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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발할라-28화 (28/208)

# 28

28화. 영웅은 쓰러지지 않는다 (3)

전사의 의무는 좁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적을 물리치고, 부족민을 지키는 것.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자잘한 의무가 있다.

지금 내가 하는 것도 그 자잘한 의무 중 하나다.

“헉헉헉.”

자꾸만 땀이 흘렀다.

억누르려 해도 튀어나오는 거친 숨과 부들부들 떨리는 허리.

나는 이를 악물었다. 벌써 끝낼 순 없다.

이라호드가 말한다.

“좀 더 천천히!”

“하지만… 흐읏! 더 이상은…….”

“참아요! 누가 먼저 하자고 했는지 잊은 건 아니죠?”

날 원망하는 듯한 눈초리. 그녀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서 눈썹을 찌푸린다.

나 역시 신음을 막고자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고, 오만상을 썼다. 하지만 이게 한계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나는 이라호드에 비하면 아직 햇병아리나 다름없었다. 풍부한 경험에 비할 바가 못 됐다.

“크윽! 더, 더는……!”

“아읏! 조금만 더!”

“아, 안 돼……!”

인내심의 한계에 닿았다.

눈앞이 핑 돌았고, 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댕그랑! 철푸덕!

“으윽!”

결국, 나는 목창을 놓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내 옆에서 같은 동작을 하던 이라호드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쉽지 않죠?”

“…후우, 후우. 확실히 그렇군. 처음 볼 때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말이야…….”

내 말에 이라호드가 피식 웃었다.

이틀 전, 그녀가 전속 발키리가 된다는 말을 듣자마자 이라호드에게 부탁했다.

‘나를 훈련시켜다오!’

전사의 의무, 강해질 것.

그를 위해 한 부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 입을 꿰매고 싶다.

처음 훈련은 우스웠다.

이라호드가 제시한 훈련법은 천천히 움직이기. 그녀는 내게 찌르기를 1분에 걸쳐 하라 했다.

나는 ‘겨우 이거?’ 하며 무시하고 얕잡아 보았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적어도 1초에 3번 정도 찌를 수 있었으니까.

이라호드의 지시를 따르겠다 약속한 탓에 하기야 했지만… 영 불만족스러운 훈련이었다.

오만은 금방 박살 났다.

한 번의 찌르기를 5분에 걸쳐서 하는 지금은…….

“후우, 후우. 죽을 맛이군.”

멍하니 훈련장에 누워 중얼거렸다.

이라호드가 내게 물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기초 중의 기초예요.”

나는 혀를 내둘렀다.

천상의 감로수처럼 달콤하던 물이 목에 턱하니 걸렸다.

이게 기초라니. 더 힘든 훈련도 있는 걸까?

속내를 숨기고 물었다.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

“이미 느끼고 있지 않아요?”

자세히 설명해 줄까요?

이라호드가 자세를 잡았다.

자연스럽지만 언제든 창을 내지를 수 있는 자세. 평소와 다르게 청동 날개가 달린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굉장히 편해 보였다.

그 자세 하나에도 높은 경지가 서려 있었다.

“이 훈련은 창을 쓸 때 자연스럽게 단련되는 근육뿐만 아니라, 동작을 보조하는 자잘한 근육도 키워 주는 훈련이에요.”

“…으음.”

“그러니까, 훈련이 익숙해지면 이런 건 쉽게 할 수 있죠.”

잘 봐요.

이라호드가 말하고선 창을 내질렀다.

아름다운 창격이다. 찌르기임에도 직선이 아니었다.

부드러운 뱀처럼 허공에서 휘어지는 찌르기.

나와는 전혀 다른 창술이다.

적의 방어를 부수고 꿰뚫으려는 나와 달리, 방어를 피해 약점을 노리는 공격.

꿀꺽, 나는 유연함이 탐났다.

“…언제 봐도 대단하군.”

“뭐, 좀 더 많이 익숙해지면 투창에도 다양한 궤적을 낼 수 있어요.”

헤실헤실 웃으며 하는 말에 니플헤임에서 본 광경이 떠올랐다.

마법 같은 투창. 허공을 유영하며 적들을 노리는 공격은 충격 그 자체였지.

“흠.”

니플헤임을 떠올리자, 다시 잡념이 차올랐다.

1억 크로나. 그걸 정말 묵히는 게 맞는 걸까? 당장에 토르손을 불러오는 게 더 빠르게 부족민 전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또 부족민 생각하죠?”

“…아무래도, 미련을 끊기가 힘들군.”

쓰게 웃었다.

이라호드는 친절하게 다시 설명했다. 그러니까- 로 시작하는 설명.

1억을 들여 토르손을 불러오는 건 좋다. 하지만 1억으로는 부족하다.

오디슨, 당신이 초기에 한 고생을 생각해 봐라. 그걸 이겨 내기 위해서는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굳건한 투지가 필요하다.

긴 설명이었지만, 요지는 저렇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토르손에게 다른 일을 하라고 하면 안 될까?”

“그것도 사실 쉬운 게 아니죠. 오디슨도 결국 다른 일은 못 했잖아요.”

전사의 자존심.

그 자존심을 꺾어 버린 토르손은 여전히 전사일까?

니플헤임에 있을 그가 걱정되었다.

“…찌꺼기에서 황금을 뽑아내는 일을 한다고 했나? 그런 일을 그 녀석이 잘 견뎌 낼 수 있을까?”

송곳니가 뭉툭해진 맹수는 사냥을 할 수 없다.

“니플헤임은 차가운 땅이죠. 영혼마저 얼어붙을 정도로. 그리고 얼어붙은 영혼은 변할 수 없어요.”

“변할 수 없다?”

이라호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니플헤임이 끔찍하죠. 여전히 하계와 같은 마음인데, 익숙해지질 못하니까요. 전사였던 이들은 더욱더 끔찍하게 여겨요.”

이그나르가 부인을 입에 담으며 도발해도 생각보다 화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쯧, 그 게으르고 영악한 놈.

“…전사의 긍지가 오히려 계속해서 고통을 주는 셈인가.”

“네, 맞아요. 대신 꺾이지도 않죠. 그러니까 좀 더 모아서 초기 지원을 빵빵하게 해 주라구요.”

수긍한다. 패배는 겪을 수밖에 없다. 허나 패배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러지 못하면 패배에 젖어도 미련만이 남아, 투기장 근처를 배회하는 노숙자가 되리라.

그 겁쟁이들.

“…음, 이건 좀 다른 소린데.”

겁쟁이라고 하니 떠오른 생각이다.

“뭔데요?”

“O500에는 겁쟁이들뿐인가? 이틀 전에 경기 주선을 부탁했건만, 왜 아직 소식이 없지?”

살짝 짜증이 묻어나왔다.

몸이 녹슬 것만 같다. 싸움의 흥분으로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전사의 마음가짐에 붉은 녹이 서리리라.

이라호드가 눈을 끔뻑였다.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네요?”

“음? 뭐가?”

“지금 오디슨은 그야말로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라는 포지션이거든요. 화제성이 이토록 높으니… 한 번 정도 찔러 보는 게 있어야 하는데…….”

중위권이야, 두 놈을 한 번에 없앴으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상위권은? 이라호드의 말을 듣고 나니 나도 약간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 설마?”

이라호드가 뭔가 눈치챈 모양이다.

“오디슨이 레티아르와 데릭손을 끝장낼 때 보인 힘 있잖아요.”

“변이하면 생겨나는 힘 말인가?”

“네! 그게, 영구적이라고 여기는 게 아닐까요?”

영구적? 아니, 내 힘은 지극히 일시적이다.

오래토록 유지하는 건 체력 문제도 있고, 위험성도 있다.

슬쩍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그극!

나지막한 소리. 건틀릿에서 나는 이 소리가 바로 위험의 이유다.

원령의 힘을 너무 끌어다 쓰면, 원령과의 연결이 진해져서 원령에게 힘을 빨릴 수도 있다고.

뭐, 원령이라는 게 얼마나 센지, 한 번쯤은 붙어 보고 싶지만.

“설마 그러려고.”

“…뭐, 저도 O500투사들이 바보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일시적으로 큐가 안 잡히는 거겠죠.”

큐? 그게 무슨 소리지?

여전히 이라호드는 내가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틱틱 던졌다.

* * *

이라호드는 사실 O500을 약간 과대평가했다. 그녀의 보는 눈이 너무 높은지라,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 생각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역시 완벽한 비밀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 힘이 일시적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막 O500에 진입한 신입의 호언장담.

“흐음, 그렇단 말이지?”

포르디에르는 턱을 쓰다듬었다.

O500의 상위권 붙박이인 포르디에르는 오디슨을 강자로 판단했다. 바람처럼 O500을 스쳐 지나갈 강자로.

그건 O500투사들 모두가 한 생각이었다.

‘데릭손의 플레이트 아머를 일격에 분쇄하고, 레티아르는 맨손으로 때려 죽였지.’

중위권에 위치한 둘이 너무나 파격적으로 박살 났다. 그 경기가 펼쳐진 곳에는 포르디에르도 있었다.

그때, 그는 경악했다. 그리고 몸을 사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실상은 일시적 광폭화라니?

“…일리가 있군. 영구적인 힘이었다면, 메르키가 그놈을 O500으로 보냈을 리가 없다.”

“그렇죠? 분명히 일시적인 겁니다. 어떻게 내는 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와 처음 싸울 때만 해도 그런 힘이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그사이에 뭘 더 얻은 것도 아닙니다. 저와의 경기 직후에 바로 처벌을 받았고, 돌아오자마자 저와 팀을 짰으니까요.”

“흐음…….”

포르디에르가 재차 턱을 쓰다듬었다.

이 정보는 믿을 만했다. 같은 팀으로 싸운 바가 있는 야른시다의 말이니까.

“답은 장기전이라…….”

히죽, 포르디에르가 웃었다.

장기전은 그의 장기였다.

투기장에서 보기 드문 요술사.

요술이 마법에 재능이 없는 자들을 위한 거라 할지라도, 마법에 비해 지속력이 좋다.

일격에 상대를 쓰러뜨리진 못하지만, 상대를 속이고 기만하다 보면 어느샌가 상대가 쓰러진다.

그게 환각과 자잘한 소환에 특화된 요술의 무서운 점이다.

‘내 경기를 지루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보겠지. 오디슨이라는 이름값이 있을 테니.’

사람들은 스타에게 환호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의 몰락을 더욱더 좋아한다.

떠오르는 신성, 오디슨을 차분하게 짓밟는다면?

“…좋군.”

포르디에르가 흐뭇하게 웃었다.

야른시다가 황급히 첨언했다.

“승리를 더 확실하게 굳히고 가시는 건 어떠십니까?”

“흐음, 내가 오디슨과 그냥 붙으면 진다?”

“아닙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좀 더 쉬운 길이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쉬운 길?”

포르디에르가 눈살을 구겼다.

야른시다는 지금이 바로 기회라는 걸 알아챘다.

“이그나르라는 놈이 있습니다.”

“으음?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야 당연합니다. U500에서 승격한 뒤로 한 번도 싸우지 않았거든요.”

“그래? 그래서 그놈이 어쨌다는 거지?”

히죽- 야른시다가 웃었다.

“그놈 별명이 바로 얼음미끼입니다.”

“…얼음미끼?”

“미끼 역할밖에 못하는 허접이란 소리죠.”

“크흐흐… 재밌는 별명이군. 그런데, 그놈 이야기는 왜 꺼냈지?”

야른시다가 서둘러 정답을 내놓았다.

“오디슨의 친굽니다.”

“친구라고?”

“넷! 오디슨은 그놈 외에 다른 투사들과 이야기도 안 했죠. 그러니까…….”

“듀오전을 요청하라, 이 말이지? 그럼 오디슨은 짐덩어리를 달고 나올 테고?”

야른시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놈은 느려 터졌습니다.”

“오호, 이 녀석… 역시 원하는 게 있었구나?”

포르디에르가 흐흐- 웃음을 흘렸다. 야른시다가 꿀꺽 침을 삼키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포르디에르는 야른시다의 건방짐을 탓하지 않았다.

“그래, 사람은 욕심이 있어야 하는 법이지. 네 ‘천둥소리’는 꽤나 쓸 만하니… 이번에는 나와 파트너를 맺게 해 주지.”

“어엇! 가, 감사합니다!”

야른시다가 넙죽 엎드렸다.

투기장에서도 드문 요술사, 포르디에르. 하지만 요술은 위력을 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대로, ‘천둥소리’를 사용하는 야른시다는 폭발적인 위력을 내지만, 일시적이다.

함께 팀을 맺으면? 약점이 상쇄된다.

“실질적인 2대1이라. 흐흐, 좋아. 아주 좋군.”

포르디에르가 웃음을 흘렸다.

그의 머릿속에는 스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스타가 될 자신의 모습이 선명했다.

야른시다 역시 입꼬리를 씰룩였다.

‘망할 새끼들. 부활 빚이 5천만 크로난데 겨우 300만 크로나를 던져 주고 치워? 이번에 놈을 잡고, 유명세를 얻어 그 빚을 갚아 버리겠다!’

동상이몽이었지만, 두 사람은 꽤나 위협적인 전략을 구축했다.

오디슨이 토르에게 룬스톤을 받지 않았더라면, 분명 그랬으리라.

* * *

“어?”

발가락으로 얼굴을 긁적이던 손오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작성자: 메르키]

[제목: 오디슨 출격! 그 상대는? 요술사 포르디에르!]

“캬! 오디슨, 이 자식!”

심심함에 몸서리치던 손오공이 탄성을 내질렀다. 당장에 댓글을 달았다.

빨랐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먼저 댓글을 단 이들도 있었다.

[로키: 마확찢!]

[아레스: (차단된 댓글입니다.)]

[손오공: 오우야! 가즈아!]

여전히 커뮤니티 내의 유행어로 남은 마확찢이라는 말이 주르륵 달렸다. 아레스의 댓글은 모두가 차단되었다.

그 개차반이 성격을 못 이기고 욕을 줄줄 달았을 게 틀림없다.

“멍청한 새끼.”

손오공이 히죽히죽 웃었다. 심심한 일상에 약간의 기대감이 서렸다.

곁에 있던 저팔계가 꿀꿀- 울었다.

“사형, 뭐가 그리 좋앙?”

“응? 뭐야, 너 팔괘로가 어딨는지 알아냈냐? 엉?”

“…진짜로 할 거양? 태상노군 무서운뎅…….”

손오공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저 자식이 태상노군은 무섭고, 이 하늘같은 사형은 안 무섭나? 한 대 때릴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손오공의 주먹은 생각보다도 빨랐다.

퍽!

“끄앙! 왜 때령!”

손오공이 눈을 끔뻑이다, 적반하장을 시전했다.

“건방지긴! 이 사형이 심심해 빠진 선계에서 취미 생활 좀 하겠다는데, 거기에 토를 달고 말이야.”

“그렇다고 팔괘로를 훔쳐서 여의봉을 복사행? 게다가 주려는 애가 하급 투사잖아. 전에 픽 쓰러지던뎅!”

손오공이 그 말에 벌컥 화를 냈다.

“야! 그 비겁한 짓거리에 쓰러진 거랑 같냐? 엉?”

“아니, 내가 안 비겁하댔낭? 그냥 약해 빠진 애들을 왜 보냐 이거징.”

“센 놈들은 다 약아 빠졌으니까 그렇지! 그래 가지고 내가 싸우자 하면 싸우기나 해 주겠냐? 엉? 이 정도 깡은 있어야지!”

“엥? 사형, 키워서 싸움 걸 생각이었엉?”

무심코 속내를 밝혀 버린 손오공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리고 슬그머니 저팔계의 시선을 외면했다.

싸움에 중독된 손오공에게 곤륜은 끔찍한 곳이다. 도 닦는 신선들이 즐기는 오락이라 해 봐야, 고작 바둑이나 두는 것이다.

손오공은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그것도 화끈한 싸움을 바랐다. 보는 건 결국 언 발에 오줌 누기다. 그렇다고 다른 신에게 싸움을 걸자니, 곤륜이 벌컥 뒤집힐 일.

손오공에게는 정치적 논리를 빼고서 그냥 싸워 줄 상대가 필요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아 반 이상 포기한 상태였다. 그런 그의 욕망에 다시 불을 붙인 게 얼마 전 사건이다.

‘마확찢이라고 소리치는 놈이라면…….’

신성모독 같은 건 안중에도 안 두는 또라이. 싸움에 미쳐 계속해서 성장하는 외골수.

그가 완전히 성장했을 때 어떤 모습이 될까?

“나만큼이나 유쾌한 놈이 되겠지. 흐흐.”

싸움에 중독된 자신처럼. 그도 싸움을 찾아 허덕이게 되리라. 그러면 그제야 싸움을 나눌 싸움 친구가 생긴다.

“흐, 흐흐… 쓰러지지 말고 쭉쭉 크거라……. 흐흐.”

“하급 투사를 키워 싸우겠다닝…….”

저팔계가 질색했다. 그러나 손오공은 그런 것도 모른 채 스마트폰에 쪽- 하고 뽀뽀했다. 그 스마트폰에 비치는 것은 게시글에 붙은 오디슨 사진이었다.

“사형이 완전 변태가 됐엉…….”

저팔계가 학을 뗐다.

* * *

“음?”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웬 오한이 느껴졌다.

팔뚝을 슥슥 문질러 소름을 가라앉히자, 도끼를 만지작거리던 이그나르가 딱딱하게 웃었다.

“뭐, 뭐야? 지금 요, 요술쟁이랑 싸운다고 긴장한 거야? 흐, 흐흐…….”

피식 웃었다. 긴장한 건 내가 아니다.

이 자식이다. 이그나르는 아까부터 자꾸만 도끼를 만지고 제 갑옷을 만져 댔다.

“긴장할 필요는 없다. 작전대로만 해라.”

“후우. 정말 그게 통할까?”

이렇게 자신감이 없다니.

쯧쯧, 혀를 찼다. 그와 동시에 드르륵, 철창이 열렸다.

나는 곧장 함성이 쏟아지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와아아아아!

시끄러운 함성 속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불안한 표정의 이그나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그나르, 그거 아나? 늑대무리의 대장은 가장 힘센 녀석이 아니다. 이기는 법을 아는 놈이지.”

“어, 어? 뭐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리고 난 울프헤딘의 대장이었다.”

뭐, 나는 가장 세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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