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44화 (144/198)

#144. 월드시리즈(2)

코디 호이어.

그는 뛰어난 투수다.

화이트삭스 시절에 불펜으로 시작해서 기어코 선발로 전환에 성공했고, 빠른 구속과 뛰어난 무브먼트로 선발전환 첫 시즌부터 10승을 찍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아니, 운이라기엔 그가 가진 실력은 진짜였다.

그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그가 가진 포텐셜이 조금 달랐을 뿐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큰 덩치와 뛰어난 구속을 보며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스급 투수가 될 것이라 평가했다.

그리고 선발전환 첫 시즌까지는 그런 전문가들의 평가가 어느 정도 맞아 들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코디 호이어에게 향하는 것은 칭찬이 아닌 아쉬움이었다.

-코디 호이어가 조금만 더 성장했다면…….

-매 시즌 10승씩 해주는 건 나쁘지 않은데……. 저 정도 스터프와 제구력이라면 15승 이상을 해볼 만한데…….

-코디 호이어는 딱 3선발급 투수야. 절대 15승 이상의 승수를 거둘 수 없다고.

-딱 말해서 에이스급은 아니지.

에이스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젊은 유망주가 성장이 더디니 답답한 것이겠지.

물론, 그건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도 답답했다.

항상 답보하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래도 꾸준히 노력했다.

당연히 그 노력의 보답을 받았다.

팀의 우승을 견인했던 24시즌과 최다 승수를 찍은 25시즌에 드디어 15승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드디어 에이스급 투수라는 말을 들었다.

아무리 투수의 지표에서 승수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던 코디 호이어에게 15승을 기록했던 24, 25시즌은 정말 가치 있는 시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FA로 나온 28시즌.

양키스로 떠난 워커 뷸러를 대신할 선수가 없어서 조금 오래 비어 있는 다저스의 1선발에 코디 호이어가 3년 7600만 달러라는 나쁘지 않은 금액을 받고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아쉬움이란 감정에 시달렸다.

-우리는 워커 뷸러와 같은 에이스를 원했다고! 물론, 코디 호이어가 나쁘단 것은 아니지만……. 그는 최근에 15승 이상을 거둔 적도 없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잖아.

-친구 승수는 큰 의미가 없는 스텟이야.

-그러기엔 코디 호이어의 승수가 너무 낮어.

-너희들은 저런 투수가 다저스의 에이스가 되어도 좋다는 뜻이야? 솔직히 코디 호이어를 싼값에 데려온 건 인정하지만……. 그가 다저스의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아.

-다른 에이스를 원해! 컵스를 봐! 이안 엘런이 있잖아. 양키스는 우리 워커 뷸러랑 아드리안 모레혼을 영입했고!

-워커 뷸러를 양키스에 넘겼으면 안 됐어! 멍청한 다저스는 워커 뷸러가 에이징 커브가 오기 무섭게 그를 양키스로 처분했지만……. 워커 뷸러는 부활했고 36살의 나이에 밀워키로 떠났지. 그런데 워커 뷸러를 대신해서 데려온 선수가 뭐? 코디 호이어? 장난해? 난 다저스의 우승을 보고 싶다고!

-앤드류 프리드먼이 그리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를 떠나보내고 개뼈다귀 같은 여자를 단장으로 내세운 거야? 그냥 야구와 선수를 돈으로만 보는 X같은 여자를 말이야.

이번에도 그는 증명해야 했다.

자신은 다저스에 어울리는 에이스라고.

“후우…….”

쉽지 않았다.

다저스에서 그는 조금 실망스러운 기록을 기록했다.

물론, 7년 연속 10승은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었다.

코디 호이어는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투수였다.

하지만 다저스가 바라는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다저스에서 3년 연속 10승? 나쁘지 않지. 하지만 그게 1선발이라면 문제가 있는 거야.”

누군가 그랬다.

자신은 에이스감이 아니라고.

그렇게 다저스와 마지막 시즌인 31시즌의 포스트시즌이 막을 올렸고, 그는 35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자신을 불태우며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가을에 강한 에이스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정규시즌에는 고작 13승밖에 하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 만회하면 된다.

그런 생각으로 불태웠다.

그리고 다저스는 그런 코디 호이어의 불꽃과 단단한 불펜진의 힘으로 꼭 필요한 경기에서 모두 이기며 결국 기세를 타서 결승전까지 올라왔다.

그렇게 마주한 것은 AL에서 가장 강력한 타선과 압도적인 괴물 에이스가 있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코디 호이어는 월드시리즈 1차전이 있던 밤에 아들에게 전화를 받았다.

아이는 몸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경기를 보려고 라스베이거스까지 찾아왔다.

-아빠! 꼭 이겨! 그래서 멍청한 다저스 팬들에게 아빠가 영웅이라는 걸 알려줘!

그 말을 듣고 그는 다짐했다.

이번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절대 질 수 없다고.

물러날 생각이 절대 없다고 말이다.

‘아픈 아들을 위해 꼭 이긴다.’

터벅터벅.

마운드로 향하는 코디 호이어.

2회 말.

그는 마운드에 올라 아들이 있을 원정 응원석 방향으로 고개를 잠깐 돌렸다가 다시 포수를 바라봤다.

“영웅이 되어달라고 했지.”

코디 호이어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되어서 절대 물러날 수 없었다.

오늘 경기.

그는 꼭 이길 생각이었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코디 호이어 이번에도 삼진!

-오늘 코디 호이어가 날을 잡았습니다!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렬한 포심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컷 패스트볼로 순식간에 삼진을 잡아냅니다!

-다저스가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인 코디 호이어가 다시금 아웃을 잡아냅니다!

-오늘 기세가 상당하네요.

-괜히 팬들이 가을의 사나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코디 호이어가 22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이 출전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가져왔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또 삼진아우우우웃!

-정말……. 오늘 코디 호이어가 제대로 날을 잡고 마운드에 오른 것 같습니다. 대단합니다!

“아빠! 파이팅!”

코디 호이어의 아들이 큰 목소리로 응원했다.

그의 아들이 그라운드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코디 호이어는 어렴풋이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코디 호이어.

그가 2회 말의 마지막 타자까지 삼진으로 잡으며 3명의 타자를 상대로 17구를 던져 3개의 삼진을 잡아내었다.

당연히 다저스의 원정팬들이 내뱉는 환호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회 말이 끝났다.

그리고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라섰다.

코디 호이어는 강한 호승심을 드러냈다.

이윽고 그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10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95마일의 싱커.

78마일의 슬로우 커브.

순식간에 삼구삼진으로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를 보며 다저스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건 코디 호이어의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자신의 아빠가 지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면서 아까부터 계속 큰 소리로 응원하고 있었다.

당연히 우효는 그 사실을 알고 혀를 차고 있었다.

-쯧쯧……. 왜 하필 이놈이랑 붙어서!

하지만 어쩌겠는가?

강송구는 저런 말을 들어도 봐줄 사람도 아니며, 애초에 오늘 경기에서 질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다시 삼구삼진.

‘777 베가스 그라운드’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2명을 모두 삼구삼진으로 잡은 강송구의 퍼포먼스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3회 초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도 강송구가 삼구삼진으로 이닝을 끝내자 탄식마저 내뱉었다.

특히, 코디 호이어의 아들은 혹시나 자신의 아빠가 지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코디 호이어가 점수를 내주면 눈물까지 흘릴 기세였다.

우효는 그런 상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거 완전 악당이잖아.

‘…….’

단 9구를 던져 이닝을 끝낸 강송구.

그가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코디 호이어의 아들인 이반의 눈에 그 모습은 마치 영웅을 무너트리려는 거대한 악당의 뒷모습처럼 보였다.

3회 말.

다시 코디 호이어가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아들은 다시 힘차게 응원 소리를 높였다.

“아빠! 꼭 이겨!”

* * *

“나쁘지 않군.”

자신을 향한 적대적인 눈빛.

다저스의 원정팬들이 내지르는 야유.

하지만 여기는 라스베이거스의 홈이었다.

반대로 자신을 응원하는 홈팬들의 함성이 더 크게 그의 귓가에 들려오고 있었다.

그가 마운드에 선 코디 호이어를 바라봤다.

‘확실히 뛰어난 선수다.’

정규시즌에는 그 활약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번 가을야구에서 강송구와 더불어 많은 활약을 보여준 투수였다.

그렇기에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다.

코디 호이어가 더욱 호투해 주길 말이다.

다행히 지금 마운드에 있는 코디 호이어는 기대보다 훨씬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강송구의 앞을 막고 있었다.

‘저렇게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는 투수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다면 남은 경기도 쉽게 승리할 수 있겠지.’

강송구의 생각을 읽은 우효는 혀를 내둘렀다.

-넌 진짜 악마 같은 놈이야.

3회 말이 끝났다.

코디 호이어는 3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잡아내며 무실점 피칭을 이어나갔다.

나쁘지 않은 피칭이었다.

거기다 뜨거운 투혼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아웃을 잡을 때 부러진 배트가 코디 호이어의 허리에 스쳤음에도 그는 집중해서 공을 처리했다.

부러진 배트의 날카로운 부분이 유니폼을 찢었고 살고 조금 베였는지 살짝 피가 배어 나왔다.

그런데도 코디 호이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다저스의 1선발이 자신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비록, 정규시즌에는 썩 좋지 않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에이스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시금 원정 응원석에서 흘러나오는 환호성.

코디 호이어의 불꽃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코디 호이어를 보며 몇몇 라스베이거스의 홈팬들도 작게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35살의 베테랑이 보여주고 있는 피칭은 호투를 넘어 분투에 가까웠다.

그런 모습에 경기 전 인터뷰에서 ‘아픈 아들을 위해서 꼭 월드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두고 싶다’라는 가정적인 모습까지 겹치며 많은 야구팬들이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송구가 마운드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기 무섭게 그 환호성은 깔끔히 사라졌다.

적막했다.

그런 분위기에도 강송구는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주며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4회 초가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캉이 이번 이닝도 삼진으로만 아웃을 잡아내며 이닝을 끝냅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피칭입니다!

-벌써 7타자를 상대로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내고 있는 캉입니다! 코디 호이어의 호투가 무색해질 정도로 압도적인 피칭을 지금 캉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습니다. 체력적으로 지쳐가는 코디 호이어가 제대로 쉬지 못하고 마운드로 끌려 나옵니다.

그 순간 영웅처럼 위태로이 버티는 코디 호이어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사라지고 그저 맹목적인 라스베이거스의 홈팬들이 내뱉는 환호성만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캉! 캉! 캉! 캉! 캉! 캉!

그런 분위기에서 코디 호이어가 마운드에 올랐다.

4회 말.

아직 9회 말까지 가려면 한참을 더 공을 던져야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아직도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

강송구가 빠르게 이닝을 끝내서 얼마 쉬지 못하고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그는 카디안 스타우트에게 안타를 하나 내준 것을 제외하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투구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렇게 던지다가는 분명 7회 말이 한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다저스의 원정팬들과 선수들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1점만 만들자.”

“코디에게 승리를 안겨주자고.”

“아무리 캉이 대단한 투수라도 사람인 이상 언젠가는 틈을 드러낼 거야.”

그렇기에 더욱 1차전의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5회 초.

강송구가 이번에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에 올라섰다.

그 모습을 보며 다저스의 일루수인 르윈 디아즈가 눈을 찌푸리며 거친 욕을 내뱉었다.

“Fxxk! 이젠 오른손이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