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27화. 영웅은 쓰러지지 않는다 (2)
눈을 떴을 때,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몇 번이나 신세졌던 에이르 신전의 병실 천장.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또 죽었나?”
빚이 또 늘었겠군.
답답한 마음에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때, 옆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 마라, 죽은 건 아니니까.”
“…음?”
처음 보는 남자다. 어딘가 익숙하다. 허나 분명 처음 보는 남자다.
붉은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처럼 길게 늘어서 있고, 풍성한 수염은 아래쪽에서 땋아 수수한 장식을 달았다.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오히려 강인해 보인다.
극한까지 단련된 게 분명한 몸 때문인가? 아니면 깊고 푸른 눈동자에 서린 기세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었다.
문득, 뇌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혹, 토르십니까?”
“허, 것 봐라, 티알피. 날 알아볼 거랬지?”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에도 나는 당황했다.
어째서 토르께서 이 자리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토르께서는 시종인 티알피와 이야기를 하셨다.
신화에서 보던 바로 그 티알피라…….
농부의 아들이지만, ‘생각’만큼 빠른 자다. 깔끔하게 넘긴 머리카락에 살짝 뺀질해 보이는 인상이다.
티알피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모를 거랬습니까? 그냥 좀 더 위엄을 갖추시라고 말했죠.”
“허리에는 메깅요르드를 차고, 야릉그레이프를 낀 손으로 묠니르를 만지작거리면서? 웃긴 소리. 전장에 나가는 것도 아닌데 그런 것들을 왜?”
“그것보다, 저 친구한테 뭐라고 말씀 좀 해 주시죠? 안절부절못하는 꼴이 저러다 이상한 짓을 할 것 같은데요.”
아- 하고 토르께서 나를 보셨다.
나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멍청한! 감히 전사 중의 전사, 남자 중의 남자- 천둥번개 토르께서 오셨는데 멍하니 누워 있다니!
내 멍청함이 원망스러웠다.
“미천한 창잡이가 전사 중의 전사이자, 인류의 수호자이신 고귀하신 토르를 뵙습…….”
황급히 바닥에 엎드리려는데 토르께서 날 붙잡으셨다.
“됐다. 과한 예는 필요 없도다.”
황망한 마음에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제국의 멍청이들이 황제 말에 뭐만 하면 죄송하다, 하는 이유를 약간이나마 알게 되었다.
나 역시 그런 소리를 하게 됐으니.
“아… 죄, 죄송하옵니다!”
“아니, 미안할 건 오히려 나지.”
토르의 말씀에 불편하신 점이 있지 않은가- 걱정했다.
역시나 말리신다 할지라도 당장 엎드려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할 때에 토르께서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미안하다.”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그저, 사과해야 할 일을 사과할 따름이니까.”
“…도대체 무엇을…….”
아차, 감히 신께 물음을 던지다니.
꿀꺽 침을 삼킬 때 토르께서는 쓴웃음을 머금으셨다.
“이번 사건 말이다. 독 사건.”
“…그게 토르께서 신경 쓰셔야 할 정도로 큰일이었습니까?”
죄송스러운 마음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내가 그깟 칼을 피해 버리고 레티아르라는 제국 노예 놈을 단번에 쳐 죽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감히 신께 신경을 쓰게 했다는 것에 마음 한편이 묵직하게 아려 왔다.
토르께서는 빙그레 웃으시고, 날 침대에 앉히셨다. 그리고 그 곁에 앉아 말을 꺼내신다.
“이번에 네가 당한 독은 영혼을 갉아먹는 지독한 독이다. 신계 연맹 전체에서 금지된 독물이지.”
나는 얌전히 그 말을 들었다.
“그런데 신들의 눈을 피해 평범한 O500투사가 그걸 구할 수 있다 보는가?”
“…그렇다면?”
“아마 배후가 있으리라.”
배후라는 말에 딱 세 글자가 떠올랐다.
“으드득! 마르스…….”
비열하기 그지없는 제국 종자들! 노예부터 신까지 모두가 야비하고 긍지 없는 작자들이구나!
분노를 토할 때 토르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작자의 목을 따 버리겠습니다!”
투지를 불태웠다.
신? 제국 놈들이 믿는 비리비리한 신 따위는 무섭지도 않다.
토르께서 껄껄 웃으신다.
“크하하하! 그래, 그것도 좋지! 허나 내 묠니르가 그 머리를 깨트리기 전에 따와야 할 게다.”
토르의 말에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동시에 호기심이 일었다.
토르께서는 얼마나 강하실까? 한 번쯤 맞붙어 보고 싶다.
아니, 아니다.
고개를 황급히 저어, 그 생각을 털어 냈다.
그때, 토르께서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신다.
“하지만 아레스는 강력한 신이다. 게다가 그놈은 올림포스의 왕세자기도 하지. 전쟁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전쟁. 신들의 전쟁이라.
가슴이 끓어오르는 일이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
“…그런 비겁자들이 수천 명 몰려온다 할지라도, 토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겁니다!”
“그래, 그래. 다만, 우리는 시시탐탐 아스가르드를 노리는 거인 왕국과 싸워야 하고, 또 세계의 찌꺼기들을 계속해서 치워야 한다. 그 와중에 똥 같은 게 하나 더 달라붙는 건 귀찮은 일이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땅은 적이 많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전사가 싸움을 피해야 되겠는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내 마음을 알아채신 걸까? 토르께서 말씀하신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느냐? 더러워서 피하지.”
“…전사는 무서움이든 역겨움이든 정면에서 맞서야 하는 이가 아니었습니까?”
울컥하는 마음에 말대꾸를 하고 흠칫 놀랐다. 토르께서는 날 보고 흐뭇하게 웃으시더니, 탁탁 내 어깨를 두드리셨다.
가벼운 손짓임에도 언제든 나를 으스러뜨릴 수 있는 거력이 서려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솜털이 삐죽 솟는다.
“…후. 네가 아는 걸 겁쟁이들이 모르는구나.”
토르께서 탄식하셨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토르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그 끝이 처절한 죽음일지라도, 마르스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고 싶다. 하지만 토르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데, 내 뜻을 세울 수는 없었다.
전사 중의 전사이신 토르께서는 얼마나 갑갑하실까.
안타까운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니, 토르께서 작게 웃으셨다.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을 준비했다.”
“보상이라니… 저는…….”
“너는 보상을 받을 만한 일을 했다. 자, 이걸 받거라.”
토르께서 품에서 꺼낸 수정을 내게 건네셨다. 맑고 투명한 수정은 주먹 정도 크기였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롱한 빛이 서려 있었다.
이게 무언가- 싶어 토르를 보니, 그분께서 웃으신다.
“그건 룬스톤이다.”
룬스톤?
내가 아는 모습과는 달랐다.
하계에서도 룬스톤을 세웠다. 전사들은 싸움을 마치면 가장 뛰어난 전공을 세운 이를 꼽아 비석을 세우며 그 이름을 남겼다.
나 역시 몇 번이나 룬스톤에 이름을 남긴 적이 있다.
[이 땅에 물푸레나무의 뿌리가 닿았다. 개중 가장 굵은 뿌리의 이름은 붉은 늑대, 오디슨이라 한다. 그는 뛰어난 전사로서 전장에서 날뛰었고, 이 땅의 허약한 자들은 감히 붉은 늑대를 잊지 못하리라.]
커다란 돌을 깎아 화려한 문양을 그리고, 염료를 이용해 붉고 검게 물들여 잘 보이도록 했다.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던 룬스톤.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훤하다.
하계의 내 룬스톤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공포를 뿜어내고 있을까?
잠깐 다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토르의 시종 티알피가 내 손에 있는 룬스톤에 관해 설명을 해 주었다.
“하계의 룬스톤과는 질적으로 다른 물건입니다. 세계수, 위그드라실의 가장 맑은 수액을 모아, 미미스브룬느의 물과 섞어 마법으로 굳힌 거지요. 크로나로 따질 수 없을 정도의 보물입니다.”
입을 쩍 벌리고 경악했다.
위그드라실의 수액만 해도 만병통치약이라고 알려져 있건만! 미미스브룬느의 물이라니.
“온 세상의 지혜가 녹아 있다는 미미르의 샘물…….”
오딘께서도 한쪽 눈을 바치는 대가로 한 모금을 얻어 마실 수 있었다고 전해지는 물이 아닌가?
침을 꼴깍 삼키고, 흔들리는 눈으로 토르를 바라보았다.
이런 귀한 물건을 내게 내리시다니……. 마음속에 고개를 든 투쟁심이 깨갱하고 고개를 숙였다.
“야, 넌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러냐? 보물이니 뭐니,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면요? 물건은 가치를 알고 있어야 아끼는 겁니다.”
“그 가치를 몰라서 내가 그토록 먹지 말랬던 염소 다리뼈를 쪽쪽 빨았냐?”
“그러니까 그런 일이 안 생기게 말해 주는 거 아닙니까?”
티알피가 투덜댔다.
본래 농부의 아들이었던 그가 토르의 시종이 된 건 토르의 명을 어겼기 때문이다.
하룻밤 농가에서 신세를 진 토르께서는 그들의 친절함에 감동하셨다. 그에 토르께서 염소 고기를 내어 주시며 말하시되, 뼈는 씹지 말라 하셨다.
하지만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티알피가 살코기뿐만 아니라 뼈까지 씹고 말았다.
토르께서 내주신 염소 고기는 무한히 부활하는 염소였기에 뼈를 모아 뒀을 때 다시 부활했다.
허나 뼈를 씹은 탓에 염소가 다리를 절게 되었고, 토르께서 분노하셨다. 그 분노를 잠재우고자 티알피와 그 여동생이 토르의 시종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허.”
신화적인 이야기를 코앞에서 듣게 됐다.
나는 그저 감탄을 흘렸다.
한참을 투닥이던 토르와 티알피는 내 시선을 눈치채고 헛기침을 흘렸다.
“크흠! 요즘 제대로 된 전사가 없어, 지루하던 참이다.”
U500과 O500만 봐도 뻔하다.
토르께서는 웃으시며 말을 이었다.
“오디슨, 네가 제대로 된 전사의 투지를 보여 줬기에 내가 내놓는 선물이니, 꺼리지 말도록.”
가슴이 찡- 하고 울린다.
나는 룬스톤을 심장에 대고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 봐야겠다. 룬스톤에 서린 힘을 모두 뽑아낸다면, 내가 또 선물을 주지.”
히죽 웃으신 토르께서 팔뚝을 내미셨다.
나는 자연스레 그 팔뚝에 내 팔뚝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입을 모아 외쳤다.
“토르의 용기와 티르의 정당함으로 오딘의 승리를 위하여!”
어? 어쩐지 굉장히 익숙한 느낌인데……?
내가 살짝 눈살을 찌푸릴 때, 토르께서 말씀하신다.
“기대한다.”
감격스러운 말.
텅텅! 나는 가슴팍을 때리며 다짐했다.
“기대에 부응토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흐흐흐, 그럼, 나머지 보상은 티알피와 이라호드에게 듣도록.”
토르께서 병실을 나가셨다.
…그런데 왜 익숙했지?
발할라에 올라와 이 구호를 외친 건 딱 한 번뿐이지 않나? 그것도 토냐르와.
토르, 토냐르. 토르, 토냐르.
어쩐지 닿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진실이 엿보였다.
“…설마, 아니겠지?”
멍하니 중얼거릴 때 티알피가 아이고- 탄식을 흘렸다.
“…취미 생활은 좀 조심하시라니까…….”
“취미 생활?”
“뭐, 다 눈치챈 거 같은데… 아닙니까?”
티알피의 쓴웃음에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정하려 하면 할수록 점점 더 선명해지는 진실.
“…토르께서 바로 그?”
티알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 * *
하계에 있을 때, 나는 주술사 영감의 멱살을 잡은 적이 있었다.
거인 왕국의 선왕, 스륌이 묠니르를 훔친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스륌은 묠니르를 숨겨 두고 말했단다. 묠니르를 돌려받고 싶거들랑, 프레이야를 내 아내로 보내라고.’
그에 나는 분노했다.
미의 여신인 프레이야께서는 지고지순한 사랑의 여신이다. 사라진 남편, 오드를 그리며 흘린 눈물이 황금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주 유명했으니까.
그런 열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니!
과연 토르께서는 그에 응하지 않으셨다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로키의 꾀에 토르께서는 프레이야로 변장하시고, 로키는 프레이야의 시종이 되어… 억!’
여장이라니!
전사 중의 전사, 남자 중의 남자인 토르께서 여장이라니!
분노를 터트리며 주술사 영감의 멱살을 잡았다.
이 영감쟁이가 버섯을 너무 씹어 머리가 돌아 버린 게 아닌가 생각했다.
‘무식한 놈 같으니!’
그 이후로 주술사 영감은 내게 한참이나 신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아니, 상식적으로 토르께서 여장을 하신다는 게 말이나 되나!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 *
“뭐, 절대라는 건 없더군요.”
티알피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는 망연자실,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나의 우상이신 토르께서, 그런 취미가 있으셨다니.
지나친 충격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티알피가 경고한다.
“…어쨌든 함부로 입을 놀리진 마십시오. 토르께서도 소문나는 걸 원치 않으시니.”
“…오딘께 명세컨데, 이 일에 대해서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무것도 없을 게요.”
나도 토르의 그 근엄한 모습을 박살 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뭐, 사실 알 만한 사람은 다들 알지만… 어쨌든.”
티알피가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아요. 그러면 다음 보상을 이야기해 볼까요?”
보상이고 나발이고, 지금은 잠깐 쉬고 싶다.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그냥 침대에 멍하니 눕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곧,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보상이 너무 강렬했다. 내 뺨을 왕복으로 때리는 듯한 숫자가 튀어나왔다.
“룬스톤은 토르 님께서 내놓으신 거고. 별개로 신들께서는 이번 일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승리 수당에 배상금을 얹어 1억 크로나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치료비는 당연히 무상이고요.
티알피가 덧붙이는 말은 그저 흘려 버렸다.
그냥 금액이 자꾸만 귓가에 울렸다.
‘1억 크로나를 지급하기로…….’
쩍하니 벌리고 있던 입을 겨우 수습해 물었다.
“…그게 참말이오? 농담이 아니라, 정말?”
“무상 치료가 그리 충격적이었나요?”
“아니, 1억 크로나 말이오!”
“아! 물론이죠. 자, 여기 1억 크로나입니다.”
티알피가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저기에 1억 크로나가 들어가기나 하나? 역시나 농담이었나?
나는 슬쩍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낯선 금화가 들어 있었다. 동그란 것이 아니라, 네모난 것.
그 금화에는 1천만 크로나라고 새겨져 있었다.
금화의 개수는 총 10개.
1억 크로나가 맞다.
“허…….”
헛숨이 튀어나왔다.
부족민을 발할라로 데리고 오는데 드는 돈이 대충 1억 크로나라고 했던가?
그럼 당장에 한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게 아닌가!
으음, 누굴 데리고 와야 하나?
힘없는 아슬라 아줌마나 라드게리타? 아니면 토르손?
토르손과 내가 힘을 합치면, 돈도 두 배로 벌 수 있으리라.
…발할라를 꿈꾸다 죽은 삼촌은 어떨까?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는?
꿀꺽 침을 삼키고,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민은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고민을 접을 수도 없었다.
복잡한 머리를 팽팽 굴릴 때, 티알피가 마지막 보상을 내밀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거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룬스톤과 1억 크로나에 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내민 마지막 보상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룬스톤과 1억 크로나보다 오히려 이쪽이 더 놀라웠다.
“앞으로는 발키리인 이라호드 양이 당신을 시중들 겁니다.”
“…뭐라고?”
나는 한 번에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상상 밖에 있던 것이 불쑥 내밀어진 탓이다.
티알피가 재차 말했다.
“당신의 담당 발키리인 이라호드 양이 당신의 전속 발키리로 배치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라호드는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 너무 조용한 데다, 토르와 티알피라는 우상들이 있는지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불안한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오디슨? 오디슨은 신사죠?”
그 말에 나는 히죽 웃어 보였다.
나는 전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