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38화 (138/198)

#138. 챔피언십시리즈(2)

제프 내퍼.

그는 뛰어난 투수다.

싱커를 중심으로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싱커볼러다.

사실 그는 막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시절에는 싱커를 던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2년 차에 한계를 느끼고 일본 출신의 유명했던 싱커볼러인 구로다 히로키에게 직접 싱커볼을 배웠다.

그리고 3년 차에 제대로 포텐이 터졌다.

189이닝 15승 5패.1 ERA 3.05를 기록.

AL 사이 영 3위에 올랐다.

그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네소타의 2선발로 쭉 활약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최근에 작은 불만이 생겼다.

원인?

바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조단 칸투’ 때문이었다.

-첫 타자를 깔끔히 잡아내는 제프 내퍼!

-상당히 날카로운 싱커였습니다.

초구부터 싱커를 던진 제프 내퍼는 3구 만에 라스베이거스의 첫 타자를 깔끔히 잡아냈다.

그의 시선은 상대 더그아웃이 아닌 팀 동료가 있는 트윈스의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건방진 새끼.’

앞선 3년 동안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조단 칸투가 급격히 성장하며 기어코 이번 시즌에는 그의 자리였던 2선발 자리를 빼앗았다.

‘내가 3선발이라고? 미네소타를 위해서 내 모든 커리어를 받쳤는데……. 고작 3선발?’

그래, 작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조금 부진하며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니까.

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저 망할 조단 칸투와 성적도 비슷했다.

그런데 고작 자신이 저 망할 놈보다 2살 많다는 이유로 저 망할 녀석에게 밀려 3선발이 된 것이었다.

더그아웃을 보니 실실 웃는 조단 칸투가 보인다.

그는 다른 동료와 신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후우…….’

그래, 조금만 참자.

곧 FA로 풀려난다.

그때 미네소타와 연장계약을 맺지 않고 다른 팀으로 떠날 생각을 한 제프 내퍼였다.

그는 가득 찬 화를 상대 타자에게 풀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두 번째 타자도 맥없이 물러난다.

그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윽고 타석에 라스베이거스의 3번 타자가 들어섰다.

카디안 스타우트.

‘허리랑 허벅지 부상이라지? 진통제를 맞고 뛰는 건가? 멍청한 새끼……. 고작 팀을 위해서?’

제프 내퍼가 카디안을 속으로 비웃었다.

프로는 자신의 몸을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자신의 가치가 떨어지면 구단은 냉정하게 쳐낸다.

그는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나도 부상이 아닌 그저 폼이 조금 떨어진 것뿐인데도 이런 취급인데……. 부상이면 말 다 했지.’

그렇기에 그는 팀에 충성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공을 던질 뿐.

-카디안 스타우트가 허무하게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오늘 제프 내퍼의 싱커가 날카롭습니다.

-정말 낮게 제구되고 있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공수교대가 있겠습니다.

-네, 광고 보고 오시죠.

* * *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동시에 우효는 경기장을 둘러봤다.

-오늘도 적지에서 공을 던지네.

‘월드시리즈에서는 우리 홈에서 던진다.’

-그래?

‘그래.’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두타자는 빌리 넛슨.

이루수로 딱히 뛰어난 능력을 갖춘 타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26살의 나이에 완성된 수비 능력으로 모두의 기대를 받는 유망주였다.

거기다 타격도 눈에 보일 정도로 나아지고 있기에 최근 성과가 부족해도 이렇게 기회를 받고 있었다.

‘제프 내퍼가 싱커볼러였지?’

-너 설마…….

우효가 불안하다는 눈으로 강송구를 바라봤다.

초구부터 날아드는 90마일의 싱커.

강송구의 오른손에서 빠져나간 공은 타석에 들어선 미네소타의 애송이를 잡아내는 데 충분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2구째.

강송구는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도 싱커.

우타자 몸쪽으로 바짝 붙는 공에 빌리 넛슨이 이를 꽉 물고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파울!”

하지만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빌리 넛슨은 강송구의 싱커를 떠올리며 ‘X같은 공이야.’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팀 동료인 제프 내퍼의 싱커와 비슷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다시 뚝 떨어지는 싱커.

빌리 넛슨이 허탈한 표정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

-캉! 오늘 경기 초반은 싱커를 중심적으로 던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프 내퍼 선수의 싱커를 의식하는 행동이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중계진의 말처럼 강송구가 연이어 싱커를 던지며 빌리 넛슨을 잡는 모습을 보고 제프 내퍼의 두 눈이 활활 타올랐다.

‘하! 자금 내 앞에서 싱커를 꺼낸다고?’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비슷했다.

강송구는 싱커를 주축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자를 잡아냈다.

제프 내퍼는 그 모습을 보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같은 팀에서는 조단 칸투가 자신을 우습게 보고, 상대 팀의 저 괴물은 싱커를 던지며 자신을 조롱한다.

‘가만히 있을 수 없지.’

그가 두 눈을 번뜩였다.

이윽고 끝난 1회 말.

그가 다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제프 내퍼! 이번에도 환상적인 싱커!

-제대로 불이 붙은 것 같습니다! 벌써 4번의 삼진을 잡아내는 제프 내퍼입니다!

-역시……. 캉이 등판하는 경기는 재미있는 투수전이 된다는 몇몇 야구팬들의 반응이 이해가 갑니다.

-환상적이네요.

분노에 빠진 제프 내퍼.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화만 낸다고 아웃을 잡아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기에 기는 머리를 차갑게 식혔다.

차가운 분노.

그래, 제프 내퍼는 차가운 분노를 내뱉었다.

2회 초의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순간.

그가 주먹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커모오오오오온!”

[중게창]

-그렇지! 제프 커모오오오오온!

-역배충들의 희망! 제프 내퍼! 커모오오온!

-7.24배! 역배는 승리한다!

-모두 같이 기도합니다. 으쌰! 으쌰! 으쌰!

-ㅋㅋㅋㅋ 으쌰는 개뿔ㅋㅋㅋ 곧 강송구한테 얻어터지고 한강 갈 친구가 수두룩하넼ㅋㅋㅋ

-앜ㅋㅋㅋㅋ 정배하면 돈이 복사되는데 뭐 하는 거냐고? 침팬지도 정배가면 돈을 번다니까?

-강송구 그는 신인가? 강송구 그는 신인가? 강송구 그는 신인가? 강송구 그는 신인가? 강송구 그는 신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배충쉑ㅋㅋㅋ 로또급 확률에 기대하고 돈 꼬라박는 거 보면 참 웃김ㅋㅋㅋㅋㅋ

-앜ㅋㅋㅋ 7.24배라구!

-가즈아! 웨스트스타즈!

싱커를 통한 신경전은 3회 초까지 이어졌다.

‘제법 재미를 봤어.’

상대는 맞춰 잡는 것을 주력으로 삼는 그라운드볼러다. 그런 투수가 오늘 경기에서는 삼진을 잡으려 한다.

3회 초까지 6개의 삼진을 잡았다.

그리고 6개의 삼진을 잡기 위해서 제프 내퍼가 던진 공의 개수는 55구로 평소보다 15구나 많았다.

-무서운 놈…….

‘아버지가 말씀하셨지. 남자는 가끔 졸…….’

-그래, 졸렬! 졸렬! 아주 졸렬해야지!

‘잘 아는군.’

강송구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3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자들은 강송구를 보며 지난 정규시즌에서 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처럼 기록의 희생양이 될 수 없어.’

‘어떻게든 출루부터 시작하자.’

‘할 수 있어. 충분히 할 수 있어.’

‘제발 홈런 하나만 맞아라.’

‘제발 무너져라.’

하지만 강송구는 그들의 기도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거기다 3회 말은 미네소타의 하위타선.

강송구를 막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이닝을 지운 그가 내려가기 무섭게 제프 내퍼가 승부욕을 드러내며 성큼성큼 마운드로 향했다.

이번에도 삼진을 잡기 위한 피칭을 하는 제프 내퍼를 보며 강송구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와……. 진짜 빡대가린가?

우효는 알아서 무너지기 시작한 제프 내퍼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 * *

“미치겠군.”

4회 초가 끝나는 순간.

미네소타 트윈스의 닉 스탠리 감독은 제프 내퍼를 힐끔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강송구를 상대하는 것도 힘든데, 1차전 마운드를 책임지는 투수는 자신의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었다.

‘올해도 글렀나?’

그는 미네소타 트윈스라는 팀이 충분히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는 포텐셜을 갖춘 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27시즌은 미친 메츠가 날뛰었으며.

28시즌에는 늙은 양키스가 마지막 발악을 했고.

29시즌에는 건강하기만 하면 무적인 이안 엘런이 큰 부상 없이 시카고 컵스를 이끌고 월드시리즈를 우승했다.

30시즌이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텍사스 레인저스의 타선이 폭발하며 미네소타는 번번이 월드시리즈 우승에서 미끄러졌다.

그리고 올해는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규시즌에 정말 강력했으니까.

이번 시즌만큼은 텍사스 레인저스도 미네소타 트윈스 앞에서는 한없이 약했으니까.

‘그런데 저 자연재해는 뭐냐고!’

괴물이었다.

아니, 그냥 재해였다.

만나면 1승을 빼앗아가는 자연자해.

운이 좋으면 패배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 비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거기다 저 괴물은 정규시즌보다 포스트시즌이 더 강력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퍼펙트게임? 미치겠군’

피가 마른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이길까말까 한 상대인데…….

투수는 자기 자존심만 찾고.

타선은 벌써 패배감에 젖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겠지.’

그래도 희망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고작 1차전이다.

이 경기 하나로 시리즈 전체가 갈리지는 않는다.

‘오늘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을 다독여서 나머지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 큰 점수 차이로 지면 안 된다.

큰 점수 차이로 지거나 저 괴물에게 기록 같은 것을 내주는 순간 시리즈 전체를 내줄 테니까.

그때였다.

빠악!

5회 초.

마운드에 오른 제프 피터가 초구로 던진 싱커를 그대로 얻어맞는 장면이 닉 스탠리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제프 피터는 평소보다 더 많은 땀을 줄줄 흘리며 평소와 다르게 뻐근한 어깨를 돌리고 있었다.

* * *

-X발.

우효가 욕을 내뱉었다.

‘나쁜 말이다.’

강송구의 저지에도 우효는 멈추지 않았다.

-X발. 개X같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가 사랑하는 고슴도치용 젤리를 누가 훔쳐 갔으니까.

그리고 그 범인은 조던 델가도였다.

“뭐? 그게 고슴도치용 젤리였어?”

입에 젤리를 가득 털어 넣은 조던 델가도는 고슴도치용 젤리라는 말을 듣고도 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꿀꺽.

“요즘 애완용 음식도 맛있네.”

“…….”

“정말 맛있어.”

-이 짐승!

‘너도 짐승이다.’

-난 이성적인 고슴도치야!

‘그러니까. 짐승이다.’

두 사람과 한 마리의 고슴도치가 알게 모르게 수다를 떠는 동안 1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던 제프 내퍼가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며 아슬하게 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조던 델가도는 5회 초가 끝나기 무섭게 포수 마스크를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갈까?”

그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그는 4회 말까지 사용하던 오른손잡이용 글러브를 내려놓고 왼손잡이용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제법 멋들어진 글러브였다.

평소에 사용하던 수수한 글러브와 달랐다.

-양손잡이용 글러브를 쓰면 되는 거 아니야?

우효의 물음에 강송구가 대답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지. 남자는 간지라고.’

그렇게 답하고는 마운드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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