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51화 (51/208)

# 51

51화. 영웅은 기다릴 줄 모른다 (2)

붉은 악마.

그 위명을 믿지 않았던 군단장은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덤벼라! 내 동족을 핍박한 것들아! 너희들이 모시는 멍청이들에게로 보내 주마! 겁쟁이들이 볼 작자는 플루톤(하데스)뿐이겠지만!”

크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는 악마는 시뻘건 털가죽을 뒤집어썼다. 그 털가죽의 원래 색이 어땠는지 아는 이는 모두 죽었다.

군단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 악마는 대체…….”

“군단장님, 피해야 합니다! 돌아가신 제11군단의 군단장님을 떠올리십시오!”

“허튼소리! 저 악마를 피할 곳은 있는가?”

“지금 기병대가 녀석에게 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악마라고 한들, 놈이 이끄는 것은 겨우 50 남짓의 보병. 기마 돌격을 버틸 수 없습니다.”

부관의 말에 군단장은 장탄식을 내뱉었다.

군단의 진영 내부에 기마 돌격을 하겠다고? 완전 정신 나간 이야기다.

하지만 그 외에는 방법이 남지 않았다.

보병의 희생을 감내하며 쏜 화살은 악마의 피부를 뚫을 수 없었다.

놈은 허공에서 쏟아지는 화살이 소나기라도 되는 양, 양팔을 활짝 펼친 채 껄껄 웃으며 받아들였다.

그 광경을 똑똑히 바라본 군단장은 겁에 질렸다.

모르는 게 약이라던가?

과연 그 말이 맞았다. 악마의 실체를 몰랐더라면 ‘그딴 미신을 믿는 건가? 병사라는 것들이란!’ 하고 잘난 체했으리라.

“군단장님!”

부관이 허가를 재촉했다.

군단 진영 내 기마 돌격이라는 완전히 미친 짓거리를 부관이 명령할 수는 없었다.

군단장은 입을 앙다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아귀를 파고들어 피가 흘렀지만, 생살을 잘라 내는 심정이었다.

결국, 군단장은 이러한 책임을 지는 자리였다.

잠깐 사이에 폭삭 늙은 군단장이 파랗게 질린 입술을 열었다.

“…허가한다.”

“명령이 내려왔다! 뿔피리를 불어 신호를 보내라!”

부관의 명령에 뿔피리 여럿이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뿌우우우- 뿌우우우-

일선에 있던 기사들은 제 귀가 잘못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

“이거… 기마 돌격 신호인가?”

“…자네도 들었나? 설마…….”

후방의 기사들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들은 상황이 나았다.

야만족들의 공세에 피땀을 흘리며 바락바락 화를 내던 기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게 충성의 대가인가!”

“어찌, 어찌 아군이 뒤섞인 상황에서… 커억!”

“코넬리우스!”

그들의 안타까운 점이 뭘까? 배신당했다는 것? 아니, 화낼 시간조차 없다는 것이다.

전사들은 당황한 이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센 노전사가 광기 어린 눈으로 기사를 덮쳤다.

“커억! 자, 잠깐! 이대로 있으면 모두 죽는다!”

“크흐흐, 나는 이미 목숨을 저분께 바쳤다! 너희 제국 쓰레기들을 죽일 수 있다면 나는 죽어도 상관없다!”

복수에 눈먼 이들은 목숨마저 도외시했다. 이미 부족 전사의 절반이 죽었다. 아무리 오디슨이 시선을 끈다 해도, 나올 수밖에 없던 희생이었다.

“이, 이 미친!”

“크흐흐, 그래! 내 딸이 너희 쓰레기 같은 것들에게 겁탈당하고 미쳐 버렸지. 아내가 남긴 내 보석이 더럽혀졌단 말이다!”

기사는 짙은 원한에 무어라 대꾸하지도 못했다.

그가 멈칫하는 사이, 노전사가 기사의 눈에 단창을 쑤셔 박았다.

“크아아악!”

“죽어라, 죽어! 제국 놈들을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다!”

복수에 눈먼 아버지는 서글프게 미쳤다.

푹푹푹푹! 기사의 머리통을 가루 낼 셈인지, 절굿공이를 찧듯 마구 내리찍는 노전사.

그런 광기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러 번 이어진 야만족 토벌은 씻을 수 없는 원한을 남겼다. 제국군은 완전히 겁에 질렸다. 사기가 바닥을 쳤다.

전장의 모두가 그 원인을 알고 있었다.

부족 전사들의 선봉에 선 붉은 악마.

“다시는 이 땅을 넘볼 수 없게 만들어 줘라!”

고함과 함께 창을 내지르는 붉은 악마. 병사들은 그 모습에 부르르 떨었다. 지독한 공포가 그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 악마… 우리가 악마가 사는 곳으로 와 버린 거야…….”

한 병사가 덜덜 떨며 말했다.

그때, 한 기사를 때려죽인 붉은 악마가 그에게로 눈을 돌렸다. 맹수와 닮은 살기 짙은 눈동자에 병사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제, 제발… 끅! 사, 살려 주세요, 끅!”

“허, 적에게 목숨을 구걸해? 그러고도 네가 전사인가?”

버럭 화를 내는 붉은 악마. 병사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무기를 내던졌다. 바닥에 납죽 엎드린 병사가 애원했다.

“가, 감히 붉은 악마의 영지인 줄 알았더라면…….”

“난 그 별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 어어…….”

붉은 악마가 씩 웃었다.

“악마라니, 적어도 너희들에게는 마왕쯤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꽈직! 적에게 목숨을 구걸하던 병사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제길.”

오디슨이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답지 않은 지친 표정이었다. 이전 군단에 혼자 뛰어들었을 때보다 훨씬 지친 표정이었다.

뒤따르는 부족 전사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무리한 탓일까? 아니, 아니다. 오디슨이 워낙에 시선을 끄는 탓에 대부분의 공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딱히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훨씬 더 간단한 이유였다.

“빌어먹을 비다르.”

비다르는 사과 이후, ‘복수의 피’마저 거둬 갔다.

적의 피로 회복되던 원기가 사라졌다. 아무리 세흐림니르 고기를 많이 먹었다 한들, 찌르기만 수십, 수백 번을 했다.

지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오디슨이 피와 땀으로 젖어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저도 모르게 슬쩍 하늘을 바라보았다.

와아아-! 끄아아-!

함성과 비명이 뒤섞인 전장의 소란스러움. 그 소음은 하늘엔 닿지 않았다. 하늘은 평소와 같았다.

잿빛 하늘에서는 우아한 눈송이의 춤사위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느새 겨울이 다가왔다.

오디슨은 전장 한복판에서 잠깐 상념에 잠겼다.

“발할라에서도 욜(jól, 사냥제)을 지내는가.”

뜬금없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사들에게는 꽤 중요한 행사였다. 1년간 갈고닦은 제 사냥 실력을 뽐내는 자리니 말이다.

“끄아아악!”

“우린 같은 편이라고, 미친 새끼들아! 아아악!”

“사, 살려 줘어어!”

오디슨의 귓가에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낯익은 바닥 두드리는 소리도 함께였다.

두두두두-

여기에서 들려올 소리가 아닌데?

오디슨이 눈살을 구겼다.

“말발굽 소리가 왜…….”

곧 그 이유를 알아챘다.

인(人)의 장벽 너머로 불쑥 튀어나온 이들이 보였다.

제국의 중장기병이다.

“…허, 욜을 대비해 한 번쯤 솜씨를 점검하라는 의민가?”

어이없다는 듯 웃자, 곁에 다가온 톨킬드가 혀를 내둘렀다.

“저 미친 새끼들! 자기네 진영 안으로 기마 돌격을 시켰습니다!”

“그래서, 겁나나?”

오디슨이 태연하게 물었다.

톨킬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제국군은 말발굽에 깔리지 않으려 혼비백산하여 도망쳤고, 전사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모두의 시선이 오디슨에게로 향했다.

오디슨은 느긋하게 말했다.

“저까짓 걸로는 붉은 늑대를 막을 수 없다.”

오디슨이 앞으로 나섰다.

기마대와 한 사람이라니.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마찬가지다.

군단장은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꼴깍 침을 삼켰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맞는가?”

“저 악마가 혼자서 기마 돌격을 막으려는 걸까- 하는 생각이라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능한 일인가?”

“절대, 불가능합니다- 만…….”

부관은 말을 줄였다. 하지만 그 뒤에 따를 말이 무엇인지 군단장은 알아들었다.

달걀로 바위 치기.

그런데 어느 쪽이 달걀인가?

불가능해야 하지만, 저 악마라면 해낼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였으리라. 더 심각한 것은 군단장 역시 그런 생각이라는 것이다.

‘제발, 무식한 야만 전사의 오기이기를!’

그는 두 손 모아 마르스에게 빌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기마대는 창을 앞세우고 달렸다. 앞쪽에 깔리는 아군의 비명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모든 기마병은 앞쪽에 툭 튀어나온 한 전사를 노려보았다.

두두두두두-!

말발굽이 눈이 내려 진탕이 된 바닥을 두드렸다. 진흙이 온 사방으로 튀었다.

붉은 악마가 점점 커진다.

시꺼먼 복면으로 입가를 가린 모습이다. 기병대장은 그 복면 위에 있는 눈이 어쩐지 웃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을 떨쳤다.

중장기병의 자존심이 그런 생각을 하게 놔두지 않았다.

‘기마 돌격을 앞두고 웃을 수 있는 놈은 없다! 중기병은 제국의 자랑! 제국의 창이다!’

으득- 이를 악문 기병대장이 소리 질렀다.

“일점 돌파!”

“일점 돌파아아!”

복창이 뒤따랐다.

기마대가 단 한 사람에게 덤벼들었다.

두두두두-!

점점 앞에 선 악마가 또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기병대장은 그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뭔가… 잘못됐다!’

악마는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양 떼가 말을 탄들, 사자가 되는 건 아니다.”

오디슨이 나지막이 말하고 창을 쏘아 냈다.

그 순간, 기병대장은 환각을 보았다.

악마가 유피테르에게 훔친 번개를 검게 물들여 내던지는 환각을.

콰아아앙!

중장기병대와 한 전사가 맞붙었다.

* * *

온몸의 힘을 한 점에 집중했다.

약지는 따끔거리다 못해 뼛속까지 시렸다. 왼손이 시꺼먼 털로 뒤덮였다.

이라호드가 가르쳐 준 세밀한 근육의 힘을 끌어냈다. 이름이 가물가물한 알브가 해 보였던 쾌속과 어우러진다. 거기에 바라르 형제가 보여 준 부드러움이 바람의 결을 따라 흘렀다.

……!

아무런 소리조차 없는 일격이었다.

짜릿한 쾌감이 등골을 따라 흘렀다.

세계 뱀의 입안에 창을 찔러넣던 그 순간, 무아지경에 빠져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순간과 너무나 닮은 일격.

“흐!”

나는 웃었다.

내가 바라던 일격에 닿았다.

창날은 공기를 가르지 않았다. 공기를 타고 부드럽게 다가갔다.

마치 원래 그랬다는 것처럼 말의 가슴팍을 갈랐다. 말은 그 순간까지도 내 창을 알아채지 못했다.

“아.”

중장기병을 이끄는 대장인가?

그가 입을 쩍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게 끝이었다.

히이이이잉!

말이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당연한 일이다. 심장이 반으로 갈라지고 살아남는 것은 적어도 말은 아니다.

어떤 종류의 괴물이겠지.

혹은 신계의 영향을 받은 자들이거나.

콰다다당!

육중한 말이 쓰러졌고, 그 위에 있던 중장기병 대장이 구르는 말에 깔렸다.

우드득-! 말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인지, 중장기병 대장이 으스러지는 소리인지 구분되진 않았다.

대장이 쓰러지자 그 뒤를 따르던 말들이 당황했다. 그와 동시에 혼란이 찾아왔다.

히이이잉! 어, 어어어어!

소리 높여 우는 말들, 그리고 당황해 말고삐를 잡아채는 기마병들.

우르르! 공들여 쌓은 돌탑이 어린아이의 짓궂은 장난에 무너지듯 중장기병들이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아악!”

“아악! 끄아아아악!”

두두두두-! 적을 위협하던 말발굽 소리는 이제 저들을 위협한다.

꼬꾸라지거나, 옆으로 피해 달아나거나.

감히 내게로 달려드는 말들은 없었다.

한바탕 소란이 끝이 났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사냥제에서도 이런 일이 있으면 좋겠군.”

히죽 웃어 보이자, 톨킬드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신이라는 게 원래 다들 그런 겁니까? 이런 짓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 버리는 거냐고요.”

톨킬드의 말에 나는 코를 긁적였다.

글쎄다. 아직 신의 힘이 어쩌고 하는 건 느껴 본 바가 없어서. 이런 소리를 하면 톨킬드가 어이없어하겠지?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여전히 룬스톤의 가호를 받고 있었고, 이 양 떼는 감히 늑대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 수 없다.

아직 신성의 힘을 느껴 본 바는 없었다.

“그보다,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국군은 완전히 재기 불능이다. 아군 진형 내에서 기마 돌격이라니.

완전히 미친 짓이다. 제국 병사들은 수뇌부가 자신을 버렸음을 알아챘다. 그들은 이미 도주하고 있었다.

“복면을 쓴 악마가 쫓아온다!”

어느 한 병사가 한 말에 도망치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붉은 마왕이 기마 돌격을 혼자서 아작 냈다아아!”

제국군 병사들은 겁에 질려 오줌을 흘리며 도망쳤다.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좀 들을 만하군.

악마라니. 너무 없어 보이던 별명이다.

히죽 웃으며 톨킬드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자, 시간 없어. 가자고. 제국군단장의 목은 따야 하지 않겠나?”

군단장을 죽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하계에 머무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러다 시그뉘에게 인사도 못 하고 발할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서둘러 군단장을 쫓았다.

“여, 여기가 어디라고 가, 감히!”

그 와중 수뇌부가 덤벼드는 일도 있었지만, 제국 놈들답게 이해할 수 없을 만치 약한 녀석들이었다.

“꺼져라!”

“으악!”

이까짓 놈들이 병력을 이끌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입으로 전쟁을 한다고 믿는 놈들답다.

“저 깃발! 저 깃발이 있는 천막에 군단장이 있을 겁니다!”

톨킬드의 말에 당당하게 천막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퍼억!

“컥!”

눈앞이 번쩍였다.

몸이 뒤로 날았다. 숨통이 콱 막히고, 뱃속이 역류한다.

크으- 신음을 흘리며 구토를 참아 냈다.

뭐지? 뭐가 날 친 거지?

눈을 끔뻑이고 벌떡 일어났다.

천막에서 사내 하나가 밖으로 나왔다.

“젠장할, 이건 명령이랑 많이 다른 상황 같은데…….”

구릿빛 피부, 이국적인 생김새에 장대한 체구를 지닌 사내다. 검은 곱슬머리는 풍성하게 흘러내렸고, 단단해 보이는 몸은 무시하기 어려웠다.

날 친 놈이 저놈인가?

으득! 이를 갈았다. 적어도 양은 아니다.

놈의 얼굴을 가린 복면이 익숙하다.

“…마르스의 개?”

내가 쓰고 있는 것과 같은 복면이었다.

놈이 히죽 웃었다.

“허, 오만방자한 애송이 같으니. 하계에서 날뛴다고 네가 뭐라도 된 줄 알았더냐?”

으득, 이를 악물었다. 창을 꽉 쥐고 덤벼들었다.

“마르스에게 네 머리통을 보내면, 기뻐하겠군!”

챙챙챙! 공방이 이어졌다.

창을 찌르면 부드럽게 넘긴다. 창을 휘두르면 강하게 쳐낸다.

젠장할! 초승달을 닮은 휘어진 칼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게 보통 놈이 아니다.

칼이 날아오면 창대를 들어 막았다. 상하좌우 온갖 곳에서 칼이 날아들었다.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물 흐르듯, 끊어지지 않는 공격이다.

나는 창대를 마구 휘둘러 그 공격들을 쳐 냈다.

갈색 피부 사내가 오- 하고 탄성을 흘렸다.

“꽤 하는군.”

“그 쓰레기 같은 작자의 부하에게 질쏘냐!”

“근데, 아직도 노련하질 못해.”

“뭣?”

턱-!

놈이 내 다리를 걸었다.

엇- 하는 사이에 내 몸이 바닥을 뒹굴었다.

“한참은 더 배워야겠어.”

빈정대는 사내.

까드득,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나도 안다.

잠깐의 싸움에서 알아챘다. 그는 강하다.

적어도 나보다는.

기술도 힘도 나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창을 쥐고 천천히 일어섰다.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는 나보다 강하군.”

“…어째 담백한 태돈데?”

사내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때, 천막이 열렸다.

“군단장의 목이요! 군단장이 죽었다아아! 너희 대장이 뒤졌다고오오!”

톨킬드 녀석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목을 들고서 소리쳤다.

눈치를 살피던 제국군 모두가 술렁였다.

“뭐? 어느 틈에…….”

사내가 눈을 끔뻑였다.

내가 싸우는 동안 할랴헤랴르 녀석들이 구경만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나?

씩 웃어 보였다.

“나는 졌지만, 우리는 지지 않았다.”

전사의 긍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전사의 최고 가치는 부족을 보호하는 것.

이 전쟁의 승리가 부족의 평안을 선사하리라.

“날 도와라!”

하나보단 둘, 둘보단 셋이다.

그리고 셋보단 스물이 훨씬 더 낫다.

스무 명 정도 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오늘, 우리는 마르스의 개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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