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42화 (142/198)

#142. 챔피언십시리즈(6)

한 가지 구종으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하지만 그만큼의 투구수를 희생해야 한다.

오늘 경기.

강송구와 제프 내퍼는 싱커라는 구종 하나만 던지며 이닝을 소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구수가 녹기 시작했다.

-두 투수가 각각 3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캉은 47구를 제프 내퍼는 51구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두 투수가 합심이라도 한 것처럼 싱커라는 구종 하나만을 던지고 있습니다.

싱커.

좋은 구종이다.

땅볼을 잡기에도 좋으며, 떨어지는 각이 좋은 싱커라면 삼진을 잡는데 상당히 유용한 편이다.

제프 내퍼와 강송구.

두 투수는 분명히 뛰어난 싱커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두 투수의 성향은 달랐다.

제프 내퍼의 싱커는 브랜든 웹과 비슷했다.

싱커를 잘 활용하는 투수.

패스트볼과 싱커,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필요한 순간에 원하는 코스로 찔러넣는다.

마운드 위에서의 싱커를 활용한 운용 능력으로 가지고 있는 싱커의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반대로 강송구는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왼손으로 던질 때.

최대 97마일까지 나오는 강송구의 하드 싱커는 브랜든 웹보다는 케빈 브라운의 싱커였다.

떨어지는 각도도 엄청나서 삼진을 잡는데 특출난 싱커로 싱커 하나만 잘 조절해서 던지면 아마 5이닝까지는 손쉽게 잡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성향이 조금 다른 두 싱커볼러는 4회 초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잘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찾아오는 법.

아무리 괴물인 강송구도 구종 하나만 던져서 무실점으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선을 막아내기에는 무리였다.

빠악!

포스트시즌 첫 피홈런이 나왔다.

-칼렙 헤리스으으으은!

-드디어! 드디어 거인에게 한 방을 먹이는 트윈스입니다! 칼렙 헤리슨이 솔로포를 터트리며 1대0으로 앞서나가는 미네소타 트윈스입니다!

-여기서 트윈스가 캉에게 점수를 빼앗는군요.

필연적인 일이었다.

싱커 하나만 계속 던진다고 모든 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면 그건 야구의 신이 아닐까?

그리고 위기는 강송구에게만 다가온 것이 아니었다.

4회 말.

마운드에 오른 제프 내퍼도 흔들렸다.

강송구와 똑같이 홈런을 얻어맞았다.

점수가 2점짜리인 홈런이지만 말이다.

-카디안 스타우트! 환상적인 투런포였습니다.

-토미 리브스를 홈으로 불러오는 카디안 스타우트! 정말 어마어마한 재능입니다.

-다시 경기는 2대1로 라스베이거스가 앞서나갑니다.

그리고 5회 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저 친구, 계속 왼손으로 던지는 거지?”

“그럴 것 같은데요.”

“쯧……. 안타 하나 치기도 힘들겠네. 그런데 저 친구는 계속 싱커만 던지는 거야?”

타석에 들어선 노장 루크 보이트가 싱긋 웃으며 조던 델가도에게 물었다.

“오늘따라 우리 영감님이 왜 이렇게 궁금한 게 많으실까……. 아! 안타 하나 달라고요?”

“이왕이면 장타로 부탁해.”

“그건 좀…….”

“그것보다 도대체 투수들의 생각을 모르겠어. 왜 이런 소모적인 짓을 하는 걸까?”

“제가 투수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지 않고 양키스나 다저스에서 4억 달러를 받고 뛰고 있었죠.”

“그렇군. 그럴만해.”

고개를 끄덕이는 루크 보이트.

두 사람이 입을 닫았다.

사인 교환은 없었다.

강송구의 왼손을 떠난 공이 빠르게 휘었다.

부우우웅!

“스-윙! 스트라이크!”

알고도 못 치는 공이다.

루크 보이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저 97마일의 하드 싱커는 알고 배트를 내밀어도 쉽게 때려낼 수 없는 공이라고.

2구째.

따악!

바깥쪽에 걸치는 코스에 급히 배트를 내민 루크 보이트는 자신이 성급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제프 내퍼만큼은 아니지만 강송구의 싱커는 2가지 궤적을 보여주며 타자를 속였다.

‘횡적 변화가 심한 투심 패스트볼에 가까운 싱커와 스플리터처럼 떨어지는 싱커.’

쉽지 않았다.

저렇게 횡적 변화가 심한 싱커를 던진 뒤에 다시 뚝 떨어지는 싱커를 던지니 답이 없었다.

“스트라이크!”

3구째.

강송구가 바깥쪽으로 싱커를 던졌다.

따악!

“파울!”

배트를 내민 루크 보이트는 파울이 된 타구의 궤적을 보며 두 눈을 찌푸렸다.

배트가 계속해서 밀린다는 것을 느꼈겠지.

강송구가 송진을 적절히 왼손에 바르고는 다시금 빠르게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싱커 하나만 던지기에 사인은 필요 없었다.

포수가 들어 올린 미트 근처로만 던지면 끝이니까.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뭣 같은 공이네. 갑자기 여기서 90마일짜리 싱커가 날아들면 어떻게 때리라는 거야?”

“영감님, 그걸 저한테 말하면 뭐해요.”

“그냥……. 그렇다는 거야.”

투덜투덜.

루크 보이트가 타석을 빠져나간다.

5회 초의 첫 타자를 깔끔히 잡아낸 강송구.

이어서 로이스 루이스가 타석에 들어섰다.

* * *

5회 초가 끝났다.

강송구는 다시금 1실점을 허용했다.

점수는 2대2로 동률인 상황.

오랜만에 제법 실점하며 위기상황을 만드는 강송구의 모습에 라스베이거스의 팬들이 웅성거린다.

하지만 강송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벌써 80구를 넘겼군.’

자신도 그렇지만 제프 내퍼도 투구수의 낭비가 심했다. 자신도 80구 가까이 던졌지만, 제프 내퍼는 벌써 94구였다.

그리고 슬슬 이번 승부의 결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5회 말의 시작과 함께 상대가 흔들렸다.

따악!

-제프 내퍼! 다시금 안타를 허용합니다.

-흔들리네요.

-지금까지는 싱커로 잘 버텨왔지만……. 결국, 한계가 금방 찾아왔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고작 구종 하나만으로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을 한 타선 이상 막아낼 수 있는 게 이상한 거죠.

첫 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연이어 볼넷을 내어주며 흔들렸다.

무사 1, 2루의 상황.

거기서 홈런이 터졌다.

빠아아악!

-쳤습니다!

-호세 피자로의 홈런! 제프 내퍼가 이번 이닝에 3실점을 허용하며 크게 흔들립니다.

-트윈스의 불펜이 바빠집니다.

-벌써 100구가 넘어가는 제프 내퍼! 트윈스가 결국 제프 내퍼를 강판시킵니다.

-아……. 결국에는 여기서 결판이 납니다.

이번 이닝에 단 하나의 아웃도 잡지 못했다.

제프 내퍼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만큼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터덜터덜.

마운드를 내려가는 제프 내퍼.

싱커볼러의 자존심이 걸렸던 대결은 결국 강송구의 완승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새롭게 마운드를 오르는 투수가 5회 말을 깔끔히 막아내면서 결국 3실점 이후의 추가 실점은 없었다.

하지만 그 3실점이 너무나 컸다.

“저 괴물을 상대로 3점을 빼앗으라고?”

“Fxxk! 제프 내퍼가 강판당했으니 이제 싱커만 던지지도 않을 거 아니야?”

“그래도 가능성은 있어. 벌써 80구를 넘게 던졌잖아. 슬슬 저 친구도 지쳤겠지.”

조금은 희망적인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선.

하지만 그들은 깜빡하고 있었다.

5이닝을 소화할 때까지 강송구가 왼손으로만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6회 초.

이제 왼손에 글러브를 낀 강송구가 덤덤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미네소타 트윈스의 더그아웃이 우중충해졌다.

아직, 강송구 강점기가 끝나지 않았다.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부터 삼진.

강송구의 하드 싱커에 익숙해진 타자들은 다양한 구종을 던지기 시작한 그의 오른손에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구속은 한참 느리지만, 그 느린 구속을 누구보다 잘 활용한 강송구의 피칭에 트윈스의 더그아웃은 짧게나마 잡았던 희망을 가볍게 놓아주었다.

삼진 두 개와 내야 뜬공.

6회 초를 깔끔히 막아낸 강송구를 보며 트윈스의 닉 스탠리 감독이 벤치코치에게 말했다.

“테일러! 단장한테 연락해. 캉이랑 비빌 수 있는 투수 하나만 데려와달라고.”

“그런 투수가 있을까요?”

“전 세계를 뒤지다 보면 한 명 정도 나오지 않을까?”

“차라리 이안 엘런을 사달라고 하세요.”

“쯧…….”

그 말을 듣고 닉 스탠리 감독이 가볍게 혀를 찼다.

* * *

강송구의 호투는 딱 8회 초까지였다.

오늘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진 강송구를 더는 마운드에 세울 수 없던 미키 스토리 감독이 그를 내리고 마무리인 C.J포스터를 올리며 결국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까지 가져왔다.

그래, 구단 최초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이었다.

-경기 끝납니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5차전에서 승리를 거둡니다! 그들이 월드시리즈로 향합니다!

-C.J 포스터가 마운드에 주저앉습니다! 네! 라스베이거스가 구단 최초 월드시리즈에 진출합니다! 26시즌에 메이저리그에 합류한 그들이 고작 5시즌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합니다!

“커모오오오온! 진짜 월드시리즈야! 우리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고! 월드시리즈!”

“진짜 내 꿈이 이루어지다니……!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니! 으하하하하하하하!”

C.J 포스터가 마지막 아웃을 잡는 순간.

모두가 마운드로 달려나갔다.

강송구도 가볍게 왼쪽 어깨에 아이싱을 하며 그 모습에 살짝 떨어져서 지켜봤다.

라스베이거스가 승리하기 무섭게 언론에서 이 소식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5차전의 승자는 라스베이거스!]

[메이저리그 합류 5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강송구 8이닝 2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가져오다.]

[3경기 동안 ‘26이닝 2실점’ 빅게임피처는 존재한다.]

[드디어 결정된 월드시리즈 대진! 라스베이거스 vs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맞붙는다!]

[신흥 강호와 명문구단의 대결! 월드시리즈의 우승은 누구의 손에 들어갈 것인가?]

[제프 내퍼, ‘왜 강판당하는 순간까지 싱커만 던졌냐고? 내 가슴이 시켜서 한 일이다.’]

[강송구, ‘제프 내퍼는 훌륭한 투수. 그가 싱커를 던지며 승부를 걸었기에 나도 맞대응해 주었다.’]

[미키 스토리 감독! 매 경기 긴 이닝을 소화해 주는 강송구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월드시리즈 1차전은 10월 31일!]

[라스베이거스는 강송구를 1차전 선발로 내세우다!]

[코디 호이어 vs 강송구!]

[100마일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의 승부!]

-캬; 진짜 미쳤네;

-5회 말까지 이어진 싱커 승부 꿀잼이었다.

-와;; 그런데 강송구는 기어코 이번 경기에서 150구를 던지네; 무슨 혼자 데드볼 시대에 살고 있음;

-체력이 무쳤음; 지치질 않던데;

-캬; 간지난다.

-이 맛에 야구보짘ㅋㅋㅋ

-진짜 강송구 무쳤네; 어떻게 포스트시즌에도 무너지는 모습이 없냐? 돌았다!

-왜 하필 내셔널리그에서는 컵스가 아니라 다저스가 올라오냐; 이안 엘란이랑 강송구 붙는 모습이 너무 보고 싶다;

-건강한 이안 엘런 vs 강송구!

-건강한 이안 엘런이라면 강송구랑 비빌 수 있음. 근데 올해도 이안 엘런은 부상에 허덕이는구나;

-아니; 도대체 바나나 껍질 밟고 미끄러져서 시즌 아웃은 뭐냐구;;; 진짜 운도 안 따라줘;

-이안 엘런만 있었으면 다저스가 아니라 컵스가 올라갔음. 내셔널스 상대로 6타자 연속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는 모습 보고 진짜 팬티에 지릴뻔했다.

-응, 현실은 내셔널스에 삼대떡ㅋㅋㅋㅋ

-컵스쉑들ㅋㅋㅋ 현실을 파악 못하넼ㅋㅋ

-컵스는 그냥ㅋㅋㅋ 이안 엘런 없으면 디비전시리즈 광탈하는 수준의 구단이짘ㅋㅋ

-샌디에이고한테 21 대 0으로 개털린 국저스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은 것 같지?

-꼬우면 월드시리즈 오던가?ㅋㅋㅋㅋ

-앜ㅋㅋ 언제적 국저스냐? 이제 웨스트스타즈에 국민 구단인 거 모름? 진짜; 요즘 여기 커뮤도 틀딱들 개 많네;

-진짜 강현준도 대단했지.

-크크... 그 시절 메이저리그는 강현준 보는 맛이었음.

과거 코리안 몬스터인 강현준이 뛰었던 팀으로 몇몇 해외야구 팬들에게는 ‘국저스’라는 말까지 들었던 팀.

라스베이거스의 월드시리즈 상대는 LA 다저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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