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강송구가 쓰러지질 않아!(2)
투심 패스트볼.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떨어지는 패스트볼.
싱커보다 빠르지만 적게 떨어진다.
싱커처럼 땅볼 유도에 최적화된 구종이다.
그리고 시스템의 도움이 아닌.
강송구가 스스로가 노력해서 얻은 구종이다.
우효는 처음에 강송구가 투심을 익히는 것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이미 싱커가 있는데……. 여기서 투심을 익힌다고 뭐가 달라지는 게 있나? 거기다 넌 이미 공의 무브먼트나 구위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잖아.
쓸모없는 짓이 아니냐고.
‘그건 아니지.’
강송구는 단호히 고갤 흔들었다.
투심 패스트볼을 익히면서 더 세분되고 다양한 레퍼토리의 변형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강송구가 이번 시즌 동안 익힌 새로운 구종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1회 말.
강송구의 위기가 끝나고 이어진 화이트삭스의 수비.
마이크 암스트롱은 1회 초에 따내지 못한 점수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아쉬웠다.
하지만 기대도 되었다.
‘1차전처럼 압도적인 느낌은 아니었어.’
가능성은 충분했다.
저 괴물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있으니까.
적어도 1차전처럼 압도적인 느낌은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선두타자를 깔끔히 잡아낸 마이크 암스트롱이 다부진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도 느끼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자신만 실수하지 않으면 절대로 질 수 없는 경기라고 말이다.
다음 타자는 카디안 스타우트.
쉽지 않은 타자다.
후반기 폼이 썩 좋지 않지만.
항상 3할을 유지하는 매서운 타자.
그게 카디안 스타우트였다.
-마이크 암스트롱 선수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싱커가 춤을 춥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타격!
-그대로 유격수 앞으로 흐르는 공! 잡아서 1루로! 그리고! 그리고! 그대로 아우웃!
-땅볼을 깔끔하게 잘 처리했습니다.
1회 말의 두 번째 아웃도 쉽게 잡아냈다.
마지막 타자는 6구 승부 끝에 삼진.
삼자범퇴로 깔끔히 이닝을 끝냈다.
“좋았어! 이렇게만 하자!”
“오늘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집중! 집중!”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화이트삭스의 더그아웃.
이어지는 2회 초의 공격.
선두타자 오스틴 메도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3,4차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화이트삭스의 공격을 이끌었던 그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빠악!
-중견수의 앞에 떨어지는 공!
-오스틴 메도스가 초구를 잘 노려서 안타를 만듭니다! 1회 초처럼 다시금 주자를 내보내는 캉!
-오늘 화이트삭스가 캉의 초구를 잘 공략하는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안타를 만들어냅니다.
1루를 밟은 오스틴 메도스가 고갤 끄덕였다.
‘그래, 240이닝을 던졌는데 약점이 드러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왜 야구가 통계의 스포츠겠어.’
그들은 이번 시즌에 처음 봤다.
강송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말이다.
한국의 중계창도 시끌시끌했다.
[중계창]
-드디어 역배 떴냐?
-가즈아아아아아아아! 강송구 강판 가즈아아아아아! 역배 떡상 가즈아아아아아아아!
-진짜; 오늘 컨디션 안 좋은 것 같은데;
-오늘 정배는 멸망인가?
-ㅋㅋㅋㅋㅋㅋㅋ 정배충 쉑들ㅋㅋㅋ 애국배팅? ㄴㄴ 야수의 심장으로 배팅해야 큰돈을 먹는 법!
-와; 역배당 돌았누; 7배?
-토토충들 제발 한강 가라.
드디어 강송구가 흔들렸다.
그런 말을 내뱉으며 신나게 떠들었다.
하지만 한 야구 팬덤만큼은 고요했다.
[호크스 갤러리]
-제목: 야, 저거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냐?
-내용: 저거 딱 강송구 호크스 시절 레퍼토린데;
[댓글]
ㅇㅇ: 무적 호크스 시절의 강송구네.
무적독수리: 진짜 그때부터 대단했짘ㅋㅋㅋ 야수들 실책에 주자를 쌓아도 쉽게 점수를 내주지도 않곸ㅋㅋ
호구스: ㅋㅋㅋㅋ 지금 중계 보는 실시간 채팅에 강송구도 제대로 모르는 야알못들 많넼ㅋ 강송구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꾸역꾸역 아웃 잡는 투수였음.
ㅇㅇ: 그 정도임?
ㅇㅇ: 그 정도는 아니었음. 그보다 더했짘ㅋㅋ
창규야호크스가자: 유동쉑이 뭘 모르네. 그때 강송구는 그 X같은 호크스 야수들 데리고 평자 0.50 찍은 놈임.
ㅇㅇ: 지금 야수들보다 심함?
성골유스김찬조: 2년 전 호크스의 내야는 지금보다 수비 범위가 좁았고, 외야는 지금 수비에 실책이 좀 있었지.
ㅇㅇ: 그게 사람임?
성골유스김찬조: 그래서 강송구가 대단한거짘ㅋㅋ 그런 야수들 데리고 평자 0.50을 찍었는뎈ㅋㅋ
호구스: 오히려 난 강송구에게 2번의 패배를 안긴 호크스의 야수들을 존경했다. 대단한 녀석들…….
ㅇㅇ: 그 친구들 다 어디 감?
무적독수리: 효곤이 십자인대 작살 나서 이번 시즌 없고, 조규환은 무릎에 물차서 은퇴 박아버렸지. 나머지는 백업으로 뛰고 있고. 몇몇은 아직도 주전으로 뛰고.
바로 호크스 팬들이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보다 구속도 부족하고 구위도 허접하며 던질 수 있는 구종도 다양하지 않았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던 괴물.
그게 바로 강송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주전으로 도약한 호크스의 신인들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2회 초.
강송구는 병살을 하나와 삼진 하나로 순식간에 이닝을 삭제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뭐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거 아니었어?”
“집중하자. 상대 야수들의 수비도 좋으니까. 캉이라면 수비의 도움을 받아서 이닝을 깔끔히 지우려고 할 거야.”
“그래, 저 괴물도 한계가 있다고.”
화이트삭스의 더그아웃이 어수선해졌다.
경기가 막 시작했을 때의 분위기와 달랐다.
뿌드득.
마운드에 오른 마이크 암스트롱이 이를 갈았다.
‘너도 이제 무너질 때가 됐잖아! 그런데 왜?’
저 망할 거인은 무너지질 않았다.
골리앗을 무너트린 다윗이 되려 했던 마이크 암스트롱의 꿈을 조금씩 신기루가 되어가고 있었다.
2회 말.
그의 손에서 거친 싱커가 날아들었다.
엉망진창인 제구.
하지만 공의 구위가 좋아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이 쉽사리 공략할 수 없는 공이었다.
-구위로 찍어누르는 마이크 암스트롱!
-9구 승부 끝에 기어코 삼진을 잡습니다!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보낸 마이크 암스트롱! 오늘 정말 공이 매섭습니다.
-상당히 거친 피칭이었습니다.
2회 말에 25구나 던진 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멘탈이 흔들렸을 것이다.
화풀이가 끝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3회 초.
다시 라스베이거스의 거인이 마운드를 밟았다.
그래, 야수들의 도움이 있을 수 있다.
자신도 위기상황을 내야수의 도움으로 넘길 때가 얼마나 많이 있었겠는가?
하지만 야수들의 도움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중요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힘으로 아웃을 잡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니까.
그런 의미에서 위닝샷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따악!
다시금 들려오는 타격음.
강송구는 매 이닝 선두타자를 출루시켰다.
화이트삭스의 더그아웃은 그럴 때마다 행복회로를 빠르게 불태우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절대 1차전과 같은 폼은 아니야.”
“계속 아깝게 놓치고 있지만…….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어. 오늘 거인이 무너지는 날이 될 거야.”
다음 타자는 8번 타자.
펫 램지가 들어섰다.
그는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었다.
어떻게든 출루를 하겠다.
그런 마음가짐인 것 같았다.
‘투심만 잘 거르면 해볼 만하다.’
강송구가 새롭게 투심을 던진다는 사실은 화이트삭스가 준비한 자료에서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큰 문제가 될 순 없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90마일의 투심 패스트볼을 보며 그가 고갤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보고 거를 수 있다.
다른 구종처럼 압도적인 구위나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공이 아니었기에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불안할까.
슈우우욱! 따악!
“쳤다!”
-높게 나아가는 공!
-주자는 이제 무사 1, 3루가 됐습니다!
-캉이 매 이닝 위기에 빠지고 있습니다!
주먹을 움켜쥔 펫 램지.
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마운드를 바라봤다.
‘너도 이제 무너질 때가 된 거야.’
저 괴물을 잡고 그들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다.
천천히 보폭을 늘리는 애완동물 램지.
어차피 주자가 3루에 있다.
그렇기에 2루를 훔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더그아웃의 생각은 달랐다.
‘더블 스틸……!’
여기서 확실하게 잡아낸다.
저 괴물의 멘탈을 흔들고 탄탄하던 라스베이거스의 내야진에 균열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펫 램지가 의욕적으로 반 발자국 더 길게 잡은 보폭이 그들의 꿈과 같던 미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견제!’
갑자기 몸을 돌려 1루로 견제구를 던진 강송구.
펫 램지가 급히 몸을 날려 베이스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반 발자국 의욕을 낸 것이 문제였다.
“아웃!”
조금 타이밍이 늦어 아웃을 헌납했다.
멍한 표정의 펫 램지.
화이트삭스의 더그아웃도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캬……. 죽여주는 견제구였다.
우효가 거친 말까지 섞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만큼 완벽한 타이밍에 나온 견제구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환상적인 피칭.
아무리 강송구의 분석이 끝났다고 해도 그의 공을 제대로 때려낼 수 있는 확률은 조금 늘어났을 뿐이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9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강송구.
무사 1, 3루가 2사 3루가 되는 순간.
화이트삭스의 더그아웃은 그야말로 진창이 되었다.
“이게 무슨…….”
“이 새끼들도 휴지통을 두들긴 거 아니지?”
“그렇다기엔 펫의 리드가 노골적으로 길었지.”
“망할! 제대로 잡아낼 기회였는데!”
이윽고 마지막 타자까지 삼진으로 잡혔다.
또 위기를 넘기고 이닝을 지운 강송구.
그를 보며 화이트삭스의 타자들이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점수를 만들어낸다.’
‘저 X같은 놈한테서 꼭 1점을 뺏을 거야.’
반대로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3회 초가 지나서야 조금씩 안정감을 되찾고 있었다.
주장인 랜디 에드워즈가 선수들을 모았다.
“우리가 선취점을 만들어서 캉을 편하게 만들어주자. 지금까지 강이 우리를 지탱해 줬다면……. 이제 우리가 흔들리는 캉을 위해 지지대가 되어줄 차례야.”
백업으로 밀렸음에도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은 핸디 에드워즈 덕분일까?
3회 말.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이 힘을 냈다.
-쳤습니다!
-이걸 때려냅니다! 토미 리브스!
-3루타를 때려내면서 2사 3루가 된 상황!
-그리고 타석에는 조쉬 마이어스가 들어섭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타율이 좋은 카디안 스타우트 다음으로 타율이 높은 타자가 조쉬 마이어스입니다.
-기대해 봐도 좋겠죠?
9번 타자인 토미 리브스의 집념이 만든 3루타.
이어진 조쉬 마이어스의 타석에서 그가 참고 또 참아내면서 기어코 볼넷을 얻어 출루에 성공했다.
2사 1, 3루의 상황.
타석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타격 능력이 출중한 카디안 스타우트였다.
모두가 긴장어린 표정으로 이번 승부를 지켜봤다.
마운드에 있는 마이크 암스트롱도 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만큼 중요한 승부였다.
이윽고 그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그가 가장 먼저 배운 변화구이자 자신 있는 공.
싱킹 패스트볼이었다.
동시에 빠르게 나아가는 카디안의 배트.
빠아아아악!
큰 타구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카디안 스타우트가 주먹을 움켜쥐었고.
마이크 암스트롱이 마운드에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