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17화 (17/208)

# 17

17화. 영웅은 쉬지 않는다 (1)

엘류드니르의 어전. 기괴한 모습의 손톱 왕좌에는 그 자리의 주인이 앉아 있었다.

헬은 짙은 흑발을 늘어뜨린 채 인상을 찌푸렸다.

“…죽는 수에 비해서 니플헤임으로 들어오는 이들이 줄고 있다는 건…….”

부하에게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는 그녀.

죽음의 주인 자리는 결코 편히 쉴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자신의 삶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최근에는 계속해서 불편한 보고서만이 올라올 따름.

“찌꺼기 청소가 조금 더딘데…….”

죽은 자들 중 찌꺼기가 되는 이가 많다는 의미. 게다가 그 수가 늘어나며 이 세계의 미래를 위한 황금 생산량이 줄고 있다.

안 그래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이끄는 메스트 신계에 황금을 빨리는 탓에 생산량에 비해 비축량이 적다.

“과학 문물을 좀 멀리하라고 해도, 아스가르드의 신들은 들은 체도 않고… 쯧.”

헬은 한숨을 내쉬었다.

과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그 기능에 비해 값싸고 편리하다. 헬 역시도 핸드폰이라는 걸 들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황금을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반길 수 없는 문물이었다.

‘…이대로 가면 메스트 신계를 제외한 모든 신계가 멸망할지도 모르건만…….’

냉막한 인상 뒤에는 세계를 걱정하는 마음이 숨어 있다.

니플헤임에서 과학 문물을 쉬이 접하기 힘든 것도, 그녀가 막았기 때문이다.

편리함에 기대다 보면, 황금이 모자라 세계의 멸망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똑똑, 노크 소리. 허락 없이 어전의 문이 열렸다.

허락 없이 어전을 드나들 수 있는 이는 단 하나뿐이었다.

“여왕님, 오디슨 님께서 목욕을 마치시고, 부족민들과 만나셨습니다.”

강글로트가 보고했다. 헬이 묻는다.

“크게 불편해 보이는 건 없고?”

“네, 그런데…….”

“…타락을 걱정하는 거야?”

강글로트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디슨이 피칠갑을 하고 나타났을 때, 강글로트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오디슨을 안내하면서도, 곧장 남편에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 일렀다.

찌꺼기의 피에 오염이 되면 타락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피부에 살짝 닿는 정도라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 피를 몸속에 흡수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강글로트는 헬의 반려가 될 오디슨에 대해서 잘 알았다.

‘오디슨 님의 싸움법은 너무 무모해.’

비다르의 축복을 받았다는 건 알지만, ‘복수의 피’는 위험한 축복이다.

상처 입힌 자의 피를 흡수해 회복한다? 듣기에는 참 좋아 보이지만, 피라는 건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피는 생명의 정수다. 그렇기에 피에는 영혼이 약간이나마 녹아든다.

한두 번은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하지만 수십, 수백 번이 된다면?

몸속에 다른 영혼의 잔재를 잔뜩 받아들이는 꼴이다. 자아가 흐릿해지고, 영혼이 뒤섞인다.

복수를 하던 이가 정도를 지나쳐 복수귀가 되는 것도 영혼의 뒤섞임 때문이다.

심각한 경우에는 아예 자아를 잃어버리고, 피에 미친 혈귀가 되어 버린다.

“…찌꺼기들은 신을 부정하고자 하는 사념의 집합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인데…….”

걱정이 잔뜩이다.

헬은 손톱의 왕좌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불렀다.

“…강글로트.”

“네, 여왕님.”

“운명은 오묘하기 그지없는 거야. 억지로 뒤틀려고 해도, 그 억지 때문에 운명에 닿는 일이 허다하지. 반대로 간섭하지 않더라도 운명에 닿아 버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헬이 나지막이 말했다.

비다르의 축복. 그 단어를 곱씹고 그녀가 피식 웃었다.

“오디슨이 비다르의 축복을 얻고 가장 먼저 흡수한 피가 뭔지 알아?”

“네? 그건…….”

“가름이야.”

니플헤임의 개.

지옥의 수문장이라 불리우는 가름은 니플헤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마수였다.

하필이면 바로 그 가름의 피를 흡수하다니.

“어떤 운명이 느껴지지?”

헬이 빙그레 웃으며 생각했다.

‘오디슨은 강직한 전사야. 겨우 찌꺼기의 피 따위에 타락하지 않을 정도로…….’

헬의 마음을 모르는 강글로트는 고개를 조아릴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운명은 절대적인 듯하지만, 때때로는 읽어 내는 자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한다.

지옥의 반려가 될 운명을 지녔다고 한들, 그 나머지 반쪽이 헬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강글로트는 불안했다.

“그냥 결혼하자 말하면 안 되는 것입니까? 오디슨 님도 여왕님의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하시던데.”

“그건…….”

“제가 모르는 운명적인 무언가가 있는 건가요? 영웅에겐 시련이 꼭 필요하다던가……?”

그건 너무 올드 스타일이야.

헬이 반박했다. 최근의 영웅들은 그냥 센 경우도 많았다.

강글로트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럼 왜……?’ 하고 물었다.

“…그, 그렇게 대놓고 말하긴… 부끄럽잖니.”

헬이 살짝 볼을 붉히며 말했다.

수천 년간 연애 한 번 못 해 본 얼음 여왕다운 이야기였다.

어쩐지 오디슨을 대할 때 말투가 싸늘하더라니.

강글로트가 에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해야…….’

이대로 두면 정성만 잔뜩 들이고, 어디에서 튀어나온 누군지도 모를 년이 가로채 갈지도 모른다.

강글로트는 숙맥인 죽음의 여신에게 경험자(유부녀)의 조언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 * *

목욕은 개운했다.

서리의 땅, 죽음의 궁전에서 뜨거운 물로 씻다니.

신화적인 사치를 부린 기분이었다.

나른하니 한숨 자고 싶었지만, 토르손이 깨어났다는 소리에 곧장 그리로 향했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토르손, 아슬라 아줌마… 거기다가 라드게리타까지?”

강글로티가 말했던 반가운 얼굴들이 이들이었나?

뜻밖의 재회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이고, 오디슨아!”

멍하니 있던 아슬라 아줌마가 후다닥 달려 안겼다. 그리고 아이고, 아이고 통곡을 한다.

“이놈아! 제국이 얼마나 큰 나란데 거기에 덤벼? 응? 그냥 이 아줌마는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고 살 것이지……!”

“난 전사야, 아줌마. 부족민을 지키는 게 내 역할이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아슬라 아줌마가 내 등짝을 팡팡 쳤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슬라 아줌마는 나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셨다. 그 덕인지 라드게리타는 소꿉친구라기보다는 차라리 여동생 같았다.

“오디슨 오빠… 나 때문에…….”

“아줌마한테 말했듯, 당연한 일이야.”

울먹이는 라드게리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얘는 죽은 뒤에도 울보구만. 라드게리타가 아줌마를 슬쩍 밀치고 내 품에 안겨 훌쩍였다.

서늘한 그녀들의 체온이 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했다. 허나 살아 있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랴.

반가운 사람들과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한참을 껴안고 있었다.

덕분에 깨끗한 새 옷에 눈물과 콧물이 잔뜩 묻었다.

아슬라 아줌마가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발할라에 갔다지?”

“…응. 열심히 싸웠더니, 그렇게 됐네.”

“잘됐다, 잘됐어. 흑흑…….”

둘 다 눈물이 너무 많다. 쓰게 웃으며 토르손을 보자, 히죽대던 녀석이 어깨를 으쓱인다.

“토르손.”

“응, 대장.”

언제나처럼 해맑은 웃음이다. 울프헤딘에서 가장 덩치가 큰 놈이었건만, 웃음은 늘 밝고 명랑했다.

싸울 때가 되면 미친 곰처럼 설치긴 했지만 말이다.

내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 말이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입은 하나였고, 개중 한 가지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잘, 지내고 있나?”

최악의 질문이었다. 죽은 이에게 잘 지내고 있냐니.

순간 흠칫했을 정도로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토르손은 히죽 웃었다.

“생각보다 지낼 만해, 여기도.”

“…그래? 다른 부족민들은?”

연이어 마음과 달리 나쁜 질문을 던졌다.

토르손은 불편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대꾸했다.

“글쎄… 다들 어딘가 있지 않을까? 이 니플헤임은 너무 넓어서 말이야…….”

솔직히 아슬라 아줌마를 만난 것도 운이 좋았어.

토르손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슬라 아줌마와 라드게리타가 녀석이 일하는 공장의 식당에서 일하게 되면서 재회했다고.

“다른 전사들은 알음알음 소식을 들을 수는 있었는데… 아무래도 공장 밖으로 나가는 게 좀 힘들 거든.”

토르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라고 다른 부족민들을 챙기고 싶지 않았을까? 그저 상황이 안 되었을 뿐이다.

게다가 아직 죽지 않은 이들도 있을 터이다.

제국에 잡혀가 노예로 부려지는 이들.

나는 그들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에게 뭐라 말해야 할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혹은 얼른 죽어서 니플헤임이든 발할라든 오라고?

둘 모두 적절치 못한 말이었다.

당장 이 자리에 없는 이들을 생각하진 말자. 고민은 무의미한 짓이다.

그저 내가 해낼 수 있는 다짐을 하자.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너희 모두를 발할라로 데리고 갈 생각이다.”

아슬라 아줌마와 라드게리타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얼어붙을 정도로 차가운 손이 서글프다.

이 시린 감각을 잊지 않으리라.

이들의 손에 온기가 서리도록 해내고야 말리라.

마음을 다잡고 있을 때, 토르손이 툭 말을 던진다.

“근데 지금은 벌 받으러 내려왔잖아? 돈 못 버는 거 아냐?”

눈치 없는 소리였다.

인상을 와락 구기자, 아슬라 아줌마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토르손… 언제나 넌 눈치가 없구나?”

아줌마의 핀잔에도 토르손은 눈을 끔뻑일 뿐. 나는 토르손에게 으르렁댔다.

“이 새끼가? 기합 받은 지 오래돼서 다 까먹은 모양인데…….”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토르손이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변명했다.

“내가 그 봉사 활동, 도와줘도 될까? 그걸 묻고 싶어서 말이야.”

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토르손을 보았다.

토르손은 분명 훌륭한 전사였지만, 찌꺼기들과 싸워 본 나로서는 그다지 믿음이 가진 않았다.

발할라에서 세흐림니르의 고기를 잔뜩 뜯고,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신의 축복까지 받은 나도 고생을 했건만…….

내 표정을 읽은 걸까, 토르손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는 살아 있을 때와는 달라, 대장. 훨씬 더 강해졌지.”

못 믿겠는데? 심드렁한 눈으로 토르손을 보자, 녀석은 억울하다는 듯 마구 얼굴을 구겨 댔다.

그때, 내 품에서 킥킥 웃음소리가 들렸다.

“진짜… 옛날 같아.”

라드게리타가 툭 던진 말에 모두가 웃었다.

이런 웃음을 좀 더 자주 보고 싶다. 그렇기에 토르손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 혼자서 부족민 전체를 발할라로?

무식한 짓거리다.

토르손이 정말로 쓸 만하다면, 녀석을 발할라로 끌어올린 뒤에 클랜을 짜도 좋겠지.

울프헤딘의 부활이라.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친다.

“그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한번 보자.”

내가 뱉은 말에 토르손이 씩 웃으며 말했다.

“아마, 대장이 나한테 배우려고 할걸?”

건방진 소리였다.

* * *

잠자리는 굉장히 편했다.

침대의 이름이 병석이라고? 과연 병석을 털고 일어났더니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곧장 니플헤임의 외곽으로 향했다.

“으, 이 아침부터 이렇게 움직여야 하다니… 어휴, 내 팔자야.”

이라호드가 투덜대긴 했지만, 그녀는 말과 달리 주변 경계를 놓치지 않았다.

혹여 정말로 내가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아마 그녀가 날 도와주리라.

이라호드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려는 찰나,

쉿!

토르손이 검지를 입가에 대고 경고했다.

녀석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니, 5명 정도 되는 찌꺼기들이 순찰을 돌고 있었다.

“…창을 던져야 하나?”

조용히 말하자, 토르손이 고개를 저었다.

“창으로 한 놈을 처리하는 순간에 놈들이 호루라기를 불걸? 대장은 일단 지켜봐. 내가 시선을 끌 테니까, 그 이후에 뒤에서 덮쳐.”

시선을 끈다? 창 하나에도 호루라기를 분다는 놈들에게서 어떻게 시선을 끈다는 거지?

눈을 끔뻑이고 있을 때, 토르손의 모습이 천천히 변했다.

그리고 그대로 뛰쳐나갔다.

“꾸어어어엉!”

“어, 어어! 뭐야! 곰이다!”

“갑자기 웬 곰이……!”

순찰을 돌던 이들은 흠칫 놀랐지만, 곰 정도는 자기네들끼리 처리할 수 있다 여긴 걸까? 그들은 호루라기를 불지 않았다.

“꾸어어엉!”

토르손이 크게 포효하며 앞발을 휘둘렀다.

퍼억! 끔찍한 소리와 함께 방패를 들어 올렸던 이가 허공을 날았다.

찌꺼기들이 흠칫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 무슨 곰이 이렇게 힘이 좋아?!”

“젠장할! 지원 요청을…….”

“이 멍청한 새끼! 곰 때문에 지원요청을 했다고 말하려고? 그냥 죽여!”

체면을 따지다니. 확실히 찌꺼기도 인간이긴 한 모양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단창을 집어 들었다. 허리를 뒤로 젖히고 어깨에 힘을 꽉 주었다.

“흐읍!”

몸의 탄력을 이용해 단창을 던졌다.

쐐액! 퍽!

“어?”

제 옆에 있던 놈의 머리가 터져 꼬꾸라지는데, 저런 멍청한 소리를 내다니.

토르손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아무리 실력이 떨어진다 해도, 부족 최고 전사 집단인 울프헤딘의 일원이다.

이 정도도 못 주워 먹어서야 지옥 훈련이 기다린다.

“꾸어어엉!”

퍽퍽퍽! 토르손이 마구잡이로 앞발을 휘둘렀다.

첫 번째 내려치기를 피한 놈은 반대쪽 앞발에 얻어맞았다. 그 녀석이 몸을 휘청거릴 때, 아래에서 위로 올려친 앞발이 머리를 뽑아낸다.

연어를 낚아채는 듯한 앞발질.

순식간에 셋이 죽어 버렸다.

가만히 있다간 모조리 빼앗기겠는데?

나는 장창을 앞세워 기습했다.

챙!

단창을 신경 쓰고 있던 놈이 내 창을 막아 냈다. 하지만 튕기는 힘을 이용해 곧장 다시 찔렀다.

관절의 탄력을 이용하는 것보다 창의 탄력을 이용하는 쪽이 더 편하다.

“켁!”

“덕분에 좋은 걸 알았군.”

“크르륵…….”

피거품을 무는 놈의 배를 걷어찼다.

쓰러진 녀석은 헐떡이며 호루라기를 잡았지만, 이미 늦었다.

퍼억! 내 창이 놈의 숨통을 끊었다.

그리고 토르손은?

“크릉……!”

“케엑, 켁켁!”

마지막 남은 순찰조의 목덜미를 깨물고 마구 흔들어 댔다.

우두둑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마구 뿜어져 나온다.

“…대단하구만.”

“꾸엉… 어때, 대장? 예전보다 쓸 만하지? 헤헤…….”

입에 피칠갑을 한 곰이 말했다.

섬찟한 모습이었지만, 약간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는 거야?”

“흐흐, 내가 말했지? 대장이 나한테 배우려고 할 거라고.”

망할 놈의 곰탱이 같으니. 상체에만 피가 덕지덕지 묻어 빨간 옷을 입은 것 같은 토르손.

녀석이 히죽히죽 웃으며 날 놀렸다.

때릴까?

잠깐 생각하는 사이, 낌새를 챈 토르손이 말을 이었다.

“배우고 싶어?”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곰이라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녀석은 창칼조차 안 박히는 가죽을 가지고 있었다.

저런 걸 배운다면, 야른시다의 ‘천둥소리’를 정면으로 맞아 주면서 때려눕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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