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후반기의 시작(1)
캐롤 웰링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이 자란 그녀는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놓친 적이 없이 자랐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가 원하는 그 남자.
강송구는 더욱 잡기 힘든 존재가 되고 있었다.
[강송구, 역대 최고의 투수가 되나?]
[한 시즌 300이닝 페이스. 강송구는 라이브볼 시대에서 데드볼 시대의 기록을 넘어설까?]
[강송구, 텍사스전 8이닝, 토론토전 8이닝, 클리블랜드전 9이닝 무실점으로 150이닝 연속 무실점 달성.]
[올스타전에 150이닝을 던진 강송구, 그의 다음 목표는?]
[LA다저스 2년 뒤에 FA 시장에 나오는 강송구를 노린다. 몸값은 10년 4억 달러.]
“…….”
아무리 그녀가 어마어마한 자산가라지만, 강송구의 몸값이 5억 달러를 넘어가는 순간 손이 파들파들 떨릴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깝지 않았다.
다만, 조금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조금은 못해도 되는데…….”
이미 언론은 강송구를 올해 사이 영 수상자로 확정을 짓고, 2위가 누구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를 하고 있었다.
라이브볼 시대에서 홀로 데드볼 시대의 기록을 보여주고 있는 괴물 투수.
고작 전반기 만에 어느 투수가 한 시즌 동안 기록할 이닝을 넘어선 투수가 바로 강송구였다.
뉴스를 그만 보고 TV를 켠 캐롤.
곧 TV에는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AL 올스타의 선발 투수는 강송구다.
아마도 3이닝 정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갈 것이다.
상대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중견수.
이번 시즌 0.356의 타율과 25개의 홈런.
1.129의 OPS를 기록하고 있는 괴물 신인.
에릭 코로나였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신인도 강송구의 앞에선 그저 시원한 밀워키산 선풍기밖에 되지 않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에릭 코로나는 멍했다.
솔직히 조금 우습게 보기도 했다.
AL 팀 타자들은 도대체 얼마나 허접하면 저런 멍청한 동양인에게 150이닝이 지나는 동안 1점 하나 못 따내냐고.
하지만 막상 상대하니 알 것 같았다.
저건 규격 외의 괴물이었다.
‘이러니 150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겠지.’
다저스로 이적해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는 체이스 반 다이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다음 타자는 밀워키 브루어스의 두 번째 올스타이자 지명타자로 이번 시즌 전반기에만 35개의 홈런을 때린 크레이지 몬스터 크리스 홀이 타석에 들어섰다.
어마어마한 장타력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이 미친 괴물도 강송구를 상대로는 애를 먹었다.
빠악!
“파울!”
이런 구위는 처음이었다.
구속은 분명 94마일 근처인 포심이었다.
그런데 배트에서 전해지는 힘은 100마일짜리 패스트볼은 던지는 투수의 구위와 비교해도 밀리질 않았다.
그리고 7구째 승부에서 결판이 났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환상적이게 꺾이는 싱커.
바깥쪽 낮은 코스로 도망가는 싱커에 크리스 홀이 시원하게 헛스윙했다.
순식간에 두 명의 타자를 잡아낸 강송구.
하지만 올스타전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 타자는 다니엘 로자.
콜로라도 로키스의 젊은 주전 포수.
이번 시즌 0.319의 타율과 24개의 홈런.
1.110의 OPS를 기록하고 있는 젊은 신성이다.
앞선 두 시즌에 천천히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올해 자신의 포텐을 마음껏 터트렸다.
그런 대단한 선수도 강송구에겐 상대가 안 됐다.
“그렇지!”
캐롤은 강송구가 다니엘 로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아내는 순간 주먹을 움켜쥐며 좋아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강송구가 너무 가지고 싶었다.
* * *
올스타가 끝났다.
라스베이거스는 강송구와 카디안 스타우트 그리고 호세 피자로, C.J 포스터까지 무려 4명이나 올스타에 포함되었다.
위 강송구를 포함한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올스타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그렇게 끝이 난 올스타전.
승리 팀은 AL이었다.
막판에 터진 텍사스 레인저스의 후안 파딜라의 역전 쓰리런에 경기가 뒤집혔고, NL 올스타팀은 남은 이닝 동안 역전당한 점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승기를 내주었다.
그리고 시작된 후반기.
강송구의 등판 상대는 오클랜드였다.
이 경기에서 강송구는 7이닝 무실점을 기록.
시즌 3번째 노디시전을 기록했고.
팀은 패배했다.
오랜만의 노디시전이었다.
아쉬운 패배.
하지만 오클랜드 4연전의 남은 3경기 모두 라스베이거스가 승리를 챙기며 후반기의 기분 좋은 출발을 시작했다.
다음 상태는 5월 중순에 만나 강송구에게 노디시전을 선물했던 탬파베이 레이스였다.
홈에서 치러지는 3연전.
첫 경기는 두 팀의 5선발급 투수가 선발로 나섰다.
라스베이거스의 5선발은 전반기 셋업으로 활약했던 스티브 하그레이브였다.
마무리 투수인 바비 홀이 재활을 끝내고 복귀했음에도 나쁘지 않은 폼을 보여준 것도 있지만, 전반기에 5선발로 뛰었던 존 바예호가 6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거두며 무너지자 결국 C.J 포스터와 스티브 하그레이브를 5선발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더 긴 이닝을 소화할 능력이 있는 스티브 하그레이브였기에 후반기 5선발은 그가 될 확률이 높았다.
C,J 포스터는 불펜에서 더 안정감을 보이기에 더더욱 스티브가 5선발에 어울린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예상대로 스티브 하그레이브는 이번 경기에서 6이닝 2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팀은 승리를 놓쳤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3루수인 샌디 부스타만테가 때린 2타점 3루타가 결정타가 되었다.
점수는 4 대 2였고.
라스베이거스는 2점 차이를 끝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탬파베이 레이스가 라스베이거스 원정 3연전의 첫 번째 경기에서 결국 승리를 가져갑니다!
-치열한 투수전은 결국 경기 후반에 갈렸습니다.
-탬파베이가 조금 더 막판 집중력이 좋았습니다.
패배한 뒤의 라커룸은 당연히 우중충하다.
그건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그들은 패배를 빠르게 잊었다.
프로라면 하나의 경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그건 강팀과 약팀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다른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다.
약팀은 패배에서 배우는 것이 없었다.
그저 하루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할 뿐이다.
당연히 라스베이거스는 달랐다.
그들은 패배에서 배운 정보를 공유했다.
“샌디 부스타만테의 아직도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나 봐. 자기 오른쪽으로 낮게 날아드는 공에 반응이 조금 늦더라고.”
“타구를 삼유간 사이로 때려 넣으면 되려나?”
“카이렌 파리스가 수비 범위가 넓어서 무리야. 차라리 3루 근처로 바짝 붙는 타구를 날려보는 게 어때?”
“내일 해봐야지.”
“불펜은 어때?”
“마무리인 조쉬 파이의 컷 패스트볼은 절대 못 때려. 그건 캉의 컷 패스트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마구야.”
“체인지업은?”
“가끔 흥분하면 컷 패스트볼을 던질 때랑 다르게 살짝 팔이 내려가는데……. 이건 영상으로 봐야 알 수 있을걸?”
그들은 상대의 작은 버릇을 놓치지 않고 공유했다.
그건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강송구는 오늘 경기에서 고생한 스티브 하그레이브에게 상대 상위타선의 정보를 들었다.
“샌디는 바깥쪽 떨어지는 공에 약한 척을 하고 있어.”
“약한 척?”
“카운트가 여유 있을 때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에 일부러 헛스윙한다는 뜻이야.”
“그렇군.”
“필요한 순간……. 바깥쪽 떨어지는 공을 시원하게 때려내면서 제법 많은 장타를 만들어냈어. 나도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영상자료를 보고 깨달을 수 있었지.”
“좋은 정보 고맙다. 내일 경기에 참고하지.”
좋은 정보다.
강송구가 스티브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물론, 내일 그가 등판하는 경기가 끝나고 호프집에 데려가 맥주 한 잔을 사주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후반기 두 번째 등판.
후반기 첫 번째 승리를 위해 그가 마운드에 올랐다.
* * *
탬파베이는 올해 기대하지 않았다.
지옥 같은 동부지구에서 남부로 옮겼음에도 텍사스 레인저스라는 빅마켓과 스몰마켓도 아닌 주제에 스몰마켓보다 지독한 짓을 저지르는 휴스턴을 넘기란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올해는 조금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흔들리는 휴스턴! 남부지구 꼴찌!]
[남부지구는 1위 텍사스와 와일드카드를 노리는 캔자스시티, 탬파베이의 3차전 양상!]
[와일드카드와 3경기 차이! 탬파베이! 후반기에 집중하면 포스트시즌도 가능하다!]
전반기 초반.
탬파베이는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메이저로 올렸던 유망주들이 모두 망하며 다시 긴 탱킹시즌으로 돌입했고, 와일드카드 경쟁팀 중 하나인 캔자스시티는 에이스가 부상으로 빠졌다.
반대로 탬파베이는 올스타 브레이크 전에 팀의 주전 3루수인 샌디 부스타만테가 부상에서 복귀했다.
그리고 후반기 초반부터 멋진 타격감을 자랑하며 탬파베이 타선에 힘을 보태주었다.
샌디 부스타만테의 힘으로 MLB 유일한 7할 승률 팀인 라스베이거스를 상대로 1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바빴다.
그런 상황에서 마주한 것이 강송구였다.
그래도 전반기에 강송구가 등판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기에 작은 희망을 품었다.
상대는 괴물이다.
하지만 신은 아니다.
공을 던지면 지치고.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흔들린다.
비록 저 괴물에게 패배를 안기진 못했지만.
승리를 빼앗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 등판한 괴물은 달랐다.
대기 타석에 있던 샌디 부스타만테가 중얼거렸다.
“What the fxxk?”
초구부터 103마일이 튀어나왔다.
오늘 강송구의 컨디션은 상당히 좋았다.
경기 초반부터 103마일짜리 공이 튀어나왔으니까.
선두타자인 자비어 에드워드의 표정이 굳어진다.
4구째에 날아든 98마일짜리 컷 패스트볼.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의 시원한 콜과 함께 그가 허탈한 표정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샌디 부스타만테는 자비어에게 물었다.
“뭔가 약점이 있어?”
자비어가 고갤 흔들며 반문했다.
“있을 것처럼 보여?”
“아니.”
샌디 부스타만테가 머쓱한 표정으로 자비어를 지나쳐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 2번 타선에 배치된 그는 마운드에 선 거인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저런 괴물을 상대로 어떻게 전반기에 승리를 얻어냈지?’
어떻게 저 괴물에게 노 디시전을 안겨줬는지 모르겠지만, 전반기 탬파베이는 생각보다 강했던 것 같았다.
순간 초구가 날아들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몸이 움찔거린다.
저 패스트볼은 절대 칠 수 없는 마구다.
저런 구속은 마이너에서 몇 번 봤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교히 제구가 되고 단단한 구위를 갖춘 공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질 못했다.
‘저런 무시무시한 패스트볼이 있으니 이런 괴물 같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겠지.’
2구째는 바깥쪽 떨어지는 공.
‘바로 노릴까?’
하지만 카운트에는 여유가 있었다.
일단 헛스윙하며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
하지만 샌디 부스타만테의 표정은 평온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충분히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몸쪽 패스트볼이 날아들었다.
따악!
“파울!”
힘겹게 파울로 걷어낸 공.
4구째는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는 커브였다.
5구째.
드디어 그가 원하는 코스.
그리고 원하는 구종이 튀어나왔다.
‘스플리터다!’
빠르게 날아드는 공.
그는 이 공이 스플리터라고 확신했다.
예상했던 궤적으로 힘껏 배트를 휘두른 샌디 부스타만테.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배트는 허공을 가를 뿐.
전혀 건들 수 없었다.
가장 자신 있는 코스였음에도 말이다.
“아…….”
이건 스플리터가 아니었다.
그는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이 구종을 알고 있었다.
“포크볼……!”
예전에 강송구가 잠깐 꺼냈던 적이 있는 구종.
강송구가 샌디 부스타만테를 잡으려고 꺼내든 구종은 이제 사장되어 던지는 선수가 몇 없는 포크볼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주심의 시원한 콜과 함께 물러나는 샌디 부스타만테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1회 초의 마지막 타자는 바비 휘플.
27살의 젊은 우익수다.
작년 18개의 홈런과 0.285의 타율을 기록했던 그는 이번 시즌에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막 후반기가 시작된 상황.
그는 지난 시즌에 기록한 18개의 홈런을 이번 시즌에는 전반기 만에 때려내었다.
그야말로 커리어 하이 시즌.
타율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바비 휘플도 강송구의 왼손에는 상대가 되질 않았다.
따악!
-높게 뜨는 공!
-그대로 중견수인 토미 리브스가 공을 잡아내면서 1회 초를 깔끔히 막아내는 캉입니다.
그렇게 끝이 난 1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후반기 첫 승.
오늘 경기에서 이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