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96화 (196/198)

#196. 누가 최고인가?(7)

4회 말.

이안 엘런이 다시 마운드를 밟았다.

계속되는 0의 행진.

그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해서 이번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이어지길 바라고 있었다.

반대로 라스베이거스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해서 2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고 싶어 할 것이다.

관중석을 둘러본 이안.

그의 눈에는 홈팬들 사이에 태연히 컵스 유니폼을 입고 ‘레츠고! 컵스!’를 외치는 컵스의 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안 엘런이 환히 웃었다.

‘그래, 이래야 컵스지.’

-아……. 정말 대단한 선수네요.

-벼랑 끝의 승부에서도 그가 웃고 있습니다.

-이안 엘런의 초구!

-91마일의 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에 걸칩니다.

조쉬 마이어스는 낮게 잘 제구된 이안 엘런의 투심 패스트볼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한 경기에 2~3번 던져도 많이 던졌다고 평가를 받는 투심을 여기서 던진다고?’

다시금 날아든 투심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카운트가 몰린 조쉬 마이어스.

그가 바짝 배트를 잡고 타격에 집중했다.

투구 패턴이 바뀌었다.

적당히 눈에 익었다고 생각한 피칭이 바뀐 것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써클 체인지업과 커터를 섞는 피칭.

슈우우욱! 따악!

-높게 뜨는 공!

-그대로 중견수가 잡으며 아웃!

-이안 엘런이 깔끔히 4회 말의 첫 번째 타자를 잡아내면서 이번 이닝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입니다.

-확실히 이 두 선수의 피칭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지기에 매 이닝 던지는 투수가 달라지는 느낌까지 받거든요. 정말로 대단합니다.

4회 말의 두 번째 타자.

카디안 스타우트가 타석에 들어섰다.

컵스의 타선에서 유일하게 강송구를 공략할 수 있는 타자가 펫 펏호프라면,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에서 이안 엘런을 잡아낼 만한 재능을 가진 타자는 오직 카디안 스타우트뿐이었다.

당연히 두 선수의 대결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중계창]

-투수전인데 경기 쌉꿀잼이네;;

-월차와 치킨과 마누라의 친정집 방문. 난 신이고 무적이다. Wryyyyyyyyyyy!

-승부가 나긴 할까?

-둘 다 일단 기본적으로 9이닝은 소화할 듯.

-아! 쳤다.

-파울이네.

-제발! 한 방 쌔리라!

-응, 이안 엘런의 삼구삼진.

-응, 카디안이 홈런 때릴 거야. XX아.

-ㅋㅋㅋㅋㅋㅋ 바로 욕 나오는 별빠들 수듄 나오죠? 6차전은 컵스의 승리가 확실하쥬?

-진짜 죠쥬죠쥬하는 새끼들 개 때리고 싶네;

-응, 틀딱은 나 못 때리죠?

-그래서 누가 이길 것 같냐?

-느낌이 8회까지는 가봐야 알 것 같음.

-나도 동의한다.

-제발 맥없는 게임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4구까지 이어진 승부.

카운트는 2-2으로 모처럼 시원하게 공을 던지던 이안 엘런도 카디안 스타우트를 의식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어진 5구째 승부.

이안 엘런이 던진 위닝샷에 카디안 스타우트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며 휘둘러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한 커브.

이안 엘런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안 엘런이 삼진을 잡아냅니다!

-카디안 스타우트 선수를 상대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커브를 던져서 잘 잡아냈습니다.

-날카로운 코스였어요.

4회 말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91마일의 커터를 던져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그렇게 4회 말도 조용히 지나갔다.

0의 행진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

야구팬들은 두 투수의 수준 높은 투수전을 즐겼다.

-다시 캉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앞선 이닝부터 적극적으로 스플리터를 활용하고 있는 캉인데요. 과연 이번 이닝에는 어떤 구종을 중심으로 컵스의 타선을 공략할지 궁금합니다.

-캉이 마운드에 오르기 무섭게 홈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격렬히 박수를 보내네요.

홈팬들의 격렬한 박수.

경기 중간에 나온 기립박수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라 조용히 모자를 벗고 팬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리고 시작되는 5회 초 승부.

강송구가 빠르게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 * *

강송구는 이제 모든 투수의 롤모델이다.

압도적인 구속과 구위를 갖췄으며, 필요하면 매덕스 수준의 제구력도 보여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으며, 긴 이닝을 소화할 체력과 튼튼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투수의 정점에 선 존재.

그게 강송구였다.

“역시……. 쉽게 무너지지 않네.”

이안 엘런이 스포츠음료를 들이켜며 숨을 돌렸다.

경기의 템포가 빠르니 투수가 금방 지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격한 경기였고.

이안 엘런도 조금은 버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나, 그는 웃고 있었다.

오늘 경기가 너무나 즐거웠다.

“캉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안은 즐거웠다.

당연히 강송구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그도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평소보다 공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네.

우효의 말처럼 그도 이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적당히 힘이 들어간 어깨는 그에게 피로감을 선사했지만, 반대로 그만큼 강력한 공을 던지게 해주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잡아낸 삼진.

타석에 섰던 타자는 이제는 순응이라도 한 듯이 빠르게 자신의 더그아웃으로 달아갔다.

얼굴에는 이제 분함도 없었다.

강송구가 주변을 둘러봤다.

벌써 여기까지 왔다.

물론, 그가 생각한 쓰리핏에 이르려면 이번에 우승하고 다음 시즌에 한 번의 우승이 더 필요하다.

물론,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다.

동시에 한국에서 뛰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보다 난 더 나은 선수가 되었나?’

나아지긴 했을 것이다.

성적은 계속 좋아졌으니까.

그리고 올해가 자신이 가진 한계까지 도달한 시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하지만 강송구는 확고하게 고갤 흔들었다.

성적은 이번 시즌이 최고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는 아니라고.

그제야 강송구는 깨달을 수 있었다.

과거.

여자아이와 이야기했을 때.

여자아이는 그에게 우승하라고.

호크스에서 우승도 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우승하라고.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때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아이의 소원을 이루어주었다.

동시에 그 아이에게 스스로가 한 맹세를 떠올렸다.

“항상 더 나은 투수가 되는 것.”

지금보다 더 나은 투수.

그래, 강송구의 목표는 그것이다.

항상 이전보다 더 나은 투수가 되는 것.

강송구가 빠르게 5회 초를 삭제시켰다.

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 뭔가를 생각했다.

조던 델가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캉이 왜 저러지?’

그때.

뭔가 생각을 끝낸 강송구가 조던 델가도를 바라봤다.

“조던.”

“어! 그래, 불렀어?”

“6회 초부터 리드 없이 바로 투구해도 될까?”

강송구의 물음에 조던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동시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 그래.”

“고맙다.”

강송구의 감사 인사를 들은 조던 델가도.

하지만 그는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자리에 앉아 강송구의 눈빛을 떠올렸다.

‘허…….’

이번 시즌.

강송구는 확실히 압도적이었다.

정규시즌을 무실점으로 끝냈다.

그것만으로 이미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조던 델가도는 걱정했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한 천재가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강송구는 대단한 투수였고.

항상 자신의 폼을 일정히 유지했기에 걱정은 없었다.

반대로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승부욕에 불타는 캉은 어떤 피칭을 할까?’

그게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지만.

방금 그는 볼 수 있었다.

항상 무표정이던 강송구가 웃는 모습을.

그리고 그의 눈에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승부욕이 가득 들어찬 것도 말이다.

꿀꺽.

아무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저 마른 침을 삼킬 뿐.

곧이어 5회 말이 끝났다.

3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안 엘런이 패기 넘치는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이안 엘런.

그는 짜릿함을 느꼈다.

‘좋다. 이대로 9회 말까지 버텨보자.’

그때였다.

갑자기 웅성거리는 선수들.

이안 엘런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지?’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동시에 ‘혹시 캉이 부상이라도?’란 생각이 떠오른 이안 엘런이 급히 고개를 돌려 마운드를 바라봤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로봇이라고 불릴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강송구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에 선 모습을 말이다.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짜릿한 전기.

이안 엘런은 제 생각을 취소했다.

‘뭐? 9이닝 안에 경기가 끝난다고?’

오만이었다.

그가 급히 포수에게 다가갔다.

“지미.”

그의 전담 포수인 지미 댄튼이 마운드에 선 강송구를 보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이안 엘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삼진을 포기할 거야.”

“뭐?”

“오늘 12이닝까지 던진다고 생각하고 투구할게.”

지미 댄튼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안의 두 눈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

절대 9이닝 안에 끝나지 않는다고.

“최대한 맞춰 잡자.”

“괜찮겠어?”

지미 댄튼의 말에 이안 엘런이 고갤 끄덕였다.

“오늘이 내 은퇴 경기라고 생각해 줘.”

그의 다부진 대답에 지미가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우우.

“그래, 알겠어.”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컵스의 에이스가 가진 고집을 말이다.

6회 초.

곧이어 강송구의 피칭이 시작되었다.

슈우우우욱! 빠각!

초구는 커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민 데이비드 자모라는 배트가 부러짐과 동시에 빠르게 공을 향해 달리는 강송구를 보았다.

바짝 선 솜털.

강송구가 1루로 송구하는 순간.

데이비드 자모라는 알 수 없는 기묘함을 느꼈다.

“아웃!”

1루에 도착하기 전에 아웃을 당한 데이비드 자모라는 곧이어 강송구의 포효를 들을 수 있었다.

“커모오오오오온!”

호랑이가 내뱉는 울음과 비슷했다.

절로 등골이 쭈뼛 섰다.

동시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달라…….’

지금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강송구가 아니었다.

로봇처럼 인간미 없는 피칭을 하는 투수였다.

그는 이런 식으로 승부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생소하고, 더 두렵게 느껴졌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다음 타자를 상대로 초구를 던진 강송구.

같은 구속과 같은 구종에 같은 코스.

달라질 것은 없었다.

하지만 묘하게 타석에 선 타자는 마운드에 선 강송구에게 강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컵스의 타선은 그 이유를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인터벌이 더 극단적으로 빨라졌다.’

라스베이거스의 배터리는 사인교환이 없었다.

강송구가 바로 투구를 이었다.

극단적으로 빠른 인터벌이 타자들에게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평소 무표정이던 강송구가 마치 승리를 확신하는 에이스처럼 주먹을 움켜쥐거나 환히 웃었다.

그 사실이 컵스의 타자들에게 더 혼란을 주었다.

‘저런 투수가 아니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저게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캉이라고?’

이윽고 6회 초가 빠르게 지워졌다.

글러브를 팡팡 치며 내려가는 강송구.

컵스의 더그아웃은 아까와 달리 가라앉음을 넘어서 뭔가 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안 엘런의 눈빛은 달랐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

자신이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안 엘런이 마운드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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