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39화 (139/198)

#139. 챔피언십시리즈(3)

5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 이닝의 첫 타자는 알렉스 키릴로프.

컨텍이라는 확실한 툴을 갖추고 있어서 메이저리그에서 적응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쉬운 힘과 주력을 드러내며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풀 시즌을 치렀던 22시즌에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래도 미네소타가 기대한 재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그 다음 시즌부터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렇게 미네소타 트윈스의 주전 우익수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4번 타자라고 하기에는 홈런성 타구가 잘 나오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항상 타점을 만들어주는 클러치 히터다. 조금 신중하게 승부해도 나쁠 건 없겠지.’

하지만 강송구가 꺼내 든 것은 왼손이었다.

슈우우우욱! 펑!

가운데로 몰린 공. 하지만 알렉스 키릴로프는 강송구가 던진 초구를 때려낼 수 없었다.

“스트라이크!”

100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

알렉스 키릴로프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앞선 타석에서 90마일 근처의 공만 보다가 100마일의 공을 보니 미치겠군.’

2구째는 뚝 떨어지는 공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스플리터.

그것도 92마일짜리 스플리터였다.

“타임.”

잠깐 타석 밖으로 빠진 그가 부웅!-부웅! 가볍게 두 번의 스윙을 하고 다시금 타석에 들어섰다.

‘내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알렉스 키릴로프의 시선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딱히 별다른 지시는 없다.

‘저 괴물에게 점수를 빼앗을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강송구에게 점수를 빼앗는 것은 한 시즌에 40개의 홈런을 때리는 것이나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는 것만큼 어렵다.

그렇기에 알렉스 키릴로프는 참았다.

최대한 오래 강송구의 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뒤에 올라선 타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강송구의 승부는 빨랐다.

3구째.

강송구가 몸쪽 깊게 들어가는 컷 패스트볼을 던졌다.

빠각!

“Fxxk!”

배트가 박살나기 무섭게 욕설을 내뱉은 알렉스 키릴로프가 급히 1루로 달리기 시작했다.

슈우우욱! 펑!

“아웃!”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내야는 깔끔했다.

잔 실수가 없었다.

-캉이 이번 이닝의 첫 스타트를 잘 끊었습니다.

-무시무시하네요. 정규시즌에도 굉장하지만……. 이 선수의 가치는 포스트시즌에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확실한 1승을 챙겨주는 선발투수.

그 가치는 포스트시즌에 더 빛난다.

이런 투수에게 삼진을 당한다는 것……. 그리고 아웃을 헌납한다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공격적으로 배트를 휘두르자.’

그렇기에 마흔 살의 노장인 루크 보이트는 누구보다 침착한 얼굴로 타석에 들어섰다.

슬슬 은퇴를 고려해야 할 나이. 하지만 그의 두 눈은 젊은 유망주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전형적인 ops형 타자. 거기다 매 시즌 3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파워를 가졌다.’

초구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루크 보이트의 배트가 밀린다.

“파울!”

타이밍을 전혀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강송구는 알고 있다.

‘저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무조건 외야는 나간다.’

그만큼 힘 하나는 정말 좋은 타자였다.

2구째도 몸쪽으로 들어가는 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낮게 떨어지는 커브.

루크 보이트는 낮게 떨어지는 공을 지켜봤다.

“스트라이크!”

무릎 높이에 걸친 공.

노장의 두 눈에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루크 보이트는 이 공이 존에서 빠졌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젊은 선수와 다르게 노장은 주심에게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정도 높이는 제프 내퍼가 던질 때도 잡아줬으니까.’

불만을 드러내면 오늘 경기 내내 낮은 코스로 공을 던지는 제프 내퍼가 손해를 본다.

그걸 알기에 강송구도 오늘 경기 내내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공을 던지며 타자를 시험하고 있었다.

3구째는 빠지는 공이었다.

루크 보이트는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조금만 가운데로 몰리는 공이었다면 시원하게 배트를 내밀 생각이었다.

4구째.

강송구가 위닝샷을 던졌다.

스플리터보다 더 떨어지는 공.

포크볼이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마흔의 노장인 루크 보이트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이번 이닝의 마지막 타자는 로이스 루이스.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제2의 데릭 지터가 될 것이라고 평가를 받은 그는 미네소타의 주전 유격수로 완벽히 자릴 잡았다.

물론, 데릭 지터와 같은 수준의 타격 능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매 시즌 15개 이상의 홈런과 준수한 타율을 기대하며 유격수로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편하게 하자.’

로이스 루이스는 숨을 크게 내뱉었다.

솔직히 오늘 경기에서 그에게 안타나 홈런을 기대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6번 타자.

애매한 타순에 배치된 그의 타격 능력은 그리 좋다고 볼 수 없고, 마운드에는 포스트시즌에 더 괴물 같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봤다.

부담감이 없으니까.

잃을 게 없으니까.

‘어떻게든 출루한다.’

아직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저 1루로 나갈 것이다.

강송구가 초구를 던졌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매섭게 날아드는 공.

로이스 루이스의 얼굴이 굳어진다.

‘장난 아니네.’

과연 자신이 저런 공을 때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잠깐이었다.

로이스 루이스의 눈이 빛난다.

‘저런 공을 때려서 담장을 넘기면 오늘 경기의 영웅은 내가 되겠지. 하나만 때리자.’

만반의 준비는 끝났다.

하지만 그 마음가짐은 강송구의 2구에 무너졌다.

“스트라이크!”

“뭐?”

멍한 표정의 로이스 루이스.

그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봤다.

왼손으로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그런데…… 구속이 달랐다.

“94마일?”

결코, 느린 공은 아니다. 하지만 강송구의 왼팔에서 나왔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느린 공이었다.

일반적인 타자라면 이런 공을 던졌다고 화를 내며 눈이 활활 타오르겠지만, 오히려 로이스 루이스는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는 느낌을 받았다.

‘저 정도의 극단적인 완급조절이 된다고?’

꿀꺽.

강송구가 완급조절에 능숙하다는 건 그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저렇게 극단적인 완급조절은 처음 봤다.

3구째.

94마일의 포심 패스트볼이 날아든 뒤.

이번에는 바깥쪽 싱커였다.

“파울!”

급히 배트를 휘두른 로이스 루이스는 이번에는 87마일의 싱커를 보며 더욱 창백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자료와 전혀 다른 공을 계속 던지고 있어.’

강송구의 왼손에서 나오는 싱커의 평균적인 구속은 94마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강송구가 던진 싱커는 그보다 훨씬 느린 87마일의 싱커였다.

4구째.

높은 코스로 날아든 100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

멍한 표정의 로이스 루이스는 왜 갑자기 강송구가 이런 극단적인 완급조절을 가져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퍼펙트게임을 이어나가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퍼펙트게임도 이어나가는 것이……. 어?

로이스 루이스가 급히 눈을 돌렸다.

0의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전광판이 눈에 들어온다. 강송구를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강송구는 퍼펙트게임 페이스였다.

5회 말이 끝나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로이스 루이스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저 괴물은 포스트시즌에서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로 내보낼 생각이 없는 건가?’

꿀꺽.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오늘 경기.

갑자기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았다.

* * *

제프 내퍼가 마운드에 올랐다.

5회 초의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잘 넘긴 제프 내퍼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6회 초.

선두타자를 상대로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희생번트로 주자가 2루로 간 상태.

1사 2루의 상황.

타석에 카디안 스타우트가 들어섰다.

‘후우……. 잡을 수 있어. 평소의 카디안 스타우트가 아니다. 허리랑 허벅지를 다쳐서 정상이 아니야.’

그래, 몸이 정상적인 상태의 카디안 스타우트는 정말로 무서운 타자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은 지금의 카디안은 제프 내퍼가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상대였다.

초구는 바깥쪽 싱커.

아무리 잡을 수 있다는 마음을 먹었어도 카디안 스타우트라는 이름값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는 신중하게 승부에 들어갔다.

2구째도 바깥쪽으로 빠지는 싱커.

카디안 스타우트가 묘한 표정으로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잠깐 타석 밖으로 나섰다.

‘너무 신중한데?’

그는 제프 내퍼가 심리적으로 자신에게 눌렸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고갤 끄덕였다.

3구째.

카디안 스타우트는 어떤 공이 들어오든 상관없이 이번 공에 시원하게 헛스윙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허리를 주물렀다.

그 모습을 보고 제프 내퍼가 두 눈을 번뜩였다.

‘그래, 상대는 정상이 아니야. 내가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없다고.’

여유를 찾은 제프 내퍼.

그가 4구째로 몸쪽 공을 찔러넣었다.

완벽하게 제구가 된 싱커.

하지만 그는 몰랐다.

카디안 스타우트가 일부로 헛스윙을 했고, 제프 내퍼가 긴장을 풀고 몸쪽 공을 던질 수 있게 허리를 주무르는 모습을 슬쩍 보여줬다는 사실을 말이다.

슈우우우우욱!

매섭게 휘둘러지는 배트.

완벽한 싱커가 카디안 스타우트의 배트에 맞았다.

빠아아아악!

큰 타구음.

그제야 제프 내퍼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너무 긴장을 풀었다. 호랑이가 좀 다쳤다고 맹수가 아닌 것이 아닌데 말이다.

천천히 베이스를 도는 카디안 스타우트.

-와……. 진짜 개쩌네.

우효도 감탄할 정도의 타격이었다.

강송구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단하군.”

만약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어도 카디안 스타우트를 상대로 아웃을 빼앗을 수 있었을까?

‘3할.’

그래, 3할 정도는 안타를 내줬을 것이다.

3할이 우습게 들릴 수 있는데.

타자는 한 시즌에 3할만 쳐도 최고라고 칭송받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적은 확률이 아니었다.

그것도 강송구를 상대로 말이다.

제프 내퍼는 투런을 맞고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제프 내퍼는 그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잡아냅니다! 더블 플레이!

-제프 내퍼가 이번 이닝 2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그래도 깔끔히 마무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카디안 스타우트의 노림수가 너무 좋았습니다.

6회 말.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제프 내퍼는 더그아웃에 들어와 시원한 스포츠음료를 들이켜며 생각했다.

비록 카디안 스타우트에게 2실점을 허용했지만, 그래도 2이닝은 더 던질 수 있었다.

‘큰 기대하지 않는다. 저 괴물에게서 2점만 빼앗아줘. 그러면 어떻게든 8회 초까지는 책임져줄게.’

하지만 제프 내퍼는 기대는 거기까지였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강송구 대단합니다!

-단 7구 만에 끝난 6회 말! 미쳤습니다!

-무섭습니다. 이게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입니다! 이게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1선발입니다!

7구 만에 끝난 이닝.

급히 강송구의 기록에 눈을 돌린 제프 내퍼.

그는 그제야 7구 만에 이닝이 끝난 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프 내퍼는 멍하니 전광판을 지켜봤다.

“퍼펙트게임…….”

오늘 경기.

이번에도 강송구는 대기록을 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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