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누가 최고인가?(2)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펫 펏호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하고 7년 동안 3번의 올스타 선정과 1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
2030시즌 NL 디비전시리즈 MVP 수상.
2027시즌 MVP까지.
그야말로 시카고 컵스에서 지금까지 꾸준하고 뛰어난 활약을 해온 타자가 바로 펫 펏호프다.
데뷔하고 첫 풀타임 시즌에 0.360의 타율과 OPS 1.062를 기록하며 WAR은 9.3을 기록했었다.
이번 시즌.
0.296의 타율과 OPS 0.899로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시카고 컵스가 중요한 순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타자가 바로 펫 펏호프였다.
후우웅! 후우웅!
배트를 두어 번 휘두른 뒤.
천천히 타석에 들어서는 펫 펏호프.
그를 빤히 바라본 강송구가 곧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초구는 몸쪽 가까이 붙는 포심 패스트볼.
그의 오른손을 빠져나온 97마일의 패스트볼이 펫 펏호프가 때려내기 까다로워하는 몸쪽으로 바짝 붙었다.
슈우우욱! 따악!
“파울!”
최대한 외야로 내보내려는 듯.
펫 펏호프의 배트가 시원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강송구의 구위에 밀려서 파울.
이어진 2구째.
홈팬들의 환호성이 살짝 위축된 듯한 펫 펏호프의 모습을 살핀 조던 델가도가 사인을 보냈다.
‘낮게 떨어지는 공으로 유인해 보자.’
그 사인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찹찹찹.
우효는 입 한가득 밀웜을 밀어 넣고 고갤 끄덕였다.
이윽고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강송구.
강송구의 2구째는 스플리터였다.
그것도 스트라이크 존의 가운데를 노리다가 뚝 떨어지는 정석적인 유인구.
펫 펏호프가 이번에도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다시 높게 뜬 공.
이번에도 파울이었다.
‘생각보다 배트 컨트롤이 훌륭하군.’
-드디어 이 녀석이 응징을 당하는 건가?
우효가 두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우효의 기대와 달리.
펫 펏호프는 3구째에 날아든 공에도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
-3구 연속 커트!
-펫 펏호프. 잘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트가 계속해서 늦어요.
-네, 타이밍이 계속 흔들리네요.
‘무슨 공이 이렇게 지저분해?’
펫 펏호프가 고갤 절레 흔들었다.
그가 상대해 본 그 어떤 투수보다 마운드에 있는 저 괴물의 공은 종잡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슈우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아웃!”
루킹 삼진.
펫 펏호프는 79마일의 커브를 보고 한탄했다.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과 체인지업은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커브가 이때 날아오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안보다 더 괴물 같은 녀석이 있을 줄이야.’
이안 엘런은 그래도 구속이 조금 느려서 잘만 게스히팅을 하면 10번 중에서 1번은 안타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괴물은 달랐다.
‘그냥……. 못 치겠어.’
방법이 없었다.
구속도 빠르며.
그 구속의 조절도 자유로웠다.
거기다 공의 구질과 궤적도 매번 바뀌며.
마지막으로 너무 많은 구종을 던졌다.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펫 펏호프에게 대기 타석에 있던 바디 스큐즈가 물었다.
“어때?”
“X같아. 이안보다 좀 더 X같아.”
“홀리 카우.”
거친 설명이지만.
그만큼 경고도 확실하게 되었다.
컵스의 2번타자.
바디 스큐즈가 두 눈을 번뜩이며 타석에 들어섰다.
컵스가 우승했던 29시즌에 데뷔.
정규시즌에 짧은 기간을 뛰었지만, 포스트시즌까지 합류하며 센세이션한 활약을 했던 바디 스큐즈.
그는 30시즌부터 풀타임 주전이 되었고 데뷔 4년 차가 된 지금까지 컵스의 주전 우익수로 뛰고 있다.
올해 0.320의 타율.
31개의 홈런.
OPS 1.011을 기록.
WAR은 7.0.
올해 가장 핫한 활약을 보여준 그는 올해만큼은 펫 펏호프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젊은 선수였다.
그가 타석에 들어선 뒤.
조던 델가도도 바짝 긴장을 끌어올렸다.
앞선 펫 펏호프보다 더 주의해야 할 타자다.
그렇게 판단한 그가 초구를 요구했다.
‘바깥쪽이군.’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좌타자 바깥쪽에 걸치는 커터.
곧이어 그의 손에서 초구가 빠져나갔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바깥쪽에 아슬하게 걸친 커터에 바디 스큐즈가 두 눈을 찌푸리며 풋가드를 다시 정비하고 타격자세를 잡았다.
2구째는 몸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공.
구종은 체인지업.
“볼!”
바디 스큐즈는 몸쪽으로 바짝 붙은 체인지업을 보고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3구째.
강송구가 다시 바깥쪽으로 공을 던졌다.
바디 스큐즈가 이번에는 스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그는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을 예상했다.
하지만 바디 스큐즈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패스트볼은 맞았다.
문제는 구속이었다.
“왓 더…….”
전광판에 뜬 89마일의 구속.
앞선 96마일의 커터와 구속 차이가 제법 났다.
4구째.
살짝 독이 오른 바디 스큐즈.
그를 바라보며 강송구가 위닝샷을 던졌다.
슈우우욱! 따악!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공!
-카디안 스타우트가 가볍게 잡아서 1루로!
-그대로 아웃!
-캉이 4구째에 던진 써클 체인지업으로 바디 스큐즈에게서 범타를 유도해 냈습니다.
허탈한 표정의 바디 스큐즈.
써클 체인지업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가 봐왔던 영상과 다르게 써클 체인지업이 떨어지는 속도나 타이밍이 전혀 달랐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심란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강송구는 이번 이닝의 마지막이 될 타자를 맞이했다.
컵스의 3번 타자.
데미안 콰틀바움.
올해 0.255의 상당히 낮은 타율 하지만 44개의 홈런과 5할을 넘는 장타율이 그의 가치를 대변해 준다.
‘쳤다!’하면 무조건 장타.
하지만 타율은 조금 아쉬운 타자.
그게 데미안 콰틀바움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런 데미안도 강송구에겐 그저 먹잇감이었다.
앞선 두 타자보다 더 손쉬운 상대였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초구는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의 포심.
그것도 93마일의 포심이었다.
초구를 자주 지켜보는 데미안 콰틀바움의 두 눈이 씰룩였다. 솔직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날 무시해?’
2구째.
강송구가 선택한 구종은 너클볼
데미안 콰틀바움의 두 눈이 이번에는 크게 흔들렸다.
‘뭐야? 이 공은 또……!’
그게 끝이 아니었다.
3구째.
강송구는 데미안의 멘탈을 뒤흔드는 마구를 던졌다.
“Fxxk! 무슨 이딴 공이 다 있어?”
-데미안 선수가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네요.
-캉의 3구는 이퓨스였습니다.
-그것도 50마일이 조금 안 되는 이퓨스였죠.
이퓨스를 본 뒤.
데미안 콰틀바움의 두 눈이 투우처럼 변했다.
화가 잔뜩 난 황소.
강송구는 콜로세움의 우아한 투우사처럼 데미안 콰틀바움의 숨통을 끊을 위닝샷을 던졌다.
슈우우욱! 따악!
“아웃!”
-4구째! 그대로 타격하는 콰틀바움!
-하지만 투수 정면으로 향하는 공! 캉이 가볍게 잡아서 1루로! 그대로 아우웃!
-위닝샷으로 던진 구종은 투심이었습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타석을 빠져나가는 데미안 콰틀바움을 뒤로하고 강송구가 여유롭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렇게 찾아온 컵스의 1회 말 수비.
팀의 2선발이자 쿠바 출신의 파이어볼러.
샌디 가스통이 마운드를 밟았다.
평균 99마일의 구속.
플러스-플러스급의 커브.
플러스급의 체인지업.
위 3가지의 구종이 전부인 투수.
하지만 부족한 구종을 가졌음에도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구위와 구속으로 다 찍어누르며 기어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30살의 독종이 바로 이 샌디 가스통이었다.
그는 초구부터 강렬한 공을 던졌다.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그의 구위는 강송구와 비교해도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구위라는 측면에서 강송구보다 뛰어났다.
조쉬 마이어스가 2구 만에 범타로 물러났고.
라스베이거스 타선의 핵심인 카디안 스타우트마저도 샌디 가스통의 구위를 이겨내지 못했다.
슈우우욱! 따악!
-높게 뜨는 공!
-카디안 스타우트의 타구가 그대로 중견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면서 샌디 가스통이 단 5구 만에 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는 어마어마한 쇼를 보여줍니다.
1회 말의 마지막 타자인 호세 피자로도 샌디 가스통의 구위를 완벽히 공략하지 못했다.
따악!
높게 떠오른 공.
샌디 가스통이 여유롭게 공을 잡아냈고.
그렇게 1회 말이 깔끔히 끝났다.
* * *
[중계창]
-오늘 강송구 멸망각이냐?
-응, 방금 4번 타자 삼진.
-ㅋㅋㅋㅋ 아직도 강송구를 믿지 않는 흑우가 있음?
-정배에 박으면 일단 돈이 늘어난다니까?
-절대 패배하지 않는 남자. 강송구!
-샌디 가스통 제법이네;
-이 쉑 예전에 메츠에서 뛰고 있는 유인오한테 인종차별적인 발언했다고 혼쭐난 친구 아님?
-ㅋㅋㅋㅋ 유인오좌……. 감사합니다. 팍동님의 한만두의 기록을 샌디 가스통에게 넘겨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 어떻게 한 이닝에 만루포가 두 번 나옴?ㅋㅋㅋㅋ
-샌디좌는 가능합니다.
-팍동님... 보고 계시죠? 당신의 한만두를 계승한 투수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투수와 겨루고 있습니다.
-아직 팍동님 팔팔하신데; 고인으로 만드네;
-ㅋㅋㅋㅋㅋㅋㅋㅋ
2회 초.
강송구는 마운드에 올라 순식간에 첫 번째 아웃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다음 상대까지 내야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2회 초의 마지막 타자.
에드 하워드를 상대로 범타를 유도.
이루수 앞 땅볼로 아웃을 잡아냈다.
순식간에 지워진 이번 이닝.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를 노려본 샌디 가스통이 2회 말의 수비를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두 눈에는 승부욕이 가득했다.
엘빈 하인리히-제프 브레넌-조던 델가도로 이어지는 타선을 상대로 샌디 가스통이 삼진쇼를 보여주었다.
1회 말과 다른 느낌의 피칭.
순식간에 3개의 삼진이 잡혔다.
-오늘 두 투수의 호투가 빛납니다! 순식간에 지워지는 이닝! 경기는 벌써 3회 초로 이어집니다.
-대단하네요. 이렇게 이닝당 소모되는 시간이 짧은 경기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캉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앞선 샌디 가스통의 피칭에 자극을 받았나요? 이번에는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있습니다.
3회 초.
강송구의 피칭이 시작되었다.
선두타자는 데이비드 자모라.
컵스의 주전 삼루수이며,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는 27살의 젊은 선수였다.
AAAA급 선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고생했으나, 올해는 0.298의 타율과 13개의 홈런을 때리며 제법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장점으로는 뛰어난 컨텍트 능력과 내야 전부를 볼 수 있는 뛰어난 수비 적응력과 안정적인 수비 범위.
단점은 아쉬운 홈런 파워와 고교야구보다 못한 수준의 허접한 선구안이 문제였다.
그나마 선구안은 뛰어난 컨텍트 능력으로 커버하며 잘 버티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컨텍트 능력이 떨어지면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강송구는 그런 데이비드 자모라에게 바깥쪽 코스로 공을 넣다 빼며 간을 보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이를 꽉 문 데이비드 자모라.
조던 델가도가 그를 비웃었다.
‘이를 꽉 물어봤자. 캉의 공은 절대 못 친다.’
순식간에 카운트를 쌓은 강송구.
이윽고 그가 위닝샷을 던졌다.
94마일의 스플리터였다.
그것도 존에서 크게 벗어나는 스플리터였다.
하지만 선구안이 좋지 않은 데이비드 자모라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고.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히 삼진을 잡아낸 강송구.
그가 힐끗 눈을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앞선 이닝에서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운 샌디 가스통이 있었다.
그를 보며 강송구가 입꼬리를 살짝 움직였다.
알아보기도 힘든 도발이었다.
하지만 그 도발은 샌디 가스통에게 제대로 먹힌 것 같았다.
그의 입꼬리를 본 순간.
샌디 가스통의 두 눈에 불꽃이 치솟았다.
-와……. 이렇게 간단히 상대를 꼴받게 만들 수 있구나!
감탄사를 내뱉은 우효.
이윽고 강송구가 두 번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마지막 타자까지 루킹 삼진을 잡아낸 뒤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찾아온 3회 말.
컵스의 수비.
샌디 가스통이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마운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