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52화 (152/198)

#152. 네?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요?(3)

자크 워트는 작년 7월 말에 콜업이 된 투수다.

사실 29시즌에도 콜업했었지만,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마이너로 강등되며 조금 고생을 했다.

아무튼.

보스턴 레드삭스의 선발진이 전반기에 부상으로 절반이 사라진 상황에서 급히 올린 유망주.

당연히 그를 향한 레드삭스 내부 관계자들의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저 적당히 4선발급 활약만 보여주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크 워트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며 결국 7승 10패 ERA 3.25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내야의 수비가 흔들리고,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미진한 상황에서 7승을 거두었다는 것만으로도 차세대 에이스감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거기다 1선발로 뛰던 알렉스 노바가 에이스라는 자리에 부담감을 느끼고 스스로 2선발로 내려왔다.

나머지 유망주 투수들은 부상 여파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며 투수왕국에 근접했던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제 26살의 젊은 투수에게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범경기 성적은 좋았다.

“자크 워트라면 충분히 제 몫을 해주겠지.”

“투 피치라는 게 마음에 걸려.”

“그가 리그에서 롱런을 하려면 체인지업의 완성은 필수야. 지금 가진 체인지업으로 무리지.”

“그래도 패스트볼과 커브만큼은 대단하지.”

최근 부진으로 조급함이 생긴 레드삭스의 팬들.

하지만 그들도 자크 워트를 길게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물론, 대다수의 레드삭스 팬들은 자크 워트가 작은 실수라도 하면 ‘저런 놈이 1선발?’, ‘젠장! 레드삭스는 망했어!’, ‘레드삭스는 이제 끝이야!’라는 말을 내뱉었다.

아무튼.

지금 그런 자크 워트는 1회 초.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듣기는 했다.

대단한 투수라고.

그리고 직접 TV나 전력분석실에 있는 영상자료로 봤던 강송구는 확실히 환상적인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기엔 충분히 해볼 만했다.

‘왼손이라면 모르겠지만……. 오른손이잖아.’

90마일 초반의 구속이라면 때려낼 만했다.

슈우우욱! 펑!

-캉! 초구부터 92마일의 공을 던집니다.

-확실히 구속이 늘었습니다.

-시범경기에서 95마일의 공을 뿌렸었죠?

-맞습니다. 거기다 투구폼도 미묘하게 바뀌었어요. 팔이 더 극단적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마 타자들은 저 92마일의 패스트볼이 95마일의 패스트볼처럼 느껴질 겁니다.

위에서 내려찍는 손.

동시에 강송구의 떠난 공이 매섭게 조던 델가도의 미트로 날아들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93마일의 컷 패스트볼이었다.

보스턴의 선두타자.

토니 페부스가 혀를 내둘렀다.

‘감을 잡을 수 없네.’

전광판에는 92마일이라는 숫자가 떠올랐지만, 그 숫자와 다르게 체감은 95마일처럼 느껴졌다.

거기다 위에서 내려찍는 투구폼에서 나오는 패스트볼의 궤적은 타자의 눈을 더 피곤하게 만들었다.

‘꼭 투석기 같군.’

저 손에서 야구공이 아니라 돌이 날라오는 것 같다.

3구째는 바깥쪽 체인지업.

패스트볼 구속에 정신이 팔린 토니 페부스는 강송구가 던진 체인지업에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캉! 완벽한 체인지업이었습니다!

-그리 큰 궤적을 가진 체인지업은 아니었지만……. 타이밍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2번 타자 레오 코시오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지난 시즌에 0.269의 타율과 26개의 홈런을 때렸던 레드삭스의 강타자입니다.

-투수진이 무너지고 타선도 부상으로 신음할 때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타자입니다.

-사실 레드삭스의 선수들이 모두 건강했다면……. 아마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이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가진 가능성만큼은 대단하죠.

‘아니……. 왜 저 공을 못 치지?’

자크 워트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저 공에 허무하게 물러나는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저 괴물이 대단해도 삼구삼진은 너무하잖아.’

그리고 레오 코시오도 강송구를 상대로 4구 만에 아웃을 헌납하며 타석에서 물러났다.

[중계창]

-역배 찍은 흑우들 없제?

-진짜 보스턴에 역배 간 놈은 솔직히 투자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건실히 돈이나 벌어라.

-침팬치도 이 경기 보고 라스베이거스에 걸겠다.

-ㅋㅋㅋㅋㅋㅋ 아 무지성 토토라구!

-그것보다 고작 2-3마일 구속이 늘어갔다고 레드삭스 타자들이 패스트볼도 제대로 공략을 못 하네.

-투구폼이 바뀌었으니까. 지금 보스턴 타자들은 전혀 다른 투수를 상대하는 기분일걸?

-문제는 저 오른손에 100마일을 던지는 왼손도 있음.

-진짜;; 사람이냐?

-소포모어 징크스?ㅋㅋㅋㅋ 아! 일단 체이스 반 다이크나 넘고 오시라니까요?

몇몇 전문가는 올해 강송구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하며 소포모어 징크스를 언급했다.

하지만 강송구에게 그런 것은 없었다.

-이 괴물이 소포모어 징크스?

우효도 그런 전문가를 비웃었다.

-염병하고 있네.

슈우우우욱! 펑!

순식간에 1회 초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끝냈다.

동시에 그는 시작부터 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기분 좋게 출발할 수 있었다.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자크 워트가 그 모습을 보고 고갤 끄덕였다.

“내 할 것만 하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겠어.”

근거 없는 자신감이 그의 뇌를 지배했다.

* * *

1회 말.

자크 워트는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외야로 넘어가는 타구를 바라봤다.

-제대로 터집니다!

-카디안 스타우트가 기어코 초구를 잡아당겨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94마일의 패스트볼을 받아쳤죠?

-시즌 첫 홈런을 달성한 카디안 스타우트! 자크 워트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생산합니다.

이상했다.

분명히 자신이 던진 포심 패스트볼은 강송구와 다를 것이 없는 구속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전혀 달랐다.

강송구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냈고.

자신은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물론, 카디안 스타우트에게 얻어맞은 홈런을 제외하면 그도 제법 나쁘지 않은 피칭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왜?’

똑같은 94마일의 패스트볼이었다.

회전수? 솔직히 그 회전수라는 것도 저 동양인 투수와 비교해서 그리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패스트볼은 얻어맞았다.

2회 초.

다시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4번 타자는 지난 시즌 밀워키에서 뛰다 이번 시즌에 FA로 3년 3,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였다.

‘41살의 노장이지만……. 우습게 볼 수 없지.’

최근 메이저리그는 마흔까지 폼을 유지하는 타자들이 제법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도 현 메이저리그의 흐름에 어울리는 41살의 늙은 노장이었다.

-확실히 현재 스포츠의학이나 피지컬 트레이닝 부분이 많이 발전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선수 수명이 많이 늘어나긴 했어. 나 때는 서른 중반이면 무조건 은퇴였지!

우효의 말을 뒤로 넘기고 강송구가 초구를 던졌다.

9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분명히 자크 워트와 비슷한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하지만 강송구는 자크 워트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는 투수였다.

“볼!”

바깥쪽에 절묘히 걸친 코스.

마이크의 눈이 찌푸려진다.

‘장난질을 시작하는군.’

문제는 이 장난질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2구째는 아까보다 조금 더 들어오는 코스.

“스트라이크!”

주심의 콜에 마이크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저렇게 공 1개 차이의 코스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변화구까지 섞어 던지면 때려낼 방법이 없다.

따악!

“아웃!”

조급한 마음에 배트를 휘둘렀고.

당연히 결과는 내야 땅볼이었다.

투수 정면으로 향한 공을 강송구가 가볍게 잡아서 1루로 깔끔하게 송구했다.

[댓글란]

-강송구가 송구했네!

-아……. 진짜 X노잼이네;

-놔둬라……. 아죠씨들도 국뽕 맛 좀 봐야지.

-그것보다 고작 구속 2마일 정도 늘어났을 뿐인데 타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네;

-그것만 바뀐 게 아니니까. 강송구가 투구폼을 수정하면서 원래 궤적이 아니라 완전 다른 궤적으로 여러 구종을 던짐. 그냥 다른 투수가 던진다고 생각하면 됨.

-나중에 사이드암이나 쓰리쿼터로 던지면 더 난리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개소리 ㄴㄴ다. 진짜 사이드암으로 바꿔서 공 던지면 어쩌려고 그러냐;

-크리스 세일 상위호환 아님?

-랜디 존슨처럼 될 수 있음.

-캬……. 크리스 세일……. 랜디 존슨……! 강송구 이야기에 전설들이 다 튀어나오네;

다음 타자는 크리스티안 로빈슨.

앞선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보다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없는 타자였다.

‘캉, 조금 쉽게 가자고,’

조던 델가도의 사인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초구는 몸쪽 컷 패스트볼.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날아든 날카로운 컷 패스트볼을 보며 크리스티안 로빈슨은 ‘아! 오늘 경기는 글러 먹었네.’라며 중얼거렸다.

프로라면 타석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았지만, 그만큼 강송구의 공이 유별나서 나온 혼잣말이었다.

물론, 조던 델가도는 그런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난 무조건 라스베이거스에 알 박아야지.’

아예 장기계약까지 생각하는 조던 델가도였다.

2구째는 바깥쪽 슬라이더.

3구째는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였다.

마지막 4구째는 바깥쪽 너클 커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크리스티안 로빈슨이 삼진을 내줬다. 그리고 2회 초의 마지막 아웃을 내야 뜬공으로 처리한 강송구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2회 말.

자크 워트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회 말에 내어준 홈런을 잊은 것처럼 좋은 피칭을 보여주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저 괴물은 안타가 하나도 없는데……. 왜 난 이번 이닝에도 안타를 하나 내어준 거지?’

자신과 다를 것이 없는 투수 아닌가?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달랐다.

3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95마일까지 나오며 레드삭스의 하위타선을 완전 도륙 내고 있었다.

“작년이랑 비교할 수 없네.”

“평균 구속이 거의 3마일이나 늘었네.”

“저 정도면 구속이 약점이라고 볼 수 없지.”

더그아웃에 있는 팀 동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크 워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나도 95마일까진 던질 수 있어.’

그래, 그냥 자신은 운이 조금 나쁜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강송구의 오른손에서 96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들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캉! 이번 이닝에서 자신의 최고 구속을 갱신합니다! 아! 물론 오른손의 구속입니다! 왼손으로는 이미 100마일 근처의 공을 던지니까요.

-하하하……! 정말 대단한 투수네요. 그저 경외감만 느껴지는 선수입니다.

-설마 여기서 더 빠른 공을 던질 줄 몰랐습니다.

96마일이 전광판에 찍히는 순간.

‘777 베가스 그라운드’가 환호성으로 뒤흔들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커크 워트는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뭐?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