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58화 (158/198)

#158. 미스터 제로!(6)

슈우우욱 펑!

가죽을 때리는 우렁찬 소리가 들려온다.

777 베가스 그라운드를 찾은 홈팬들은 4회 초에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준 강송구를 보며 주먹을 움켜쥐거나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이미 승기는 넘어갔다.

강송구가 실투를 연이어 3번 던지지 않는 이상.

이 경기는 절대 뒤집힐 수 없었다.

물론, 야구에서 ‘절대’란 말은 없지만…….

지금 강송구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른 이들은 확신이라는 것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강송구가 무너지지 않을 거인처럼 보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깔끔한 삼진.

우효는 허탈한 표정을 지르며 타석을 빠져나가는 애슬레틱스의 타자를 보며 성을 냈다.

-야! 근성이 없어! 근성이! 어! 막! 번트로 시도하고! 어!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서 일부러 공에 맞으려고도 하고! 어!

우효의 말을 듣던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만약 네가 사람이었다면 훌륭한 야구 감독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군.’

헤벌쭉.

우효가 칭찬을 듣기 무섭게 씩 웃었다.

-그래? 역시……. 야구의 요정 짬밥이 어딜 가지 않는다니까. 내가 고슴도치 계의 요기 베라야!

‘고슴도치 계의 김근성이 아닐까?’

그제야 강송구가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 아닌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우효가 발끈했다.

-야! 너도 벌투로 9이닝까지 300구 던져볼래?

‘그게 가능하다면 해보고 싶군.’

-으이이이익!

분노로 가시를 부르르 떠는 우효.

이윽고 4회 초의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오클랜드의 3번 타자인 이스마엘 메나.

그가 매서운 눈으로 강송구를 노려본다.

하지만 노려만 본다고 모두가 공을 때려낼 수 있었다면 메이저리그에 마이크 트라웃만 수십 명은 넘지 않았을까.

초구.

강송구가 공을 던졌다.

날카롭게 꺾이는 싱커.

이스마엘 메나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요즘 강송구가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싱커는 많이 던지는 만큼 다양한 궤적으로 꺾였다.

그야말로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에 어울리는 듯한 모습에 이스마엘 메나가 혀를 찼다.

‘여기서 더 성장할 게 남았다고?’

더 무서운 것은 이렇게 끝내주는 공을 던지면서도 실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대단하던 마스터도 100구 던질 때 3~4번쯤은 실투를 던졌었는데……. 이 괴물은 그런 작은 틈도 없으니 문제지.’

따악!

3구째 날아든 스플리터를 높게 띄웠다.

하지만 이스마엘 메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공이 외야를 벗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웃!”

내야 뜬공을 바라보던 이스마엘이 조용히 헬멧을 벗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점수는 계속해서 2 대 0.

아직 사람들의 뇌리에는 ‘퍼펙트게임’이라는 단어가 생겨나지 않고 있었다.

그걸 확신하기에 너무 이른 시간대니까.

4회 말.

매켄지 고어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앞선 이닝에서 흔들린 그는 이번 이닝에서는 절대 흔들리지 않겠다 다짐하며 공을 던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순식간에 삼진 3개로 4회 말을 삭제한 매켄지 고어가 주먹을 움켜쥐며 다시금 오클랜드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커모오오온!”

“이거지! 이거야!”

“할 수 있어! 조금만 집중하자!”

오클랜드의 더그아웃이 모처럼 떠들썩하다.

그들은 베테랑이자 팀의 에이스인 매켄지 고어의 삼진쇼에 다시금 희망을 되찾은 것 같았다.

문제는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괴물이라는 점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4회 말에 매켄지 고어가 보여줬던 삼진쇼를 투구수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따라 한 강송구.

기세를 되찾았던 오클랜드의 더그아웃이 마운드에 선 거인의 삼진쇼에 침묵했다.

“후우…….”

앞선 이닝에 무리하게 삼진을 잡으려 체력을 제법 소모했던 매켄지 고어가 눈을 찌푸렸다.

‘저 괴물 같은 자식…….’

순식간에 지워진 5회 초.

매켄지 고어가 글러브를 들었다.

5회 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그는 4회 말에 체력을 크게 소모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빠아아악!

공을 던지기 무섭게 들려오는 큰 타구음.

매켄지 고어가 두 눈을 감으며 고갤 숙였다.

* * *

5회 말을 막고 내려가는 매켄지 고어의 어깨가 평소보다 훨씬 내려가 있었다.

5이닝 4실점.

그게 오늘 매켄지 고어의 성적이었다.

동시에 6회 초가 찾아오기 무섭게 사람들은 강송구가 도전하는 대기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까지 남은 이닝이 고작 4이닝이었으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강송구는 몇 번의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괴물이었기에 가능성도 충분했다.

6회 초의 선두타자는 오웬 콥.

작년 0.237의 타율과 17개의 홈런을 때렸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상대.

강송구가 초구는 던졌다.

너클볼이었다.

“볼!”

존에서 빠지는 너클볼을 보고 오웬 콥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잠깐 강송구를 바라봤다.

‘미친놈인가?’

2구째.

강송구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스플리터가 ‘뚝’ 아래로 떨어지며 타자의 배트를 피했다.

순간적으로 배트를 내밀던 오웬 콥은 움찔 몸을 떨며 급히 공의 궤적을 쫓았으나 이미 늦었다.

3구째는 몸쪽 슬라이더.

이걸로 끝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강송구가 깔끔하게 6회 초의 첫 번째 아웃을 잡아냈다.

[중계창]

-와; 진짜 공이 살벌하네.

-오늘 갑자기 왜 저래? 오클랜드 박살을 낼 것처럼 무섭게 공을 던지네;

-ㅋㅋㅋㅋ 아! 오클랜드쉑 오늘 잣됐다구!

-진짜 퍼펙트 할 생각인가보다.

-ㅇㅇ 그거 아니면 초구부터 너클볼을 던질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오늘 강송구가 날 잡고 퍼펙트로 오클랜드 기강을 좀 잡으려고 하는 듯.

-아닠ㅋㅋ 기강을 왜 퍼펙트로 잡음?ㅋㅋㅋ

살벌한 강송구의 피칭에 경기를 지켜보던 야구팬들은 고개를 절레 흔들며 오클랜드의 안위를 기도했다.

물론, 기도는 기도일뿐이었다.

빠각!

“아웃!”

강송구의 컷 패스트볼에 배트가 부러진 타자가 허탈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타자를 상대로 강송구는 이번에 78㎞/h의 이퓨스를 초구로 던졌다.

[중계창]

-아닠ㅋㅋ 오늘 강송구 미쳤냐궄ㅋ

-진짜 오클랜드를 박살 내겠다는 의지가 저 이퓨스에서 느껴진다. 나도 그릇에 물 담아서 오클랜드를 위해서 기도를 해야 할 것 같음. 개 불쌍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78마일이 아니라……. 78㎞/h요?

-48마일이라닠ㅋㅋ 엌ㅋㅋ

-강송구가 던졌던 슬로우 커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짜 오늘 뭔가 삘이 온 건가?

-오클랜드가 개 불쌍하네;

우효는 고슴도치용 스마트폰을 보며 생각했다.

야구팬들의 반응처럼 불쌍했다.

오클랜드의 선수들이 말이다.

저 괴물의 먹잇감이 되어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희생양이 되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뿌듯함도 느꼈다.

-우후후후후!

흐릿한 웃음.

우효의 두 눈이 번뜩였다.

-정배는 승리한다.

스마트폰을 조작해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들어간 우효가 라스베이거스의 승리에 들어간 돈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때마침 6회 초의 두 번째 아웃이 잡혔다.

위닝샷으로 던진 공은 너클 커브였다.

-환상적인 너클 커브!

-오늘 캉이 작심을 하고 나온 것 같습니다.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도 깔끔히 잡아낸 강송구.

6이닝 동안에 한 명의 주자도 1루로 보내지 않은 그가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굳은 표정의 오클랜드 선수들.

하지만 이 악몽은 끝이 아니었다.

이 악몽은 현재진행형이었다.

* * *

8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미치겠군.”

“저 괴물은 질리지도 않나? 또 퍼펙트게임이야?”

“제발……. 거기는 작아야 해.”

“미안하지만 저 덩치라면 거기도 클 거야.”

“미친 새끼들.”

오클랜드의 선수들은 8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르는 강송구를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비슷한 표정을 라스베이거스의 야수들도 짓고 있었다.

그들은 부담감을 느꼈다.

“여기서 실수하면 죽을지도 몰라.”

“난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1호 총격에 사망한 야구선수라는 불명예를 가지기 싫다.”

“저기 보라고……. 카디안이 고개를 더 숙였어.”

“저 수비 괴물이 집중력을 저렇게 끌어올린 것을 보니 우리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는 건 사실이군.”

덕분에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은 고요했다.

투수가 중요한 기록을 앞두고 있는데 누가 타격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야수들 전부 수비에만 자신의 모든 집중력을 쏟아 넣으며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퍼펙트게임이 뭐길래…….

우효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그런 라스베이거스의 야수들을 힐끗 바라보며 고갤 흔들었다.

마운드에 올라선 강송구.

그의 등은 어느 때보다 넓어 보였다.

보통은 마운드에 오른 투수를 고독하다고 표현할 때가 있는데, 지금 마운드에 있는 강송구는 고독하다는 말과 전혀 어울리는 느낌이 아니었다.

-고독보다는……. 패도적이지.

무협지의 천마라는 양반처럼 말이다.

-나중에 천마 군림보나 결제해서 봐야지.

초구로 던진 공을 타자가 때려내기 무섭게 타구가 파울라인을 넘어 관중석 쪽으로 떨어졌다.

공을 잡기 위해 달린 알프레도 나바로가 공을 놓치기 무섭게 삼루수 쪽 관중석에 있던 아이가 소리쳤다.

“알프레도! 그 공을 놓치면 어떻게 해요? 그런 공은 리틀야구단의 백업인 저도 잡는다고요!”

알프레도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다음 타구를 환상적인 다이빙으로 잡아내자 아까 그 꼬마가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역시! 알프레도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삼루수에요! 리틀야구단 백업 출신인 저는 따라 할 수 없는 슈퍼스타라구요!”

알프레도는 생각했다.

오늘 경기에서 실책을 범하면 진짜 죽겠다고.

저 아이의 모습만 봐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수비에 집중했다.

다행히 남은 아웃은 강송구가 삼진으로 깔끔히 잡아내면서 8회 초가 깔끔히 끝났다.

“애한테 쿠사리먹은 느낌이 어때?”

“쿠사리? 그게 무슨 뜻이야?”

“일본어야. 핀잔먹는다는 뜻이지.”

“정말?”

“몰라, 초이에게 들은 이야기거든.”

조던 델가도의 손끝에는 해바라기 씨를 우적거리고 있는 최준호가 있었다.

알프레도는 고갤 절레 흔들었다.

8회 말은 순식간에 끝났다.

수비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타석에서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기에 라스베이거스의 공격은 금방 끝났다.

9회 초.

다시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굳은 표정의 야수들.

그리고 아까보다 훨씬 조용해진 777 베가스 스타디움이 마운드로 향하는 강송구를 반겼다.

길게 숨을 내뱉는 강송구.

곧 타석에 타자가 들어섰다.

강송구가 공을 던졌다.

이번에도 오른손이었다.

9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87마일의 고속 슬라이더.

78마일의 커브.

마지막으로 95마일의 컷 패스트볼.

순식간에 첫 번째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가 표정 변화 없이 다음 타자를 맞이했다.

그를 보며 오클랜드의 선수들이 고갤 흔들었다.

몇몇 선수는 몰래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이미 경기가 끝났다는 것을 깨닫고 체념한 것이다.

다음 상대로는 너클볼만 3구 던졌다.

타석에 선 타자는 매서운 눈으로 강송구를 노려봤으나……. 결국 결과는 삼진 아웃이었다.

위닝샷은 몸쪽 싱커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제 남은 아웃은 단 하나.

하지만 강송구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빠르게 초구를 던진 강송구.

타자가 빠르게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투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공.

타자는 어떻게든 강송구의 기록을 깨기 위해서 빠르게 1루로 달렸으나 이미 늦었다.

“아웃!”

공을 잡아낸 강송구가 빠르게 1루로 송구.

일루심은 공이 일루수의 미트에 들어가는 것을 보기 무섭게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웃!”

그와 동시에 더그아웃에 있던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이 모두 필드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2032시즌 4월 22일.

강송구가 또 하나의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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