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50화 (150/198)

#150. 네?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요?(1)

새해가 밝았다.

백악관에 가서 대통령도 보고 미국의 여러 여행지를 가족들과 돌아본 강송구는 다시 하와이로 돌아와 다음 시즌을 위한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가발을 쓰다니……. 저 대단한 나라의 대통령도 털이 빠지는 건 막을 수 없나 봐.

‘…….’

-우히히! 탈모빔을 맞은 미국 대통령이라니!

우효는 요즘 나태함에 빠져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아무튼.

강송구와 우효가 오프시즌을 맘껏 즐기는 사이에 시스템도 다시 재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시즌을 결산합니다.]

[이미 플레이어의 잠재력이 한계에 가까워졌습니다.]

[보상을 준비 중입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좋아질 것도 없었기에 큰 기대도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시스템은 그에게 큰 선물을 하고 사라졌다.

[좌완 특급의 효과가 변경됩니다.]

-오른손의 구속이 155㎞/h를 넘는 순간 왼손의 최고 구속은 160㎞/h로 고정되던 효과를 165㎞/h로 고정합니다.

[대기만성의 효과를 이번 시즌부터 적용합니다.]

-5㎞/h의 구속 보정을 받습니다.

-구위, 제구력의 포텐셜이 상승합니다.

-‘회춘’을 제외한 모든 특성이 플레이어의 몸에 영구적으로 적용됩니다. 앞으로 영구적으로 적용된 모든 특성은 시스템으로 표기되지 않습니다.

[더 이상의 보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플레이어의 부상확률이 감소하며, 플레이어의 노화가 조금 더뎌집니다.

-플레이어의 노력에 따라서 가지고 있는 포텐셜보다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능합니다.

[플레이어 강송구! 지금까지 MLB 더 슈퍼스타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스템과 동행이 끝을 맺었다.

덤덤하게 홀로그램을 바라보던 강송구.

그가 조용히 고갤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시간은 금방 흘렀다.

FA시장에 나온 거물들의 거취가 정해진 순간.

트레이드 시장도 슬슬 끝물에 가까워졌다.

[브레이스 하퍼! 양키스와 3년 6300만 달러 계약! 42살까지 현역으로 뛴다!]

[체이스 반 다이크! 5년 1억3000만 달러 계약 완료! 행선지는 LA 다저스!]

[미네소타 트윈스의 클로저인 사뮤엘 발레리오! 5년 9800만 달러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향하다.]

-와;; 체이스 반 다이크가 결국은 다저스로 가네;

-ㅋㅋㅋㅋ 솔직히 레인저스가 너무했음.

-그런데 다저스로 가봤자 레인저스랑 비슷한 수준 아님?

-그래도 내야 수비만큼은 레인저스보다 좋음ㅋㅋㅋ

-그것보다 브레이스 하퍼는 진짜 오래 현역 생활을 하네; 42살까지 선수 하는 거야?

-저것도 재능이면 재능임.

거물들이 자리를 잡기 무섭게 다른 자잘한 이들의 행선지도 정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한 선수의 기사가 어느 포털사이트 스포츠기사란에 올라왔다.

[수원 나이츠에서 일본의 요미우리로 이적했던 ‘박준호’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와 스플릿 계약!]

-ㅋㅋㅋㅋㅋㅋ 와 박준호가 메이저라고?

-설마 메이저리그 도전할 줄 몰랐다.

-요미우리에서 타율 어땠음?

-타율은 0.266 홈런 12개 OPS도 0.732였음.

-글렀네;

-우익수 경쟁자가 작년에 홈런 49개 때린 호세 피자로인데 상대가 되겠냐?

-트리플A로 바로 떨어지겠넼ㅋㅋㅋ

-그래도 수비는 준수하더라.

-그거 하나로 되겠냐;

수원 나이츠 출신의 거포.

일본에 진출하고 2년간 그가 때린 홈런만 77개였다.

하지만 허리를 다친 뒤로 떨어진 장타력 때문에 남은 2년간 때린 홈런은 고작 22개뿐이었다.

모두 박준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터진 기사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기사의 주인공 박준호는 2월 초까지 하와이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강송구의 옆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허리 보강 운동을 하며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완전 글렀네; 2020년부터 25년까지 한국 프로야구를 풍미하던 우익수가 이런 꼴이니 말이야.

우효는 상태가 더 좋지 않은 박준호를 보며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몸은 나쁘지 않다.’

-그래도 허리가 저래서야 정규시즌을 제대로 버티겠어?

‘어차피 박 선배가 호세 피자로를 넘어서 우익수 주전을 잡아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야 백업이라면 충분했다.

백업 외야수인 루이스 마토스가 지난 시즌에 최악의 모습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아마 박준호가 루이스 마토스의 자리를 뺏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음……. 그 친구보다는 확실히 나쁘지 않지.

그때 허리 보강 운동을 끝낸 박준호가 씩 웃으며 강송구에게 다가왔다.

“고맙다. 덕분에 편하게 스프링 캠프를 준비하네.”

“아닙니다. 당연히 도와야죠.”

그는 진심으로 강송구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유명한 피지컬 트레이너의 소개부터 라스베이거스와 계약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으니까.

물론, 강송구는 자신의 목표인 쓰리핏을 위한 밑거름으로 박준호를 도와준 것이었지만, 허리 부상으로 일본에서 쫓겨나듯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박준호에게 있어서 이런 도움은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하와이에 몸을 만드는 동안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에이전트인 칼 헨드릭스가 여러 광고건을 물고 왔지만 강송구가 단호히 거부했다.

“이번 시즌까지는 야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고 칼 헨드릭스도 더 이상의 광고건을 강송구에게 가져오지 않았다.

그래도 스폰서는 물어오는 것까지는 강송구도 딱히 크게 터치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갔다.

드디어 스프링 트레이닝 당일.

많은 선수가 플로리다에 도착했다.

* * *

그래, 기어이 봄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야구의 계절도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강송구는 박준호와 함께 플로리다에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했다.

“어서 와요. 캉! 그리고 팍! 환영합니다.”

라스베이거스가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 사용하는 찰리 브레이크 필드의 구장 관리인이 두 사람은 환영했다.

특히나 지난 시즌 라스베이거스의 우승을 이끈 강송구를 향한 구장 관리인의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다.

“올해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강송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준호는 그런 구장 관리인의 눈빛을 보며 ‘저건 야구팬이 아니라 광신도처럼 보이는데…….’라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캉은 왜 이렇게 빨리 합류했습니까? 투수조 합류까지는 며칠 여유가 있었는데요.”

“준비할 게 있습니다.”

“준비요?”

“네.”

늘어난 구속의 점검도 그렇고 작년과 비교해서 투구폼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투구폼에 문제가 생길 일이 있나?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답했다.

‘몸의 유연성도 달라졌고, 몸무게도 지난 시즌보다 5㎏은 더 늘어났으니까. 투구폼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지. 그리고 작년보다 더 극단적인 오버핸드로 팔을 올릴 생각이다.’

오프시즌 동안 몸을 만들며 투구폼을 수정했다.

그리고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수정한 투구폼을 더 섬세하게 가다듬을 생각이었다.

우선 강송구는 숙소에 들렸다.

그러는 사이 구장 관리인은 새롭게 플로리다에 방문한 박준호를 데리고 근처 시설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숙소에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강송구는 글러브를 들고 불펜으로 향했다.

불펜에는 이미 훌리오 피렌테 투수코치와 몇몇 투수 인스트럭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마 강송구처럼 일찍 온 마이너 투수를 살피기 위해서 일찍 플로리다로 온 것 같았다.

강송구가 불펜에 들어서니 몇몇 마이너 투수가 웅성웅성하며 그를 흘깃 바라본다.

-네가 신기한가 봐.

‘그런 것 같군.’

우효와 짧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

불펜 포수가 자리를 잡았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불펜 포수를 보며 강송구가 겨울 간 준비한 투구폼을 가져갔다.

와인드업.

곧이어 강송구의 손을 빠져나간 공이 빠르게 불펜 포수가 들어 올린 미트에 틀어박혔다.

퍼어어엉!

“나이스 볼!”

우렁찬 불펜 포수의 외침.

하지만 훌리오 피렌테 투수코치의 표정은 달랐다.

그는 강송구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완이었지?”

“네, 우완입니다.”

그래, 방금 강송구가 우완으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왜 속도측정기에는 95마일이 뜨지?”

그래, 작년에 평균 90마일이 나오던 강송구가 아까부터 평균 93마일의 공을 던지고 있었다.

최고 구속은 당연히 96마일이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구속이 올라갔음에도 강송구의 오른손 제구는 그야말로 칼과 같이 날카로웠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더욱 극단적으로 팔을 올린 덕분에 강송구가 던지는 공의 무브먼트와 궤적도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제법 달라졌다.

“이건……. 완전 진화로군.”

훌리오 투수코치가 멍하니 강송구를 바라봤다.

그래, 이건 변화가 아니라 진화였다.

곧 강송구의 오른손 불펜투구가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훌리오 투수코치는 강송구의 재능에 다시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왼손을 꺼내든 강송구.

그가 공을 던지는 순간.

훌리오 투수코치는 다시 입을 벌리며 중얼거렸다.

“홀리 카우!”

* * *

시범경기.

정말 많은 야구팬들이 기다려온 메이저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그 시기가 찾아왔다.

라스베이거스의 시범경기 첫 상대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라스베이거스의 캠프에서 치러졌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트레이드에 활발했으며, 동시에 FA시장에서는 가장 소극적이었던 구단인 필리스는 주전들 대부분은 트레이드로 내보내고 유망주를 잔뜩 얻어왔다.

즉, 리빌딩을 준비하는 팀이라는 뜻이었다.

덕분에 이번 시범경기 선발로 뛰는 대부분의 선수가 다 젊은 마이너리거들이었다.

“캉! 오늘 컨디션은 어때?”

올해 라스베이거스와 연장계약을 맺은 조던 델가도가 환히 웃으며 강송구에게 다가왔다.

“3회 초.”

“몇 이닝 소화하는데?”

“2이닝 정도.”

강송구의 말을 듣고 조던 델가도가 고갤 끄덕였다.

“어떻게……. 전력으로 던질 생각은 아니지?”

“물론.”

시범경기는 어차피 점검하는 자리다.

굳이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었다.

이윽고 시범경기가 시작되었다.

두 팀 모두 젊은 선수들로 선발을 내세운 상황.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앞서나가는 팀은 필리스였다.

-역시……. 트리플A랑 더블A가 급한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하니 제대로 이를 악물고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네.

40인 로스터로 9월에 메이저리그의 맛을 본 트리플A의 타자와 메이저리그 콜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더블A 타자들의 눈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당연히 젊은 라스베이거스의 투수는 1회 초부터 신나게 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런……. 실수했군.”

미키 스토리 감독도 신나게 두들겨지는 젊은 유망주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런 경기에 저런 경험이 없는 유망주를 내보내면 당연히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독기가 바짝 오른 뱀 앞에 이제 공을 좀 던질 줄 아는 햄스터 한 마리를 가져다 둔 격이었다. 그래도 재능이 있는지 1회 초를 2실점으로 막아냈다.

이건 비하가 아니었다.

저렇게 독기가 바짝 오른 타선을 상대로 2실점만 허용하고 이닝을 끝냈다는 것은 그만큼 재능이 있으며, 위기관리 능력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래도 다음 이닝까지 올리는 것은 무리였다.

“다음 이닝에 제레미 라신을 올려.”

“그 친구로 되겠습니까?”

“4년째 더블A에 있는 친구야. 이런 상황도 못 이겨내면 솔직히 트리플A까지 올라오지도 못해.”

2회 초.

라스베이거스의 산하 더블A 출신의 투수인 제레미 라신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앞선 투수보다 더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저 친구는 안 돼.”

미키 스토리 감독이 혀를 차기 무섭게 시작부터 볼넷을 내준 제레미 라신이었다.

그래도 다음 타자를 상대로 외야 플라이를 유도하며 첫 아웃을 잘 잡아내나 싶었지만, 다음 타자에게 또 볼넷을 허용한 뒤에 그대로 홈런을 맞아버렸다.

5 대 0으로 벌어진 점수 차이.

제레미 라신은 계속 흔들렸다.

그나마 야수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여기서 더 많은 점수를 내주며 무너졌을 것이다.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마운드를 내려가는 제레미 라신을 보며 고갤 절레 흔드는 미키 스토리 감독.

그러나 2회 말의 공격이 끝나고 다시 시작된 3회 초에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를 보고는 환히 미소를 지었다.

등번호 99번.

라스베이거스의 에이스.

강송구가 시범경기의 마운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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