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98화 (완결) (198/198)

#198. 리턴 투 슈퍼에이스(2)

-넘어가는 공! 그대로 넘어! 넘어!

-아! 토미 리브스가 담장에서 그대로! 점프!

-잡았습니다! 토미 리브스가 캉을 살립니다! 펫 펏호프가 잡은 마지막 기회가 날아갑니다!

위험했다.

중견수인 토미 리브스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는 투수는 강송구였다.

엄지를 들어 보이는 강송구.

토미 리브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흉악한 거인이 웃으며 엄지를 내민다? 저러다가 엄지를 아래로 내릴까 겁나지 않을까?

우효의 놀림에도 강송구는 다음 승부로 눈을 돌렸다.

확실히 9회 초와 10회 초는 달랐다.

한 타자만 4번 만나는 상황.

당연히 그만큼 타자들이 공에 익숙해지고.

반대로 투수는 빠르게 지쳐간다.

하지만 강송구는 버틸 자신이 있었다.

숨은 크게 내쉰 그의 뒤로 야수들의 외침이 들려온다.

잘하자.

하나만 막자.

수비 믿고 하나만 막자.

고교야구 시절에 들었던 응원이다.

이어지는 승부.

타석에는 바디 스큐즈가 들어섰다.

특히나 어려운 상대.

강송구가 앞선 이닝과 다르게 이번에는 조던 델가도와 사인을 교환하며 신중하게 피칭을 이어나갔다.

그런 강송구를 보며 라스베이거스의 야수들은 아까보다 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투수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타자들은 아직도 점수를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에 수비에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따악!

바디 스큐즈의 배트가 매섭게 돌았다.

동시에 움직이는 라스베이거스의 야수들.

이번에는 카디안 스타우트였다.

-유격수가 깔끔히 잡은 공.

-그대로! 그대로! 1루로! 아웃!

-조금 긴 바운드라 처리하기 힘들었는데……. 카디안 스타우트 선수가 반 박자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 공을 처리했습니다.

-컵스의 타선이 막힙니다.

지독하다.

무너질 것처럼 보이는데.

강송구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지친 컵스 선수들의 표정.

강송구처럼 잠바로 어깨가 식지 않게 유지하고 있는 컵스의 에이스만 승부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10회 초의 마지막 타자.

강송구의 포크볼이 삼진을 만들었다.

-여기서 포크볼이 나옵니다!

-스플리터보다 더 큰 궤적을 그리는 구종이죠. 다만, 부상 위험성이 높아 캉도 많이 구사하지 않는 구종입니다.

-거기다 스플리터라는 상위호환의 효과를 가진 구종도 있으니까요.

-말씀드리는 순간……. 역시 이 선수가 컵스의 마운드를 지키기 위해 다시금 오릅니다.

-이안 엘런! 그도 에이스의 자존심을 위해서 10회 말의 마운드에 오르는군요!

데드볼 시대에도 보기 힘든 경기.

그 경기가 2032년에 펼쳐지고 있었다.

10회 초.

강송구가 흔들릴 뻔한 것을 야수들의 도움을 받아 깔끔히 마무리를 지은 것처럼.

이안 엘런도 비슷했다.

그도 야수들의 도움을 받았다.

10회 말.

그가 마운드에 올랐다.

-카디안 스타우트의 타구가 잡힙니다! 10회 초에! 펫 펏호프가 날렸던 바로 그 위치로 날아간 타구였지마아아안! 레오 알바레즈가 홈런을 훔칩니다!

-어메이징! 판타스틱! 최고입니다! 최고!

-이안 엘런이 포효합니다! 저런 호수비의 도움을 받으면 투수의 기세가 살아나죠!

선두타자는 삼진.

이어진 카디안 스타우트와 승부에서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던진 공이 조금 높게 떴다.

그걸 놓치지 않은 카디안 스타우트였지만.

이번에는 운이 너무 좋았다.

10회 말의 마지막 타자.

대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제프 브레넌을 상대로 이루수 방면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두 투수가 8회 초부터 땅볼의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범타를 유도하기에 좋은 구종인 투심, 체인지업, 커터, 싱커와 같은 구종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시간대이기에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거기다 캉은 5차전에서 공을 던졌었고, 휴식일도 고작 이동일이었던 하루뿐이었습니다.

-그나마 30구 근처로 공을 던졌기에 이렇게 캉이 6차전에 나올 수 있었죠.

-말씀드리는 순간 캉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또! 그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11회 초.

다시금 거인이 마운드에 등장하는 순간.

이제 777 베가스 그라운드는 엄숙함에 물들었다.

이안 엘런도 11회 말에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서 아이싱을 하지 않고 어깨가 식지 않게 잠바를 덮고 있었다.

다만, 불안해 보이는 쪽은 컵스였다.

“이안의 유리 몸 기질을 생각하면 지금 내려야 해.”

“그렇지만……. 저 고집쟁이가 마운드를 내려갈까요?”

“그러니까……. 더욱 내려야지.”

분명.

지금 몸 어디가 성치 않을 것이다. 이안은 아프더라도 남에게 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니까.

그렇기에 컵스의 감독은 빠르게 불펜에 연락해 투수들을 준비시켰다.

선발투수가 9이닝 이외의 추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한계는 2이닝이라고 생각했다.

11회 말까지가 끝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 이상은 혹사에 불과하다.

‘그러니……. 11회 말까지 승부가 갈리지 않기를 기원해야지. 그래야 우리가 이길 수 있어.’

불펜 승부로 가면 할만했다.

확실한 필승조는 없지만.

1이닝을 깔끔히 막아줄 최고의 마무리가 있었다.

12회 말에서 승부를 본다.

그게 컵스의 감독이 생각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빠악!

“아웃!”

첫 번째 타자를 상대로 외야 뜬공을 유도해서 깔끔히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그가 이어서 5번 타자인 지미 덴튼을 상대로 너클볼을 던지며 지독하게 물고 늘어졌다.

“지독한 새끼.”

“제발 무너져! 제발!”

“이 악마 새끼야!”

3구 연속 너클볼.

그만큼 강송구도 한계에 몰렸다.

하지만 지미 덴튼은 더 한계에 몰렸다.

강송구가 던진 너클볼을 건들지도 못하고 그대로 삼진아웃을 당하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11회 초의 마지막 타자.

에드 하워드.

어려운 타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쉬운 타자도 아니다.

크게 지친 강송구가 잡기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타자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포심 패스트볼.

다음은 투심 패스트볼.

또 다음은 체인지업.

마지막으로 바깥쪽 슬라이더.

그걸로 끝이었다.

강송구는 생각했다.

12회 초에 마운드에 오르면 무조건 맞는다고.

그에게 부여된 이닝은 11회 초가 끝이라고.

하지만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다시 잠바를 입었다.

지독하다는 듯이 그런 강송구를 노려보는 컵스의 선수들과 어떻게든 이번 이닝에 점수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

이윽고.

11회 말을 막기 위해.

이안 엘런이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는 대타자 마리오 카릴리오.

21살의 백업 일루수인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안 엘런이 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리고 초구를 던졌다.

88마일의 포심.

87마일의 포심.

80마일의 체인지업.

이상할 것은 없었다.

지쳤으니까.

하지만 이안 엘런의 투구는 거기까지였다.

공에 묻은 핏자국.

이안 엘런의 왼손 검지에서 뚝뚝…….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파악한 지미 덴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투수 코치도 마운드를 밟았다.

물집이 터진 자리에서 떨어지는 피를 보며 두 사람의 표정은 크게 굳어졌다.

곧이어 감독도 마운드를 밟았다.

“별거 아니에요.”

이안 엘런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지금 내려갈 수 없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이 승부를 어중간하게 결정지을 수 없었다.

절대로.

절대로.

하지만 투수 코치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불펜 교체하지.”

“감독님!”

현실은 드라마를 원하지 않았다.

이안 엘런은 직감했다.

아, 이번 월드시리즈에선 끝이구나.

다음 시즌을 노려야 하는구나.

아쉬움에 계속 마운드에서 서성이는 이안 엘런.

불펜 투수가 나올 때까지.

그는 계속 마운드에 서성였다.

경기가 조금 늦어짐에도 이번만큼은 주심도 딱히 크게 제지하지 않으며 지켜봤다.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도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미련을 버린 이안 엘런이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

환호성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는 라스베이거스의 홈팬들을 뒤로하고 이안 엘런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그의 등을 보던 강송구.

그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오는 큰 타구음.

마운드에 올라선 컵스의 마무리 투수.

앙헬 곤잘레스가 던진 10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노린 마리오 카릴리오의 타구가 담장을 넘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

마리오 카릴리오는 어벙한 눈으로 베이스를 돌다가 그대로 홈을 밟았다.

경기가 그렇게 끝났다.

두 팀의 지독한 경기는 뜬금없는 상황에서 끝을 맺었다.

마치 용두사미의 소설처럼 말이다.

와아아아아아아!

빠르게 뛰쳐나가는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

기뻐하는 선수들.

그 사이에 11이닝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강송구가 그 어느 때보다 환히 웃으며 우승을 즐겼다.

* * *

#에필로그.

33시즌.

월드시리즈 4차전.

3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거둔 라스베이거스는 이제 쓰리핏을 앞에 두고 있었다.

마운드를 밟은 켄 크로윈이 경기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삼진을 잡는 순간.

모두가 주먹을 쥐며 기뻐했다.

이번 시즌 NL의 챔피언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선수들이 좌절에 빠졌고.

필리건들이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선수들을 욕했다.

1차전에서 9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친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선수들과 함께 팀의 3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만끽했다.

* * *

34시즌.

강송구에게 있어서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

FA의 대어로 시장에 나온 그는 라스베이거스와 다시 10년 5억 1200만 달러의 금액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동시에 커리어 첫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194이닝만 소화했던 시즌이었다.

팀은 와일드카드에서도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발전을 원할 뿐.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시카고 컵스였다.

이안 엘런이 눈물을 흘리며 우승을 만끽했다.

* * *

35시즌.

다시 반등한 시즌이었다.

23승 2패.

1점대 평균자책점.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이닝 소화력.

새롭게 익힌 팜볼의 위력은 나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는 다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준우승이었다.

우승팀은 거액을 지르며 모든 포지션을 올스타로 도배시킨 LA 다저스였다.

물론, 다음 시즌 다저스는 개털이 되었다.

* * *

36시즌.

드디어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쓰리핏을 거두며 왕조를 세운 라스베이거스가 다시 돌아왔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

그리고 조용했던 우효가 사고를 터트렸다.

온 동네 고슴도치를 모두 임신시킨 것.

총 8마리의 암컷 고슴도치를 임신시켰다.

결국, 우효는 동물병원으로 끌려갔다.

그리고 중성화 수술을 했다.

강송구는 그때 나라 잃은 고슴도치의 표정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 *

37시즌.

고백을 받았다.

구단주에게 말이다.

강송구는 담담히 고갤 끄덕였고.

케롤 웰링턴 구단주는 크게 기뻐했다.

우효는 요즘 자신의 아이들에게 먹이를 날라주느라 힘들다며 투덜거렸다.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했으며, 왜 미국에서 그렇게 이혼과 양육권 분쟁이 많은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강송구는 조용히 고갤 끄덕일 뿐이었다.

* * *

38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 후.

커리어 세 번째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시즌이자, 가장 많은 삼진을 잡은 시즌이었다.

케롤 웰링턴이 분노의 현질을 한 시즌이었다.

카디안 스타우트의 타율이 많이 줄었지만 81개의 홈런을 때리며 모두를 전율하게 만든 시즌이기도 했다.

우효는 고슴도치 법원에서 양육권 문제로 패소.

매월 20개의 사과조각을 전처에게 보내야 했다.

우효가 강송구에게 ‘왜 빨리 중성화를 안 해줬어? 왜애애애애애!’라며 절규했다.

* * *

39시즌.

한국으로 돌아간 박준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호크스가 우승했다는 소식이었다.

우효와 강송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호크스가 우승한 덕분일까?

일본에 지진이 났고.

중국에는 메뚜기떼가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홍수가 터졌고.

미국에서는 4개의 허리케인이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선 한 호크스팬이 3번 연속으로 벼락에 맞았으나 멀쩡히 살아났다.

몇몇 야구팬이 호크스의 저주라며 수군거렸다.

* * *

40시즌.

딸인 로아가 ‘아빠 미워!’라고 했다.

처음으로 강송구의 단단한 어깨가 축 처졌다.

딸천재 우효는 자신의 딸의 밥을 뺏어 먹다가 아내에게 크게 혼났다며 낄낄 웃었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라스베이거스 폴링스타즈로 구단명을 변경했다.

이름을 바꾼 뒤.

폴링스타즈는 다시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케롤 웰링턴이 환히 웃으며 기뻐했고.

강송구는 자신의 아내에게 반지를 더 선물해야겠다고 조용히 생각했다.

* * *

언제가 은퇴는 다가온다.

그건 프로선수로서 숙명에 가까운 일이다.

강송구에게도 은퇴가 다가왔다.

52살의 나이에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작년 16승 7패 ERA 2.78를 기록.

라스베이거스의 8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를 발표한 그에게 많은 메이저리그의 팬들이 아쉬움과 존경을 보냈다.

같이 골골거리며 늙어가는 우효도 모처럼 고슴도치용 중절모를 쓰고 나타나서는 ‘이쁜 고슴도치라도 소개해 줄까?’라는 말을 하며 은퇴하는 강송구를 위로했다.

은퇴한 뒤.

강송구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우승 반지를 가지고 한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어느 납골당에 도착한 그는 한 소녀가 웃고 있는 사진 옆에 조용히 반지를 올려놨다.

-우냐?

요즘 나이를 먹고 가시가 빠진다며 찡찡거리는 우효가 얄밉게 강송구를 놀렸다.

물론, 강송구는 가볍게 무시했다.

동시에 생각을 조금 바꾸었다.

1년 정도 더 현역으로 뛰어도 되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53살의 나이에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메이저리그의 전설! 호크스로 돌아오다!]

[아직도 140대 중반의 구속을 갖춰 모두를 놀라게 하다.]

[강송구 복귀전에서 노히트노런 달성!]

[이것이 메이저리그의 전설이다.]

한국 프로야구 생활은 즐거웠다.

확실히 예전에 뛸 때보다 많이 발전했다.

[호크스 오랜만에 상위권 질주!]

[호크스 드디어 정규시즌 상위권에 도달하다!]

[정규시즌 종료! 호크스 3위 기록!]

오랜만에 던졌음에도 강송구는 위협적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7이닝 무실점.

플레이오프에서 9이닝 완봉승.

[호크스! 한국시리즈 진출!]

[상대는 부산 티탄즈!]

[대전 호크스 vs 부산 티탄즈의 대결!]

[꼴칰대전 완성!]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에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7차전까지 이어지는 접전.

그리고 7차전 마무리로 등판한 강송구가 기어코 호크스에게 다시금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호크스 한국시리즈 우승!]

[메이저리그의 전설은 달랐다!]

[리턴 투 슈퍼에이스! 강송구가 돌아왔다.]

그리고.

한 투수의 마지막 등판이 막을 내렸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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