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35화 (35/208)

# 35

35화. 영웅은 사양할 줄 모른다 (1)

“우리 단장 바꿔야 하는 거 아냐?”

“응? 왜?”

“단장이 우리를 세 번이나 공짜로 부려 먹게 했잖아!”

“크흐흐흐, 그것도 그렇네. 싸움은 못해도 행정 처리를 잘해서 앉혀 놓은 자리니.”

껄껄껄, 용병들은 언제나처럼 시끌벅적하다.

목숨을 내놓고 살기 때문일까? 그들은 싸움을 하지 않을 땐 그 누구보다 유쾌했다. 게다가 돈도 펑펑 잘 썼다.

발할라에 소속된 그들은, 아스가르드 밖에서 죽을 경우 부활 금액을 감당치 못하고 니플헤임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쟁여 놨다 뭐하겠나? 그냥 술과 여자에 모조리 쏟아붓는다.

“망할 자식들… 솔직히 거기서 그걸 믿을 수 있겠냐!”

톨킬드가 버럭 짜증을 냈다. 그 말에 용병들이 또 껄껄 웃었다.

“아니, 뭐… 우리를 공짜로 부린다고 한들, 투사가 용병을 쓸 일이 뭐가 있겠어? 응?”

“맞아! 혹시라도 용병을 쓴다치면, 단장놈이 전에 포커로 딴 돈을 내놓으면 되지!”

할랴헤랴르 중에서 유일하게 저축이라는 걸 하는 톨킬드다.

단장의 역할이 지휘와 행정, 그리고 영업에 있는 만큼 다른 이들보다 안정적이니까.

하지만 때때로 짜증이 치솟는다.

‘에이, 망할 새끼들!’

힘으로 휘어잡는 타입의 단장이었더라면? 지금처럼 혼자 입술을 삐죽이며 술잔을 기울이진 않았으리라.

어디 단장한테 대들어? 하고 퍽퍽!

망상의 끝은 쓴맛이었다. 이뤄질 가능성이 낮으니까.

톨킬드는 입안에 남은 쓴맛을 지우고자 맥주를 들이켰다. 헤이드룬 미드와 달리 한 잔에 1크로나도 하지 않는 싸디싼 술.

뭐, 맛 좋고 취할 수 있으면 그만인 용병들에게는 딱 좋은 물건이었다.

“푸우…….”

톨킬드는 한숨을 푹 쉬고 다시 맥주를 입에 댔다. 낄낄거리는 놈들을 보기 싫어 입구 쪽으로 눈을 돌렸다.

“푸우우웃!”

장대하게 맥주를 뿜었다. 실내에 무지개가 떴다.

톨킬드가 허겁지겁 맥주를 닦아 내고 꿀꺽, 침을 삼켰다.

“여, 여, 여긴 어쩐 일로……?”

“음? 내가 못 올 곳을 왔나? 그것보다 오랜만이군, 톨킬드.”

오디슨이 대수롭지 않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은 무슨!

톨킬드가 입술을 짓씹었다. 저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안다면 저런 모습을 보이진 못하리라.

‘아니, 저놈이라면 별거 아니라고 넘겨 버리겠지. 빌어먹을 놈!’

으드득, 이를 간 톨킬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껄껄 웃던 용병들도 하나둘 웃음을 멈추고 톨킬드와 오디슨을 주시했다.

아무리 무능한 단장이라 한들, 그래도 단장이다. 까도 내가 깐다는 마음으로 단단히 무장한 용병들의 눈빛이 사나웠다.

“크흠!”

용병단이 뒤에 있는데, 대뜸 설치진 않겠지.

톨킬드가 헛기침을 하고 어깨를 쭉 펴고 말했다.

“그래서,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물론 존댓말을 버릴 순 없었다.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내기의 상품을 쓰러 왔지.”

“상품이라면…….”

톨킬드의 표정이 불안해졌다. 오디슨은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그에 주변 용병들이 어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 자식 때문에 공짜 일 하게 생겼네.”

“아니, 저놈이 대신 내야 하는 거 아냐? 클라이언트 대신 말야!”

톨킬드는 용병들의 불만에 뭐라 대꾸할 수 없었다. 차라리 이게 낫다.

대뜸 오디슨에게 덤벼들었다간 정말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돈, 돈으로 해결하자.

톨킬드가 마음을 다잡았다.

“용병에 대해서는 좀 아십니까?”

오디슨이 피식 웃었다.

“난 전사다.”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된 말이었다.

용병에 대해서 안다는 의미와 함께 용병들을 수도 없이 잡아 죽였다는 의미가 뒤섞여 있었다.

몇몇 용병들이 그 뉘앙스를 알아채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톨킬드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하계의 용병과는 좀 다릅니다.”

톨킬드가 설명했다.

발할라의 용병은 크게 세 가지 부류.

하계의 용병과 마찬가지로 일정 대가를 받고 전쟁에 참여하는 전쟁 용병. 그리고 보물을 모으는 습성이 있는 괴물들을 사냥하거나 귀한 물건을 채집해 오는 모험 용병. 마지막으로 암살이나 폭행 따위를 사주받는 비밀 용병.

그 설명을 모두 들은 오디슨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밀 용병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이야기가 영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오디슨이 묻는다.

“그래서, 할랴헤랴르는 어떤 용병이지?”

“그야, 저희는…….”

톨킬드가 말을 더듬었다. 그도 오디슨이 뭘 싫어하는지 알아챈 모양이었다.

사실, 대강의 언행만 봐도 그가 비밀 용병을 싫어할 거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험상궂은 덩치가 툭 말했다.

“우린 돈 되는 건 다 하는 황금 용병이다.”

“큭큭큭, 그건 그렇지. 암살이나 누구 좀 패 주세요- 같은 건 보통 페이가 적어서 잘 안 하긴 하지만…….”

“돈만 맞으면 못할 게 뭐가 있겠어?”

용병들의 반응에 톨킬드가 식은땀을 흘렸다. 어색한 웃음을 보여 부끄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오디슨은 딱히 비밀 용병 일도 한다 해서 그들을 타박할 생각은 없었다.

“일단, 비밀 용병 일은 아니다.”

그저 딱 잘라 말할 뿐.

톨킬드가 고개를 갸웃했다.

“비밀 용병 일이 아니라면……? 이 발할라에서 용병이 필요한 곳은 드물 텐데요?”

비밀 용병 일이 아니라면 다행이다. 사실 공짜로 처리해 주기에 비밀 용병일은 굉장히 비싸다.

발키리가 범행 현장에 갑자기 튀어나와 검거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수년에 걸친 니플헤임 생활이 기다린다.

심할 경우에는 추방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셋 중 가장 비싼 의뢰다.

하지만 곧이어 톨킬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오디슨이 한 말 때문이었다.

“날 전장으로 데리고 가라.”

당연한 요구를 하듯 말하는 오디슨.

톨킬드는 문득, 엘류드니르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나중에 이 니플헤임의 국서가 되실 분일지도 몰라, 새꺄. 응? 그런데 뭐? 돌았냐, 돌았어?’

강글로트가 정강이를 걷어차며 짜증을 부렸다. 그때 톨킬드는 정말이지 인생이 망하겠구나 싶어 바싹 얼었다.

오디슨에게 창을 들이댔던 경비? 이미 바닥에 엎드려 뻗친 채 덜덜 떨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 아닙니다!’

‘야, 여기가 밖이지, 안이냐? 진짜 미쳤네, 이 새끼.’

툭툭툭, 그때 걷어차인 정강이가 문득 쑤신 느낌이었다.

그렇게 욕을 먹고도 오디슨을 데리고 전장에? 그러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터지면?

톨킬드는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이었다.

타지에 나가 죽었을 경우에 평범한 부활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든다. 용병들이 부활하지 못하는 것처럼 돈을 뿌려 대며 노는 것도 그런 이유다.

부활할 수 없을 상황에 처한다는 건 결국, 목숨이 하나라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

이걸 어떻게 거절해야 하지?

톨킬드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민할 때, 험상궂은 덩치가 나섰다.

까드득, 까드득. 목을 좌우로 움직여 풀며 나선 덩치가 입을 열었다.

“톨킬드는 병신이야.”

직설적인 말에 톨킬드가 눈을 꿈뻑였다.

어이가 없어 입을 벙긋거릴 때, 덩치가 말을 잇는다.

“그런데 용병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형씨?”

“…용병을 우습게 봐?”

오디슨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볼 때엔 네가 날 우습게 보는 것 같군.”

“이 새끼가……! 내가 용병의 힘을 보여 주지!”

덩치가 덤벼들었다.

그에 톨킬드는 눈을 꾹 감았다.

‘오딘이시여, 이 자리에 뿌려진 광기를 거둬 가소서…….’

퍽퍽퍽, 찰지게 때리는 소리와 으악으악- 하는 비명 소리가 주점에 울려 퍼졌다.

물론 얻어맞는 것은 험상궂은 덩치였다.

그의 얼굴이 빵 머리를 한 만화 캐릭터처럼 변할 때가 되어서야 무자비한 폭력이 멈췄다.

험상궂은 얼굴이 약간은 귀엽게 바뀌었다. 붉고 푸른 멍들만 아니라면 말이다.

* * *

차가운 침묵이 자리 잡은 땅. 예전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모두 사라진 지 오래다.

볼바(volva, 여성 예언자) 견습생인 한 소녀는 어두운 밤임에도 잠들지 못했다.

최후의 부족, 느릅나무 부족을 감싸 안은 죽음의 향기가 그녀를 불면에 시달리게 했다.

‘오빠…….’

소녀가 덜덜 떨며 기도를 올렸다. 수호의 신인 토르께서 보셨으면 하고 바쳐진 룬스톤의 앞이었다.

하필 그녀가 그 룬스톤의 앞에 무릎 꿇은 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저 룬스톤의 말미에 그녀의 고종사촌 오빠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형제. 물푸레나무 부족의 붉은 늑대, 제국의 목덜미를 무노라. 지독한 피에 스러진 그 영혼을 발할라로 인도해 주소서.]

소녀는 그가 제국과의 싸움에서 죽었으리라 믿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가장 강력한 전사인 그가 그렇게 죽다니.

말도 안 된다.

독에 당해 쓰러졌다는 목격담이 있었지만…….

그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분명 발키리가 그를 발할라로 인도했으리라.

그렇기에 소녀는 빌고 또 빌었다.

“위대하신 오딘이시여, 당신께 부탁드리오니… 에인헤랴르를 보내 주소서. 라그나로크의 때가 머지않았사옵니다. 지옥의 마졸들이 부족들을 유린하고, 우리에게 허락된 이 눈보라 치는 땅마저 빼앗으려 하옵니다.”

그녀가 연이어 빌었다.

“인류를 수호하시는 토르시여, 당신께 부탁드리오니… 벼락을 내려 주소서. 우리를 노예로 부리려는 자들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제발, 벼락을 내리소서.”

울컥, 치밀어오르는 억울함에 눈물을 뚝뚝 떨군다.

소녀는 마지막으로 빌었다.

“공명정대하신 티르시여, 어떤 대가를 바쳐야 하옵니까? 저에겐 내어 줄 것이 없사옵니다. 이 목숨이라도 바친다면 용맹하신 분께서 도와주시겠사옵니까?”

위대하신 분들이시여, 아스가르드의 높디높은 곳에 기거하는 분들이시여.

“…제발.”

소녀가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푹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린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오디슨 오빠…….”

마지막으로 그녀가 바란 것은 발할라에 있을 고종사촌 오빠였다. 그녀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지옥의 망자들이 땅 위로 기어 올라오는 끔찍한 꿈을 꿨다. 하지만 그녀는 따뜻한 느낌을 받았다.

사나운 가름 하나가 푹신한 털로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오빠…….”

소녀는 저도 모르게 가름에게 볼을 비볐다.

오랜만에 느끼는 온기였다.

* * *

“내가 널 우습게 봤나?”

“아이어…….”

“뭐라고?”

“아입니드아!”

얼굴이 팅팅 부은 덩치가 꽥 소리쳤다. 그 시끄러운 목소리에 눈살을 구기자, 덩치가 움찔 몸을 떨었다.

쯧, 덩치가 큰데 비해 꽤 연약한 놈이다.

“이만하면 나도 전장에 갈 만하겠지?”

톨킬드가 우물쭈물할 때, 다른 용병들이 껄껄껄 웃음을 터트렸다.

제 동료가 얻어터진 것에 비해 지나치게 밝은 분위기다.

“저놈을 저렇게 만들었으면 같이 가야지!”

“아예 우리 용병단에 가입하는 건 어때? 응?”

“실력 좋은데?”

흐뭇하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톨킬드를 보았다.

녀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젠장할! 좋아요, 좋습니다! 같이 갑시다! 대신!”

톨킬드가 눈을 부릅뜨고 말을 이었다.

“지나치게 위험한 의뢰는 안 받습니다! 이건 오디슨 님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우리 용병단이 아직 위험한 의뢰를 수행할 만큼 강하질 못해서 그래요!”

흠, 나도 너무 위험한 의뢰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손발이 안 맞는 이들과 갑작스러운 단체전이다. 서로가 엇갈려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애당초 승격 논의니 뭐니 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어 버려 부활 비용을 부담하는 건 바보짓이다.

“좋아. 개중에서 제일 금액이 큰 걸로 하지.”

내 말에 용병들이 낄낄 웃었다.

“공짜 일도 아니고, 비싼 일이라니. 딱 좋은데?”

“쉬운 걸로 하자고! 내가 죽어 버리면 여관 딸래미가 울걸.”

“미친놈. 너 걔 엉덩이 만지다가 여관 주인한테 처맞은 건 까먹었냐?”

적응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겁쟁이인 것 같진 않아 마음에 들었다.

톨킬드가 납작한 가죽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며 이리저리 살폈다. 양이 상당히 많은데… 저게 모두 의뢰서란 말인가?

확실히 꽤 잘나가는 용병단답다.

“아, 이거 좋네요. 올림포스에서 보낸 의뢴데… 퓌톤이라는 거대 뱀을 잡는 겁니다.”

올림포스라.

제국 놈들이 모시던 작자들인데.

영 마음에 들진 않는다. 하지만 그게 쉽다니, 뭘 모르는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내가 동의하자 톨킬드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그런데…….

“잠깐.”

말을 바꿨다. 사나이가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건 부끄러운 짓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말을 안 했으니 괜찮겠지.

톨킬드가 늘어놓은 서류를 집어 들었다.

나는 그곳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느릅나무 부족이라.”

내 고향 부족이 물푸레나무 부족이다.

오딘께서 첫 번째로 만드신 인간 한 쌍이 바로 아스크(Askr, 물푸레나무)와 엠브라(Embra, 느릅나무)다. 남자를 물푸레나무로, 여자를 느릅나무로 만들었다 하여 그런 이름을 붙이셨단다.

즉, 느릅나무 부족은 우리 부족의 형제 부족이었다. 전사를 키우기보다는 근방 부족들과 친하게 지내며 근방 부족들이 모여 거래를 벌이는 곳이었다.

전사가 적고, 주술사가 많은 곳.

나는 서류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렸다.

와락! 서류가 구겨졌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이!”

서류에 적힌 것은 끔찍한 상황이었다.

느릅나무 부족에 붙어 있는 말이 문제였다.

[데너리즈 최후의 부족, 느릅나무 부족 방어전.]

내 살던 땅이 이윽고 빌어먹을 제국에게 모조리 빼앗겼는가!

부르르, 떨고 있자니 톨킬드가 슬쩍 내 손에 있는 종이를 빼앗았다.

그러더니 음- 하고 인상을 구긴다.

“이쪽으로 가고 싶은 겁니까?”

“…어렵겠나?”

톨킬드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서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는 입술을 씹었다.

“…약간 곤란하긴 합니다만…….”

“그렇다면 하나를 더 쓰지.”

내 말에 톨킬드가 히죽 웃었다.

어째 속은 기분이었지만, 차마 느릅나무 부족을 버려둘 수는 없었다.

내 어머니가 바로 그 부족 출신이었으니까.

나의 외가 식구들은 아직도 그곳에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

가족의 죽음을 두고 볼 수는 없다.

“…아, 명심하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뭐지? 싸늘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설마 실패를 염두에 두라거나 그런 개소리를 하는 거라면 그 입을 찢어 버리리라.

하지만 톨킬드는 내 예상과 다른 말을 꺼냈다.

“절대로 정체를 드러내지 마십시오. 정체를 드러낼 경우, 오디슨 님이 그토록 싫어하는 올림포스 놈들에게 넘겨져 지독한 고통을 겪게 될 수도 있습니다.”

움찔 몸을 떨었다.

정체를 드러내지 말라고?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나는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사의 명예를 드높일 수 없다는 건 아쉽다.

허나 제국 놈들에게서 가족을 지킬 수 있는데, 그까짓 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그보다…….

“언제부터 내게 님을 붙였지?”

톨킬드에게 물었다. 그는 슬그머니 시선을 피했다.

별 상관없나? 창을 쓰다듬으며 숨을 골랐다.

제국 놈들의 피를 마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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