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40화 (140/198)

#140. 챔피언십시리즈(4)

7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오른다.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을 앞둔 선수답지 않게 그의 표정은 평온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그것도 최고의 리그라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이란 대기록을 앞두고 있기에 더욱 그만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송구의 표정은 평온했다.

-잡아냅니다!

-오늘 경기 10번째 삼진!

-생각보다 오늘 경기에서 싱커를 많이 꺼내면서 범타를 유도한 상황이 많았는데도 벌써 두 자릿수 삼진을 잡아냈습니다.

-매 경기 10개 이상의 삼진을 보장하는 선수가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인 ‘캉’입니다.

부상으로 유격수 수비를 보지 못하는 카디안 스타우트를 대신해서 오늘 경기의 유격수 자리를 책임지는 알프레도 나바로가 가볍게 1루로 공을 던졌다.

-말씀드리는 순간 7회 말의 두 번째 아웃을 잡아내는 캉! 날카로운 싱커가 또 범타를 유도합니다.

-알프레도 나바로의 좋은 수비.

-네,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확실히 삼유간을 모두 볼 수 있는 선수라서 기대를 받는 선수죠?

-9월에 콜업되어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이번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든 뛰어난 유망주입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격한 수비가 힘든 카디안 스타우트를 대신해서 유격수를 보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의 팬들은 내야 수비만큼은 10년 동안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

7회 말의 마지막 타자.

3번 타자인 칼렙 헤리슨이 타석에 들어섰다.

‘올해 AL 타율 1위인 타자이자 0.400의 출루율과 0.568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26살의 우익수.’

물론, 단점은 비슷한 지표를 보여주는 각 리그의 최고 타자보다 훨씬 많은 삼진을 허용하는 선구안 능력이었다.

‘선구안이 좋지 않아서 최대한 존을 좁게 보고 들어오면 무조건 때리는 유형의 타자지.’

문제는 그런 무식한 방법이 통한다.

일반적인 투수라면 상대하기 답답할 수 있지만, 다시금 오른손을 꺼내든 강송구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스-윙! 스트르라이이크 아웃!”

주심의 호쾌한 삼진콜.

6구만에 칼렙 헤리슨이 삼진을 허용했다.

절묘한 바깥쪽 승부에 당했다.

‘스트라이크 존 바깥을 넣었다 빼는 로케이션으로 칼렙 헤리슨을 요리해버렸군.’

경기를 지켜보던 미네소타 트윈스의 닉 스탠리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7회 말까지 순식간에 지워졌다.

상대에게 남은 이닝은 단 2이닝.

아웃은 6개였다.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제프 내퍼.

아마 제프 내퍼는 이번 이닝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번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 8이닝 2실점으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하게 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무조건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성적일 것이다.

경기가 끝나고 MVP도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 제프 내퍼는 패전투수였다.

강송구가 남은 이닝 2실점을 하지 않는 이상.

슈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커모오오온!”

제프 내퍼가 분노를 내뱉는다.

도대체 얼마나 더 해줘야 하는가.

8이닝 2실점이면 1승을 가져가도 문제가 될 것 없는데, 자신은 오히려 패전을 쌓게 생겼다.

이윽고 8회 초를 깔끔히 막아낸 제프 내퍼.

그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 그 어떤 누구도 그에게 험담을 내뱉을 수 없었다.

다시 찾아온 8회 말.

라스베이거스의 거인이 성큼성큼 무덤을 올랐다.

상대 타자들의 시체가 쌓인 무덤을 말이다.

* * *

[중계창]

-진짜 2경기 연속 퍼펙트아니지?

-정배정배 야야야! 정배정배 야야야!

-강송구 그는 신이야! 강송구 그는 신이야! 강송구 그는 신이야! 강송구 그는 신이야! 강송구 그는 신이야!

-8회 말에 홈런 맞고 역전간다. 역배는 승리한다!

-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왜 강송구 경기에 역배를 함? 정배하면 무조건 돈이 복사되는 수준인뎈ㅋㅋㅋ

-진짜;; 포스트시즌에는 더 괴물이네;

-진짜 AL 서부지구는 피터지네; 라스베이거스에 LA 에인절스랑 오클랜드, 시애틀;;

-ㅋㅋㅋㅋ 다 5할 팀임ㅋㅋㅋㅋ

-아닠ㅋㅋㅋ 꼴찌가 딱 5할 승률이면 어카냐구욬ㅋㅋ 요즘 알동보다 알서부가 더 빡신 것 같음.

-알동부는 양키스만 폼 돌아오면 무조건 헬리그임.

-ㅋㅋㅋ 레드삭스는 진짜 나락이던데;

-왜 레드삭스가 왜 조던 델가도를 라스베이거스에 트레이드 시켰는지.... 난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음.

-ㅋㅋㅋㅋ 그 트레이드로 데려온 애들 다 망했자넠ㅋㅋㅋ 레드삭스쉑들ㅋㅋㅋ 진짜 선수 보는 눈 왤캐 없음?

8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오른다.

이제 남은 아웃은 단 6개.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다.

선수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바라본다. 더그아웃에서 땀을 닦는 트윈스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 춥네.”

“10월 말이니까.”

거인의 등에서 피어오르는 열기.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올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자들은 강송구에게 압도되어 제대로 배트도 못 내밀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날카로운 슬라이더!

-캉이 다시 왼손에서 오른손을 꺼냅니다!

-전력을 다하는 캉! 이제 대기록까지 남은 아웃은 5개가 남아 있습니다! 미쳤습니다!

5번 타자 루크 보이트가 타석에 들어선다.

마흔의 노장은 지금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다.

초구는 바깥쪽.

97마일의 컷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며 늙은 호랑이를 압박했다.

‘다시 날 상대로 왼손을 꺼내는군.’

구위로 찍어누를 생각일까?

그의 두 눈이 차가워졌다.

2구째.

똑같은 코스로 들어가는 공.

루크 보이트는 다시금 슬라이더를 예상하며 배트를 내밀지 않고 참았다.

하지만 베테랑의 예상은 틀렸다.

슈우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정직한 포심 패스트볼.

루크 보이트가 눈을 찌푸렸다.

‘Fxxk.’

3구째.

늙은 호랑이의 혀를 내두르는 몸쪽 체인지업.

그걸로 충분했다.

루크 보이트가 내야 땅볼을 치며 물러났다.

따악!

“아웃!”

-캉! 이제 남은 아웃은 단 4개!

-맙소사……. 미쳤습니다. 정말 미쳤습니다!

유난히 중계진이 내뱉는 단어에 ‘크레이지’나 ‘언블리버블’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8회 말의 마지막 타자를 상대로 5구 만에 삼진을 잡아내며 강송구가 이번 이닝도 깔끔히 끝냈다.

이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3개.

더그아웃에 들어선 조던 델가도는 오늘 경기에서 롤렉스 시계가 하나 더 장만하게 생겼다며 환히 웃었다.

이윽고 찾아온 9회 말.

점수는 2 대 0으로 라스베이거스가 앞서는 상황.

강송구는 이번에 오른손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기교의 끝을 보여주며 아웃을 잡아냈다.

-멋진 스플리터입니다!

-오늘 경기 14번째 삼진을 잡아내는 강송구!

-정말 지능적인 피칭입니다. 타자가 원하는 코스와 구종이 무엇인지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9회 말의 첫 타자를 잡아내고.

이어서 두 번째 타자도 아웃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따아아악!

-높게 치솟는 공!

-좌익수가 공을 가볍게 처리하면서 캉!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이 역사적인 대기록의 주인공이 됩니다!

-한 시즌 3번의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것과 함께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을 달성합니다!

비명에 가까운 환호성을 내지르는 중계진들.

그리고 압도적인 피칭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는 타겟 필드를 찾은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팬들.

평소라면 더 뜨거웠을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움직이는 강송구의 모습에 흥분보다는 엄숙한 분위기가 경기장을 뒤덮었다.

롤렉스 시계를 하나 더 가지게 생긴 조던 델가도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강송구에게 다가왔다.

선수들의 격렬한 축하가 끝나고.

미녀 인터뷰 앞에 선 강송구.

경기를 보다 잠든 우효를 가방에 조용히 넣은 그가 마이크를 들고 있는 리포터에 다가갔다.

오늘 경기의 MVP인 강송구를 보며 환히 웃은 미녀 리포터가 축하의 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인터뷰였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에서 강송구의 두 눈이 번뜩였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뭔가요?

“우승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반지 3개는 껴야 손이 든든할 것 같습니다.”

“그 말씀은?”

“라스베이거스가 쓰리핏을 달성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송구의 말에 리포터가 멍하니 바라본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 * *

충격적인 경기였다.

2경기 연속 퍼펙트게임이라니.

거대한 TV로 오늘 경기를 지켜보던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의 찰리 브라운 단장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러다가 10년 4억 달러가 문제가 아니라 10년 5억 달러까지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어.’

아무리 캉이 대단한 선수고 그 정도 금액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는 빅마켓과 스몰마켓 사이의 팀이었다.

페이롤이 부족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이 끝나고 그는 몇몇 주전급 선수를 처분하고 젊은 유망주를 데려올 생각이었다.

그래, 리툴링을 할 생각이었다.

벌써 생각해 둔 트레이드가 많았다.

그 트레이드 중에서 2~3개의 트레이드만 성공해도 이번 리툴링은 성공이라고 평가될 것이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잉!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찰리 브라운이 살피니 이제 완전히 실권을 잡고 구단주가 된 캐롤 웰링턴의 전화였다.

찰리 브라운은 조심스럽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찰리.

차가우면서 이지적인 느낌의 목소리.

하지만 그 속에 느껴지는 뜨거운 열망이 느껴진다.

아마도 달아올랐겠지.

캐롤 웰링턴의 전화에 찰리 브라운은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투자금액을 줄인다거나…….’

그러면 라스베이거스는 올해를 끝으로 아예 리빌딩에 들어가는 게 훨씬 좋았다.

강송구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처분하고 유망주를 팜에 가득 채우는 파이어세일을 강행하겠지.

물론, 캐롤 웰링턴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이미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라는 구단과 그 구단의 1선발인 투수에게 푹 빠졌다.

“말씀하시죠.”

그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캐롤 웰링턴이 살짝 흥분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사치세를 신경 쓰지 않고 지금보다 투자금을 2배 이상으로 올리면 라스베이거스가 ‘쓰리핏’을 기록할 수 있나요?

아마 그녀도 강송구의 인터뷰를 본 것이겠지.

솔직히 디트로이트의 ‘마이클 일리치’ 구단주만큼만 해줘도 소원이 없었다.

그런데 사치세를 신경 쓰지 않고 지금 투자되고 있는 금액의 2배 이상이라고? 양키스, 다저스에게 돈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투자였다.

‘거기다 지금 주전 라인업을 구성한 젊은 선수들을 최소 7년 정도 붙잡을 수 있지.’

찰리 브라운은 확신할 수 있었다.

쓰리핏은 몰라도 3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은 가능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고.

“7할 정도 됩니다.”

-상당히 높군요.

“캉을 놓치면 3할로 떨어집니다.

-그건 또 X같은 경우네요.

저 냉철하고 계산적인 여자가 내뱉는 욕설이라니…….

찰리 브라운은 강송구만큼은 어떻게든 잡아놔야겠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잠깐 고민하는 캐롤 웰링턴.

하지만 그 고민은 짧았다.

마운드에 있는 저 거인에게 최소 반지 3개 정도는 안겨주고 싶어 했다.

-돈 신경 쓰지 말고 미친 듯이 지르세요. 무조건 캉을 먼저 잡아야 하는 게 1순위인 건 아시죠?

“물론입니다.”

그녀의 말에 그가 씩 웃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찰리 브라운.

그가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양키스랑 다저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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