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43화 (143/198)

#143. 월드시리즈(1)

LA다저스.

내셔널 리그 27회 우승과 월드시리즈 9회 우승.

전통의 명문구단이자, 빅마켓 팀이면서 신인 발굴과 육성에도 강점을 보이는 구단.

동시에 투수 친화적인 홈구장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투수 왕국이라 불리는 구단.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구단이다.

그리고 그런 LA 다저스를 이제 5년의 역사를 쌓은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상대한다.

그것도 월드시리즈에서 말이다.

당연히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매치업이다.

이번 매치업 덕분에 MLB 사무국은 이번 월드시리즈 흥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LA 다저스라는 빅마켓과 신생이지만 최근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하며 관중을 몰고 다니는 라스베이거스.

두 팀의 맞대결을 싫어할 야구팬은 없었다.

뭐, 컵스 팬들이 신나게 이번 월드시리즈의 흥행이 실패하리라 저주를 내뱉고 있지만……. 그거야 뭐 항상 있는 일이니 야구팬들은 그러려니 했다.

흥행을 기대하는 이들과 다르게 몇몇 이들은 이번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다저스가 라스베이거스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4 대 0 패배를 당할 것이라 말을 하기도 했다.

“올해의 다저스라면 라스베이거스가 할만해.”

“확실히……. 이번 시즌은 정말 약했지.”

“불펜진 빼고는 다 엉망이었으니까.”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라스베이거스에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일방적인 경기만 나오지 않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지난 시즌과 다르게 이번 시즌의 다저스는 정말로 엉망이었으니까.

애초에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나마 사람 구실을 하는 불펜진이 아니었다면 다저스는 오히려 지구 1위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내주고 엄지나 쪽쪽 빨면서 포스트시즌을 구경했을 것이다.

아무튼.

썩 좋지 않은 상태의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래도 나름 명문구단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밀워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했고,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메츠라는 강적과 5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내셔널스가 스스로 무너지며 4 대 1로 승리를 거두었고, 그렇게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면서 라스베이거스의 상대가 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도전! 과연 신생팀은 구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단 5년 만에 신생팀을 월드시리즈에 진출시킨 찰리 브라운 단장을 종신시키라는 라스베이거스 팬들의 외침!]

[다저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 과연 그는 다저스를 상대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코디 호이어는 괴물 신인에게 메이저리그의 무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다저스의 왕과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의 매치업!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두 투수에게 쏠리다.]

-아닠ㅋㅋㅋ 강송구가 도전자가 아니라 다저스가 도전자 아님?ㅋㅋㅋㅋ 이번 시즌 한정으로 다저스 1, 2선발이 거둔 승수랑 강송구가 혼자 거둔 승수랑 비슷함ㅋㅋㅋ

-코디 호이어가 무슨 커쇼인 것처럼 말하넼ㅋㅋ 불펜에서 선발 전환하고 한 시즌에 15승 이상 거둔 시즌이 딱 1시즌밖에 없는 그들만의 에이스인뎈ㅋㅋ

-코디 호이어가 다저스의 왕이라니?ㅋㅋㅋㅋ 화이트삭스에서 2024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시킨 화삭의 왕인뎈ㅋㅋ

-솔직히 빅터 무네즈 없었으면 다저스 팬들 폭동일으켰음ㅋㅋㅋㅋ 워커 뷸러 트레이드로 팔아먹고, 1선발이라고 데려온 코디 호이어는 꾸준히 에이징커브로 폼 떨어지곸ㅋㅋ

-빅터 무네즈는 33시즌 끝나고 FA로 나올 때 다저스 방향으로 수류탄 던져도 무죄임ㅋㅋ

-탬파베이의 소년가장이 다저스로 팔려와서도 노예처럼 고생만 하니 눈물이 난다ㅠㅠㅠㅠㅠ

-빨리 알렉스 코르테스가 성장해야 하는데;

-그래도 알렉스는 올해 ERA 3.94 찍으면서 준수한 성적이었음. 엉망인 다저스 내야진에게 휘둘리면서도 11승 13패로 2년 연속 10승도 찍어봤으니…….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될듯함.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며 바쁘게 지나가는 시간.

야구팬들이 시끄럽게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동안에 월드시리즈 1차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 * *

월드시리즈.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자부심.

어떻게 보면 고작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이지만,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렇기에 월드시리즈라는 오만한 명칭이 오만하게 들리지 않는 것이다.

미국 최고의 팀은 세계 최고의 팀이다.

그 어떤 리그와 시리즈도 세계를 대표할 수 없다.

오직 메이저리그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의 32개 팀은 오늘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어마어마한 중계권 계약.

FA를 통한 빅네임의 영입.

팀의 흑자를 내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그 모든 것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자 수단일 뿐이다.

-야구의 정점이라고 칭할만해.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정점이었다.

그렇기에 강송구는 이런 대단한 리그에서 월드시리즈라는 타이틀을 계속해서 손에 쥐고 싶었다.

이건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꿈을 꾸던 소녀의 약속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욕심일 뿐이다.

‘여기까지 왔다.’

강송구가 두 눈을 번쩍였다.

그래, 여기까지 왔다.

이곳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서 강송구는 다저스를 상대로 공을 던지게 된다.

‘상대는 코디 호이어.’

남들은 코디 호이어를 전성기가 지난 베테랑이라며 평가절하하지만 강송구는 달랐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도 100마일의 구속을 유지하는 선수를 누가 우습게 볼 수 있을까?’

거기다 코디 호이어는 선발로 전환하고 매 시즌 최소 3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최악의 부진을 보여준 시즌도 평균자책점은 3.51이었다.

아무튼,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경기 날.

월드시리즈 1차전을 향한 많은 관심은 경기 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졌고, 경기가 있는 10월 31일까지도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말이 오갔다.

[2031시즌 월드시리즈 1차전!]

[1차전 선발, 다저스는 코디 호이어와 라스베이거스는 강송구가 같은 마운드를 공유한다.]

[최고의 파이어볼러 대결! 승자는 누구?]

우효의 앞발이 바람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우효오오옷! 감히 야알못 주제에 호크스를 욕해? 지옥의 키보드워리어인 우효 님의 위력을 보여주지!

투다다다닷!

이러다가 스마트폰 액정이 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한 강송구가 고갤 돌렸다.

곧 ‘777 베가스 그라운드’에 도착한다.

구단에서 고용해 준 운전기사가 구장에 도착했다는 말을 해주기 무섭게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캉! 오늘 잘 잤어?”

때마침 저 멀리서 조던 델가도가 다가왔다.

“나쁘지 않아.”

“그거 아주 좋은 소식이네!”

그가 씩 웃었다.

강송구는 반대로 덤덤히 고갤 끄덕였다.

구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제법 많은 라스베이거스의 팬들이 몰렸다.

“캉이다!”

“조던도 있어!”

“캉! 조던! 꼭 이겨요!”

“캉! 캉! 사랑해요!”

입장하면서 아이들이 보이면 틈틈이 사인을 해주던 두 사람은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미 몇몇 선수들이 도착해서 오늘 경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것 같았다.

-뭐? 호크스는 개X빱?

우효는 강송구가 유니폼으로 갈아입을 때까지도 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며 신나게 앞발을 휘둘렀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에 필드로 나가서 가볍게 러닝을 하고 다시 라커룸에 들어올 때까지도 우효의 앞발은 스마트폰 액정을 괴롭히고 있었다.

어느덧 경기 시각이 가까워지고.

라커룸이 선수들로 가득 찰 때쯤에 우효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호크스를 욕하는 야알못 컷!

“키보드 배틀에서 이겼나?”

강송구의 물음에 우효가 씩 웃었다.

-당연하지.

시간은 조금 더 흘러서 불펜에서 가볍게 몸을 푼 강송구는 곧 국민의례와 시구가 시작될 때쯤에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이윽고 모든 행사가 끝나고 터벅터벅 마운드로 오르는 강송구를 보며 관중석을 꽉 채운 홈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일반적인 투수라면 심하게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강송구의 표정은 덤덤했다.

가볍게 로진백을 들어 올린 강송구.

자신을 바라보는 다저스 선수단의 눈빛이 느껴진다.

-캬……. 독립구단에서 야구 경기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라니…….

우효가 묘한 얼굴로 고갤 끄덕였다.

이윽고 연습 투구가 끝났다.

천천히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주심이 그와 동시에 힘차게 콜을 외쳤다.

“플레이 볼!”

* * *

마운드에 거인이 올라섰다.

강송구를 향해서 시선이 쏠린다.

2미터에 가까운 키.

거기다 팔도 은근히 길었다.

어쩌면 투수를 하라고 신이 내려준 신체일 수 있었다.

그런 투수가 초구를 던졌다.

그것도 왼손으로 말이다.

슈우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10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타자의 몸쪽을 향해 날아들었다.

“…….”

다저스의 선두타자인 테일러 프리먼은 조금 당혹스럽다는 표정으로 마운드를 살짝 바라봤다.

상대 더그아웃도 마찬가지였다.

“허……. 초구부터 100마일이라고?”

“경기 초반부터 단단히 준비했네.”

“후우……. 저런 공을 오늘 경기 내내 마주해야 한다고?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네.”

“거기다 캉은 왼손만 있는 게 아니야. 오른손으로는 아티스트처럼 존을 가지고 놀지.”

“저 친구를 제대로 공략이나 할 수 있을까?”

100마일이란 숫자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다저스의 타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더욱 경기에 집중했다.

강송구의 작은 약점이라도 찾으려고 말이다.

하지만 강송구는 그런 틈을 보이지 않았다.

2구째는 97마일짜리 컷 패스트볼.

3구째는 85마일짜리 체인지업.

4구째는 95마일짜리 싱커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단 4구 만에 아웃을 가져간 강송구를 테일러 프리먼이 멍한 얼굴로 바라봤다.

“후우…….”

첫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낸 강송구가 깊게 숨을 내쉬며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홈구장을 찾은 라스베이거스의 팬들이 큰 환호성을 내뱉었다.

-캉이 초구부터 깔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압도적이네요. 컷 패스트볼 다음에 나왔던 체인지업이 테일러 프리먼 선수의 타이밍을 빼앗았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다저스의 2번 타자인 니코 호너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4구 만에 삼진을 잡아낸 강송구.

다음 타자를 상대로 이번에는 포심 패스트볼-슬라이더-커브로 범타를 유도하며 아웃을 잡아냈다.

순식간에 2개의 아웃 카운트가 채워졌다.

‘홀리카우……. 뭐 저런 투수가 다 있어?’

‘영상자료로 보던 것과 천지 차이군.’

‘그래도 마냥 공략하기 힘든 투수는 아니야. 조금만 공을 더 지켜보면 때려낼 수 있을 거야.’

다저스의 타자들은 그런 강송구의 모습을 보며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1회 초의 마지막 타자까지 삼진을 허용하며 이닝이 끝을 맺었다.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오늘 경기.

다저스의 선발투수인 코디 호이어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1회 말을 막기 위해서 마운드에 올랐다.

무딘 마운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조금 길게 마운드를 발로 단단히 다진 그가 드디어 피칭을 시작했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강송구처럼 초구부터 99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타자의 몸쪽에 바짝 붙인 코디 호이어는 이어서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을 던지며 카운트를 쌓았다.

그리고 강송구처럼 4구째 던진 공으로 삼진을 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여주었다.

손쉽게 아웃을 헌납한 선두타자인 랜디 에드워즈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랜디! 코디 호이어는 어때요? 칠만해요?”

“아니, X같아. 거기다 오른손에서 나오는 컷 패스트볼이 패스트볼이랑 전혀 구분이 안 돼.”

“그 정도예요?”

“랜디가 그 정도로 말하면 쉽지 않겠네.”

선구안이 좋은 랜디 에드워즈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의 구분이 어려울 것이다.

굳은 표정을 짓는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

그러는 사이에 코디 호이어가 남은 타자들을 모두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이닝을 끝맺었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다저스의 베테랑 투수를 보며 우효가 중얼거렸다.

-아……. 좀 꼬운데.

아까 전 커뮤니티에서 호크스를 물어뜯는 상대가 다저스의 팬이라서 더 짜증 났다.

우효는 고개를 돌려 강송구를 바라봤다.

-야! 다저스 놈들한테 본때 좀 보여 줘 봐! 아주 희망을 밟아버려! 알겠지! 응?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송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글러브를 챙겼다. 그의 표정은 평소처럼 덤덤했다.

“노력해 보지.”

천천히 마운드를 오르는 강송구.

-멍청한 야알못 다저스쉑! 뭐? 호크스가 개똥팀이라고? 호크스 출신인 강송구로 제대로 혼내주마!

우효가 키보드 배틀을 했던 상대를 떠올리며 음침하게 ‘흐흐흐’ 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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