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48화 (148/198)

#148. 월드시리즈(6)

코디 호이어는 생각했다.

오늘 정말로 뭔가 풀리지 않는다고.

5회 초.

안타 하나를 더 내준 상황에서 상대 타자가 때린 타구가 그의 발목 쪽으로 날아들었다.

다행히 재빠르게 피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착지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이 살짝 삔 것 같았다.

‘후우…….’

최소한 이번 이닝은 막아야 한다.

코디 호이어는 그렇게 생각하고 숨을 크게 내뱉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음 타자부터 라스베이거스의 하위타선을 상대하게 된다.

발목이 시큰거린다.

코디 호이어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그래도 공을 던질 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번 이닝이 끝나고 간단한 조치만 하면 적어도 7회 초까지는 계속 공을 던질 수 있을지도 몰라.’

좋지 않은 상황.

하지만 코디 호이어는 이어지는 승부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며 기분 좋게 2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8번 타자.

오늘 경기에서 삼루수로 출전한 알프레도 나바로가 천천히 타석에 들어왔다.

코디 호이어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고갤 끄덕였다.

할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을 잡고 초구를 던졌다.

상대는 올해 9월에 콜업이 되어서 급작스럽게 포스트시즌에 합류한 경험이 부족한 신인이었다.

“스트라이크!”

조용히 초구를 지켜보는 상대.

2구째.

바깥쪽 컷 패스트볼.

알프레도 나바로가 직접 노릴 수 없는 코스에 제대로 걸친 컷 패스트볼을 보고 중계진이 감탄했다.

-이건……. 진짜 제대로 꽂힌 공이죠?

-맞습니다. 오늘 코디 호이어의 제구력이 그 어느 경기보다 날카롭게 느껴집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3구째.

-이번에는 몸쪽 체인지업이었습니다.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천천히 유인구를 던지면서 알프레도 나바로 선수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4구째.

다시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

그제야 알프레도 나바로의 배트가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며 코디 호이어에게 삼진을 안겨주었다.

주먹을 불끈 쥐며 마운드를 내려가는 코디 호이어.

겉으로 보기에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 그가 더그아웃에 들어오기 무섭게 몰래 투수코치를 불러서 발목에 관련된 부상을 급히 알렸다.

몇몇 선수들이 시선을 슬쩍 돌리며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다저스의 에이스를 바라봤다.

“다음 이닝까지는 버틸 수 있겠어?”

“물론이죠.”

“지금 불펜을 준비할 거야.”

“천천히 준비하라고 전해줘요. 어쩌면 7회 초까지 깔끔히 막아낼 수 있으니까.”

“그러면 베스트지.”

조금만 쉬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코디 호이어는 자신감이 넘치는 말로 모두를 안심시켰다.

‘그것보다……. 정말 X같은 악당이네.’

5회 말.

순식간에 2개의 아웃을 잡아버리는 강송구를 보며 코디 호이어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갤 흔들었다.

상대는 흔들림이 없었다.

안타 하나를 내줬음에도.

강송구의 오른손에서 튀어나온 다양한 구종이 타자가 싫어하는 코스를 노리고 들어갔다.

따악!

“아웃!”

5회 말을 끝낸 강송구.

코디 호이어가 오른쪽 발목에 가벼운 조치를 받고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로 향했다.

“이번 이닝만 깔끔히 막자.”

작게 기도를 하고 로진백을 들어 올린 그의 눈앞에 타석에 들어서는 강송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6회 초의 첫 타자는 캉입니다.

-앞선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났었던 캉이었는데 이번 타석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궁금합니다.

-타석에 들어간 상황이 워낙 적어서 뭐라 평가를 할 수 없지만……. 정규시즌에 보여줬던 모습만으로 평가하자면 홈런을 때려낼 파워만큼은 대단했습니다.

‘투수 타석.’

코디 호이어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조금 편히 공을 던져도 될 것 같았다.

저 괴물은 마운드에서만 괴물이지 타석에서는 다른 타자와 다를 것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힘 하나는 좋을 것 같으니……. 장타만 맞지 않게 조심해야겠지.’

고개를 끄덕인 그가 초구를 결정했다.

포수가 미트를 내밀기 무섭게 와인드업에 들어간 코디 호이어의 오른손에서 공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초구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스트라이크!”

97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타석에 선 강송구는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덕분에 더 자신감을 얻은 코디 호이어가 2구째도 몸쪽으로 바짝 붙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2구도 그저 지켜본 강송구.

‘컷 패스트볼로 끝내자.’

포수인 윌리 스미스의 컷 패스트볼 사인에 코디 호이어가 고갤 끄덕였다.

이번에도 몸쪽으로 들어가는 컷 패스트볼.

코디 호이어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그리고 와인드업에 들어가는 순간.

지지하는 오른쪽 발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물론, 작은 통증이었기에 피칭에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공이 가운데로 살짝 몰렸다.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 것 때문이었다.

슈우우우욱!

빠르게 날아드는 코디 호이어의 컷 패스트볼.

그 공이 가운데로 조금 몰리기 무섭게 강송구가 움직였다.

슈우우우욱! 빠아아악!

제대로 노리고 휘두른 스윙.

타구음이 들리기 무섭게 코디 호이어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급히 고개를 돌린 코디 호이어.

타구는 크고 높게 날고 있었다.

그리고 좌익수의 키를 넘어서 그대로 좌측 담장을 시원하게 넘겨 버렸다.

-호오오오옴러어어언!

-캉!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이 타격에서도 할 때는 하는 남자라는 것을 제대로 증명합니다!

-가운데로 살짝 몰리는 공을 놓치지 않고 시원하게 배트를 휘둘렀거든요?

-정말 깔끔한 스윙이었습니다.

베이스를 천천히 돈 강송구가 홈플레이트를 밟고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뜬금없이 터진 홈런에 격하게 축하해 주는 라스베이거스의 동료들 사이로 강송구도 하이파이브를 하며 고갤 끄덕였다.

그 모습을 마운드에서 지켜본 코디 호이어.

그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 * *

1 대 0.

6회 초에 내어준 솔로홈런을 끝으로 코디 호이어는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오늘 경기를 지켜보는 누군가는 고작 1점을 잃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마운드에 오르는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을 상대하는 코디 호이어는 달랐다.

이 1실점은 너무나 큰 실점이었다.

“코디……. 고생했어. 7회 초부터는 더스틴이 마운드에 오를 거야. 감독님이 아이싱을 해도 좋데.”

“…….”

“너무 실망하지 마. 아직 1 대 0이니까. 적어도 우리 상위 타선이라면 저 괴물을 상대로 1점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으니까.”

“코치님.”

“응?”

“제가 내년에도 여기에 올 수 있을까요?”

“모르지.”

코디 호이어는 이번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FA로 다저스와 계약이 끝나게 된다. 거기다 나이는 35살로 길게 계약해 봤자 3년짜리 계약이 한계일 수밖에 없는 상황.

어쩌면 이번 월드시리즈가 코디 호이어의 인생에 마지막 월드시리즈일 수 있었다.

잠깐 침묵하던 코디 호이어가 입을 열었다.

“7회 초까지 던지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 말에 투수코치가 잠깐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짧게 한숨을 내뱉더니 고갤 끄덕였다.

“내가 감독님께 말해볼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윽고 감독과 투수코치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강송구가 6회 말을 깔끔히 막아냈다.

때마침 투수코치가 그에게 엄지를 척 들었다.

7회 초에도 올라가도 좋다는 제스처였다.

고갤 끄덕인 코디 호이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마운드로 향했다.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월드시리즈.

그 마지막 풍경을 두 눈에 담기 위해서 말이다.

마운드에 오른 코디 호이어.

그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코디 호이어! 7회 초에도 멋진 피칭을 이어나갑니다. 역시 베테랑의 경험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6회 초에 캉에게 맞은 홈런이 너무 뼈아프지만……. 그 외 모든 부분에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 코디 호이어입니다.

이윽고 코디 호이어가 7회 초를 깔끔히 막았다.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순간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홈팬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오늘 경기가 코디 호이어에게 있어서 마지막 월드시리즈 등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좋은 투수군.”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좋은 투수라면서 갑자기 왜 왼손 글러브를 꺼내냐?

우효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좋은 투수이니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지.”

-그건 대우가 아닌 것 같은데?

7회 말을 막기 위해서 마운드에 오르는 강송구.

그를 보며 야유를 쏟아내는 다저스의 홈팬들.

그가 오른손에 글러브를 낀 것을 확인한 몇몇 다저스의 타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야, 쟤는 울 것 같은데?

우효가 앞발로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진짜 울먹울먹하는 선수가 한 명 눈에 들어왔다.

‘그렇군.’

물론, 강송구의 반응은 덤덤했다.

7회 초의 첫 타자는 다저스의 3번 타자.

르윈 디아즈가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었다.

동시에 강송구가 피칭을 시작했다.

* * *

전광판의 점수는 아직도 1 대 0이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남은 아웃은 단 3개.

9회 말의 마운드에 오른 강송구는 마운드에 올라 잠깐 다저스타디움을 쭉 둘러봤다.

-무슨 문제 있어?

‘아니, 경기를 끝내기 전에 다저스타디움의 모습을 잠깐 눈에 담아두려고 했다.’

-왜?

‘내년에는 오지 못할 테니까.’

-하긴……. 다저스라면 이제 리툴링이나 리빌딩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는 팀이니 다음 시즌에 만나기 어렵겠네.

우효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9회 말의 선두타자는 다저스의 1번 타자인 테일러 프리먼.

강송구의 초구가 보더라인에 걸쳤다.

“스트라이크!”

놀란 표정의 테일러 프리먼.

9회 말에도 100마일짜리 포심을 바깥쪽에 꽂아 넣는 강송구를 보며 그가 혀를 내둘렀다.

‘X같은 공을 9회 말에도 던질 수 있다고?’

정말 너무한 수준이었다.

2구째는 아까보다 더 빠지는 공.

이번에는 볼 판정.

하지만 3구째 몸으로 파고드는 스플리터에 시원히 배트를 휘두른 테일러 프리먼은 내야에 높게 뜬 공을 보며 이를 악물고 어쩔 수 없이 1루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뜬공을 유격수인 카디안 스타우트가 처리했다.

“아웃!”

9회 말의 첫 번째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이어서 9회 말의 두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다저스의 유격수.

니코 호너가 타석에 들어서며 배트를 꽉 쥐었다.

‘딱 1점이면 된다. 1점만 만들면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 있어. 그러면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생긴다.’

그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송구의 초구를 보는 순간.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캉의 초구는……. 네! 너클볼입니다.

-월드시리즈 내내 던지지 않았던 너클볼이 지금 이 순간에 처음으로 던지는 캉입니다.

-이러면 니코 호너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죠.

초구 너클볼에 멘탈이 흔들린 니코 호너.

이어진 100마일짜리 포심에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그리고 마무리는 다시 78마일짜리 슬로우 커브.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멘탈을 뒤흔든 강송구는 덤덤히 니코 호너에게 삼진을 빼앗아 9회 말의 두 번째 아웃을 잡아냈다.

-이제 마지막 아웃만 남았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남은 아웃은 단 하나! 그리고 타석에는 앞선 7회 초에 안타를 때렸던 르윈 디아즈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다저스타디움은 고요했다.

경기 내내 야유를 토해내던 홈팬들은 패배를 직감하고 입을 꾹 닫기 시작했다.

조금은 고요한 마운드.

강송구가 초구를 던졌다.

르윈 디아즈가 시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아악!

큰 타구음.

모두가 뒤를 타구를 바라봤다. 하지만 강송구만이 돌아보지 않고 검지를 들어 올렸다.

빠르게 달리는 중견수 제프 브레넌.

그가 외야 벽까지 달린 뒤에 천천히 글러브를 들어 올려서 떨어지는 공을 잡아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글러브 안의 공을 바라봤다.

잠깐 그 공을 바라본 제프 브레넌.

곧이어 그가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더그아웃에서 쏟아져나오는 선수들.

슬픈 표정으로 박수를 보낸 다저스타디움의 홈팬들.

2031시즌 월드시리즈 우승팀은…….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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