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79화 (179/198)

#179. 필리건(3)

6회 초.

벤투라가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는 이번 이닝의 선두타자인 엘빈 하인리히가 비장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좋지 않은 감정이 쌓였을 것이다.

팀 동료에게 빈볼을 던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심적으로 지친 벤투라는 그저 이번 이닝을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따악!

초구를 때려 만들어낸 안타.

벤투라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갤 흔들었다.

어차피 이번 이닝이 마지막 이닝이었다.

짜증도 나고 오늘 경기도 풀리지 않으니 이번 이닝만 적당히 막고 마운드를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집에서 시원한 맥주나 한 캔 따서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 생각이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다음 타자를 상대로도 그는 덤덤히 공을 던졌다.

앞선 이닝에서 신경질을 내며 공을 던질 때와 전혀 다르게 강송구의 103마일짜리 패스트볼을 타석에서 본 뒤의 그는 그냥 모든 의욕을 잃은 사람처럼 공을 던졌다.

그리고 의욕이 없는 벤투라를 향해 필리건이 더 큰 야유와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물론, 한 마리의 고슴도치도 말이다.

-이 XX같은 녀석아! 공에 혼이 담기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아니다! 우우우우우우!

과거 한국 프로야구 심판계를 뒤흔든 명언까지 내뱉으며 우효가 벤투라에게 화를 냈다.

그만큼 벤투라의 공은 형편이 없었다.

따악!

다시금 들려오는 타격음.

하지만 필리스의 감독인 데이먼은 그를 마운드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기 싸움이었다.

벤투라의 승수는 10승 10패.

그중에서 4경기 정도.

충분히 승리를 쌓을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그걸 말아먹은 것이 벤투라였고.

그런 벤투라가 마음에 들지 않는 데이먼 감독이었다.

“감독님. 어떻게 할까요?”

“이번 이닝은 온전히 벤투라에게 맞기지.”

“…….”

“벤투라는 팀의 에이스야. 불펜이 지난 시리즈에 체력을 많이 소모했으니. 에이스가 여기서 많은 이닝을 먹어줘야지.”

“알겠습니다.”

벤치코치가 고갤 끄덕였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벤투라의 피칭.

강송구는 벤치에 앉아 투수를 바꿀 기미가 없는 필리스의 더그아웃을 보며 생각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벌투를 볼 줄이야…….’

한국이나 일본.

그것도 정말 오래된 지도자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투수의 품행이나 지시 불이행 등을 문제 삼아서 가끔 꺼내 드는 악습을 선수의 권한과 권리가 강한 메이저리그에서 보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생각해 보니 데이먼 감독은 6년 정도 일본에서 야구를 지도한 경력이 있었군.’

이러니 필리스의 성적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투수들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행동을 감독이 직접 나서서 하는 꼴이니 말이다.

“캉! 준비해.”

“음…….”

대기 타석에 들어갈 시간.

그때.

사건이 벌어졌다.

벤투라가 또 빈볼을 던진 것이다.

사실이건 진짜 실수였다.

벤투라의 손에서 공이 빠진 것이니까.

하지만 앞서 두 번의 빈볼을 던졌던 전적이 있기에 이건 실수가 아니라 고의가 돼버렸다.

그렇게 주심이 급히 퇴장을 지시하려는 순간.

누군가 마운드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중계창]

-그렇지! 강송구 갈겨!

-쓰러진다! 와! 진짜 개 잘 때리네;

-그렇지! 잽! 잽! 원투!

-벤투라 쉑ㅋㅋㅋ 강냉이 털리넼ㅋㅋ

-나와라. 강송구 악플러 새끼들.

-나오겠냐?ㅋㅋㅋㅋ 나오자마자 벤투라처럼 강냉이 날아가고 말리러 나온 필리스 선수 4명처럼 바닥이 디비누울탠뎈ㅋㅋ

-와; 진짜 짐승이네;

-2미터의 괴물이 달려드니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벤치클리어링이 화끈하다던 필리스가 아무것도 못 하네.

-혼자서 5대1 한 거 봤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토미 리브스의 머리로 정확히 공이 가는 순간.

그게 고의든 아니든 강송구는 팀 동료를 위해 마운드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 모습이 흡사 먹잇감을 노린 흑곰처럼 보여 마운드에서 뺀질거리던 벤투라마저 뒤로 살짝 도망갔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내 거리가 잡히고 강송구가 휘두른 잽 두 번과 스트레이트 한 번으로 강냉이 두 개가 날아갔다.

그 뒤로 달려드는 필리스의 선수 4명을 더 때려눕히고 나서야 다른 선수들의 만류로 겨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강송구가 더그아웃으로 빠져나갈 때.

욕을 할거라 생각했던 필리건들의 반응은 달랐다.

“우아아아아아! 이거지!”

“캉이라고? 완전 필리스에 어울리는 선수잖아! 잘 때리고! 잘 던지고! 벤치클리어링도 끝내주고!”

“커모오오온! 캉! 필리스로 와! 넌 필리스의 왕이 될 인물이야! 게릭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단장이라면 저런 필리스스러운 선수를 팀에 데려올 생각을 해야지!”

“캉! 캉! 캉! 죽여주는 주먹이었어!”

그들은 화끈한 강송구의 주먹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 투수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은 필리스의 선수들을 향해서 몇몇 강성 팬들이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정상적인 필리스의 팬들은 얻어맞은 필리스 선수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지만…….

그들도 강송구를 마냥 욕하진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그래서 캉이 언제 FA로 시장에 풀린다고?’라며 옆 사람에게 물었다.

그리고 멍하니 경기를 지켜보던 작은 고슴도치 우효는 빠르게 필리스 유니폼을 벗고는 허겁지겁 강송구의 옆에 달라붙어 온 힘을 다해 아부를 떨었다.

* * *

[라스베이거스와 필리스의 충돌!]

[강송구 10경기 출전정지! 벤투라는 15경기, 나머지 필리스 선수 4명은 7경기씩 출전정지를 당하다.]

[주먹도 화끈한 강송구. 필리스의 선수단 5명을 끝장내다.]

[혼자서 5명의 선수를 시즌 아웃시킨 괴물. 누가 강송구와 라스베이거스를 상대로 빈볼을 던질 수 있겠는가?]

[미키 스토리 감독, ‘캉의 자비에 감사하도록. 103마일짜리 포심을 머리에 맞았다면 아마 누구 한 명은 죽었을 것이다.’]

[5이닝 무실점! 강송구 시즌 23승 달성!]

-캬; 진짜 화끈하더라.

-역시……. 강송구다. 만약에 강송구가 UFC로 진출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다.

-와; 무슨 2미터가 마운드로 달리는데; 난 물소 한 마리가 달려가는 것처럼 보이더라;

-근데 라스베이거스는 씹 손해네; 강송구가 2경기나 못 나오는데; 순위 경쟁 때 힘들겠네.

-위에 야알못임? 이미 2위랑 20경기 차이 나서 이미 1위는 확정적인데, 뭔 걱정까지 하고 있음.

-오히려 필리스가 손해지. 선수 5명이 순식간에 시즌 아웃이 되어 버렸는뎈ㅋㅋㅋㅋ

-솔직히 필리스도 탱킹하고 있어서 딱히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두 팀 모두 쌤쌤임.

-오히려 강송구는 이득이지. 모처럼 쉴 수 있는데.

-아무튼, 필리스 쉑들ㅋㅋ 앞으로 MLB 최강 벤클팀은 라스베이거스가 가져가니 그렇게 알라구!

2차전의 승자는 라스베이거스였다.

벤치클리어링이 끝나고도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를 가져왔다.

-그런데 왜 달려가서 주먹을 날린 거야? 평소에 덤덤하던 모습과는 너무 달랐잖아.

우효는 어제 강송구의 벤치클리어링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그 무덤덤하던 강송구가 흥분해 달려들었으니까.

강송구는 그런 우효의 물음에 담담히 답했다.

“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선을 넘어?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지. 실수가 3번이면 고의라고.”

-오오……. 이번엔 진짜 그럴듯한 말이 나왔어.

빈볼이 3번이 나왔다.

즉, 실수가 아니라 고의다.

그렇게 판단한 강송구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마운드로 달려가 응징한 것이다.

그가 아무리 덤덤한 사람이라지만, 선 넘는 짓을 하는 사람을 가만히 지켜볼 정도로 무던하진 않다.

그리고 찾아온 필리스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라스베이거스와 필리스는 17대 11이라는 어마어마한 타격전을 선보였다.

라스베이거스는 5회 말에 10점을 쓸어 담으며 총 17점을 생산해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동시에 필리스의 1선발인 벤투라가 자주 몰고 다니는 스포츠카의 타이어를 분실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다시 홈으로 돌아온 라스베이거스.

휴스턴 원정 4연전에서 2승 2패를 기록.

탬파베이 홈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가져가고.

마지막으로 미네소타 3연전에서 스윕승을 챙겼다.

그리고 찾아온 시카고 화이트삭스 4연전.

매직 넘버까지 딱 1승을 남긴 상황.

강송구의 등판은 이번 시카고 화이트삭스 4연전 마지막 경기에 예정되어 있었다.

-아무리 원정이라지만 1승을 거두지 못할까? 네가 등판하기 전에 지구 우승은 확정 짓겠네.

“그렇겠지.”

하지만 우효의 말을 제대로 빗나갔다.

연이은 연패.

라스베이거스가 모처럼 3연패에 빠지며 매직 넘버 1을 넘어서질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단은 걱정하지 않았다.

4연전의 마지막 경기.

라스베이거스의 필승카드가 등판한다.

그것도 10일이나 쉰 에이스가 말이다.

* * *

결과는 별다를 것이 없었다.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고.

화이트삭스는 지구 1위를 지키기 위해서 온갖 전력을 쏟아내며 0 대 0의 균형을 유지했다.

하지만 9회 말에 터진 카디안 스타우트의 솔로포가 경기의 끝을 알렸다.

-경기 끝났습니다!

-라스베이거스가 2년 연속 지구 우승을 거두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합니다!

-동시에 시즌 2년 연속 100승을 넘었습니다.

-역시 강하네요. 정말 탄탄한 팀입니다.

시즌 24승을 기록한 강송구.

동시에 지구 우승 확정과 팀의 100승을 동시에 이뤄내며 라스베이거스의 성공을 다시금 전 세계에 알렸다.

이 경기의 승리로 라스베이거스는 AL에서 가장 높은 승률이 되었고, 패배한 화이트삭스는 결국 2위인 미네소타와 4경기 차이로 좁혀지며 시즌 끝까지 위태로운 승부를 이어나가야 했다.

강송구의 마지막 등판은 오클랜드와 경기였다.

와일드카드 3위인 오클랜드는 어떻게든 1승이 간절한 상황에서 강송구를 만나자 절규했다.

“왜 하필 여기서!”

“캉! 제발……. 제발!”

“우리도 포스트시즌에 좀 나가자!”

하지만 강송구는 자비가 없었다.

8이닝 무실점.

시즌 25승을 기록하며 시즌의 끝도 무실점으로 끝냈다.

한 시즌 0점대 평균자책점도 아닌 무실점으로 끝낸 강송구를 보며 전미가 들썩였다.

[마지막 등판에서도 완벽했던 강송구! 시즌 25승을 거두며 시즌을 마무리하다!]

[30경기 25승 0패 248이닝 319K ERA 0.00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야구의 신에 등극한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

[거인은 달랐다. 시즌 끝까지 완벽한 강송구.]

그리고 곧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끝났다.

하지만 아직도 우승팀과 와일드카드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로 결국 엘리미네이터 경기로 우승팀이 갈리게 되었다.

[AL 지구 우승팀]

동부지구- 미정.

서부지구-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남부지구- 텍사스 레인저스.

북부지구- 미정.

[와일드카드 2팀]

캔자스시티 로열스.

미정.

우선 동부지구의 승률 동률을 기록한 두 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뉴욕 양키스가 지구 우승과 와일드카드 자리를 놓고 싸우게 되었다.

마지막 엘리미네이션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이 지구 우승이며 패배하는 팀이 와일드카드의 남은 자리에 속한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은 끄는 경기는 아니었다.

“진짜 재미있는 경기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단두대 매치지.”

“지는 팀은 그대로 가을야구는 바이바이지.”

“마지막에 우릴 만나서 루징 시리즈를 가져갈 때만 해도 난 화이트삭스가 우승할 줄 알았어.”

“마지막 경기에서 캉에게 지지 않았다면 아마 화이트삭스가 지구 우승을 했을 거야.”

“생각보다 내셔널리그는 1위와 2위의 격차가 금방 드러나서 일찍 승부가 났지.”

“그렇지.”

내셔널리그는 치열한 아메리칸리그와 달랐다.

9월에 일찍 1위와 2위가 갈린 것이다.

[AL 지구 우승팀]

동부지구- 워싱턴 내셔널스.

서부지구- LA 다저스.

남부지구- 세인트루이스 가디널스.

북부지구- 밀워키 브루어스.

[와일드카드 2팀]

시카고 컵스.

콜로라도 로키스.

내셔널리그는 올라올 팀이 모두 올라왔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찾아온 엘리미네이션 경기 날.

-해냈습니다! 코리 시거! 그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지구 우승으로 이끕니다!

-여기서 설마 역전 홈런이 터질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경기 끝납니다! 볼티모어가 AL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합니다!

기어코 볼티모어까지 가서 노장의 불꽃을 태운 코리 시거가 팀의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양키스도 브라이스 하퍼라는 노장이 온갖 노력을 하며 점수를 만들었지만, 부진한 투수진이 결국은 양키스의 발목을 다시 붙잡으며 와일드카드로 떨어졌다.

동부지구의 승자가 가려진 뒤.

곧이어 북부지구의 승자도 가려졌다.

-넘어갑니다!

-화이트삭스가 지구 우승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막차에 올라탔습니다!

-아……. 미네소타로선 정말 아쉬울 것 같습니다. 딱 1경기만 이겼다면 지구 우승이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떨어집니다! 알렉산더 바르가스 선수가 눈물을 흘립니다.

북부지구 단두대 매치의 승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였다.

덕분에 시카고 지역은 컵스와 화이트삭스가 모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리고 찾아온 10월.

정확히는 2032년 10월 5일.

와일드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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