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21화 (21/208)

# 21

21화. 영웅은 배신하지 않는다 (2)

전쟁의 신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누구일까?

오딘? 티르? 아니면 스사오노? 관성제군? 치우?

아니, 모두 아니다.

아레스(Άρης).

다른 이름으로 불리길 제국의 전신, 마르스(Mars).

그가 가장 유명하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타고난 혈통 덕이 컸다.

올림포스 신들의 왕과 신들의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적자.

동복형제로는 청춘의 여신 헤베, 출산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가 있다. 하지만 그다지 영향력이 없는 신들의 공주들과 달리, 아레스는 왕세자로서 올림포스 전반에 개입했다.

동복형제라 하기에는 제우스 없이 헤라가 혼자서 낳은 헤파이스토스도 있지만…….

“젠장할.”

부르르 떨리는 진동에 아레스가 욕을 내뱉었다. 잘생긴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방금 날아온 문자 때문이다.

[올림포스 금융]

[자동이체]

[6,900,000 드라크마]

[(주)헤파이스토어]

헤파이스토스가 운영하는 대장간으로 이체된 돈.

상당한 거금이다. 신들의 왕자로서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일을 무마하기 위한 위자료.

“절름발이 새끼, 못생긴 새끼, 애비 없는 새끼!”

아레스가 부들부들 떨며 중얼댔다. 같은 어머니를 둔 탓에 차마 어머니 욕을 하진 못했다.

그리고 없는 소리로 욕을 하는 무성의한 짓을 하지도 않았다.

“대체 왜 아빠는 그런 놈한테 아프로디테를 보내 가지고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인 아프로디테.

아레스는 제수씨인 미의 여신과 불륜 행각을 벌였다. 그때까진 좋았다. 다만 걸렸다는 게 문제다.

헤파이스토스는 과연 범상치 않은 사내였다. 침대에 그물을 쳤고, 그 그물에 걸려 버둥대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를 보고 분노하지도 않았다.

대신 곧장 사진과 영상을 찍어 신계 연맹 커뮤니티에 올려 버렸다.

[ㅗㅜㅑ… 와이프 불륜현장… ㅎㅎ]+999

모든 신들이 그 광경을 보고 키득댔다.

“젠장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속에서 천불이 들끓었다.

그나마 조카의 명예를 생각해 준 포세이돈이 아레스가 위자료를 지불할 거라며 보증을 섰기에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일로 추락한 위신이 회복되는 것은 힘들었다.

“…전쟁이라도 안 나나……?”

헤파이스토스의 강철 빨대가 꽂힌 잔고는 빠르게 줄었다.

신들의 왕자로서 우스운 이야기지만, 아레스는 일을 해야 했다. 그가 돈을 벌 만한 일은 바로 전쟁.

하지만 최근 들어 티탄들도 얌전하다. 헤라클레스가 기간토마키아를 막아 낸 탓이다.

그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 출신 이복형제는 거인들을 쥐포처럼 찢어 버렸다.

“아테나, 헤라클레스… 두 년놈이 제일 문제군.”

아레스가 인상을 구기고 이마를 긁적였다.

그 시선이 티테이블에 닿았다.

아프로디테가 남긴 쪽지가 있었다.

[여보~ 나 일 다녀올게♡]

[밥은 냉장고에 있어! 데워 먹어!]

[ps. 에리스 년이랑 있다가 걸리면 카드 정지시킬 거야.]

맨 밑줄에 움찔했다.

아레스에게는 부인이라 할 수 있는 아프로디테(헤파이스토스와는 ‘그 사건’으로 이혼했다) 외에도 애인인 에리스가 있었다.

본래는 전쟁신인 그에게 미의 여신과 불화의 여신이 푹 빠진 구도였지만…….

“그놈의 신계 연맹. 후우.”

신계 연맹이 결성되고 세계의 파멸을 막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다 보니, 평화가 찾아왔다.

그 덕에 전쟁이 줄었고, 아레스의 수입도 쪼그라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버지가 홀로 낳은 여동생, 아테네에게 전쟁 신의 직위조차 완전히 빼앗길 터.

전장의 광기를 상징하는 아레스와 달리, 전쟁의 전략 전술을 상징하는 아테네는 스포츠에서도 충분히 활약 가능한 여자였으니까.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곤란한데…….”

툭툭, 턱을 괸 체 티테이블을 두드렸다.

전쟁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왕세자 자리도 위태롭다. 그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특히나,

“아폴론 새끼가 날 밀어낼지도…….”

아버지 다음가는 권력을 누리게 될 거라는 예언을 받고 태어난 아폴론.

태양 신인 그는 1년에 몇 번 일어나지도 않는 전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을 맡고 있었다.

혹자들은 왕세자인 아레스 대신 아폴론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젠장할! 난 신들의 왕자라고! 유일한 적성자!”

홀로 짜증을 부리지만, 돌아오는 대꾸는 없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리모컨을 눌러 TV를 켰다.

파괴자, 피에 미친 살인마. 뒤에서 그를 욕하는 별명들처럼, 아레스는 싸움을 과하게 좋아했다. 당연히 발할라의 투기 경기들도 즐겨 보는 편이었다.

TV 좌상단에 뜬 로고는 Under500. 아레스가 눈살을 구겼다.

“젠장할, 하필이면 U500이냐. 허접 싸움을 누가 본다고.”

채널을 돌리려는 순간, 아나운서의 대사가 아레스를 막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그간 U500리그가 꽤나 조용했죠?]

[예, U500의 떠오르는 루키, 오디슨과 U500최강이라는 야른시다가 동시에 규정을 어기는 바람에 한적했죠.]

아레스는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알아챘다.

다음 경기에 오디슨이 나온다.

U500의 루키.

싸움은 아직 별로지만, 독기 하나는 모두가 인정하는 광전사.

아레스는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오디슨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인 전사의 모습 아닌가? 실력보다는 독기, 광기가 제대로 살아 있다.

그리고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이놈 때문에 아르테미스 년의 칼리돈 사업이 폭삭 망했다는 거지. 흐흐…….”

추악한 질투를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었다.

경기는 꽤나 재밌었다.

방패를 두드리며 겁먹기를 유도하는 건 시시했다. 하지만 야른시다가 박살 난 뒤부터가 흥미진진했다.

힘겹게 동료를 구해 내고, 미친 듯 설쳐 대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모조리 피하는 오디슨.

[오딘이시여! 지켜보소서!]

광기에 젖어 번들거리는 눈으로 외치는 꼴이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후원이라.”

이전에도 생각했지만, 불합리한 비율 떼기 때문에 포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할까 고민이 되었다.

왜? 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아폴론이 부들부들 떨 테니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아레스에게는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만약, 내가 후원하는 투사를 어떻게 하려고 하면? 큭큭.”

아레스가 음흉하게 웃었다.

발할라 소속 투사에게 해를 끼친다면, 곧장 신계 간의 외교 문제로 번진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좋은 게 아니겠는가?

아폴론을 지지하는 놈들도 어떻게 감쌀 수 없는 실책이 될 테니.

“어깨, 어깨갑옷이 좋겠군. 특히나 초승달 문신을 새긴 창녀 그림을 붙여서.”

분명 아폴론은 광분하리라.

킥킥, 아레스가 웃으며 후원 신청을 넣었다.

아폴론이 아레스에게 싸움을 걸어도, 오디슨에게 싸움을 걸어도 이득 보는 이는 단 하나다.

아레스.

“…흉갑이 가장 좋겠지만……. 너무 비싸군. 제길.”

잘생긴 전쟁의 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뷰티비너스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프로디테. 그녀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전쟁의 신은 여윳돈이 별로 없었다.

* * *

전투 후 목욕은 각별한 맛이 있다.

사우나에서 땀을 확 빼고 물을 끼얹을 때 개운함은 새로 태어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목욕을 마치고 후끈한 몸에 꿀을 넣은 시원한 우유를 한 잔 들이켜면?

“천국이군. 천국이야.”

허- 한숨을 흘리며 말하자, 옆에 있던 이그나르가 킥킥 웃었다.

“그럼 발할라가 천국이 아니면 어딘데?”

“…그것도 그런가?”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약지에 낀 반지의 정확한 효용을 다 알아채지 못했다. 활력을 북돋아 주는 것과 토르손에게 배운 기술을 발할라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것.

그 둘 외에도 더 숨겨진 기능이 있지 않을까?

슬쩍 반지를 만지작거리자니, 이그나르가 힐끗 내 손을 보곤 말했다.

“근데, 그 반지는 웬 거냐? 아, 부족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다고 했던가? 이번에 니플헤임에 가서 만났나?”

부럽다는 표정이다.

아내와 아들이 니플헤임에 있는 그는 부족민을 만난 내가 부러운 모양이다.

듣자니, 아무나 니플헤임에 간다고 망자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헬의 배려가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나기야 했지만… 라드게리타는 그냥 여동생 같은 애다.”

“원래 오디슨 오빠, 하다가 오디슨손 아빠가 되는 거야.”

그 무슨 해괴한 이름인지.

끔찍하다는 표정을 짓자, 이그나르가 낄낄 웃었다.

얼굴을 굳히고 반지에 대해 말했다.

“이건 헬께서 주신 거다.”

움찔, 이그나르가 떨었다.

“…어? 헬이라는 게… 그, 내가 아는 그 여자 맞아?”

“헬하임의 주인이자, 죽음 그 자체를 말하는 거라면. 맞다.”

“근데 그걸 왜 왼손 약지에……?”

이그나르의 말에 나는 쯧- 혀를 찰 뿐이었다.

여기에 껴야 효과가 있다니 그렇지. 멍청한 놈 같으니.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걸 보니, 확실히 보통 때의 이그나르다. 갑자기 번뜩이는 작전을 내놓는다든가, 미친 듯 도끼를 휘두르는 그보다 이쪽이 더 익숙해졌다.

후우. 전설 속의 얼음도끼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피에 미친 광전사.

무수히 많은 전쟁에서 적을 반 토막 낸 탓에 분쇄자라며 그 지역에 공포를 퍼트린 녀석이 어쩌다…….

“어어, ‘싸움의 법칙’ 한다!”

티브이에 넋을 놓은 모습.

저건 마법 물품이 아니라 저주 걸린 물건이 아닐까 싶었다. 그 냉혹한 전사를 이렇게 바보로 만들었으니.

바보 상자가 아닐까?

“그거보다 그냥 투기 경기를 보는 게 낫지 않나?”

“쯧, 그냥 싸우는 걸 봐서 뭘 알 수 있다고. 싸움의 법칙은 최상위 투사들이 나와서 노하우를 공유하는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노하우의 공유라.

내가 보기엔 아니다. 제대로 된 비전을 숨긴 채 겉핥기식으로 해설을 한다.

[그러니까 창에 회전을 주게 되면, 적의 무기를 튕겨 내거나 할 수 있죠.]

TV 속 요툰이 하는 말에 혀를 찼다.

창에 회전을 가미하는 건 흔한 기술이다. 하지만 제대로 모르고 그걸 따라 하다간 적의 무기를 끌어들이거나 혹은 손목 부하가 심해져 더 빨리 지치게 된다.

“차라리 창 자루를 쥐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싸움에 대해 설명하는 게 나을 것 같다만…….”

저 요툰의 경기는 대부분 미세하게 바꿔 잡는 창이 묘미였다. 창을 찌르는 척하면서 창두 바로 아래를 잡아 적의 턱을 꿰는 모습이 대단했다.

푸득푸득!

“까악까악! 오디슨!”

“응? 메르키? 무슨 일이지? 곧 갈 생각이었는데…….”

“…곧 와? 쯧, 집을 따로 구해라! 까악까악!”

메르키가 짜증을 부리면서도 내 옆 의자에 앉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공짜로 살 수 있는 대기실이 있는데 뭐.”

“휴식은 훈련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다. 아니, 그것보다 오디슨.”

메르키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후원 제의가 들어왔다.”

눈을 끔뻑였다.

후원 제의? 슬쩍 내 발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반짝이는 신발. 비다르께서 후원하신 것이다. 금액으로는 5푼밖에 안 되지만, 쏠쏠하기도 하다.

게다가 비다르께서 내려 주신 축복 덕을 얼마나 봤던가? 실상 토르손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그 축복 덕분이었다.

흥미가 생겼다.

“어느 신께서?”

“어, 으음… 그게… 까악.”

“왜 그러지?”

메르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후원한 신의 정체를 밝혔다.

* * *

은은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내리쬐는 이곳은 올림포스의 최고급 Bar인 BAR쿠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직접 운영하는 만큼, 올림포스의 명소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오늘도 화기애애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그 분위기에 안 어울리는 이가 툭, 말을 꺼낸다.

“뭐야, 서출이잖아.”

아폴론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 상대를 노려보았다.

“아레스… 왜 또 시비지?”

“글쎄, 나는 고귀한 혈통이라 없는 소리를 하는 성격은 못 되는데……. 사실을 말한 게 시비가 될 수 있나?”

아폴론은 이럴 때마다 문명이 발전한 신계들이 부러워졌다.

그런 곳에는 대부분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기묘한 법이 있었으니까.

‘아니, 딱히 부러워할 필요도 없나?’

아폴론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포르노 스타신데 말이야.”

“…이 반짝거리는 새끼가……!”

으드득 이를 악무는 아레스. 아프로디테와의 추문 이후, 아레스를 그 건으로 놀리는 건 전쟁의 씨앗이나 다름없지만…….

아폴론은 아랑곳 않았다.

“태양은 아름다움과 추함을 공평하게 밝히는 편이라서 말이야.”

히죽 웃는 아폴론.

아레스는 들끓는 분노를 심호흡으로 삭였다.

신들이 일상을 마치고 모이는 자리이다 보니, 여기에서 분노를 터트렸다간 신계 연맹 커뮤니티에서 잘근잘근 씹힐 게 틀림없었다.

[올림포스 왕세자, ‘또’ 술집에서 난동!]

그 제목까지도 선명하게 상상될 정도다. 아레스가 으득 이를 갈고 아폴론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히죽, 웃음을 흘렸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후우… 젠장, 아레스. 대체 뭐 하는 거야? 왜 갑자기 와서는 이러냐고? 어?”

“기쁜 소식을 알려 주기 위해서지.”

아레스가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폴론이 눈썹을 찡그렸다.

이 오만하고 성격 나쁜 철부지가 무슨 소리를 꺼낼까?

뭘 상상하든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내가 오늘 오디슨에게 후원을 하기로 마음먹었거든.”

“…오디슨?”

아폴론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 이름은 아주 선명했다.

아르테미스의 사업을 박살 낸 계기가 된 녀석이 아닌가? 아폴론은 아레스가 겨우 이 말을 하기 위해 온 것을 알아차렸다.

같은 올림포스 12신 자리에 있는 이의 사업을 방해한 녀석을 후원하다니. 미친 게 아닐까?

‘겨우 이딴 새끼가 왕세자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레스가 히죽대며 느글거린다.

“내가 어, 어깨 갑옷을 후원할 생각이거든. 전사의 어깨 갑옷에는 언제나처럼 좀 야한 그림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 초승달 문신을 새긴…….”

아레스가 아폴론의 도발을 하고 있을 때, BAR쿠스 안으로 헤르메스가 뛰어 들어왔다.

“야야! 들었냐앗! 아레스가 U500 투사 후원하려고 했는데… 풉!”

노골적인 비웃음에 BAR쿠스 안이 싸늘하게 식었다.

입이 싼 헤르메스는 꽥꽥 소리 질렀다.

“그 투사가 뭐랬는지 알아? 킥킥킥!”

“뭐랬는데?”

아폴론이 물었다. 헤르메스는 그 반응이 기쁜지 펄쩍펄쩍 뛰었다.

사자(使者)의 신답게, 그는 오디슨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제국 놈들이 빨아재끼는 그딴 망나니의 후원을 받을 생각은 없다!”

아이고! 배야!

깔깔깔 웃어 재끼는 헤르메스.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숨을 고를 때 낯익은 얼굴을 마주쳤다.

“어?”

“…그랬단 말이지?”

“형이 왜 여기서 나와……?”

헤르메스가 딱딱하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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