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후반기의 시작(3)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탬파베이의 타자들은 그 순간 의욕이 떨어짐을 느꼈다.
강송구라는 투수를 상대로 1대0도 힘든 상황에서 6대0이라는 점수 차이는 너무나도 큰 차이였다.
덕분에 남은 이닝.
강송구는 어느 때보다 편히 타자를 상대할 수 있었다.
의욕을 잃은 탬파베이의 타선은 강송구에게 한낱 먹잇감에 불과했다.
-5회 초도 깔끔히 지워집니다.
-벌써 경기의 승패가 정해진 느낌입니다.
5회 초까지 시원하게 지워버린 강송구.
6대0이란 점수는 5회 말에 다시금 크게 벌어졌다.
따악!
-쳤습니다!!
-카디안 스타우트가 2루타를 쳤습니다! 그사이 2명의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면서 점수는 이제 8대0입니다!
-2타점 2루타!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이 불을 뿜습니다.
이제 점수 차이는 8점 차이.
8회 초까지 강송구는 피안타 하나를 제외하고는 탬파베이 타선을 상대로 잃은 것이 없었다.
그리고 9회 초.
팀의 마무리인 바비 홀이 마운드에 올랐다.
묵직한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으로 남은 이닝을 지운 바비 홀.
그가 마지막 아웃을 잡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라스베이거스가 기분 좋은 승리를 가져갑니다!
-그야말로 완승입니다.
-탬파베이로서는 아쉬운 후반기 출발일 것 같습니다.
오클랜드전의 아쉬운 노디시전을 만회할 후반기의 첫 승리를 거둔 강송구의 표정도 제법 편안해 보였다.
강송구가 거둔 승리로 탬파베이 3연전에서 1승 1패를 주고받은 라스베이거스는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깔끔히 위닝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었다.
[강송구 후반기 첫 승!]
[후반기에도 이어지는 무실점 행진! 강송구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라스베이거스의 다음 상대는 휴스턴!]
[탱킹에 들어간 휴스턴과 MLB 전체 승률 1위인 라스베이거스의 만남!]
그리고 이어진 휴스턴과 원정 3연전.
윌리 알비드레즈와 켄 크로윈의 활약으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챙긴 라스베이거스.
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대니 아비티아가 무너지며 시리즈 스윕을 가져갈 수는 없었다.
팀 전체의 페이스가 조금씩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미키 스토리 감독은 이어진 미네소타를 홈으로 불러들인 3연전에서 주전 대부분에게 휴식을 주었다.
물론, 그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오랜만의 루징시리즈.
강송구도 7이닝 무실점을 기록.
시즌 4번째 노디시전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가온 트레이드 데드라인.
라스베이거스가 모처럼 승부수를 던졌다.
* * *
대니 아비티아.
라스베이거스의 4선발.
올해 10승 7패 ERA 3.99를 기록하며 라스베이거스의 하위 선발진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좋은 투수다.
거기다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
이보다 좋은 투수를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엔 계륵과 같은 선수다.
이미 마이너에 좋은 투수 유망주가 쌓여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대니 아비티아를 내주고 쓸 만한 카드를 데려오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계륵인 선수는 다른 팀에서도 조금 애매한 카드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았다.
찰리 브라운 단장이 깊게 숨을 내뱉었다.
“외야를 조금 더 손보고 싶은데…….”
딱히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탄탄한 외야를 갖춘 팀들은 굳이 대니 아비티아를 데려갈 메리트가 없었고, 반대로 대니 아비티아가 필요한 팀들은 쓸 만한 외야수가 없는 팀이 대다수였다.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은 전체적으로 약점이 없다.
하지만 단 하나 약점이 있다면.
그건 좌익수 자리였다.
주전 좌익수인 브랜든 마쉬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작년 0.256의 타율과 24개의 홈런을 때리며 쏠쏠한 활약을 펼친 그는 올해 0.214의 타율과 11개의 홈런을 때리고 있었다.
기대보다 더 저조한 성적.
그렇기에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에 찰리 브라운 단장은 이 위태로운 좌익수 자리를 쓸 만한 카드로 채우고 싶어 했다.
그때 울리는 전화기.
찰리 브라운 단장이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찰리! 나 아냐야.
“그래, 아냐.”
상대는 애리조나 디백스의 단장 아냐.
찰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디백스의 외야 카드를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을 때, 아냐가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상당히 조급한 것처럼 보였다.
-대니와 브랜든을 주면 다니엘 루이즈를 줄게.
“다니엘을 준다고?”
다니엘 루이즈.
투타 겸업.
좌익수와 불펜을 같이 보고 있는 28살의 선수다.
투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좌익수라는 위치에서는 제법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선수다.
올해 타율은 0.293 홈런은 34개나 있는 선수.
거기다 조금 늦은 나이에 메이저에 데뷔해서 아직도 최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제법 가산점에 들어갔다.
‘나쁘지 않은 카드야.’
어차피 마이너에 있는 투수 유망주도 올려야 하고 조금씩 비대해지고 있는 페이롤도 정리해야 했다.
깊어지는 고민.
하지만 고민이 끝나기 무섭게 결정은 빛보다 빨랐다.
“마이너에 있는 네트 우즈를 줄게 너희 더블A에 있는 우익수 루벤 모레노를 넘겨줘.”
-그건 좀 손해 같은데…….
고민하는 듯한 뉘앙스.
하지만 찰리는 알고 있었다.
지금 디백스의 선발진이 엉망이라고.
그렇기에 이 거래를 거부할 수 없다고.
결국, 수화기 너머에서 승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라스베이거스! 트레이드는 없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까지 조용했던 라스베이거스.]
[애리조나와 탬파베이의 3대4 트레이드.]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탬파베이가 무슨 욕심이 들었는지 투수 유망주 셋을 내주고 다니엘 루이즈를 데려갔다.
덕분에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끝났을 때.
찰리 브라운 단장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단장실의 전화기를 벽에 집어 던졌다는 소문까지 은밀히 돌았다.
아무튼.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끝나고 시작된 양키스 원정 3연전에서 라스베이거스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니 아비티아의 7이닝 2실점 호투와 브랜든 마쉬의 4타점을 쓸어 담는 활약이 크게 눈에 띄었다.
덕분에 찰리 브라운 단장실의 망가진 비품은 전화기 한 대뿐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전화기뿐만 아니라 벽걸이 TV도 하나 망가졌을 것이다.
깔끔히 연승을 거둔 라스베이거스.
원정 3연전의 마지막 경기.
강송구가 마운드에 등판했다.
상대 투수는 아드리안 모레혼.
작년과 다르게 올해 9승 9패.
ERA는 5.16을 찍으며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는 양키스의 에이스였다.
그래도 양키스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선발진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터지기 시작한 타선과 드디어 제 몫을 하기 시작한 불펜진의 힘으로 볼티모어를 몰아내고 지구 1위로 올라섰으니까.
하지만 후반기에는 달라져야 했다.
1선발인 아드리안 모레혼이 ERA 5.16
2선발인 데이비드 몰리나가 ERA 5.51
3선발인 대니 바스케즈가 ERA 4.19
최악의 부진을 거듭하는 양키스 선발진.
이번 라스베이거스전을 시작으로 어떻게든 부진한 선발진의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1회 초가 시작되었다.
아드리안 모레혼의 초구.
더그아웃에 있던 강송구는 지난 시즌과 다르게 팔꿈치가 살짝 내려온 아드리안의 투구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팔꿈치에 통증이 있나 본데?
우효의 말에 그가 고갤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
그래도 아드리안은 달랐다.
왜 이 선수가 양키스 선발인지를 1회 초에 제대로 보여주며 위기를 벗어났다.
-아드리안 모레혼! 두 개의 볼넷을 내준 것은 아쉬웠으나, 더블플레이를 유도하며 이닝을 끝냅니다.
-위기를 잘 넘겼어요.
병살을 치며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 토미 리브스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모처럼 4번 타순에 배치되었는데 이런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그의 어깨가 축 내려가 있었다.
“토미! 공 어때?”
호세 피자로의 물음에 그가 고갤 흔들었다.
“공이 너무 좋아.”
“그래?”
“타석에서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다가 맞으면 엉덩이에 푸른 멍이 들어서 고생할 정도로 좋아.”
“fxxking! 신나게 엉덩이를 흔들어서 출루를 노려야겠군!”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빨리 글러브 들고 나가.”
1회 초가 끝나기 무섭게 수비를 준비하는 선수들.
라스베이거스의 1회 말 수비.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고.
조던 델가도가 포수 마스크를 내리며 자리를 잡았다.
불펜에서 강송구의 공을 지켜봤던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더 편해 보였다.
‘오늘 캉의 컨디션이 최고인 것 같네.’
공의 움직임이 남달랐었다.
타석에 타자가 들어서고.
그가 미트를 내밀었다.
오늘 경기의 시작은 오른손.
강송구의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포심 패스트볼이 빠르게 그가 내민 미트에 틀어박혔다.
구속은 95마일이었다.
‘짜릿짜릿하네.’
좋은 공이었다.
슈우우욱! 따악!
“파울!”
구위도 평소보다 더 좋은 것 같았다.
오늘 경기 1번 타순에 배치된 켄 그니아즈도프스키가 힘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초구부터 강하게 노리고 들어오던 켄 그리니아즈도프스키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초구부터 과감하게 공략하는 켄 그리니아즈!
-캉의 초구는 95마일의 포심이었습니다.
-오늘 구위가 유난히 좋아 보입니다.
2구째.
몸쪽으로 파고드는 컷 패스트볼.
빠각!
켄의 배트가 부러지고 강송구가 앞으로 달렸다. 그리고 자신의 앞으로 굴러오는 공을 잡고 1루로 던졌다.
“아웃!”
-캉이 컷 패스트볼로 범타를 유도합니다.
-깔끔히 아웃을 잡아내는 캉.
-다음 타자는 앤드류 본.
-현재 0.297의 타율과 17개의 홈런. 그리고 0.947의 OPS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강송구가 조던과 사인을 교환했다.
양키스 타선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타자였기에 두 사람의 의견 교환은 조금 신중했다.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강송구.
슈우우욱! 펑!
초구는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캉은 참 바깥쪽 낮은 코스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유난히 이 코스를 자주 애용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타자들이 캉의 바깥쪽 코스에 애를 먹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말씀드리는 순간 2구째.
-아! 기습 번트입니다!
앤드류 본의 기습 번트.
조던 델가도가 급히 앞으로 튀어나가 공을 잡았다.
그리고 급히 1루로 던졌지만, 생각보다 발이 빠른 앤드류 본을 잡아내기에는 무리였다.
겨우 1루를 밟은 앤드류 본의 표정에는 오늘 경기 꼭 이기겠노라는 의지가 가득했다.
-예상치 못한 기습 번트입니다!
-조던과 캉, 두 배터리가 오랜만에 당황한 것 같았죠? 앤드류 본 선수가 라스베이거스의 마운드를 흔듭니다.
-다음 타자는 3번 타자인 요단 알바레스.
이번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빠졌음에도 벌써 21개의 홈런을 때린 요단 알바레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대한 홈플레이트 앞으로 붙은 타자.
강송구가 그 모습을 보며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슈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슬라이더에 헛스윙하는 요단 알바레스.
‘패스트볼이 날아들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초구부터 유인구를 던진 강송구를 보며 요단 알바레스가 생각을 정리했다.
2구째.
이번에는 낮게 떨어지는 너클 커브였다.
틱!
급히 휘두른 배트에 맞고 바운드되는 공.
요단 알바레스는 자신의 실수를 파악하고 급히 1루로 달렸지만, 공을 잡으러 달려 나온 삼루수 알프레도 나바로가 깔끔히 타구를 처리하고 2루로 공을 던졌다.
-알프레도가 2루로 그리고 2루에서 1루로!
-아웃! 아우우우웃! 깔끔한 더블 플레이! 캉이 1사 1루 상황에서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며 이닝을 끝냅니다.
깔끔히 1회 말을 끝낸 강송구.
후반기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