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59화 (159/198)

#159. 광란의 5월(1)

[이번 시즌 첫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강송구!]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준 강송구!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그가 보여줄 활약은 얼마나 대단할까?]

[강동렬 전 감독, ‘강송구 더 잘 던지려면 팔 각도 좁혀야…….’]

[미키 스토리 라스베이거스 감독, ‘이번 시즌에도 퍼펙트게임을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이렇게 이른 시기는 아니었다.’]

[강송구, ‘싱커와 컷 패스트볼의 컨디션이 좋았던 것이 이번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강송구 14K 퍼펙트게임 기록!]

-이제는 그냥 좀……. 덤덤하다.

-ㅋㅋㅋㅋ 이제 퍼펙트게임은 시즌마다 한 번씩은 있는 강송구 전용 이벤트 느낌임ㅋㅋㅋ

-그것보다 라스베이거스가 위닝시리즈 잡으면서 서부지구 1위까지 올라가네.

-충분히 올라갈 팀이긴 했음.

-근데 요즘 알서부도 좀 쌔네;

-ㅇㅇ 무시할 수 없지. 알동부가 예전 기세를 잃은 만큼 알서부 경쟁이 치열해진 느낌임.

-그것보다 강송구 다음 경기 누구랑 붙냐?

-클리블랜드일걸?

-홀리 쉬잇! 이번 건 꼭 생방으로 봐야지.

-캬……. 퍼펙트게임이 이렇게 임팩트가 없을 수 있지? 이제는 그냥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네.

-처음 퍼펙트할 때는 9시 뉴스에도 나왔는뎈ㅋㅋㅋ 이제는 그냥 스포츠뉴스에 ‘강송구 선수가 올 시즌 첫 퍼펙트게임을 기록했습니다.’로 퉁치넼ㅋㅋㅋㅋ

-앜ㅋㅋㅋ 퍼펙트 쉬운 거 아니냐곸ㅋㅋㅋ

* * *

4월의 마지막 등판.

강송구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7이닝 14K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고 투구폼이 조금 흐트러진 것을 깨닫고 강송구가 먼저 자중한 것이다.

거기다 여유도 있었다.

점수는 6 대 0으로 라스베이거스가 앞서고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야구에서 확신은 금물이다.

-여기서 역전이 나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불펜이 오늘은 무너집니다!

-7 대 6으로 뒤집히는 경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승리를 거둡니다! 대단합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역전승.

강송구가 이번 시즌 첫 노 디시전을 기록했다.

물론, 클리블랜드의 승리는 여기까지였다.

연이은 2경기에서 모두 패배를 기록.

루징시리즈를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며 지구 1위를 확고히 지켜냈다.

그리고 찾아온 5월.

강송구는 다시금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시카고 화이트 삭스.

-미스터 제로! 또 삼진! 또 삼진!

-오늘도 단 하나의 점수도 내주지 않고 있는 캉입니다! 화이트삭스의 타자들이 맥을 못 추네요.

-말씀드리는 순간 내야 뜬공으로 이번 이닝의 마지막 아웃을 잡아내는 캉입니다.

마운드를 내려오니 박준호가 반겼다.

그는 최근 경기에서 차근차근 백업으로 출전하며 자신의 경기 출전시간을 늘리고 있었다.

“나이스 피칭.”

“감사합니다.”

말은 없었지만 두 사람 사이는 작은 끈이 있었다.

그건 아마도 같은 국가 출신이라는 ‘지연’에 가까운 무엇인가일 확률이 높았다.

물론, 강송구는 그 부분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경기에 집중할 뿐.

하지만 박준호는 달랐다.

그는 이 지연에 가까운 무엇인가를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는 마음이 급했다.

적어도 메이저리그라는 이 리그에서 작은 족적이라도 하나 남기고 싶어 했다.

“저……. 송구야.”

그래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강송구에게 물었다.

그래서 자존심을 버렸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인 강송구에게 물어본 것이다.

타자로서의 박준호는 어떤 선수인지를 말이다.

당연히 강송구는 답해주었다.

박준호의 심장을 쑤시는 덤덤한 말로.

* * *

박준호.

좋은 선수다.

현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 수준의 타격 능력과 수비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니까.

라스베이거스에서 백업으로 활약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수준의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보자면 그뿐이었다.

타격과 수비를 빼면 다 약점이다.

장점이던 장타력은 실종되었으며, 장타력이 부족한 주제에 발도 평균보다 느렸다.

사실, 수비도 경험을 통해 탄탄해진 것이지 느린 발 때문에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거기다 포지션의 경쟁자가 호세 피자로, 제프 브레넌, 브랜든 마쉬라는 걸출한 강타자들이다.

특히 호세 피자로는 압도적인 장타력으로 팀 내 최고의 홈런타자라 불리고 있으며, 제프 브레넌과 브랜든 마쉬도 최소한 매 시즌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줄 능력은 갖췄다.

하지만 박준호는 그런 게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오늘 강송구에게 물었다.

자신은 어떤 타자냐고.

물론, 돌아온 대답은 그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

“손쉬운 먹잇감입니다.”

덤덤한 그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모두 흘렀다.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강송구.

박준호는 더그아웃에 앉아 그를 바라봤다.

압도적이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타선은 오늘 강송구를 상대로 9이닝 동안 안타를 고작 3개밖에 빼앗지 못했다.

무실점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고 말이다.

-경기 끝납니다! 캉이 이번 시즌 3번째 완봉승을 거두며 라스베이거스의 승리를 견인합니다.

-지난 경기와 다르게 이번에는 스플리터와 너클 커브가 정말 날카로웠습니다.

-그렇죠. 특히 오늘 스플리터는 예전 양키스의 선발이었던 다나카 마사히로의 전성기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다.

박준호는 조용히 그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팀에 묻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이 팀이라면 그를 월드시리즈까지 이끌겠지.

하지만 그래서야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이 팀에 작은 기여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가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타격 자세를 잡았다.

부우웅!

허리 통증과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포기했던 과거 슬러거로 활약했을 시절의 타격폼.

그 타격폼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후우…….”

그의 몸이 비명을 지른다.

이러다가는 진짜 얼마 뛰지 못하고 망가진다고.

무릎과 허리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통증이 말한다.

그가 꿈꾸던 마흔까지의 선수 생활이 날아간다고.

하지만 박준호의 두 눈은 활활 타올랐다.

그래, 어차피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

“제대로 불태워야지.”

* * *

-와…….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우효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작은 고슴도치의 눈앞에는 과거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던 거포가 시원하게 배트 플립을 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셧다우우우운! 주노 팍이 시즌 첫 홈런을 때립니다!

-오늘 경기에서 전혀 다른 타격 폼을 가져왔던 주노 팍이 자신의 장타력을 마음껏 뽐냅니다.

-일본에서 활약할 시절에는 이런 유형의 타자가 아니었는데……. 마치 뭔가 각성한 것처럼 엄청난 장타력을 보여줍니다.

타격폼이 바뀌었다는 것 하나로 선수가 바뀌었다.

몇몇 이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타격폼 하나로 성적이 바뀌겠냐고.

하지만 이 타격폼이 조금 바뀜으로 인해서 성적이 크게 변한다는 사실을 사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다.

“팍이 완전히 달라졌군.”

“그의 전담 피지컬 트레이너인 초이에게 물어봤더니 과거 한국시절에서 뛸 때 보여주던 타격자세라더군요.”

“과거의 슬러거가 예전 타격폼을 되찾았다……?”

미키 스토리 감독이 묘한 표정으로 턱을 쓸었다.

확실히 독기를 품은 베테랑은 달랐다.

앞선 경기에서 단 하나의 장타도 기록하지 못했던 박준호는 오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경기를 휩쓸었다.

[박준호의 변화! 한국 최고의 거포가 돌아왔다!]

[시즌 1,2호 홈런을 같이 때려낸 박준호!]

[박준호의 활약으로 승리를 거둔 라스베이거스! 이번 시즌 첫 5연승을 이어나가다.]

[라스베이거스의 질주! 5월 3일부터 시작된 연승!]

[환상적인 6연승! 라스베이거스의 질주는 언제 끝나나?]

[강송구, 7이닝 8K 무실점 호투! 시즌 6승을 거두다!]

[강송구, 58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 이제 오렐 허샤이저의 대기록까지 남은 이닝은 단 1이닝뿐!]

박준호가 자신의 마지막 불꽃을 활활 태우기 시작하자 동시에 그와 경쟁하던 주전 외야수들도 바짝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특히 우익수와 중견수를 같이 보던 토미 리브스는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자 평소와 다르게 밤까지 남아 추가 훈련까지 시작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 발버둥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광란의 5월! 라스베이거스 10연승!]

[벌써 26승! 지구 2위인 오클랜드와 4경기 차이.]

[작년과 다른 느낌의 라스베이거스! 5월부터 7할 승률에 도달한 유일한 AL 메이저리그 팀.]

[강송구! 시즌 7승과 팀의 11연승을 위해 마운드에 오르다.]

박준호로 시작된 열기.

그 열기가 선수단 전체를 뒤덮었다.

덕분에 라스베이거스는 여름이 오기 전부터 활활 타오르며 10연승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강송구의 등판일.

그가 팀의 11연승을 위해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등판을 하게 되었다.

* * *

볼티모어 오리올스.

올해만큼은 다르다며 바짝 힘을 준 그들은 예상과 다르게 AL 동부지구 2위에 멈춰있었다.

분명히 많은 발전이 있었다.

유망주였던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고.

FA로 나쁘지 않게 선수를 수급했다.

그렇다면 분명히 AL 동부지구 1위로 올라섰어야 할 팀은 다른 팀도 아닌 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2위에 있다.

“망할 양키스.”

그래, 그놈의 악의 제국.

분명히 리툴링도 망한 양키스가 어째서 자신들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유망주? 오리올스가 더 크게 터졌다.

FA로 선수 수급도 자신들이 더 잘했다.

거기다 기존의 선수들도 양키스보다 자신들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크리스 감독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르다.

덕분에 팬들은 ‘이거 감독 탓 아니냐?’라며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을 물어뜯고 있었다.

그게 크리스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 탓은 무슨……. 다 선수들 잘못이지.”

팀의 주전 중견수인 에릭 커가 그때 공을 놓치지 않았다면 한 경기 정도는 잡았을 것이다.

팀의 에이스인 앙헬 풀리도가 개막전에서 엉망인 피칭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1승을 더 가져갔겠지.

마무리인 J.R 웨버가 그 중요한 순간에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 양키스를 넘어 지구 1위를 차지한 것은 볼티모어 오리올스였을 것이다.

그래, 크리스 리차드 감독의 오리올스가 말이다.

아무튼, 그가 다음 일정을 살폈다.

“하필이면 다음 상대가 그 괴물이라니…….”

10연승을 이어나가는 기세가 좋은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에이스가 이번 3연전에 등판한다.

그것도 이번 시즌 58이닝 연속 무실점을 이어나가며 오렐 허샤이저의 대기록까지 단 1이닝을 남겨둔 괴물이 말이다.

그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작은 망상도 꿈꾸고 있었다.

자신이 라스베이거스의 연승도 끊고 강송구에게 첫 패배를 안긴다면 평가가 바뀌지 않을까?

“위대한 감독 크리스 리차드.”

자신의 이름을 곱씹은 크리스 감독.

그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의 전임 감독인 브랜든 하이드가 작년에 강송구 때문에 탈모에 걸려 고생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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