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92화 (192/198)

#192. 누가 최고인가?(3)

샌디 가스통은 생각했다.

왜 자신을 두고 강송구와 이안 엘런을 최고라 보는가?

이번 시즌.

그는 이안 엘런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고 자부했다.

물론, 최근 단기적인 성적으로 보면 이안 엘런과 달리 자신은 7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무너졌던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언론은 자신이 아닌 이안 엘런과 강송구.

두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샌디 가스통은 그것이 싫었다.

도대체 왜?

자신도 부족함이 없는 투수다.

세부적인 지표를 보면 적어도 NL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고, 메이저리그 전체로 보면 TOP10 안에 들어가는 수준급의 투수라고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내가 없었으면…… 이안의 빈자리도 채우지 못했어.’

부상으로 빠진 이안 엘런.

그 빈자리를 채운 것도 자신이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를 원했다.

라스베이거스의 강송구.

컵스의 이안 엘런.

이렇게 두 사람만 라이벌로 잡히는 것이 불만이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 이름을 남길 뛰어난 투수는 두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샌디 가스통도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 실력으로 증명한다.’

그의 두 눈이 활활 타올랐다.

그가 고개를 돌려 이안 엘런을 바라봤다.

경기에 등판하기 전.

그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벤치에 누워 있었다.

이걸 그 누구도 비판하지 않았다.

그가 가진 하나의 루틴이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고갤 돌렸다.

반대편 더그아웃.

거대한 덩치를 가진 투수.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본다.

절로 호승심이 생기는 상황.

하지만 샌디 가스통의 머리는 차가웠다.

그는 침착하게 3회 말을 지워내고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선두 타자는 삼진.

두 번째 타자는 내야 뜬공이었다.

-샌디 가스통! 순식간에 2명의 타자를 잡아냅니다!

-오늘 샌디의 공이 정말 날카롭네요. 공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좋다고 평가를 받는 샌디인데…… 이런 투수가 컨트롤까지 완벽하다?

-끝났죠.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은 샌디를 상대로 1점만 만들어도 성공일 겁니다.

3회 말의 마지막 타자.

토미 리브스가 타석에 섰다.

이윽고 날아드는 초구.

100마일의 포심이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날아들었음에도 토미 리브스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걸 어떻게 치라는 거야?’

이어지는 2구째.

다시 날아드는 100마일짜리 포심.

토미 리브스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순식간에 채워진 스트라이크 2개.

그리고 3구째.

샌디 가스통의 손에서 커브가 날아들었다.

소름이 돋은 궤적의 커브.

토미 리브스가 발레리나가 되어 타석에서 빙글 돌았다.

-발레리나가 된 토미 리브스!

-그대로 아웃입니다! 아웃!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샌디 가스통! 3회 말까지 그야말로 퍼펙트한 피칭이었습니다!

그렇게 끝이 난 3회 말.

샌디 가스통이 주먹을 움켜쥐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 * *

타순이 한 바퀴 모두 돌았다.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고.

4회 초의 첫 번째 타자.

펫 펏호프가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타석에서 허무하게 삼진을 허용한 그는 이번 승부에서는 쉽사리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강송구의 초구를 본 순간.

그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홀리 카우!’

-초구는 너클볼! 하하하! 캉이 초구부터 너클볼을 던지며 펫 펏호프의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캉은 쉰 살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을 겁니다. 저 너클볼만 던져도 4~5선발로 오래오래 뛸 수 있을 거예요.

-말씀드리는 순간 2구째.

강송구의 2구는 커터였다.

바깥쪽에 걸치는 공.

펙 펏호프의 배트가 나오다 멈추었다.

다행히 체크스윙이 인정되어 볼 판정을 받았다.

‘생각보다 더 컨트롤이 정교해.’

평균 98마일 근처의 구속을 가진 패스트볼이 보더라인에 깔끔히 들어선다.

이 얼마나 지독한 컨트롤이란 말인가?

절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

3구째.

아까 던졌던 코스보다 조금 빠진 코스.

이번에는 체인지업이었다.

따악!

“파울!”

존에 들어오겠거니 하고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강송구가 던진 체인지업은 그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빠져나갔다.

덕분에 체인지업을 제대로 때릴 수 없었다.

4구째.

강송구가 위닝샷을 던졌다.

펫 펏호프는 이를 꽉 물었다.

‘온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

그리고 삼진.

강송구가 던진 위닝샷은 너클 커브였다.

너클 커브의 궤적을 생각하지 않았던 펫 펏호프는 공이 휘는 순간 직감적으로 삼진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직감은 현실이 되었다.

-펫 펏호프! 두 타석에서 모두 삼진입니다!

-대단하네요. 시카고 컵스에서 가장 타격 능력이 좋다는 펫 펏호프를 계속해서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마신 강송구.

그가 로진백을 들어 골고루 손에 발랐다.

-이제는 별다른 감흥도 없네.

우효가 덤덤히 고갤 끄덕였다.

너무 오래 붙어 있어서일까?

우효는 자신도 강심장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훗! 나란 고슴도치…… 역시 너무 멋져.

자신은 원래부터 멋있었다.

하지만 강송구와 같은 듬직한 멋까지 생겼으니 다른 고슴도치 암컷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것이다.

우효가 혼자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

강송구는 이번 이닝의 두 번째 타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바디 스큐즈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초구는 바깥쪽. 캉이 앞선 타석에서 바디 스큐즈를 상대로 던졌던 초구를 그대로 던집니다.

‘이 새끼가?’

바디 스큐즈가 눈을 찌푸렸다.

감히 자신을 상대로 앞선 타석과 똑같이 던진다?

당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를 으드득 갈았다.

‘좋아, 이번 타석에서 제대로 혼을 내주지.’

2구째.

이번에는 몸쪽 낮은 코스로 날아드는 공.

하지만 아까와는 구종이 달랐다.

“스트라이크!”

-싱커! 캉이 싱커를 던졌습니다.

-최근 싱커의 구사 비율을 낮췄던 캉인데…… 여기서 다시금 싱커를 꺼내 드는군요.

-바디 스큐즈 선수의 머리가 복잡할 것 같습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바디의 머릿속은 혼란했다.

‘여기서 싱커라고?’

확실히 강송구가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싱커가 갑자기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피칭.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진 뒤.

다시 몸쪽 커터를 던지는 강송구.

바디 스큐즈는 두 공을 모두 커트했다.

하지만 바디 스큐즈의 표정은 복잡했다.

‘이대로는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해.’

차라리 시원하게 삼진을 당하더라도 하나의 구종을 노리고 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디 스큐즈는 패스트볼을 노리고자 했다.

‘아무리 캉이 수많은 구종을 던진다고 해도 중심으로 두어야 할 구종은 패스트볼일 테니까.’

이윽고 자세를 잡은 그가 빠르게 날아드는 강송구의 공을 향해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배트에 맞고 삼루수 앞으로 굴러가는 공.

바디 스큐즈는 그제야 떠올렸다.

‘망할……!’

저 망할 투수에겐 써클 체인지업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중계창]

-아직 점수는 0 대 0이구만;

-ㅋㅋㅋㅋㅋ 샌디 가스통도 제법이네.

-솔직히 이안 엘런이 부상으로 골골거릴 때 실질적인 에이스 노릇을 해줬던 투수가 가스통임.

-그래서 오늘은 진짜 역배가 이기냐?

-휴먼? 침팬지보다 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일단 토토를 한다는 것은 사람보다 못한 존재이기에 토토를 하는 게 아닐까?

-워후…… 맵네…… 매워.

-와; 근데 가스통도 구위가 돌았네.

-괜히 구위 하나만큼은 메이저리그 원탑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다. 진짜 구위가 돌았음.

-와; 포심인데 배트가 부러짐?

-포심인데 살짝 커터성 무브먼트가 있음.

-나중에 그거 포심이랑 커터 나누면 리베라처럼 되는 거 아님? 개쩔겠네.

-샌디 가스통이 그랬는데 리베라처럼 포심이랑 커터를 나누지는 못했다더라. 나누질 못하겠데.

-아쉽네; 선발로 뛰는 리베라가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암튼; 그래서 강송구랑 이안 엘런이랑 누가 잘함?

-둘이 안 붙었는데 그걸 어찌 압니까?

-어그로한테 밥 주지 마라.

5회 초.

마운트에 오른 강송구.

슬슬 경기의 반이 지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0 대 0이란 점수가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컵스가 쉽지 않은 상대군.’

-수준이 제법 높아.

우효도 고갤 끄덕이며 인정했다.

확실히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에서 붙었던 다저스와 달리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컵스는 수준이 달랐다.

‘하지만 쉽사리 질 것 같지는 않군.’

그런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보다 막강한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튼.

강송구가 빠르게 5회 초를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오늘 경기.

첫 번째 안타를 내주었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캉이 5회 초를 깔끔히 지웁니다.

-오늘 경기에서 첫 안타를 맞았지만…… 역시 캉은 안정감 있게 이닝을 깔끔히 지웠습니다.

-슬슬 투수에 익숙해진 타자들이 천천히 공을 맞혀나가기 시작할 겁니다. 아마 승부는 이번 이닝부터 7회 사이에 갈릴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샌디 가스통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깔끔하게 이닝을 정리한 강송구.

곧이어 5회 말.

컵스의 수비를 위해 샌디 가스통이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는 엘빈 하인리히.

앞선 타석에서 그에게 아웃을 헌납한 타자였다.

어려울 것이 없는 타자.

하지만 초구에 나온 실투가 결과를 바꿨다.

따악!

-엘빈 하인리히! 쳤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엘빈! 그대로 1루에 안착합니다!

-선두 타자를 내보내는 샌디 가스통! 5이닝부터 캉과 샌디가 모두 주자를 출루시키기 시작합니다.

‘쯧…….’

설마 여기서 실투가 나올 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장타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

‘괜찮아. 천천히 풀어나가면 된다.’

어려울 것 없었다.

2루까지 주자가 나간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다음 타자인 제프 브레넌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에 안착시키자, 그 단단한 마음을 가졌던 샌디 가스통도 조금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1사 2루의 상황.

-타석에는 조던 델가도가 들어섭니다.

-타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이번 시즌에 23개의 홈런을 때린 조던 델가도! 과연 이번 타석에서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타석에는 조던 델가도.

포수치고는 타격 능력이 제법 좋은 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타석에서 배트를 붕붕 휘두르고 있었다.

샌디 가스통은 그런 조던 델가도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앞선 타석에서 삼진이나 먹은 주제에 기세는 당당하군.’

이번 타석에서도 삼진을 먹여주마.

그렇게 생각한 샌디 가스통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초구는 포심 패스트볼.

100마일 근처의 공이 빠르게 날아들었다.

조던 델가도는 조용히 초구를 지켜봤다.

“스트라이크!”

쉴틈이 없었다.

샌디 가스통은 재차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2구째.

낮게 깔리는 체인지업.

빠르게 깔리는 공을 본 순간.

조용히 지켜보던 조던 델가도의 배트가 휘둘러졌다.

그제야 샌디 가스통도 무엇인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아!’

빠아아악!

크게 들려오는 타구음.

샌디 가스통이 급히 고갤 돌렸고.

2루에 있던 엘빈 하인리히가 3루 베이스를 밟고 빠르게 홈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이윽고 중견수 앞에 떨어진 타구.

중견수가 공을 잡아서 2루로.

그리고 2루에서 홈으로.

아슬아슬한 타이밍.

하지만 엘빈 하인리히의 발이 더 빨랐다.

촤아아아악!

미끄러지며 홈플레이트에 손을 가져간 엘빈 하인리히의 등에 뒤늦게 포수가 미트를 가져갔다.

이윽고 주심이 두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세이프!”

라스베이거스가 선취점을 먼저 거두었다.

그리고 샌디 가스통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우효가 중얼거렸다.

-아, 저 얼굴을 보니 쥐포가 먹고 싶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