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25화 (25/208)

# 25

25화. 영웅은 용서치 않는다 (3)

올림포스에 있는 회원제 술집, BAR쿠스.

신들이 애용하는 그 술집에는 오늘도 손님이 가득했다. 모두가 작은 신성이라도 가진 신들이었다.

“오늘 ‘그 녀석’ 경기가 있다지?”

“신계 연맹 커뮤에 메르키가 일정 올렸잖아. 확실해.”

이름을 말할 수 없는 투사. 하지만 분명 최근 올림포스에서 가장 화제가 된 투사.

모두가 그를 보길 바랐다.

지위를 이용해 온갖 패악질을 저지르는 미치광이, 아레스를 엿 먹인 투사이기 때문이다.

올림포스의 왕세자를 욕되게 했다는 이유로 그 투사를 싫어한다?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나 여신들은 더했다. 아레스는 제 제수씨와 불륜을 벌인 난봉꾼이며, 온갖 발광을 떨어 대는 개차반이니까.

“오늘 경기한다는 애가 걔지?”

“응. 잘생겼어.”

“진짜? 잘생겼어?”

그건 하급 여신인 님프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아레스가 특별히 님프들을 겁탈했다는 소문은 크게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님프들은 그가 자신의 행적을 감췄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미치광이 난봉꾼과 잘생긴 투사.

어느 쪽이 인기 있을지는 뻔한 이야기였다.

“응, 진짜 잘생겼어. 크레네가 직접 만나도 봤다던데.”

“어? 발할라에 지점장으로 간 걔? 어우, 좋겠다.”

“근데 17살이래. 그래서 스카웃하려다가 잡혀갈 뻔했다나 봐.”

“어… 더 좋은데? 킥킥!”

“이런 미친년.”

킥킥대는 님프들이지만, 그 목소리가 크진 않았다.

저쪽 구석 테이블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불편하다는 듯 인상을 구기고 있는 아레스가 있었다.

그 행동이 더 욕먹는 길이라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 눈치가 있었다면, 아레스가 욕먹을 일도 없었으리라.

‘남들이 욕하는 게 싫으면 행동을 똑바로 하던가, 집에서 안 나오면 되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중계가 시작됐다.

와아아- 함성과 함께 화면에 오디슨이 등장했다.

님프들이 잡담을 멈췄다.

야성이 철철 넘치는 붉은 머리 미남.

올림포스에서 보기엔 꽤 이질적인 생김새였다. 선이 부드럽다기보다는 딱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잘생겼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우와, 진짜 잘생겼네…….”

이국적인 생김새에 님프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오, 이 선수. U500에서 꽤나 화제가 된 선수죠?]

[예, 광고도 하나 찍었죠.]

[바로, 그 광고! 한 번 보시죠.]

현장과는 약간 다른 진행이다. 마지막에 튀어나온 말소리가 굉장히 튀었지만, 이들에겐 익숙한 일이다.

직관과 중계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지금 화제가 되는 선수가 찍은 광고라? 딱히 불만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O500의 메인스폰서인 늪지머니의 광고가 시작됐다.

[도, 돈 필요할 땐~]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킥킥! 뭐야, 저게!”

“아우! 싸우러 갈 땐 얼굴이 딱딱하더니! 저건 진짜 귀엽다!”

“으, 으으… 내가 발할라 지점으로 가는 건데!”

님프들이 호들갑을 떨어 댔다.

화면 속에 나오는 광고에서는 오디슨이 딱딱한 춤을 추고 있었다. 뒤쪽에는 늪지머니의 마스코트인 늑대들이 능숙하게 춤을 추고 있어, 훨씬 더 부각되는 어설픔이었다.

하지만 그게 나쁘게 작용하진 않았다.

안 익숙하다는 게, 여성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호평을 받았다. 그 자연스러운 어색함이 너무 좋다나 뭐라나.

“크흠!”

아레스가 불편하다는 듯, 헛기침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BAR쿠스 내부가 조용해졌다. 그 와중에 광고의 마지막 부분이 나왔다.

[늪지머니, 조아요!]

풉, 킥, 킥킥.

웃음이 터졌다.

아레스는 저 어색한 대사를 친 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빌어먹을 자식, 그 건방도 오늘까지다.’

히죽 웃고 있을 때, 푸드득- 아레스가 시종으로 부리는 독수리가 창문으로 날아 들어왔다.

“잘됐나?”

“물론입죠.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흐흐, 저놈이 완전 박살 나겠지?”

“그러믄요! 무려 전신 아레스께서 축복을 내리셨으니…….”

“…광기의 축복.”

아레스가 음흉하게 웃었다.

광기의 축복.

아레스의 축복 중 하나지만, 투기장 리그에서는 금지된 종류의 축복이었다. 저주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광기의 축복]

[공격한 상대의 정신을 박살 내, 미치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걸 투사에게 내려 주면 즉각 들키리라.

허나 아레스는 그렇게 느슨하지 않았다.

[아! 이제 경기 시작됩니다!]

광고가 끝나고 TV는 다시 투기장을 비췄다.

오디슨과 대치하는 나머지 둘. 개중 레티아르가 쥔 글라디우스가 살짝 붉게 빛났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냥 햇볕이 비친 거겠지- 하고 넘어갈 정도.

아레스는 달랐다.

“확실히, 잘 전달됐군.”

“그야, 뭐… 쉬운 일 아니겠습니까?”

히죽 웃는 아레스와 독수리.

저주 탐지를 세밀하게 하지 않는 하위 리그라는 점을 생각해, 내놓은 방법이다.

큰돈이 오가는 상위 리그도 아니고, 하위 리그에서 투사가 아닌 무기까지 검사할 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아레스는 축복이 깃든 검을 레티아르에게 건넸다.

“생각보다 좀 늦긴 했지만…….”

“그 멍청이 같은 광고를 찍는다고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 발할라 같은 촌동네에서 지낸다고 고생했다.”

아레스가 독수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독수리는 몸을 부르르 떨며 기뻐했다.

좀 더 큰 칭찬을 내리려는 순간, 데릭손이 달려들었다.

“그래! 가라!”

아레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데릭손을 응원했다.

[엇! 달립니다, 데릭손 선수!]

[전형적인 작전이죠? 정면 승부를 하는 동안, 레티아르 선수가 덮치는 겁니다!]

[속도를 올렸습니다! 무게를 이용한 내려치기!]

어어어- BAR쿠스 내부가 점점 달아올랐다.

데릭손은 오디슨에 비하면 훨씬 큰 데다가, 플레이트아머까지 입고 있었다.

가름의 가죽을 걸치고, 건틀릿 하나 덜렁 끼고 나온 오디슨과는 너무 비교되는 모습.

“아!”

한 님프가 안타까움에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콰지지직!

쏜살같은 움직임!

쇠가 비틀어지는 굉음과 함께 오디슨의 창이 데릭손의 팔꿈치를 박살 냈다.

[끄아아아악!]

바닥을 구르는 데릭손이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를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한 오디슨이 화면 가득 잡혔다.

“꺄악! 저것 좀 봐!”

“꺄아아아! 오디……! 읍! 꺅꺅!”

하급 여신들이 꺅꺅 소리를 질렀다. 아레스는 그저 칫- 하고 혀를 찰 뿐.

살짝 걱정이 되었다.

“들킬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축복뿐만 아니라, 독도 발라 뒀거든요. 그것도 세계의 찌꺼기에서 추출한 겁니다.”

더불어- 독수리가 말을 이었다.

“1대1대1에 항복 없는 경기잖습니까? 그런데 일회용 축복이니, 이쪽을 의심하기도 힘들겠지요. 다른 한 놈은 멀쩡한데 저놈만 미쳐 날뛸 테니.”

혹여 문제가 된다할지라도, 찌꺼기의 독을 쓴 게 문제가 되겠지요.

아레스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혹여나 뛰어난 정신력으로 축복을 방어한다고 할지라도, 세계의 찌꺼기로 인한 영혼의 오염을 방어할 수는 없으리라.

[아아!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정말 대단합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저 선수가 O500 최상위권이 아니라 저번주까지 U500에 있던 선수거든요! 그런데 플레이트아머를 박살 내는 공격이라뇨!]

[아아! 오디슨 선수, 확실한 마무리를 노립니다!]

오디슨의 찌르기!

[피해야죠! 데릭손! 굴렀… 아!]

바닥을 굴러 찌르기를 피하는 데릭슨. 하지만 오디슨은 내지른 창을 그대로 휘둘렀다.

카- 앙!

[커억!]

두툼한 플레이트 아머의 옆구리가 움푹 파였다.

숨을 못 쉬어 컥컥대는 데릭손을 보며 오디슨이 고개를 저었다.

[그 쇳덩어리를 믿었다면, 실망이다. 진짜 전사는 제 몸을 믿는 거다!]

[아, 안 돼… 하, 항복……!]

[잊었나?]

오디슨이 창을 번쩍 치켜들고 말한다.

[항복은 없다.]

푸욱!

창날이 데릭손의 투구를 꿰뚫었다. 창이 박힌 투구에서 시뻘건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부르르 경련하는 데릭손을 앞에 둔 오디슨이 슬쩍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꺄아아아아!]

“꺄악! 어떡해!”

투기장의 여성 관객들과 BAR쿠스의 여신들이 한 목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폭력에 놀랐냐고?

아니, 그녀들은 신이다. 폭력 따위에는 너무나 익숙한 신.

그녀들의 비명은 피가 튄 오디슨이 보이는 나른한 눈빛 탓이었다. 신들의 뛰어난 외모에 익숙한 이들의 가슴마저 진탕시키는 뇌쇄적 눈빛이었다.

“아우우……!”

그 함성이 순식간에 탄식으로 바뀌었다.

촤아악! 쇠그물이 날아와 오디슨을 묶어 버린 것이다.

“아, 저게 더 좋을지도…….”

“…미친년, 이거.”

한 님프의 성적 취향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그리고 화면 속의 레티아르가 비릿하게 웃었다.

[흐흐,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어? 멍청한 놈!]

[겨우 이깟 그물로 날 묶을 셈인가?]

[오만하기는! 그 그물은 쇠줄을 듬뿍 쓴 물건이라고! U500에서 막 올라온 놈이 풀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옳지! 그렇지! 저런 준비성이 싸움에 중요한 거지!”

아레스의 말에 BAR쿠스 안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흥- 아레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싸움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저런 게 바로 전략이다, 전략!”

그는 홀로 바락바락 소리쳤다.

‘…전략은 아테네의 영역 아닌가?’

‘그렇게 전략을 잘 아시는 분이 늘상 돌격밖에 안 하나?’

모두가 아레스를 외면하고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TV 속 오디슨이 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전략, 전술이라 하고 싶은가? 비열한 작자야!]

[흥! 어찌 됐든, 넌 이대로… 어?]

레티아르가 흠칫 놀랐다. 오디슨이 이를 악물고 힘을 쓰는 탓이었다. 그 결과가 하찮았다면 놀랄 필요도 없었으리라.

[끅! 크흐으으윽!]

꽈드득, 꽈드드득!

쇠줄을 듬뿍 썼다는 그물이 하나둘 터져나갔다.

[어, 어어?! 오디슨 선수! 저걸 힘으로 풉니다!]

[…아무래도 무언가 특별한 축복을 받은 게 아닐까요? 저게 지금 말이 됩니까?]

[축복요? 딱히 감지되는 건 없는데요?]

[그렇다면, 저게 순수한 힘이라는 건데… 오디슨 선수, 리그에 등장하지 않은 일주일 동안 광고를 찍은 게 아니라 술독에 빠져 살았나요?!]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의 호들갑에도 오디슨은 신음을 삼키며 그물을 찢었다. 잔뜩 부풀어 오른 근육들이 그물에 눌려 핏물을 흘려 댔다.

이제 다급해진 것은 레티아르다.

[괴물 같은 놈!]

레티아르가 황급히 달렸다.

동료인 데릭손에 비해 가벼운 무게의 무장들. 그나마 무겁던 그물까지 던져 버린 상태다. 당연히 속도는 데릭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쏜살같이 달리던 그가 글라디우스를 번쩍 들었다. 글라디우스가 햇빛을 반사해 밝게 빛났다.

[마르스시여! 제게 선봉의 용기를 주소서!]

“오!”

아레스가 반색했다.

저 외침은 칼에 서린 축복을 발동하는 주문이다. 이제 저 칼에 맞기만 하면……!

아레스가 기대감에 가득 찬 눈으로 TV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오디슨이 까드득- 이를 악물었다.

[그 빌어 처먹을 놈의 마르스, 마르스! 마르스으으!]

투두둑! 그물이 완전히 끊어지고, 레티아스가 다급하게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했다. 차마 입을 열 여유조차 없는 찰나였다.

번뜩이는 칼날이 한일(一)자를 그렸다.

은빛 궤적이 챙! 소리와 함께 검은 건틀릿에 막혔다.

[그, 그 건틀릿은?!]

[이 비열한 노예 놈아! 제국의 발바닥을 핥으며 살던 삶이 자랑스럽더냐!]

[이익, 이이익! 놔, 놔라!]

레티아스가 칼을 빼내려 힘껏 잡아당겼다. 그가 오디슨의 몸을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렸다.

하지만 오디슨은 꿈쩍도 않았다. 그물에 긁히고 베인 자국으로 가득한 몸이지만, 그의 의지처럼 단단했다.

[이깟 칼! 무섭지도 않다! 제국 놈들의 칼이라니!]

오디슨이 칼을 놔 버렸다. 그러자 오히려 레티아르가 당황했다.

[어…….]

그물에 걸리며 놓아 버린 창을 잡지도 않은 오디슨.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고 오연하게 레티아르를 바라보았다.

약자에게나 베푸는 기회.

레티아르가 이를 악물었다.

[넌 후회하게 될 거다! 죽어라!]

[하! 후회? 웃기지도 않는군!]

쐐애액! 벼락같은 사선 베기가 터져 나왔다.

오디슨은 레티아르가 움직인 이후에 움직였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검을 피해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한 바퀴 몸을 돌렸다.

사악!

글라디우스가 오디슨을 비껴갔다. 날카로운 칼날은 고작 가름의 가죽에 붙은 귀를 잘랐을 뿐이었다.

레티아르가 눈을 동그랗게 뜰 때, 그의 눈동자에 검은 그림자가 진다.

퍼억!

[으어억!]

회전력을 실은 손등 치기!

레티아르의 이가 후두둑 쏟아지고, 그의 몸이 휘청였다.

오디슨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쓰레기 같은 무기를 들고! 전사를 죽일 수 있다 여겼는가!]

[커억!]

퍽! 체중을 모조리 실은 태클!

오디슨이 레티아르를 덮쳤다.

두 사람이 엉켜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두 사람의 몸이 멈췄을 때에는, 오디슨이 그를 깔고 앉아 있었다.

“…빌어먹을!”

아레스가 이를 악물었다.

축복을 걸어 주고, 연맹법으로 금지된 독을 곁들여 건네주면 뭐하나? 글라디우스는 그저 모래바닥에 처량하게 남겨졌을 뿐인데.

오디슨이 으르렁거렸다.

[네까짓 변절자 놈들은 주먹으로 충분하다!]

[켁, 케엑… 자, 잠깐……!]

[마르스, 마르스! 마르스!]

퍽퍽퍽!

주먹질이 소나기처럼 레티아스의 얼굴에 떨어졌다.

그때마다 피가 튀었고, 레티아스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오디슨은 미치광이처럼 레티아스를 때렸다. 이윽고 레티아스가 저항 없이 들썩이기만 했다.

그제야 폭력을 멈췄다.

오디슨은 포효를 터트리듯 외쳤다.

[내, 언젠가 그 제국놈들이 부르짖는 마르스를 찢어 죽이리라! 으아아아!]

콰지직!

주먹이 머리를 완전히 박살 냈다.

그와 동시에 삐- 소리와 함께 TV 화면이 전환되었다. 평화로운 호숫가에서 유니콘이 뛰노는 화면이 나왔다.

히이이잉. 푸릉, 푸릉.

피와 땀으로 가득하던 화면이 갑자기 푸른 호수와 잔디밭 아름다운 유니콘으로 가득 찼다.

[방송망 불안정으로 인해 송출이 지연되고 있사오니,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삑- TV가 꺼졌다.

“아, 뭐야!”

“왜 갑자기 유니콘이야!”

“아우, 우리 오디슨!”

투덜대는 목소리.

개중에는 금칙어나 다름없는 투사의 이름을 저도 모르게 외치는 이도 있었다.

“누구야? 누가 TV를…….”

모두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한곳에서 시선을 멈췄다.

눈동자가 향한 곳에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레스가 있었다. 그는 리모컨을 부술 듯 꽉 쥔 채다.

싸늘한 침묵이 BAR쿠스 안을 가득 채웠다.

“감히……! 필멸자 주제에……!”

아드득, 이를 악무는 아레스. 그 모습에는 광기가 일렁였다. 당장이라도 칼을 빼들고 발할라로 쳐들어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급 신들은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혹여나 그 불똥이 자신에게 튀지 않을까 겁먹은 모습이었다.

“으음…….”

“아무래도 저건 좀.”

아레스와 급이 비슷한 상급 신들은 복잡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디슨의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 신성모독이 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뭐,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이도 하나 있었다.

“풉.”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웃음소리에 아레스가 눈을 부라렸다.

“누가 웃음소리를 냈지?”

좌중을 둘러보지만, 모두가 고개를 숙인지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아레스는 이를 까드득 악물고는 재차 물었다.

“지금 누가 웃음소리를 내었느냔 말이다!”

쾅! 테이블을 걷어차며 분노하는 아레스.

모두가 잔뜩 움츠러든 채 그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 누가! 웃음소리를! 냈단! 말이냐!”

아레스가 광분해 날뛰기 시작했다.

테이블을 모조리 걷어차고, 술병들을 깨며 광분하는 아레스의 꼴은 바로 몇 시간 후, 신계 연맹 커뮤니티에 올라갔다.

[올림포스 왕세자, 아레스 ‘또’ 난동 …하급 신 5명 등 중상.]+78

그에 대한 반응은 한결 같았다.

[손오공: 마확찢ㅋㅋㅋ]

[로키: 마확찢ㅋㅋ]

[헤르메스: 풉… 풉풉풉!]

[아레스: (차단된 댓글입니다.)]

[아폴론: 엌ㅋㅋㅋㅋㅋㅋ마확찢ㅋㅋㅋㅋㅋㅋ]

[아르테미스: 오빠, 아빠가 오래]

[아폴론: 아 왜;;;;]

마르스 확 찢어 버린다.

한동안 아레스가 남긴 글이나 댓글 아래에는 그 말이 잔뜩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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