비스에게도 지독한 싸움을 선사했다.

물론 오디슨은 알지도 못했고, 의도치도 않은 일이었다.

개판을 만든 그가 시체 사이에서 중얼거렸다.

“…허, 불에만 타지 않는 줄 알았더니, 몸이 녹지도 않는군.”

오디슨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히 아픈 곳은 없었다. 다만 옷이 완전 넝마가 되었다.

꼴이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홀로 살아남았다.

“히드라는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마 긴눙가가프 특유의 이상 현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생존자는 아무도… 엇!”

방독면을 쓰고 제독 작업을 하던 발키리가 흠칫 놀랐다.

당황한 발키리에게 오디슨이 물었다.

“알도 사냥 점수가 있겠지?”

발키리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위로 구름 하나가 빠르게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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