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6화. 영웅은 기대지 않는다 (2)
“후원에 앞서, 먼저 축복을 내려 주마.”
나를 보자마자 비다르께서 말씀하셨다. 몽롱한 정신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나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렸다.
비다르께서는 과연 신이셨다. 아름답고 위엄이 넘치는 얼굴을 하시고, 복수의 처절함을 연상케 하는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으신 분이시다. 그저 의자에 앉아 계시는 데도 그 위엄이 내 정신을 혼미케 한다.
“미천한 제가 ‘멸망의 늑대를 찢어 죽이실 분’을 뵙고 황망한 마음을 가, 감추지 못해…….”
“푸흐, 보던 것과 달리 귀여운 면이 있구나, 전사여.”
귀여운 면이라는 말에 흠칫 몸을 떨었다.
전사에게 귀엽다, 라는 건 칭찬이 아니다. 비다르께서는 감히 신을 앞에 두고 멍하니 있었던 나를 질책하시는가?
부르르, 몸이 떨린다.
신벌이라 할지라도 곱게 받겠지만, 신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게 너무나 죄스러웠다.
“탓하는 것은 아니다. 걱정하지 말도록…….”
“어찌 제가…….”
“그만. 겉치레는 수없이 들어 왔다. 귀찮으니 정말로 그만하라.”
싸늘한 목소리에 입을 꾹 닫았다.
비다르께서는는 후후- 하고 웃더니 말을 이으셨다.
“멸망의 늑대를 찢어 죽일 자, 그 별명은 정말 오랜만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 별명을 입에 담지 말도록 하라.”
“죄송합니다, 신이시여.”
“아아,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그저 그 멸망의 늑대가 우리 편이 되었다는 게 문제지.”
비다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운명으로 예견된 적수가 같은 편이라는 것이 답답하신 걸까? 복수가 사라진 것이 답답하신 걸까? 아마 후자이리라.
내 작은 머리로 신들의 뜻을 헤아리는 게 불경스러운 짓임을 알지만, 절로 굴러가는 머리를 멈출 수도 없었다.
“펜리르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지. 자, 가까이 오라, 아버지의 아들이여.”
아버지의 아들. 내 이름이 오딘-손(Odin-son)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하실 수 있는 농담이었다. 실제 오딘의 아들이신 비다르께서 칭하신 말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그 말을 따랐다.
비다르께서 내 머리에 손바닥을 올리셨다.
체구가 유별나게 큰 것도 아니시지만, 가벼운 접촉에도 비다르께서 지니신 거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돌이나 쇳덩이에 머리를 찧지 않아도 그 단단함을 알 수 있듯, 부드러운 손이지만 일순간 내 머리를 박살 낼 힘이 서릴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복수의 운명을 타고났으나 복수를 잃어버린 신의 축복이노라.”
번쩍- 성스러운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이 내 몸에 스며드는 감각에 전신의 털이 삐죽 섰다.
기나긴 전투를 마치고 뜨거운 온천에 몸을 담글 때보다도 기분 좋은 감각이다. 뼈 마디마디 거력이 스며든다.
심장이 쿵쾅댄다. 심장 박동에 맞춰 빛이 요동친다.
“으, 으윽……!”
허리를 숙이고 있던 내가,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이 압도적인 힘 앞에 버틸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신앙이 샘솟는다. 신화 속 신에게 직접 받은 축복이라니!
후우, 후우.
숨을 고르고 있자니, 비다르께서 말씀하신다.
“나의 축복은 너와 잘 어울릴 것이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이제 너는 복수의 눈을 가졌으며, 심장에는 복수의 피가 흐르게 되었다.”
‘복수의 눈’과 ‘복수의 피’.
이라호드가 준 책에 적혀 있던 축복이다.
[복수의 눈]
[복수를 눈앞에 둔 자는 다른 곳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와 같이 싸움에서 고통과 피로를 잊고 날뛰게 해 주는 축복.]
[복수의 피]
[피를 갚고, 그 피를 흘려 상처를 치유한다. 상처를 입을수록 힘이 증가하며, 상처 입힌 자의 피를 뒤집어쓰면 상처를 회복할 수 있게 되는 축복.]
(상기 축복에 대한 문의는 발리&비다르에 해 주십시오.)
황망히 고개를 숙였다.
“달콤한 피의 복수를!”
발리와 비다르, 복수의 신께 바치는 기도문을 읊었다.
비다르께서 후후- 나지막이 웃으신다.
“그래, 진정한 전사라면 복수를 잊지 않는 법이지.”
“참으로 그렇습니다!”
“말투가 좀 딱딱하긴 하지만… 여기에 온 지 얼마 안 됐다면 어쩔 수 없지.”
어깨를 으쓱인 비다르께서 슬쩍 까마귀를 보셨다.
“메르키, 오디슨을 내 클랜에 넣고 싶은데.”
“까악? 클랜에도 넣겠단 말씀이십니깍?”
“그래. 복수의 피를 받았으니, 비다르 클랜의 일원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클랜(Clan)이라면 씨족이 아니던가? 나는 놀라 비다르를 바라보았다.
비다르께서는 흐뭇하게 웃으며 내게 설명하신다.
“발할라의 클랜은 일반적인 혈족과는 조금 다르다. 다 같이 지내고, 가족같이 지내는 건 똑같지. 허나 전사들의 공동체다.”
“그 말은……?”
“아버지의 투기장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이지. 투기장의 경기 중에는 개인전뿐만 아니라 단체전도 있으니까.”
단체전이 있었던가? 발할라에 온 지 얼마 안 된 내가 놀라워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까마귀, 메르키를 슬쩍 보니 사실인 것 같다.
“까악… 비다르 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음? 왜 그렇게 꺼려 하는 거지? 혹시…….”
비다르께서 눈을 가늘게 뜨셨다.
“먼저 선점한 이가 있는 건가?”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오디슨, 너는 나를 모시는 클랜에 들기 싫은 건가?”
고개를 저었다.
신의 후원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신을 모시고 싸우다니. 전사로서 최고의 영광 아닌가!
거절할 생각은 없다.
“깍깍, 저는 사실 이해가 잘 안 됩니다. 비다르 님께서 이 멍청이에게 뭘 보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 전사로서 가져야 할 긍지를 가지고 있지 않나! 목만 남아도 적을 물어뜯을 거라 외치는 놈들은 수두룩하지만, 오디슨처럼 실천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지?”
“까악… 그야 그렇지만… 아직은 좀 더 검증을…….”
메르키를 노려보았다. 저놈의 까마귀는 꼭 내가 비다르 님의 클랜에 들지 않길 바라는 것 같지 않은가?
내가 뭘 그리 잘못했지? 솔직히 내가 이제껏 투기장에서 패배했다고 한들, 이렇게 비다르께서 부를 정도로 가능성을 보여 주지 않았나.
세흐림니르의 고기와 헤이드룬의 벌꿀주를 들이켜면 금방 다른 이들처럼 잘 싸울 수 있다.
난 물푸레나무 부족의 전사, ‘붉은 늑대’ 오디슨이니까.
“메르키, 까놓고 말하지 그래? 왜 저놈의 클랜 가입을 막는 거지? 혹시…….”
비다르께서 눈살을 좁히셨다.
“역시 다른 신이 선점해 놓은 거겠지? 누구? 토르나 티르? 아니면… 그년인가!”
“아뇨, 그게 아닙니다.”
서슬 퍼런 비다르의 시선에 까마귀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힐끗 나를 보았다.
후- 한숨을 쉰 까마귀가 ‘잠깐, 귀 좀……’ 하고 비다르께 다가갔다. 비다르께서는 친히 자신의 어깨를 내어 주셨다.
속닥속닥.
“음? 으음. 뭣?”
까마귀의 속삭임에 비다르께서 표정을 시시각각 바꾸신다.
불쾌한 표정에서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고민에 빠지신 듯 미간을 좁히셨다.
“허, 믿을 수가 없군.”
“저도 비다르께 괜한 손해를 끼쳐 드리기 싫어 한 말입니다.”
“으음…….”
턱을 쓰다듬으시는 비다르.
까마귀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거지? 내 흉이라도 봤나?
비다르께서 저렇게 고민하시다니.
“…아무래도 이상하다.”
“으음, 하지만…….”
“아니, 도래까마귀인 너는 문제가 있어도 뭔가 할 힘이 없겠지만, 난 다르다.”
비다르께서 가슴팍을 퉁퉁 치시며 말했다.
“난 신이니까.”
힐끗, 비다르의 시선이 내게 닿는다.
비다르께서는 미소 띠우시며 말씀하신다.
“운명에 대해 알 자격이 있지.”
운명……?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 * *
메르키는 도래까마귀 중 귀족에 속하는 이이다.
까마귀의 왕인 후긴과 무닌을 제외하면 가장 계급이 높다 할 수 있기에, 비다르라 해도 그 말을 무시하진 못했다.
“재고하십쇼.”
비다르는 메르키가 대뜸 하는 말에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곧장 밝혀졌다.
“저놈, 빚이 11억 크로나를 넘습니다. 게다가 그 말을 들은 뒤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처참하게 패배했으니, 12억 크로나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뭣?”
그게 말이 되는가?
아직 발할라에 닿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놈의 빚이 10억을 넘어간다?
비다르가 혀를 내둘렀다.
“솔직히 저놈이 독한 건 저도 인정합니다. 싸우는 꼴을 보면 지원만 잘해 주면 금방 크겠죠. 하지만 그게 10억 크로나가 넘는 몸값이 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으음…….”
확실히.
후원과 클랜은 다르다.
후원은 그저 비다르를 의미하는 물건을 지닌 채 싸우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에 걸맞은 금액을 지불하리라. Under 500에서 뛰노는 놈이기에, 그 금액이라 한들 얼마 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런데 클랜원으로 받아들이면? 의식주를 모두 비다르가 책임져야 한다.
그뿐인가? 비다르의 클랜원이기에 오디슨이 진 빚조차 클랜 전체의 빚이 된다.
“그러니 재고해 달라 한 겁니다. 투기장의 관리인 중 하나로서 신께 폐를 끼칠 순 없으니까요.”
납득이 되지 않는 금액에 비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걸 참고 견딜 수 있는 이가 복수의 신일까?
비다르는 생각했다.
‘보통 처음 발할라로 온 놈들은 1억에서 2억 크로나 정도의 빚을 지게 되지. 운명을 뒤튼 값이 5천에서 1억 정도. 그리고 발키리의 출장비, 치료비가 역시 5천에서 1억 정도.’
그런데 그 금액이 10억을 넘어 버린다? 운명을 관장하는 노른(운명의 여신)들과 저승을 다스리는 헬이 책정하는 운명 가치가 틀린 것이다.
그네들도 가끔 실수를 하곤 한다. 1억짜리 운명이 10억짜리 운명이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본래 10억짜리 운명은, 글쎄.
‘신이 될 법한 운명이지.’
코앞에 무릎 꿇고,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는 놈이 신이 될 운명?
말도 안 된다. 왕이 될 운명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약하진 않으니.
‘저승에 연락해야겠군.’
로키스 패밀리의 중추 중 하나인 헬의 실수를 꼬집는다면, 오지도 않은 복수가 아니라 다른 중임을 맡게 될지도 모른다.
로키스 패밀리가 아무리 중립이라 할지라도 철두철미한 성격의 아버지, 오딘은 힘이 쏠리는 걸 바라시지 않으시니까.
비다르는 미소를 띤 채, 오디슨과 메르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으음, 하지만…….”
“아니, 도래까마귀인 너는 문제가 있어도 뭔가 할 힘이 없겠지만, 난 다르다.”
자신감을 담아 가슴을 퉁퉁 두드렸다.
“난 신이니까.”
무료함을 풀려고 부른 전사가 상당한 이용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운명에 대해 알 자격이 있지.”
비다르는 즉시 오디슨과 메르키를 물렸다.
저승에 연락을 취했다. 비다르 역시 신이기에 바로 저승의 지배자인 헬(Hel)과 연결될 수 있었다.
“안녕하신가, 헬.”
-내 동생을 죽일 운명을 지녔던 양반이 어쩐 일이지?
“당신의 영지처럼 싸늘한 말이군.”
-별 시답잖은 놈이……. 할 말이 없으면 끊어라.
냉담하기 그지없는 여자다.
비다르는 웃음을 띤 채 말을 이었다.
“이런, 내가 큰 문제 하나를 발견했는데 말이지. 궁금하지 않나?”
-문제?
“흐흐, 잘 모르겠지. 얼마 전에 발할라로 온 오디슨이라는 놈에 대한 이야긴데…….”
-운명 가치 이야긴가?
“그래, 바로 그 오디슨의 운명 가치가…….”
-본래 50억이었던 게 10억으로 할인되었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비다르가 눈을 끔뻑였다.
뭐? 50억?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뭐라고?”
-본래는 50억이었지. 그런데 운명 가치 최고값이 10억인지라, 그렇게 할인했다. 뭐가 문제지? 아마 네 아버지도 알 텐데.
오딘도 안다는 말에 비다르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였다.
“어… 이놈이 대체 어떤 운명을 지녔길래……? 제국과 싸웠다더니, 제국의 황제라도 죽였나?”
복수의 신이 떨떠름하게 물었다. 그 말에 헬이 대꾸한다.
-아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다.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닌데 운명 가치가 50억이 될 리가 있나! 어마어마한 위업을 쌓을 운명이던가, 아니면 어마어마한 업보를 쌓았다는 소리 아닌가!
-…왜 그렇게 오디슨에게 신경을 쓰지?
“그야, 마음에 들어서 그랬지! 내 클랜원으로 받으려는데 빚이 뭐? 12억 크로나? 그러니까 이렇게 연락한 거 아닌가!”
풉- 헬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비다르가 울컥한 마음에 화를 내려 했지만, 이어진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놈, 우리 아버지 욕을 어마어마하게 했더군.
가끔 그런 경우가 있었다. 뛰어난 전사건만 불경하기 그지없는 이들.
그리고 로키와 펜릴 등은 시간이 회귀된 후 라그나로크를 일으키지 않게 되었다. 즉, 신이 되었단 거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욕도 징벌적으로 업보가 쌓인다.
아무래도 신에 대한 불경이니 말이다.
‘…뭘 어떻게 욕하면 50억이 쌓여?’
비다르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헬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놈을 네 클랜에 받아들이겠다고? 글쎄, 한번 해 보지 그래. RF펜리르와 대판 싸우게 되겠군.
RF펜리르.
로키스 패밀리에서 운영하는 클랜이다.
어마어마한 금력. 그리고 신과 거인 사이의 중립이라는 입장.
두 가지를 이용해 뛰어난 투사들을 모조리 쓸어간 곳이다.
그 클랜과 부딪힌다? 비다르 클랜은 공중분해 되리라.
-그럼, 할 일이 많아서 이만.
뚝, 연결이 끊어졌고, 비다르는 질린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광신도 느낌이 나더라니, 완전히 미친놈이었군!”
로키의 욕을 얼마나 해 댔으면 50억 크로나나 되는 업보가 쌓인단 말인가!
비다르는 오디슨을 클랜에 받아들일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 그뿐만 아니라, 후원 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괜히 밉보였다가 개박살 나는 건 그로서도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 * *
“후우.”
하얀 입김이 허공에 흩어진다. 주위의 온도보다 더 싸늘해 보이는 미녀가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노년, 청년, 소년기의 여자가 셋 있었다.
“정말, 그가 그런 운명을 타고난 게 확실한가?”
차가운 미녀, 헬의 물음에 노파가 입을 열었다.
“끌끌끌, 그야 당연한 이야기. 그가 거쳐 온 길은 피바다.”
“후후, 그가 당면한 상황은 밑바닥.”
“히히히, 그리고 그가 닿을 곳은…….”
노파가 과거를 읊고, 아가씨가 현재를 말했으며, 소녀가 미래를 노래한다.
운명의 여신, 노른들이 입을 하나로 모아 합창한다.
“지옥(Hell)의 곁. 지옥의 반려니리.”
그 말에 헬은 입술을 삐죽였다.
그녀의 자리, 무수히 많은 손톱으로 이뤄진 기괴한 책상의 위에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붉은 머리에 붉은 수염, 눈 아래에 티와즈 루 룬을 새긴 멍청한 표정의 전사가 찍힌 사진.
헬이 그 사진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신들이 무조건 선한 것은 아니다. 어서 그 사실을 깨우쳐야 할 텐데.’
나지막이 읊조린다.
“스스로의 거대한 운명에 짓눌리지 않기를.”
오디슨의 운명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은 배려였다.
정작, 그 당사자는 당황을 맛보고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