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82화 (182/198)

#182. 두 번째 포스트시즌(3)

2루타를 맞은 마이크 암스트롱.

그의 제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박준호에게 안타를 맞은 뒤부터 시작되었다.

6번 타자 조던 델가도를 볼넷으로 내보낸 마이크 암스트롱이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았다.

-볼넷입니다.

-5회 말 무사 1, 2루의 상황.

-타석에는 7번 타자인 알프레도 나바로가 들어섭니다. 오늘 경기 아직 안타가 없는 알프레도!

-초구는 바깥쪽 싱커!

2구째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볼!”

계속되는 볼질.

알프레도는 투수가 삼진을 잡으려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더도 말고 딱 외야 플라이로 진루만 시키자.’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공을 높게만 띄우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이윽고 날아든 3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였다.

그 커브를 노리고 알프레도의 배트가 휘둘러졌다.

따악!

-높게 뜹니다!

-중견수가 있는 방향으로 떨어지는 공! 공을 잡는 순간! 2루에 있던 주노 팍이 3루까지 달리면서 그대로 세이브!

-1사 1, 3루가 되었습니다.

-다음 타자는 8번 타자 브랜든 마쉬!

이제 외야 플라이 하나만 더 때리면 1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현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노장인 브랜든 마쉬였다.

모두가 지금 승부를 지켜보는 가운데.

화이트삭스의 포수.

자비어 오라지오가 마운드로 잠깐 올라갔다.

잠깐 투수에게 잠깐 멘탈을 수습한 시간도 주고 지금 타석에 들어선 브랜든 마쉬를 거르는 게 어떻냐는 의견도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거르고 토미 리브스를 잡자.”

“…….”

“브랜든 마쉬는 라스베이거스의 하위타선 중 득점권에서 가장 타율이 높은 클러치 히터야. 차라리 경험이 부족한 토미 리브스를 상대하는 게 편할 거야.”

그 말을 듣고 마이크 암스트롱이 고갤 끄덕였다.

잠깐의 대화가 끝나고 다시 돌아온 포수.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는 주심에게 말했다.

“이번 타석 거르겠습니다.”

주심이 고의사구를 콜했고.

브랜든 마쉬는 아쉽다는 표정으로 1루로 향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서는 9번 타자 토미 리브스.

1사 만루의 타석.

일반적인 타자라면 잔뜩 긴장할 상황이지만.

토미 리브스의 표정은 편했다.

‘내가 희생 플라이엔 일가견이 있지.’

그는 이미 안타 생각이 없었다.

그냥 멀리 때려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단순한 생각이 어쩌면 지금같이 압박감이 심한 상황에서는 더 좋게 작용한 것 같았다.

마이크 암스트롱이 던진 92마일의 하드 싱커를 그대로 높게 때려내며 외야까지 보냈으니까.

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박준호.

그리고 글러브를 들어 올리는 중견수.

중견수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주루코치가 소리쳤다.

“Go!”

투다다다닷.

빠르게 홈으로 달린 박준호.

그가 빠르게 홈플레이트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비슷한 속도로 공이 날아들었다.

-토미 리브스의 외야 플라이가 좀 짧습니다.

-그대로 홈으로 송구!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 주노 팍이 손을 미리 집어넣으며 먼저 홈플레이트를 건드렸습니다!

-드디어 이 길고 긴 0의 행진이 끝납니다!

-라스베이거스가 끈질긴 승부로 선취점을 만들며 1 대 0으로 앞서나가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나온 선취점.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이 떠들썩했다.

“그렇지!”

“커모오오온! 좋았어!”

“이렇게만 가자고! 이렇게만!”

고개를 푹 숙인 마이크 암스트롱.

다행히도 다음 타자를 상대로 병살을 유도하며 5회 말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1점을 내준 게 너무나 뼈아팠다.

“1점…….”

“저 괴물에게서 빼앗을 수 있을까?”

“후우…….”

6회 초.

마운드에 선 강송구를 보며 화이트삭스의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6회 초의 첫 타자를 내야 땅볼로 잡아낸 뒤에 다음 타자인 펫 램지를 삼구삼진으로 잡아냈다.

-빠릅니다! 페이스를 끌어올린 캉!

-화이트삭스의 타선이 건들지도 못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타석에는 자비어 오라지오.

‘어떻게든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만든다.’

빠르게 저 괴물을 마운드에서 내려가게 만든 뒤에 남은 이닝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라스베이거스가 아무리 강팀이고.

강송구가 계속해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지만, 불펜진은 그게 또 아니었으니까.

충분히 노려볼 만했다.

슈우우욱! 펑!

-초구는 몸쪽 포심입니다!

-102마일의 포심이네요.

-상당하네요. 이제 6회 초임에도 캉의 구속이 줄어들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2구째도 몸쪽! 이번에는 싱커입니다.

‘Fxxk!’

마이크 암스트롱의 싱커도 재앙처럼 느껴지지만, 강송구의 왼손에서 나오는 97마일의 싱커도 매서웠다.

‘타이밍을 종잡을 수 없다.’

여기서 3구째로 떨어지는 너클 커브까지.

순식간에 카운트가 몰렸다.

그리고 삼진을 잡으러 들어오는 4구째.

자비어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마무리는 슬라이더!

-저 우타자 몸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가 정말 명품입니다. 제대로 떨어졌어요.

-6회 초도 깔끔히 지운 캉! 경기를 끝낼 때까지 남은 아웃은 단 9개입니다.

-그렇죠. 그러고 보니……. 캉의 기록이 무척이나 깔끔합니다. 네, 0의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두 투수의 뛰어난 투수전에 집중하느라 전광판을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우효는 알고 있었다.

-또 퍼펙트라고?

6회 초까지 완벽한 피칭을 이어나간 강송구.

퍼펙트게임까지 남은 아웃은 단 9개였다.

* * *

마이크 암스트롱.

그가 완전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7이닝 1실점.

강송구라는 괴물을 상대하며 라스베이거스의 강타선을 1실점에 묶었다는 점은 정말 훌륭했다.

하지만 이길 수 없었다.

“저 괴물 같은 녀석.”

“7회 초까지 1루에 나간 놈이 없었다고?”

“정말 X같군. X같아!”

상대 마운드에 강송구가 있었으니까.

무너지질 않았다.

그야말로 철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 거인은 지치질 않는 것일까?

아이싱에 들어간 마이크 암스트롱이 생각했다.

‘어떻게든 4차전에 끝내야 이길 수 있겠어.’

만약 5차전까지 끌고 가서 강송구가 다시 등판한다면……. 화이트삭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은 불가능할 것이다.

8회 초.

다시금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

그가 괴물 같은 피칭을 이어나갔다.

-삼진! 삼진!

-다시 오른손을 꺼내든 캉! 이번에 중심이 되는 구종은 스플리터입니다!

-화이트삭스의 타선이 왜 이렇게 무기력할까요?

-아무래도 캉의 왼손에서 나온 하이 패스트볼에 익숙해진 게 원인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높은 코스의 공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캉!

-카디안 스타우트가 잡아서 이닝을 끝냅니다.

8회 초가 순식간에 끝났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777 베가스 그라운드를 찾은 홈팬들의 기립박수가 다시금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아웃은 단 3개.

강송구의 표정은 아직도 담담했다.

[중계창]

-캬; 진짜 미쳤다.

-저런 투수가 한국에서 2패를 기록했다? 뿌슝빠슝?

-도대체 호크스는 무슨 팀이지?

-ㅋㅋㅋㅋ 강송구에게 2패를 안긴 팀. 호크스!

-진짜 퍼펙트한 지 얼마 됐다고 또?

-샤따 내려어어어어어어어! 주모오오오오오오오오! 오늘 집에 갈 생각 없어! 여기 퍼펙트 하나 추가요!

-진짜; 언터처블이구나. 이번 시즌은 진짜 크레이지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정규시즌 무실점이 넘사벽이지;

-이러다 포스트시즌도 무실점으로 끝내겠는데?

-그러면 역대급 시즌이겠지.

-저런 강송구랑 비빌만한 투수가 누가 있을까?

-건강한 이안 엘런정도?

-이안 엘런은 진짜 건강만 하면……. 괴물인데; 내구도가 무슨 물먹은 창호지 수준임.

-진짜 그래서 안타깝다. 이안 엘런이 강송구의 내구도만 갖췄어도 비슷한 수준이었을걸?

-그건 진짜 린정한다.

9회 초.

다시금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

떠들썩하던 아까와 다르게 이제 관중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해졌다.

타석에는 7번 타자.

앤디 아귈라.

딱히 어려울 것이 없는 타자다.

초구는 패스트볼.

앤디 아귈라는 초구부터 날카로운 코스로 날아든 강송구의 공을 조용히 지켜봤다.

2구째는 몸쪽으로 떨어지는 공.

“볼!”

“후우……”

날카로운 강송구의 유인구를 참은 앤디 아귈라.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었다.

3구째.

때리기 좋은 코스로 들어오는 공에 혹해서 배트를 휘두른 앤디 아귈라는 순간 뚝 떨어지는 공을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부우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깔끔한 포크볼!

-정말 오랜만에 꺼내는 포크볼입니다.

-이건 진짜 경기를 보는 저희도 몰랐습니다.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

앤디 아귈라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강송구.

이윽고 그의 오른손에서 공이 빠져나갔다.

타격자세를 잡고 천천히 강송구의 타이밍을 되뇌던 앤디 아귈라가 순간 몸을 움찔 떨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아웃!”

-너클볼! 캉이 9회 초의 선두타자인 앤디 아귈라를 잡기 위해 던진 위닝샷은 너클볼이었습니다!

78마일의 너클볼.

앤디 아귈라가 혀를 내둘렀다.

‘미친놈.’

다음 타자는 펫 램지.

그도 다를 것은 없었다.

초구는 93마일의 컷 패스트볼.

날카롭게 꺾인 공이 바깥쪽에 정확히 걸쳤다.

“스트라이크!”

펫 램지는 그 공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칠 수 있는 공이 아니라고.

2구째는 낮게 깔린 체인지업이었다.

따악!

그대로 투수 정면으로 흐르는 공.

그가 빠르게 1루로 달렸으나 이미 공은 강송구가 주워 깔끔하게 1루로 송구했다.

“아웃!”

-캉이 9회 초의 두 번째 아웃도 잡아냅니다.

-이제 남은 아웃은 단 하나.

-타자는 자비어 오라지오.

오늘 경기의 마지막 타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큰 자비어가 타석에 들어섰다.

‘후우…….’

점수는 계속해서 1 대 0을 유지했다.

원래라면 홈런 한 방을 노리겠지만.

상대는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이었다.

끝까지 방심은 없었다.

초구부터 매섭게 날아드는 공.

자비어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너무하잖아. 조금은 방심을 하라고.’

2구째는 낮게 깔리는 유인구.

그가 배트를 내밀다 급히 멈추었다.

다행히 체크스윙이 인정되었다.

카운트는 1-1의 상황.

3구째에 나온 강송구의 커브.

따악!

“파울!”

그 공을 노렸으나 쉽지 않았다.

3루 관중석에 떨어지는 공.

와아아아아아!

홈팬들이 내지르는 환호성 사이로 강송구가 던진 위닝샷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오늘 경기.

마이크 암스트롱이 던졌던 싱커.

그 싱커와 유사한 궤적의 싱커였다.

따악!

내야로 굴러가는 공.

자비어가 빠르게 1루로 뛰었지만 늦었다.

깔끔히 공을 주워 1루로 연결하는 카디안 스타우트.

곧이어 일루수의 미트에 공이 연결되고.

일루심이 경기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아웃콜을 외쳤다.

“아웃!”

그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로 달려드는 선수들.

강송구도 모처럼 주먹을 불끈 쥐며 고갤 끄덕였다.

* * *

[강송구 또 퍼펙트게임!]

[포스트시즌에서 또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강송구! 메이저리그 데뷔 후 4번째 퍼펙트게임!]

[레코드 브레이커가 또 일냈다!]

[강렬한 1승! 라스베이거스, 강송구의 호투에 힘입어 1 대 0으로 화이트삭스를 잡아내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잡아낸 라스베이거스!]

강송구의 퍼펙트게임으로 시작된 디비전시리즈.

하지만 퍼펙트게임의 흥분도 잠깐이었다.

다음 날.

디비전시리즈 2차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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