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챔피언십시리즈(5)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 강송구 전대미문의 활약으로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의 승리투수가 되다!]
[이미 사이 영은 확실한 강송구! 과연 메이저리그 MVP까지 수상할 수 있을까?]
[1차전에서 패배한 미네소타 트윈스! 2차전에서 다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까?]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강송구! 최고의 싱커볼러는 대결에서도 제프 내퍼를 찍어 누르다!]
1차전이 끝나기 무섭게 언론이 시끌시끌했다.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에 어울리는 반응이었다.
거기다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가을이었다.
언론이 더 떠들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찾아온 2차전.
미네소타 트윈스는 어떻게든 홈에서 1승을 거두고 원정을 떠나고 싶었으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아웃! C.J 포스터가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라스베이거스가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둡니다!
-라스베이거스! 이제 구단 최초 월드시리즈까지 2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그들의 홈으로 미네소타 트윈스를 부릅니다!
2차전에서의 승리.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단은 2차전의 승리로 월드시리즈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러다가 4경기를 연속으로 내주며 그대로 광탈하는 X같은 상황도 있을 수 있겠지만…….
5차전에 등판이 확정된 강송구를 보면서 4연패로 챔피언십시리즈 탈락하는 시나리오는 머리에서 지웠다.
“홈에서 무조건 1승이다.”
“다 필요 없어. 3, 4차전 중에서 1승만 거두면 우린 무조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악착같이 달려들어!”
미키 스토리 감독과 코치들.
그리고 주장인 랜디 에드워즈까지.
모두가 선수들을 독려했다.
월드시리즈가 이제 정말로 가시권이었다.
딱 1승만 거두면 5차전에서 강송구가 등판했다.
원정에서도 강한 편이지만, 강송구는 특히나 홈에서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괴물이었다.
그렇게 라스베이거스로 전장을 옮긴 두 팀은 3차전에서 치열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연장까지 승부를 이어나갔다.
10회 초.
상대가 역전 투런포를 터트렸다.
굳은 표정의 크리스 울프가 보인다.
힘껏 던진 컷 패스트볼이 제대로 맞았다.
‘운이 없었군.’
강송구는 딱히 크리스 울프의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상대가 밋밋하게 날아든 컷 패스트볼을 잘 때렸다고 생각했다.
‘밋밋해도 코스는 좋았으니까.’
아쉬울 뿐이다.
조금만 덜 밋밋하게 들어갔다면 무조건 범타를 유도해서 아웃을 잡아낼 코스였으니까.
10회 말.
트윈스는 힘겹게 잡은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어떻게든 이번 3차전에 승리할 생각이었다.
필승조를 모두 꺼내든 트윈스.
결국, 그들은 3차전에서 시리즈 첫 승을 거두었다.
[연장 10회까지 이어진 경기의 승자는 트윈스!]
[드디어 라스베이거스의 진격을 한차례 막아낸 트윈스! 이번 1승이 반격의 서막을 올릴까?]
[다저스 쾌조의 3연승! 월드시리즈까지 단 1승 남았다!]
[뛰어난 불펜진의 힘으로 월드시리즈까지 단 1승을 남긴 다저스의 승리 요인은?]
내셔널리그는 의외로 다저스가 분전하며 3승을 챙겨가는 모양새가 나왔다.
전체적인 전력은 내셔널스가 훨씬 뛰어났지만, 다저스의 베테랑들이 갖춘 경험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안돼! 으아아아아아!
덕분에 정배인 내셔널스에 걸었던 우효의 지갑은 평소보다 훨씬 홀쭉해졌다.
그리고 찾아온 4차전.
라스베이거스는 켄 크로윈의 7이닝 1실점 호투에 힘입어 다시금 승리를 가져왔다.
이제 월드시리즈까지 남은 승리는 단 1승.
라스베이거스의 홈에서 치러지는 5차전의 선발투수는 그 누구도 아닌 강송구였다.
* * *
라스베이거스의 홈구장인 '777 베가스 그라운드‘의 관중석은 이미 관중들로 꽉 들어찼다.
경기를 시작하려면 30분이 남은 상황.
하지만 관중들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엄마! 캉은 언제 나와요?”
“캉! 캉! 캉! 캉!”
“오늘 경기에서도 퍼펙트게임을 보여줘!”
“구단 최초 월드시리즈 진출을 보러 저 먼 알링턴에서 여기까지 차를 타고 왔다고! 꼭 이겨!”
팬들의 외침이 불펜까지 들려온다.
강송구는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점검했다.
-불안해……. 불안해! 너무 불안해!
우효는 강송구의 주변을 돌아다니며 불안에 떨었다.
저번 퍼펙트게임에서도 시스템은 조용했다.
도대체 뭘 주려고 이렇게 고요한 것일까?
불안했다.
너무나도 불안했다.
반대로 강송구는 덤덤했다.
솔직히 이미 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였다.
‘여기서 뭘 더 주기 힘들겠지.’
그렇기에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다.
어차피 여기서 뭘 더 바라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크리스 울프가 가볍게 공을 던졌다.
오늘 경기에서는 출전하지 않겠지만, 그는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가볍게 하프피칭을 하는 편이었다.
“나이스 볼!”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크리스 울프가 고개를 돌려 강송구를 바라봤다.
“언제봐도 대단해.”
정규시즌에도 대단했지만, 포스트시즌에 보여준 퍼포먼스는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 국민의례와 시구가 이어졌다.
시구는 라스베이거스 출신의 군 장병으로 그가 시구하고 그의 어린 아들이 시타를 했다.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 홈에서 던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 원정에서 공을 던졌을 뿐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홈팬들.
그들의 열기가 마운드까지 느껴졌다.
때마침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플레이 볼!”
주심이 경기의 시작을 알렸다.
강송구가 자세를 잡았다.
와인드업.
그가 공을 던지려 하자 홈팬들이 어마어마한 환호성을 내지르며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송구의 오른손을 떠나는 공.
“스트라이크!”
9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제대로 걸치며 타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미네소타의 선두타자인 빌리 넛슨은 바깥쪽에 절묘히 걸친 9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을 보며 혀를 찼다.
‘쯧……. 코스가 참 X같네.’
타자가 싫어하는 코스에 들어선 공.
이어서 강송구가 2구째 피칭을 이어나갔다.
2구째.
강송구의 손을 떠난 공이 홈플레이트로 날아들었다.
빌리 넛슨은 이번 공에도 배트를 내밀지 않으며 오늘 주심의 존을 확인했다.
“스트라이크!”
이번에도 스트라이크를 잡아준 주심.
빌리 넛슨은 속으로 주심을 욕했다.
‘X발……. 이거까지 잡아주면 뭘 치라고?’
이러면 바깥쪽으로 빠지는 모든 공에 배트를 내밀어야 할 정도로 오늘 주심의 바깥쪽은 후하다.
아마도 이건 주심의 성향일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었다.
저 태평양에 가까운 바깥쪽은 미네소타의 선발인 제프 내퍼에게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3구째.
이번에는 좌타자인 그의 몸쪽 깊게 파고드는 컷 패스트볼이 날아들었다.
‘Fxxk!'
때려내기도 힘든 공.
그가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파울!”
4구째.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강송구가 던진 스플리터에 삼진을 허용했다.
너무나 무기력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미쳤어. 저 스플리터는 봐도 모르겠어.’
빌리 넛슨이 혀를 찼다.
오늘 경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
* * *
“스-윙! 스트라이크”
“파울!”
“파울!”
미네소타의 2번 타자.
헤스턴 켜스태드가 순식간에 카운트가 몰렸다.
굳은 표정의 타자는 강송구를 보며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강송구는 그런 타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
따악!
“아웃!”
깔끔한 체인지업.
완벽한 마무리였다.
‘777 베가스 그라운드’를 찾은 홈팬들의 함성이 계속해서 강송구의 귀를 때렸다.
반대로 미네소타의 타자들은 강송구를 응원하는 홈팬들의 함성에 조금 기세가 밀리는 것을 느꼈다.
‘고작 함성 하난데…….’
‘압박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저 괴물은 흔들릴 생각이 없군. 긴장감이 아예 없는 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송구를 바라보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자들.
이 정도 열기와 환호성은 처음이다.
그만큼 중요한 경기였고, 아무리 흔들림이 없다는 저 거인도 마운드에서는 조금은 발을 헛디디지 않을까 했다.
물론, 그건 큰 오산이었다.
강송구는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림이 없습니다. 캉.
-순식간에 2개의 아웃을 잡아내면서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는 캉! 타석에는 미네소타 트윈스의 3번 타자인 칼렙 헤리슨이 들어섭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선을 이끄는 선수라고 봐도 무방한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트윈스가 이기려면 칼렙 헤리슨이 캉을 공략하는 모습이 나와야 합니다.
트윈스의 3번 타자.
칼렙 헤리슨을 상대로 강송구는 다양한 구종을 섞으며 카운트를 쌓았고, 5구째에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으로 칼렙 헤리슨을 내야 땅볼로 잡아냈다.
그렇게 1회 초를 깔끔히 막아낸 강송구.
그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1회 말.
1차전과 다르게 뭔가 제대로 활활 타오른 제프 내퍼가 오직 싱커만으로 선두타자를 잡아냈다.
“스트라이크!”
“파울!”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카디안 스타우트도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번에도 싱커만 던졌다.
제프 내퍼는 카디안 스타우트를 잡아내고는 더그아웃에 앉아서 쉬고 있는 강송구를 노려봤다.
우효는 그런 제프 내퍼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 친구 왜 저래?
그 물음에 강송구가 답했다.
“누가 저 친구에게 불을 붙인 것 같군.”
그게 아니라면 저런 피칭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것도 자신을 의식하면서 말이다.
-불을 붙였다고?
‘그래, 누가 제프 내퍼에게 불을 붙였어. 아마 내 싱커와 저 친구의 싱커를 비교했겠지.’
-그런데 그게 왜?
‘지금 내게 도전장을 던지고 있잖아.
-도전장?
‘누구의 싱커가 더 뛰어난지 싱커만 던져서 확인을 해보자고 저렇게 날뛰는 거야.’
강송구의 말을 듣고 우효가 중얼거렸다.
-미친놈이네.
‘확실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야. 하지만 미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이 여기 메이저리그이기도 하지.’
-어떻게 하려고?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씩 웃었다.
“그렇게 원하니 나도 답을 해줘야지.”
* * *
제프 내퍼가 숨을 크게 내뱉었다.
1회 말의 마지막 타자까지 깔끔히 잡아낸 그는 팀의 승리가 아닌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 공을 던지고 있었다.
‘뭐? 내 싱커가 구려?’
으드드득.
절로 이가 갈린다.
자신은 싱커가 포심이었다.
그저 간간이 싱커를 던지는 강송구와 싱커에 진심인 자신은 결코 비교할 수 없다.
떨어지는 각이나 타이밍이 저 괴물이 더 좋더라도 싱커를 활용한 볼 로케이션만큼은 자신이 가장 뛰어났다.
‘야구 전문가라는 놈들에게 수준 차이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어. 싱커하면 내가 생각나게!’
그때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왼손을 꺼내든 라스베이거스의 거인은 초구부터 싱커를 던지기 시작했다.
4구 연속 싱커.
같은 싱커임에도 떨어지는 각도는 물론이고 타이밍이 모두 다른 싱커였다.
그렇기에 제프 내퍼는 알 수 있었다.
저 라스베이거스의 괴물은 어설프게 싱커를 익힌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건 1차전에 진즉 파악했어.’
제프 내퍼의 두 눈이 활활 타올랐다.
강송구가 싱커만 던져서 순식간에 2개의 아웃을 잡아내는 순간 그는 오늘 경기의 승패를 잊었다.
그는 오늘 증명하고 싶었다. 멍청한 기자들과 자칭 야구 전문가라는 X신들에게 말이다.
미네소타의 1승?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X같은 팀보다 내가 더 중요해.’
자신의 자존심이 중요했다.
팀의 1승보다 자신의 싱커를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마 자신의 마음가짐은 조단 칸투에게 2선발 자리를 빼앗긴 순간부터 일그러진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는 사이에 2회 초가 끝났다.
제프 내퍼는 강송구가 16구의 싱커로 2회 초를 깔끔히 막아내는 것을 보고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