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72화 (172/198)

#172. 후반기의 시작(2)

후반기가 시작되면 보통 전반기에 신나게 죽을 쓰던 타자들이 신나게 투수들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전반기에 펄펄 날던 투수들도 여름의 더위와 긴 시즌의 절반을 보내서 떨어진 체력 때문에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폼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강송구는 달랐다.

-오늘 정말 피칭이 날카롭습니다.

-100마일 근처의 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탬파베이 타선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는 전반기 동안 150이닝을 던졌음에도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쌩쌩해졌다.

‘아니, 여기서 왜 102마일짜리 포심이 날아드냐고?’

탬파베이의 4번 타자.

그렉 헌트가 혀를 내둘렀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날카로운 커터가 날아들었다.

그렉 헌트는 시원하게 헛스윙하고 타석에서 물러났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지미 로덴.

작년 0.231의 타율과 15개의 홈런을 때렸던 젊은 중견수로 이번 시즌 전반기에만 0.270의 타율과 15개의 홈런을 때리며 더 나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타자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며 생각했다.

‘최대한 길게 공을 지켜보자.’

딱 5구만 던지게 하자.

그렇게 다짐한 그가 초구를 지켜봤다.

“스트라이크!”

97마일의 컷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조용히 공의 궤적을 생각했다.

‘다시 몸쪽으로 던지려나?’

2구째.

이번에는 바깥쪽에 걸치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99마일이었다.

투 스트라이크.

3구째.

지미 로덴은 생각했다.

‘캉은 유인구를 적게 던지는 투수다. 여기서 몸쪽으로 덜어오는 공을 다시 던질 수 있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변형 패스트볼.

그가 예상하는 강송구의 다음 공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강송구가 선택한 공을 바닥에 처박히듯이 떨어지는 너클 커브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지미 로덴이 다음을 기약하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남은 아웃은 단 하나를 남겨둔 강송구가 2회 초의 마지막 타자인 존 디아즈를 범타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캉이 깔끔히 이닝을 끝냅니다.

-지금까지는 계속해서 왼손을 활용하고 있는 캉입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계속 왼손을 활용할지……. 지켜보는 맛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는 순간 2회 말이 시작됩니다.

-마운드에는 조쉬 브로우.

조쉬 브로우.

좋은 투수다.

수준급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선발로서 아쉬울 것이 없는 구종 구성과 수준급의 스터프를 갖춘 뛰어난 투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올해 그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앞선 19경기에 출전해서 7승 10패 ERA 6.22를 기록하며 그에게 큰 기대를 했던 탬파베이에 실망을 안겼다.

[중계창]

-떴닼ㅋㅋ 3이닝 귀쇼쉑ㅋㅋㅋ

-진짜 3이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커쇼보다 매섭게 던지는 놈이 3이닝만 끝나면 신나게 두들겨 맞아버리니 답답하네.

-투 피치임에도 선발로 준수한 활약을 하는 놈도 있는데 준수한 변화구를 3개나 가진 놈이 선발에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이 뭔가 개 신기함.

-조쉬 브로우라면 오프너로 딱 아니냐?

-근데 저런 스펙을 갖춘 놈을 오프너로 쓰고 싶어 할 감독이 있을까? 나 같아도 일단 선발로 짱박아볼 텐데;

-진짜 가진 능력만큼은 좋은 친구임.

-뭔가 각성하면 진짜 잘할 것 같은데…….

한국팬들에게 ‘3이닝 오른손 커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조쉬 브로우의 피칭은 매서웠다.

초구부터 94마일의 포심이 날카로운 코스에 걸쳤다.

구위도 제구력도 수준급이었다.

그렇다고 변화구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날카롭게 꺾이는 커브.

커쇼의 그것과 비교해서 밀리지 않는 궤적이었다.

-와……. 저렇게 잘 던지는 친구가 6점대 투수라고?

우효도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커브의 궤적이 심상치 않았다.

거기다 슬라이더도 뛰어났다.

그의 시그니처 구종인 체인지업은 앞선 두 구종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은 구종이었다.

그야말로 왜 6점대 투수인지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그게 조쉬 브로우였다.

따악!

-높게 뜨는 공!

-조쉬 브로우가 2회 말의 첫 번째 타자를 범타로 잡아냅니다.

-좋은 코스로 들어간 체인지업이었어요.

타자를 완벽히 제압한 조쉬 브로우.

그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좋아.’

그도 의식하고 있었다.

3이닝만 지나면 무너지는 자신의 약점을 말이다.

그는 자신의 포심 패스트볼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구위가 너무 약해.’

피칭의 중심을 잡아야 할 패스트볼이 너무 허접했다.

덕분에 패스트볼을 던져야 하는 순간에 자주 승부를 망설여야 했고, 그 망설임 덕분에 패스트볼이 흔들렸다.

당연히 패스트볼이 흔들리니 다른 변화구도 신나게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라고 생각하는 조쉬 브로우였다.

하지만 강송구의 생각은 달랐다.

‘전형적인 새가슴 투수지.’

조쉬 브로우가 갖춘 능력만 보면 충분히 1선발에서 활약할 수준의 투수였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와 제구력도 뛰어났고.

변화구의 무브먼트도 상당했다.

그걸 본인만 몰랐다.

아마도 탬파베이의 스탭은 답답할 것이다.

저런 공을 가지고 도망가는 피칭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런 제구력을 갖췄으니 도망가는 피칭을 해도 한 타순은 버틸 수 있는 거지.’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런 도망가는 피칭으로 버틸 수 있을 만큼 메이저리그는 결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으니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의 헛스윙을 부르는 낙차 큰 커브.

2회 말의 두 번째 아웃도 금방 잡아냈다.

조쉬 브로우의 표정이 밝아졌다.

조금 자신감을 되찾은 것일까?

하지만 2회 말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2구 만에 투 스트라이크를 잡았음에도 9구까지 끌려가며 겨우겨우 범타로 마지막 아웃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글렀어.”

“도망가는 피칭이 나쁘지는 않지만……. 저런 능력을 갖추고 저렇게 자신 없이 공을 던지면 얻어맞을 수밖에 없지.”

“아……. 나한테 조쉬 브로우의 능력이 있었으면 ERA 2점대 1선발 에이스가 될 자신이 있는데 말이야.”

2회 말이 끝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조쉬 브로우.

제법 밝았던 그의 표정은 앞선 승부에서 3~4구 만에 끝낼 수 있던 상황을 9구까지 끌고 간 것 때문인지 상당히 굳어져 있었다.

그는 더그아웃에 앉아 스포츠음료를 마시며 3회 초의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를 바라봤다.

‘나도 저런 패스트볼을 얻고 싶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구위였다.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부럽다.”

부러웠다.

자신도 저렇게 공을 던지고 싶었다.

저런 패스트볼을 던지고 싶었다.

빠아악!

“아웃!”

패스트볼을 던진 강송구.

그가 던진 패스트볼을 타자가 히트했음에도 공은 외야로 크게 뻗어 나가질 못했다.

-토미 리브스 선수가 뜬공을 처리합니다.

-외야 플라이로 가볍게 3회 초의 첫 번째 아웃을 잡아내는 라스베이거스입니다.

3회 초의 선두타자를 외야 플라이로.

이어서 8번 타자인 다니 키페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순식간에 두 개의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곧이어 남은 아웃도 순식간에 지워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캉이 3회 초의 마지막 타자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냅니다!

-캉의 인터벌이 짧은 편이라서 더욱 이닝이 빨리 끝난 느낌이 듭니다.

멍하니 강송구의 피칭을 구경하던 조쉬 브로우는 글러브를 들고 다시 마운드로 향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힘있게 던지면 저런 피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타석에는 최근 3루수로 자주 출장하고 있는 알프레도 나바로가 배트를 붕붕 휘두르며 들어섰다.

조용히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는 조쉬 브로우.

평소와 다르게 몸쪽 사인을 보내는 그를 탬파베이의 포수인 잭 홀맨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갑자기 왜 저래?’

강송구의 피칭을 생각하며 자신 있게 포심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찔러 넣은 그는 타자가 매섭게 휘두른 배트에 공이 파울 홈런이 되자 몸을 움찔 떨었다.

‘역시……. 내 포심은 안되는구나.’

고작 파울홈런 하나로 강송구의 피칭을 보며 생긴 자신감이 연기처럼 풀풀 날아갔다.

사실 파울 홈런이 나온 이유가 그가 가진 준수한 구위 덕분이라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홈런이 되었을 만큼 방금 알프레도 나바로의 타격은 제법 날카로웠다.

물론, 조쉬 브로우는 그 사실을 몰랐다.

자신감이 떨어진 조쉬 브로우.

그가 다음 투구부터 다시 도망가는 사진을 보냈다.

그제야 포수인 잭 홀먼이 ‘네가 그러면 그렇지.’란 눈빛으로 고갤 끄덕이며 미트를 내밀었다.

2구째.

슬라이더였다.

존에서 살짝 빠지는 공.

알프레도 나바로는 조용히 공을 지켜봤다.

앞서 봤던 포심 패스트볼이 머릿속에 남아 있던 그는 조쉬 브로우가 연이어 던진 슬라이더에 헛스윙했다.

-3구째에 헛스윙!

-바깥쪽으로 빠지는 연이은 슬라이더에 알프레도 나바로 선수가 제대로 속았습니다.

-마무리는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알프레도 나바로가 시원하게 타격했지만, 유격수 정면으로 공이 향하면서 그대로 아웃을 당합니다.

-3회 말의 첫 번째 아웃을 잡아내는 조쉬 브로우!

다음 타자는 브랜든 마쉬.

베테랑 중의 베테랑.

하지만 그런 베테랑도 조쉬 브로우가 연이어 던진 커브에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커브가 진짜 날카롭네.’

하지만 패스트볼을 제대로 던지지 않는 이상 이 커브가 가진 효과는 점점 줄어들 뿐이다.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담장 앞까지 날아갑니다!

-담장! 담장! 담장! 앞에서 잡히는 공!

-아! 정말 아쉽네요. 브랜든 마쉬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더스아웃으로 돌아갑니다.

-분명히 큰 타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조쉬 브로우.

남은 아웃도 8구 승부 끝에 잡아낸 그가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그도 느끼고 있었다. 패스트볼이 중심을 잡지 못해서 생긴 손해가 너무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고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가 고갤 들어 마운드를 바라봤다.

언제나 봐도 굉장한 투수.

강송구가 탬파베이의 타자들을 상대로 패스트볼을 활용해서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삼진! 또 삼진!

-캉이 4회 초도 깔끔히 막아냅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피칭!

-이 선수가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입니다!

순식간에 지워진 4회 초.

강송구는 강력한 구위를 갖춘 포심 패스트볼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투수였다.

특히 변화구 다음에 나오는 몸쪽 높은 코스나 바깥쪽 낮은 코스의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이 굉장했다.

그리고 마의 3이닝이 끝나고 찾아온 4회 말의 마운드에서 조쉬 브로우는 자신의 멸칭인 ‘3이닝 커쇼’의 명성에 어울리는 피칭을 하며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빠아악!

-쳤습니다!

-멀리! 멀리! 멀리 넘어가는 공!

-호세 피자로의 투런포!

-대단합니다! 호세 피자로! 시즌 25호 홈런을 때려내며 라스베이거스에 선취점을 안깁니다!

멍한 표정의 조쉬 버로우.

어느정도 피칭의 패턴이 읽히기 무섭게 그의 도망가는 피칭은 독이 되기 시작했다.

“베이스 온 볼스!”

투런포를 시작으로 연속 볼넷으로 베이스를 차곡차곡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온 1사 만루의 상황.

위기에 몰린 조쉬 버로우는 결국 존 한가운데로 파고드는 실투를 던진 뒤에 자리에 주저앉았다.

빠아아악!

큰 타구음이 들려오고.

곧이어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 환호성이 가득 찼다.

점수는 순식간에 6 대 0으로 변했다.

그리고 조쉬 버로우는 결국 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강판이 되어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런 상대 투수를 보며 우효가 중얼거렸다.

-쯧쯧쯧! 내가 저런 재능을 가졌으면 맨날 퍼펙트게임에 성공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강송구가 물었다.

“고슴도치가 야구를 할 수 있어?”

강송구의 물음에 우효가 짧은 앞발을 파닥파닥 흔들며 버럭 화를 냈다.

-그거 고슴도치 혐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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