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미스터 제로!(4)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벌써 삼진을 잡는 소리만 여러 번.
강송구는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라 LA 에인절스의 타자를 그야말로 ‘도륙’하고 있었다.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을 찾은 에인절스의 홈팬들은 저 악랄한 거인의 피칭에 비명을 질렀다.
“Fxxk! 저 망할 녀석을 때려 부수라고!”
“왜 저 녀석에게서 점수를 못 빼앗는 거야?”
“커모오오오온! 제발 힘을 내라고!”
따악!
이번에는 제법 큰 타구가 나왔다.
하지만 기대를 하던 에인절스의 홈팬들은 중견수인 제프 브레넌이 가볍게 뜬공을 처리하자 자리에 주저앉고서는 에인절스의 선수들을 욕했다.
“멍청한 새끼들!”
“그거 하나 못 때려? 점수 하나만 뺏으라니까?”
“X같은 팀! X같은 선수!”
투수가 던진 체인지업에 배트를 휘두른 에인절스의 타자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강송구가 다음 피칭을 준비했다.
-진짜……. 이를 악물고 덤벼드네.
우효는 지난 경기에서 강송구가 했던 인터뷰를 떠올리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확실히 매섭게 달려드는군.’
-그러니까 누가 도발을 그렇게 하래?
우효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물론, 강송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건 어찌 보면 다짐이었다.
실패하더라도 최대한 지키고픈 다짐.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또 삼진! 오늘 캉이 환상적인 삼진쇼를 보여줍니다! 6회 말까지 잡아낸 삼진만 12개입니다!
-지난 인터뷰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증명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입니다!
-깔끔한 체인지업에 마무리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타자의 배트를 잘 유인했네요.
모든 게 잘 흘러간다.
하지만 강송구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방심하는 순간……. 외야를 넘어가는 타구를 구경하게 되는 괴물들의 리그.’
에인절스의 타자들은 8회 말까지 방심 없이 마운드를 지키던 강송구를 보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9회 말.
마무리 투수인 C.J 포스터가 마운드에 올라 3 대 0의 스코어를 지키며 라스베이거스의 승리를 견인했다.
[강송구 시즌 3승!]
[8이닝 15K 무실점을 기록한 강송구!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의 다짐을 지켜내다!]
[질주하는 라스베이거스! AL 서부지구 3팀 모두 8승 3패로 공동 1위에 오르다.]
[2승 2패! LA 에인절스 4연전에서 위닝 시리즈를 가져가지 못한 라스베이거스!]
[강송구의 다음 상대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강송구! 진정한 미스터 제로를 꿈꾸다!]
-가즈아아아아! 미스터 제로!
-진짜 포부랑 배짱 하나는 인정한다.
-ㅋㅋㅋㅋ 토토하는 야붕이가 인정해 봤자 뭐함? ㅋㅋㅋ 그리고 이미 지난 시즌에 성적으로 증명한 선수를 뭐? 인정한다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야붕이가 인정해 봤자 강송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구욬ㅋㅋㅋㅋㅋ
-그만 놀려라! ㅡ,.ㅡ 그래도 내가 강송구보다 나은 점이 하나 정도는 있음.
-뭔데?
-난 여친이 있고, 강송구는 여친이 없음ㅋ
-폰여친은 아니구?ㅋㅋㅋㅋㅋ
-응, 이 뉴스 보고오셈. -주소창-
-‘공개적으로 강송구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글로벌 재벌녀의 사진’ 이거 라스베이거스 새 구단주 아니냐?
-ㅇㅇ맞음 캐롤 웰링턴임.
-미쳤네; 할리우드 배우인 줄;;
-아뉘;; 금발 미녀에 재벌이라구? 돌았자너;;
-와; 부럽네……. 몸매도 미쳤네.
-강송구……. 넌 이제부터 사상 최악의 투수다.
-이딴 놈이 작년 AL 사이 영 컨텐더라고? 본인은 크게 실망했다 강송구! 프로라면 근본이 있어야 한다고!
-넌 최고의 투수가 아니다! 최악의 투수다! 강송구!
-역사상 가장 최악인 투수……. 그 이름은 강.송.구.
-야붕이 모든 부분에서 강송구에게 밀리네?
-야붕아……. 울어? 우냐? ㅋㅋㅋ 아닠ㅋㅋ 우냐곸ㅋㅋ
-앜ㅋㅋ 야붕이 그만 놀려 운닼ㅋㅋ
-X발…….
에인절스 원정을 끝내고 홈으로 돌아온 라스베이거스 선수단은 하루 쉬고 홈에서 애슬레틱스를 맞이하게 되었다.
작년과 다르게 이번 시즌 초반부터 제법 승수를 쌓아가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현재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지구 승률 동률을 이루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두 팀이 지구 1위를 두고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강송구의 맞대결 상대는 작년에 그와 승부에서 무너졌던 오클랜드의 에이스이자 아직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노장인 매켄지 고어였다.
[다시 마주한 두 에이스!]
[강송구 vs 매켄지 고어! 에이스 맞대결!]
[AL 서부지구 1위를 가르는 라스베이거스에 매우 중요한 홈 3연전!]
[에이스 매치는 3연전 마지막 경기에 펼쳐진다!]
[매켄지 고어,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시간은 흘러 오클랜드 3연전의 첫날이 밝았다.
켄 크로윈과 제수스 루자르도의 맞대결.
제수스 루자르도는 솔리드한 3선발로 작년에 메이저리그에서 7승 10패 159.1이닝 ERA 4.07을 기록했었다.
1차전.
두 투수의 호투가 이어졌다.
-제수스 루자르도! 깔끔한 체인지업입니다!
-이거죠! 이런 체인지업을 가졌기에 작년을 제외한 7시즌 동안 꾸준히 10승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제수스!
제수스 로자르도는 6.2이닝 2실점의 호투를 보여주며 오클랜드의 마운드를 확실히 지켰다.
반대로 켄 크로윈은 6.1이닝 4실점이라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결국 시즌 2패를 기록했다.
덕분에 이번 3연전의 1차전은 4대3으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승리를 가져갔다.
[오클랜드 1위로 올라서다!]
[오클랜드는 어떻게 강해졌는가?]
[2차전에서 승리해서 스윕을 노리는 애슬레틱스!]
4월 21일.
2차전이 펼쳐졌다.
오클랜드는 블레이크 아담스를 선발로, 라스베이거스는 존 바예호를 선발로 내세웠다.
두 팀 모두 5선발급 투수가 마운드를 오른 상황.
하지만 두 팀의 투수는 자신들의 기량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존 바예호의 호투가 인상적이었다.
-환상적인 체인지업!
-존 바예호가 오늘 경기 7번째 삼진을 잡아냅니다! 컷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한 피칭에 제대로 먹혔어요.
-문제는 마땅한 서드 피치가 없다는 점이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존 바예호라면 충분히 그러한 단점을 금방 채울 수 있을 겁니다. 재능이 있는 선수예요.
7이닝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
존 바예호의 호투를 힘입어 라스베이거스가 1차전의 패배를 제대로 만회했다.
블레이크 아담스도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지만, 존 바예호가 더 뛰어난 피칭을 보여줬다.
이번 3연전의 결과가 결정될 마지막 경기.
모두의 시선이 강송구와 매켄지 고어에게 향했다.
* * *
대단한 투수다.
저런 자신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작년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도.
모두 자신은 할 수 없는 종류의 능력이다.
하지만 매켄지 고어는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는 결국 붙어봐야 아는 거니까.”
이제 서른셋에 접어든 나이.
노장이라기엔 아직 5년은 더 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매켄지 고어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악력은 충분했다.
아니, 작년보다 더 좋아졌다.
어깨도 아직 문제없었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도 제법 좋아졌다.
이 상태를 잘 유지하면 자신이 생각한 나이까지 계속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후으……. 잘할 수 있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그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렇게라도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만큼 압박감이 상당했다.
이윽고 1회 초가 시작되었다.
마운드에는 강송구가 올라왔다.
‘지난 시즌보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다니……. 저 괴물에게 한계란 존재할까?’
모르겠다.
더 허탈한 것은 저 괴물이 쉽게 야구를 할 수 있음에도 방심하지 않고 어렵게 야구를 하고 있었다.
로케이션이나 볼 배합을 생각하지 않는 구위로 찍어누르는 피칭을 해도 그를 잡아낼 타자는 몇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송구에게 그런 것은 없었다.
조금 어렵게 돌아갈 필요가 있을 때 강송구는 과감히 자신이 가진 것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더 상대하기 어렵고 무서운 투수였다.
“스트라이크!”
1회 초.
강송구가 애슬레틱스의 1번 타자인 브라얀 부엘바스를 상대로 초구부터 날카로운 공을 꽂아 넣었다.
작년보다 훨씬 좋은 공을 오른손으로 던짐에도 강송구는 천천히 타자의 피를 말려갔다.
“저러니 타자가 조급해질 수밖에 없지.”
매켄지 고어의 두 눈이 반짝였다.
마운드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이 상당한데, 그런 투수가 차근차근 볼 카운트로 타자를 압박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결과는?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타자가 스스로 무너진다.
브라얀 부엘바스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강송구와 자신의 배트를 번갈아 바라보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다음 상대는 2번 타자 미사엘 우르비나.
미네소타 트윈스의 백업 외야 멀티 자원이었던 그는 올해 애슬레틱스와 3년 3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오클랜드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준수한 갭 파워와 선구안이 장점으로.
필요할 때 장타를 때려줄 수 있는 클러치 능력까지 있는 연봉 대비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는 가성비 선수였다.
바깥쪽을 공략하는 강송구.
90마일 초반의 구속과 다르게 평균 94마일 근처의 공을 던지는 강송구의 포심 패스트볼은 이제 알아도 쉽게 때리기 힘든 구위를 갖춘 위력적인 무기가 되었다.
덕분에 강송구는 더 노골적으로 바깥쪽 존에 공을 넣었다 빼며 타자를 농락할 수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원래라면 볼이 될 코스.
하지만 미사엘은 그 코스로 빠지는 스플리터에 속아 허무하게 카운트를 하나 내주었다.
5구째까지 이어진 승부.
강송구의 위닝샷은 몸쪽 컷 패스트볼이었다.
빠각!
-배트가 그대로 부러지면서 투수 정면으로!
-캉이 공을 잡고 1루로!
-1회 초 두 번째 아웃을 컷 패스트볼로 잡아낸 캉입니다.
미사엘 우르비나는 제대로 노리고 쳤음에도 컷 패스트볼의 구위에 배트가 부러진 것을 보며 이를 꽉 물었다.
‘Fxxk! 충분히 때려낼 수 있는 타구였는데……!’
거기다 그를 더 짜증 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을 잡아냈음에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다음 투구를 준비하는 저 무심함이었다.
‘난 그냥 지나가는 수준의 상대인 건가?’
분한 미사엘 우르비나는 다음 타석을 생각하며 주먹을 꽉 쥐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1회 초의 마지막 타자.
이스마엘 메나가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경기 지명타자로 출전한 그는 시원스럽게 배트를 휘두르며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시원하게 선풍기를 휘두른 뒤에 강송구에게 삼진을 헌납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깔끔하게 끝난 강송구의 1회 초.
매켄지 고어는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담아두다 1회 초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로 향했다.
단단히 각오를 다진 매켄지 고어.
그는 오늘 경기에서 필승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