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
46화. 영웅은 변명할 줄 모른다 (2)
활활 잘도 탄다.
화려한 건물은 더 화려한 붉은 꽃으로 장식됐다. 불꽃이 만개한 건물을 보자니, 옛 기억이 떠올랐다.
아아, 제국 놈들의 도시를 불태울 때도 이랬지.
매캐한 연기와 시뻘건 겁화, 그리고 들려오는 비명들.
음? 그러고 보니 비명이 없군.
아쉽다.
“오디슨! 이 미친 새끼야! 지금 네가 뭔 짓을 했는지 알아!”
괴르가 꽥꽥 소리를 질렀다.
이 발키리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첫인상이 나빠서 그런가? 아니, 가면을 쓰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가면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깨를 으쓱였다.
“복수하는 중이지.”
“복수? 아니, 복수 중이라고? 그럼…….”
괴르가 질린 표정을 지을 때, 비다르 클랜 하우스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나는 도크알브의 머리통을 품속에 넣었다.
미끈거리는 피의 감촉이 영 반갑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싸울 때 방해가 되리라.
그들 앞으로 나섰다.
혼란스러운 얼굴들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반가운 얼굴도 있고, 처음 보는 얼굴도 있군. 하지만 모두 내 얼굴은 알겠지?”
내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 질문에 놈들이 불꽃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고민하는 모양이다.
고민을 없애 주지.
“내가 불을 질렀다.”
즉각 반응이 터져 나왔다.
“미친 새끼!”
“죽여! 씨발, 저 안에 내가 이제까지 모은 돈이 다 있다고!”
“이 개자식! 너 때문에 가라르가……!”
가라르? 그, 바라르의 동생이던 드베르그 말인가?
그러고 보니 안 보인다 했더니, 불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건가.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다.
“자, 덤벼라. 복수의 개들아, 내가 진짜 복수를 보여 줄 테니!”
“이 자식!”
덤벼들려던 여자를 곁에 있던 이들이 잡았다. 그녀는 씩씩 화를 내며 그들을 노려보았지만…….
“발키리들이 있다.”
비다르 클랜은 겁먹은 개처럼 꼬리를 말 뿐.
몽둥이 앞이라 이빨을 드러내지 못하는 개라니.
아- 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늑대인 줄 알았건만, 이빨 빠진 개새끼들이었군.”
오지 않는다면 내가 가는 수밖에.
나는 곧장 놈들에게 덤벼들었다.
녀석들이 움찔 떤다. 수가 많으면 내가 겁먹을 줄 알았나?
나는 송곳니가 날카롭게 서 있는 젊은 늑대다. 놈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때까지 멈추지 않으리!
“허! 저 망할 새끼!”
“막아! 막으라고!”
우왕좌왕하는 무리 사이에 뛰어들었다.
내가 다이스에서 사 온 게 마법으로 불을 붙이는 신기한 물건뿐만이 아니다.
쐐애애액!
“케, 케엑……! 이, 이 새끼가… 지, 진짜로……!”
창이 한 놈의 뱃가죽을 뚫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빨 빠진 개라 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 자식이!”
부우웅!
거대한 망치가 날아들었다.
분명 첫 번째로 비다르 클랜 이름을 달고 나와 싸운 놈이다. 그때는 분명 짧은 칼에 방패를 들고 깨작였던 거로 기억하는데?
물론, 나는 몸을 감싼 방패를 피해 창을 쿡쿡 찔렀다.
“이게 누군가! 거북이 아니신가!”
휙! 쉽게 망치질을 피했다.
“으드득! 이 비열한 작자가!”
“허, 비열한 게 어느 쪽인지 모르겠군그래.”
망치에 그을음이 묻은 걸로 봐서 불길을 헤쳐 나올 때 쓴 모양이다. 그나저나… 망치라.
복수에 꽤 어울리는 무기다.
“죽어!”
부우웅- 재차 망치를 휘두르는 거북이.
텁! 나는 그 망치를 손쉽게 가로챘다.
“어?”
“망치질을 제대로 할 줄 모르더군.”
나는 망치 머리 바로 아래를 잡고,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쳤다.
꽈직!
거북이의 단단한 머리가 그대로 찌그러진다.
망치는 자루의 길이를 조절하는 기술이 상당히 필요한 무기다. 그걸 못하면?
멍청하게 붕붕 휘두를 따름이다.
“안 돼! 보쿠르! 이, 이 사악한 놈!”
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꽤 현란하게 채찍을 휘두르던 놈이다. 하지만 녀석은 지금 빈손.
나는 망치를 번쩍 들어 올리고,
“내가 당해 줄 것 같으냐!”
푹!
“아무래도 그렇군.”
창을 내질렀다.
제 가슴팍을 꿰뚫은 창을 보며 채찍쟁이가 눈을 부릅떴다.
“끄, 끄으… 비, 비겁한……!”
늑대로 변이하지는 않았다지만, 늑대의 힘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끌어올린 상태다.
녀석은 눈동자로 제가 피할 곳을 슬쩍 살폈다.
평상시라면 알아챌 수 없었을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작은 움직임에 먼저 창을 찔렀다.
“글쎄, 아까부터 말했지만 비겁한 건 그쪽이다.”
싸움에 있어 상대를 속이는 건 기본적인 술수다. 그런데 상대를 속여 싸움을 거는 건 야비한 짓이지.
창을 휙 돌렸다.
꾸드득- 녀석의 갈비뼈가 비명을 질렀다.
“끄으으…….”
눈을 까뒤집고 부르르 떠는 채찍쟁이.
그때, 괴르가 고함을 질렀다.
“오디슨! 멈춰!”
흥, 난 말 잘 듣는 개새끼가 아니다.
난 늑대다. 길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비다르 클랜은 나와 달랐다. 외침은 개들에겐 효과적이었다. 그 소리에 모두가 움찔 멈췄다.
기회다.
“싸움 중에 한눈을 팔다니!”
놈들 사이로 뛰어들어 마구 무기를 휘둘렀다.
망치가 머리통을 깨부수고, 창이 눈알을 후벼 팠다. 앞에서는 무기가 날아들고 뒤에서는 불길이 혀를 날름거린다.
진퇴양난에 빠진 녀석들이 우왕좌왕한다.
괴르가 재차 외쳤다.
“멈추라니까!”
무시했다.
한 놈이라도 더 죽음을 맛보게 해 주리라.
내 가슴속에 들끓는 불길은, 이 건물을 태우는 뜨거운 불꽃보다 훨씬 더 뜨겁다.
“덤벼라! 긍지 없는 자들아!”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그에 비다르 클랜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꼴.
그렇게나 발키리가 두려운가? 죽을 때 죽더라도 싸울 때는 싸워야 하는 것이 전사인 것을!
긍지도 잊은 멍청이들.
성큼성큼 다가가 인상을 구겼다.
“네까짓 것들이 복수의 신을 섬긴다고? 비다르가 보면 눈물을 흘리겠군.”
부우우웅!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수염 난 놈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녀석이 어쩔 줄 몰라 하다 눈을 감는다.
눈을 감아? 정말이지 미친놈이군!
쩡-!
두툼한 망치 머리가 비명을 내질렀다. 내 예상과 달리 수염쟁이는 무사했다.
눈살을 구겼다.
이놈은 뭐지? 내 앞을 막아선 이를 바라보았다.
“어서 피해라. 이 미친놈은 내가 막을 테니.”
“하지만 클랜장! 발키리들이 보고 있습니다. 발할라 내에서 싸웠다간…….”
“됐다. 적당히 어울려 줄 터이니. 어서 뒤로 빠져!”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풀풀 풍기는 놈이다.
얼굴에 난 흉터들이 격자를 그리고 있었고, 뽑힌 눈에는 회백색 가짜 눈알이 박혀 있었다.
비다르 클랜에 이런 놈이 있었던가?
문득, 뇌리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피 맛보는’ 이바르? 이바르 라그나르손?”
전설적인 바이킹 왕, 라그나르의 아들인 이바르 라그나르손. 그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왕국을 쑥대밭으로 만든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씨익, 웃음 지은 그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을 알고 있군.”
“허! 당신의 아버지께서 우실게요. 이깟 쓰레기 같은 놈들의 대장질이나 하고 있다니!”
“흥! 아버지는 U500을 전전하다 니플헤임으로 가셨지. 그에 비해 나는 TOP100에 이름을 올린 투사! 하계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발할라에서는 내가 아버지보다 낫다!”
제 아비를 욕하는 아들이라니.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이 작자가 빌어먹게도 강하다는 것이다.
내 망치와 창을 잡은 손길은 단단한 바위와도 같아서 무기를 빼어 낼 수가 없었다.
으드득, 이를 갈았다.
“암살자 따위나 보내는 빌어먹을 작자들에게 붙어 있다니! 그 위명이 아깝소!”
“…그녀가 죽었는가.”
내 품에 있는 도크알브의 머리통을 보고 중얼거리는 이바르. 본래라면 못 들었어야 했을 나지막한 소리지만, 늑대의 청력은 그마저도 놓치지 않았다.
울컥- 분노가 끓어 넘쳤다.
“네- 놈- 이!”
“…흥! 그래 봐야 소용없다! 발키리들! 뭐하시오! 이 미친놈을 잡지 않고!”
이를 갈며 무기를 빼내려다 포기했다.
다이스에서 산 무기를 놓았고, 빼앗은 망치를 놓았다.
대신 손톱을 날카롭게 세웠다.
이런 작자가, 우리 선조들을 이끌던 자라고?
인정할 수 없다.
“수치스럽다!”
손톱을 마구 휘저었다. 쌩쌩 바람 가르는 소리가 주변 불길을 휘청이게 했지만, 이바르는 날렵하게 피했다.
“흐흐흐, 아직은 부족하다! 내게 비할 바는 아니야!”
“허! 도망치기 바쁜 양반이 말이 많군!”
내 공세를 간단하게 피해 대는 이바르.
그는 자꾸만 뒤쪽을 신경 썼다.
이바르의 생각을 알 것만 같았다.
시간을 끌면 발키리들이 날 제압하고, 뒤쪽의 클랜원들 피해 없이 수습할 수 있다 보는 건가?
멍청한 소리.
내가 나보다 강한 자를 상정하지 않았을 리 없다.
“후우, 이바르. 댁도 나름 왕이나 해 먹은 작자이니 묻겠소.”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물었다.
이바르가 멈칫하며 대꾸한다.
“뭐지?”
“방패를 든 이를 깨부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뭐요?”
갑작스러운 질문 탓일까?
이바르가 얼굴을 구겼다. 온갖 흉터로 사내다운 그 얼굴이 구겨지자, 어지간한 찌꺼기보다 훨씬 흉측한 몰골이 되었다.
얼굴로 왕을 해 먹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인상이다.
생각하는 그에게 한마디를 툭 던졌다.
“약한 부분을 치는 거지.”
“흥! 그렇게 둘 줄 알고?”
“글쎄, 댁이 어떻게 막으려고?”
내 대꾸에 이를 가는 이바르.
“그렇게 둘 것 같으냐!”
물론, 내가 이바르를 뚫는 건 무리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끄아아아악!”
“괴물, 괴물이다악!”
와드득! 콰직!
크르릉- 악령이 설쳤다.
“뭣?”
이바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뒤를 볼 때, 내가 손톱을 세워 그의 목덜미를…….
텁!
“…그만, 하- 랬- 지, 내- 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내 귓가를 뒤흔들었다.
괴르가 마침내 말로만 하는 단계를 벗어나 싸움에 끼어들었다.
나는 흔들리는 골통을 진정시키려 눈살을 찌푸렸다. 영혼체인데도 이렇게나 흔들리다니.
발키리는 발키리구나 싶어 혀를 내두르고 입을 열었다.
“난 이들에게 복수할 필요가 있소.”
“복수라니, 대체 왜?”
가슴팍 열린 틈을 가리켰다.
도크알브의 머리통이 혀를 쭉 내민 채다.
“이거, 안 보이시오? 이 작자들이 내게 보낸 암살자요. 씨씨티브인가 하는 뭔가를 떼어 내고 공원에서 날 습격하더군. 도크알브 특유의 그림자가 되는 술수 때문에 한 번 죽기까지 했다오.”
내 말에 괴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바르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그가 소리친다.
“거짓말!”
아까 인정해 놓고서 이제야? 하찮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티르께서 판단하실 것이오.”
“그렇다고는 해도…….”
괴르가 말을 줄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실을 알아볼 필요는 있겠지. 진실을 알아본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혹여나 또 마르스 같은 놈들이 꾸민 짓일 수도 있으니.”
철컥, 팔목에 묘한 은팔찌를 선물 받았다.
눈을 끔뻑이며 괴르를 보자니, 그녀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체포야.”
괴르가 꽥 소리쳤다.
“모조리 다 잡아들여!”
* * *
밤중, 발할라에서 벌어진 오디슨과 비다르 클랜의 격돌.
그야말로 핫 이슈였다.
“비다르 클랜에서 오디슨에게 암살자를 보냈다지?”
“그걸 잡아 죽이고, 비다르 클랜에 불을 질렀지. 정말이지 화끈한 놈이라니까, 끌끌.”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어디에서나 그에 관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오디슨이 너무 잘생긴 탓에 그를 싫어하던 이들도 속 시원해지는 행패를 안주 삼아 술을 들이켰다.
그 광경을 본 이들은 오디슨의 광기에 몸을 떨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오디슨이 담력을 칭찬했다.
그건 비단 발할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발할국에서 큰 싸움이 있었다지?”
“오기손인가 뭔가 하는 투사가 발할국 신선과 정면으로 싸웠다더군.”
“허, 신선과 정면으로 싸울 수 있다니, 대단허이.”
여러 신계 중에서도 정신 수양을 가장 중시하는 곤륜. 그 조용한 신선계에서도 이 싸움은 큰 화제가 되었다.
신들이라고 다를까?
신계 연맹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신발팔이네 집 화재.jpg]+87
[엌ㅋㅋㅋㅋㅋ신발놈 멸망ㅋㅋㅋㅋㅋㅋ]+333
[이래도 발할라 투기장이 폭력적이지 않습니까?]+3
[오디슨 또 승격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765
[발할라는 오디슨 재판을 생중계하라!]+999
발할라의 신들은 골머리를 앓았다.
개중 가장 복잡한 심경인 것은 티르였다. 이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려야 하는 처지다.
원칙을 우선시하면 여론이 들끓으리라. 그렇다고 여론에 휩쓸린다면? 원리원칙이 박살 난다.
티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암살자에게 당하고, 상대를 죽였다는 건 정당방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당한 자가 곧장 클랜 하우스에 불을 질렀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정당방위 판결을 내릴 수 없다.
그게 고민이었다. 그리고 티르의 고민이 한층 더 무겁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바다의 신들 간에 벌어진 논쟁이었다.
“오디슨을 확실히 벌해야 하오! 투기장에서야 싸울 수 있다지만, 투사들이 죄다 발할라에서 행패를 부린다면? 도대체 어떤 이들이 발할라를 찾겠소?”
프레이와 프레이야의 아버지인 근해(近海)의 신, 뇨르드(Njorðr)가 강경하게 주장했다.
그는 이전부터 발할라 개방주의를 지지하며, 발할라의 주 수입을 투기장 중계권이 아니라 관광 산업으로 돌려야 한다 주장해 왔다.
그 주장이 꼭 순수하진 않았다.
프레이야의 영지인 폴크방은 관광 위주로 돌아가는 곳이었고, 뇨르드와 프레이, 그리고 프레이야가 심혈을 기울이는 세스룸니르는 유원지였다.
발할라가 개방될수록 더 많은 황금을 벌 수 있는 곳이다.
더불어 뇨르드와 프레이, 프레이야는 바니르 신족이다. 본래는 아스가르드에 살지 않던 이민 온 신들이다.
그에 대립하는 의견도 있었다.
“발할라는 이미 너무 개방되었다. 우리의 전력을 숨길 필요가 있다. 혹여나 다른 작자들이 우리를 침공하면 어쩔 텐가? 드러난 도끼보다 숨겨진 바늘이 위험할 수도 있음을 잊지 말라.”
원양(遠洋)의 신인 에기르(Ægir)였다.
거인 출신의 이 신은 언제나 다른 이들을 의심하고 경계했다.
그는 라그나로크가 예정되었다는 걸 안 뒤로 언제나 신경질적이었다.
특히나 그를 괴롭게 만든 것은, 오딘의 회귀 전 라그나로크의 시작점이 된 ‘발두르의 죽음’이었다.
그 사건은 에기르와 무관하지 않았다.
에기르의 집, 바다에서 열린 연회에서 로키가 술주정을 부리고, 그에 신들의 갈등이 쌓였다. 로키는 술주정 중에 토르에게 쫓겨나고, 그 분노를 풀기 위해 발두르를 죽이는 흉계를 꾸몄다.
“후우.”
티르는 발할라 내의 잡음과 개방주의, 폐쇄주의 간의 갈등을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는 오딘께 향했다.
티르가 오딘께 물었다.
“오딘이시여!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미미르의 샘에 눈을 하나 바치고 현세의 모든 지식을 얻은 오딘께서는 말씀하셨다.
“기다려라. 기다리면 해결될 문제이니…….”
쇠를 긁는 듯한 작은 목소리. 소름이 돋은 티르는 차마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물을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기다림이 길진 않았다.
집무실로 돌아온 티르에게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아…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동방의 신계인 곤륜에서 최고위 신물인 팔괘로가 도난당했다는 소식입니다.]
[유력한 용의자는 ‘손오공 삼 형제’라고 불리는 전신(戰神)들입니다. 그에 곤륜 내부에서 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 특파원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레이프 에릭손 기자?]
곤륜에서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졌다. 오디슨이 한 짓거리와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담한 짓이었다.
티르는 곧장 발키리들을 불러 모았다.
“신계 연맹 커뮤니티에 손오공 관련 이야기를 잔뜩 올려! 당장!”
발할라에 집중된 시선을 곤륜으로 돌렸다.
전형적인 물 타기 수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