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66화 (166/198)

#166. 뉴욕 6연전(2)

2회 초.

데이비드 몰리나는 이번 이닝의 선두타자이자 4번 타자인 엘빈 하인리히를 상대로 초구를 던졌다.

빠악!

큰 타구음.

타구는 우익수가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브라이스 하퍼가 빠르게 달렸다.

조금은 거리가 있는 상황.

그는 빠르게 달리다 글러브를 뻗으며 슬라이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게 공이 조금 늦게 떨어지면서 브라이스 하퍼의 글러브 끝에 공이 맞고 필드로 떨어졌다.

-글러브 끝에 맞고 떨어지는 공!

-2루까지 달리는 엘빈 하인리히!

-여기서 안타를 허용하는 데이비드 몰리나입니다!

수비 실책은 아니었다.

브라이스 하퍼가 잡기에는 조금 먼 거리였으니까.

거기다 나이를 먹고 수비 범위가 더 좁아졌다.

사실 아까의 호수비도 조금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아무튼.

데이비드 몰리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고 2루에 안착한 엘빈 하인리히를 힐끗 바라봤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나 보다.

-투수가 안절부절못하네.

우효의 말처럼 데이비드 몰리나의 표정은 집에 홀로 남은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셰퍼드처럼 보였다.

당연히 그걸 모를 리 없는 양키스의 포수가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마운드로 향했다.

“데이비드. 조금만 진정해. 고작 2루에 주자 한 명 출루시킨 것뿐이야.”

“후우…….”

“그리고 1회 초에 브라이스 영감이 잡아준 수비가 아니었으면 이미 넌 1점을 맞고 시작했을 거야. 그러니까 이미 1점 내줬다가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던져.”

“알겠어.”

포수가 마운드로 내려가고.

그가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상대는 제프 브레넌.

데이비드 몰리나가 바깥쪽 공을 던졌다.

하지만 크게 빠지는 공.

양키스의 포수인 데이브 메즈의 표정이 굳어졌다.

‘단 1점도 내주고 싶지 않아 하네.’

보통 이렇게 투수가 욕심을 부리면 대부분은 욕심을 낸 만큼 크게 얻어맞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투수가 그만큼의 능력이 있다면 문제없다.

능력이 있다면 마운드에서 자신의 고집대로 경기를 풀어도 잘 풀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하지만 데이비드 몰리나는 아직 유망주 투수다.

마운드에서 욕심을 부린 만큼 결과를 얻어내기에 많은 부분이 부족한 선수라는 뜻이다.

당연히 응징을 당할 수밖에 없다.

빠아악!

큰 타구음.

데이비드 몰리나가 허탈한 표정으로 중앙 펜스를 넘기는 타구를 바라봤다.

-제프 브레넌! 시즌 6호 홈런!

-모처럼 오랜만에 홈런을 때린 제프 브레넌! 라스베이거스가 경기 초반부터 2점 앞서나갑니다.

-이건 데이비드 몰리나 투수가 욕심을 부렸어요. 조금 더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떻게든 완벽하게 공을 넣으려다가 실투가 나왔거든요.

점수는 이제 2 대 0.

하지만 데이비드 몰리나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다음 타자인 브랜든 마쉬에게 안타를 또 내줬다.

격하게 흔들리는 투수.

어린 투수가 크게 흔들리자 베테랑으로 구성된 양키스의 내야진이 이례적으로 마운드를 향해 소리쳤다.

“데이비드! 집중해.”

“그냥 땅볼만 유도하면 다 잡아줄게.”

“커몬! 커몬!”

그제야 조금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킨 데이비드 몰리나가 다시금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따악!

-쳤습니다! 하지만 깔끔하게 자신의 앞으로 흐르는 공을 처리한 지미 브런스! 그대로 1루로 송구!

-이거죠. 스스로 풀기 어려운 문제는 다른 팀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맞습니다.

유격수의 도움을 받은 데이비드 몰리나가 다시금 자신감을 되찾고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삼진을 허용한 토미 리브스는 ‘아니, 왜 날 상대할 때 갑자기 이런 공을 던지는 거야?’라며 더그아웃에 들어가 상대 투수에 대한 불평불만을 내뱉었다.

타석에 조던 델가도가 들어섰다.

-9번 타자는 조던 델가도.

-평소 7번 타순에 배치되던 것과 다르게 오늘 경기에서는 9번 타순에 배치된 조던 델가도입니다.

-최근 경기에서 폼이 썩 좋지 않았죠?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최근 성적이 좋은 알프레도 나바로 선수가 7번 타순에 배치되면서 조던 델가도 선수가 뒤로 밀리게 된 것 같습니다.

둘 다 아니다.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런 날이 제일 위험한데…….’

조던 델가도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제법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불운까지 겹친 날은 몇 없었다.

‘그리고 보통 이런 날에 다치곤 했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불길함은 현실이 되었다.

따악!

낮게 떨어지는 공을 커트하기 위해 배트를 내밀었던 그는 허벅지 쪽에 심상치 않은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Fxxk.”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여기서 끝이다.

더는 뛸 수 없었다.

그가 더그아웃을 보며 수신호를 보냈다.

경기를 더 뛸 수 없다는 수신호를 말이다.

* * *

바비 데 프랑크.

라스베이거스의 백업 포수.

타격은 썩 좋다고 말할 수 없으나 조던 델가도 이상의 수비력을 갖춘 포수였다.

물론, 아직 경험이 없는 부분이 있어서 젊은 투수와 호흡을 맞추기에는 무리였다.

그래도 조던 델가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대체자로 써먹을 만한 수준은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 기회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라스베이거스의 공격이 끝나고 찾아온 2회 말.

바비 데 프랑크가 포수 장비를 착용했다.

“긴장하지 말고.”

“물론이죠.”

“그런데 왜 왼손을 그렇게 달달 떨어?”

“수전증이에요.”

“오른손은?”

“다행히 오른손은 수전증이 없죠.”

“거참 다행이네. 그래도 2루로 송구할 때 공이 선수 머리로 향하지는 않겠어.”

바비 데 프랑크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미키 스토리 감독이 고갤 끄덕였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냥 공만 잘 받아. 나머지는 캉이 마법처럼 정리해 줄 거야.”

“그건 좋은 소식이네요.”

그렇게 포수석에 앉게 된 바비 데 프랑크.

그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드디어 좋은 기회를 얻었다.’

대부분 조던 델가도의 체력을 아끼기 위해 경기 후반에 나와서 1-2이닝을 소화하던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경기 전체를 소화하게 된 것은 이번 시즌 처음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떨리지는 않았다.

물론, 왼손이 달달 떨리는 것은 수전증 때문이다.

‘진짜라고. 유전으로 내려오는 왼손 수전증이야.’

다행히 달달 떨리는 왼손도 강송구가 던지는 초구를 받는 순간 그 떨림을 멈추었다.

좋은 공이었다.

타자가 당혹스러워할 만큼.

반대로 바비 데 프랑크의 표정은 봐줄 만했다.

-하하하! 캉의 초구는 너클볼입니다.

-바비 데 프랑크 선수의 표정이 묘하네요.

-긴장 때문에 정신이 없을 텐데……. 저렇게 너클볼이 날아들면 정신이 번쩍 들죠.

-캉의 나름의 배려인 것 같습니다.

‘후우…….’

그제야 온몸을 지배하던 긴장감이 풀렸다.

좁았던 시야가 그제야 넓어졌다.

‘이게 뭐라고.’

한 경기를 온전히 책임진다는 것을 제외하면 교체로 출전하던 것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바비 데 프랑크가 고갤 끄덕였다.

2구째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글러브가 얼얼할 정도로 좋은 구위였다.

‘이런 공이 94마일이라고?’

적어도 2-3마일은 더 빠르게 느껴졌다.

동시에 양키스의 타자들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라면 다음 FA에선 내셔널리그로 떠날 거야.’

단 1구 만에 강송구의 위대함을 느낀 그가 이번에는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깔끔한 블로킹.

양키스는 혹시나 포수가 바뀌며 생긴 틈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강송구는 딱히 포수를 따지는 투수가 아니었고, 바비 데 프랑크도 수비가 부족한 포수는 아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위닝샷으로 날아든 스플리터를 잡아낸 바비 데 프랑크가 흡족한 표정으로 강송구에게 공을 던져주었다.

2회 말의 첫 타자를 깔끔히 잡아냈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켄 그니아즈도프스키.

작년 뉴욕 양키스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28살의 중견수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작년 0.303의 타율과 35개의 홈런을 때린 강타자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삼진을 허용하기도 했지.’

비슷한 타율을 갖춘 타자들과 비교해도 삼진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그나마 타격 능력과 반사신경이 좋기에 떨어지는 공에도 잘 반응하는 켄 그니아즈도프스키였다.

‘하지만 저 좋지 않은 선구안은 나이를 먹으며 점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하겠지.’

저 선구안을 잘 후벼 파야 했다.

그리고 강송구는 선구안이 좋지 않은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투수였다.

적극적으로 바깥족 승부를 가져가는 강송구.

공 한 개에서 한 개 반 사이를 오가는 제구로 타자의 눈을 속이던 강송구가 2-2의 상황에서 날카롭게 떨어지는 너클 커브를 던지며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떨어지는 공에 시원하게 헛스윙한 켄 그니아즈도프스키가 고개를 절레 흔들며 타석에서 빠져나왔다.

-깔끔한 삼진!

-캉이 집요한 바깥쪽 승부로 켄 그니아즈도프스키를 돌려세웁니다. 특히 마무리를 지었던 너클 커브가 정말 절묘한 코스로 떨어졌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기대되는 매치업이 진행됩니다.

-브라이스 하퍼와 캉의 대결이군요.

6번 타자 브라이스 하퍼.

이번 이닝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타자인 그가 길게 숨을 내뱉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필라델피아에서 나와 보스턴에서 1년을 뛰고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양키스의 일원이 되었다.

작년 시즌은 0.223의 타율을 기록했으나, OPS는 0.841로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입증한 시즌이었다.

그리고 올해 그는 확연한 에이징커브를 보여주며 최악의 모습을 양키스의 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1할대의 타율에 OPS도 6할대.’

예전 괴물처럼 날뛰던 브라이스 하퍼는 없었다.

그런데도 무시할 수 없었다.

최악의 타율과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그가 양키스에서 주전을 보장받는 이유.

‘장타력 때문이지.’

벌써 11홈런을 때린 브라이스 하퍼였다.

작년보다 빠른 홈런 페이스.

그는 마지막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초구는 바깥쪽 싱커.

강송구는 브라이스 하퍼의 장타력을 주의했다.

빠악!

“파울!”

초구부터 배트를 내두른 브라이스 하퍼가 파울이 된 타구를 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에겐 이 초구가 강송구를 상대로 유일하게 장타를 때려낼 기회였었다.

그 기회를 잃은 순간.

그는 더는 강송구의 공을 때려낼 수 없었다.

부우우웅!

시원하게 돌아가는 배트.

브라이스 하퍼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완벽한 슬라이더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히 2회 말을 정리한 강송구.

그가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제야 브라이스 하퍼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정말 은퇴를 할 때가 다가왔다고 말이다.

이닝이 끝났다.

다시 마운드에 오른 데이비드 몰리나.

3회 초.

양키스의 수비가 계속 이어졌다.

-생각보다 양키스의 수비가 단단합니다.

-데이비드 몰리나 선수가 이번 이닝에는 적극적으로 야수들의 수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힘겹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겁니다.

두 번의 내야 땅볼.

그리고 마지막은 외야 플라이 아웃.

겉으로 보기에는 깔끔히 이닝을 끝낸 것 같았지만, 데이비드 몰리나의 등은 땀으로 흥건했다.

반대로 강송구는 달랐다.

그는 3회 말을 순식간에 지원했다.

삼진만 2개.

내야 뜬공으로 마무리.

이번 이닝에 쓴 투구수도 고작 11개였다.

그의 등은 아직도 뽀송뽀송했다.

점점 지쳐가는 데이비드 몰리나와 달랐다.

정신적으로 조금 지친 상황.

4회 초 투 아웃의 상황.

데이비드 몰리나는 결국 발을 삐끗하며 실수를 허용했다. 그리고 그 실수는 큰 타구가 되었다.

-3 대 0으로 달아나는 라스베이거스!

-아! 데이비드 몰리나의 실투가 나왔습니다!

데이비드 몰리나는 팀의 타선이 저 괴물을 상대로 1점을 빼앗을 때까지 버티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건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괴물은 절대 무너지지 않아.’

저 괴물은 절대 1점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말이다.

4회 초.

점수는 3 대 0.

아직 남은 아웃은 하나 남아 있는 상황.

데이비드 몰리나가 불펜 투수에게 공을 넘기고 터덜터덜 마운드를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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