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챔피언십시리즈(1)
[강송구! 또 퍼펙트게임!]
[포스트시즌에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라스베이거스의 거인! 팀을 승리로 이끌다!]
[분노한 체이스 반 다이크! SNS에 찢어진 글러브 사진이 올라와서 논란!]
[단 한 경기 만에 망가진 레인저스! 지난 시즌의 챔피언이라고 볼 수 없는 실력이었다.]
[체이스 반 다이크, ‘X같은 팀, X같은 동료, X같은 날이다.’]
1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뉴스가 쏟아졌다.
퍼펙트게임이었다.
그것도 포스트시즌에 말이다.
덕분에 한국의 커뮤니티도 시끌시끌했다.
[해외야구 갤러리]
제목:얔ㅋㅋ 체이스 반 다이크 인터뷰 뜸ㅋㅋ
내용:
Q :팀이 3대0 패배를 당했다. 지금 심정은?
A :팀 차이.
Q :경기 초반에는 캉과 비등한 모습을 보였는데?
A :난 5회 초까지 무실점이었다. 그냥 팀 차이.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모두 행복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거 드립이지? 맞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인터뷰 내용임.
-(포털사이트 주소) <- 여기 내용 보면 알 수 있다. 진짜 이렇게 인터뷰함.
-아니;; 원래 천사표 선수 아니었냐고?ㅋㅋㅋㅋ 왜 갑자기 이렇게 흑화하는데?ㅋㅋㅋㅋㅋ
-미쳤넼ㅋㅋㅋㅋㅋ 조커 됐는데?
-ㅋㅋㅋ 근데 이해는 간다. 나라도 그 수듄의 내야진에 불펜진 데리고 경기하면 멘탈 나가짘ㅋㅋㅋ
-거기다 상대는 퍼펙트게임하곸ㅋㅋㅋ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
-ㅋㅋㅋㅋ 솔직히 강송구가 5구 만에 1이닝 삭제시킨 거랑 최악의 삼유간 수비 때문에 저렇게 흑화한거임ㅋㅋㅋ 그거 아니었으면 저렇게 인터뷰도 안 했을 듯ㅋㅋㅋㅋ
1차전이 끝나고 라스베이거스는 챔피언십 시리즈가 가까워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와……. 작년의 챔피언이 저렇게 오합지졸이 되다니……. 진짜 야구는 알 수 없구나.”
“우리도 조심해야지. 올해 이렇게 잘나가도 내년에 계속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법이니까.”
“그것보다 2차전 선발은 대니지?”
“어, 대니라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5이닝을 3실점 정도로 잘 버텨줄 수 있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는데…….”
알링턴에 있는 호텔에 자리를 잡은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은 내일 있을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날.
라스베이거스와 레인저스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
[쳤습니다!]
[어제 경기와 전혀 다른 양상! 화끈한 타격전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브 라이프 필드입니다!]
라스베이거스의 3선발.
대니 아비티아가 5이닝 4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그 뒤를 불펜이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 레인저스였다.
조금씩 점수를 내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밀리는 것은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불펜보다 훨씬 성적이 좋지 않은 레인저스의 불펜진의 방화쇼가 시작되었으니까.
우우우우우우우
개자식들! 제이크 사움이 6이닝을 잘 막아줬는데 그걸 못 막고 점수를 그렇게 내줘?
뭐 하는 짓이야! 집중해!
다시 동점이잖아! 조금만 집중해!
탄탄한 라스베이거스의 불펜진이 남은 이닝을 고작 1실점으로 틀어막을 것과 다르게 레인저스의 불펜진은 그야말로 1이닝에 1실점 수준으로 털렸다.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집니다!
-점수는 5 대 5! 분명히 안타가 많이 나왔지만……. 두 팀 모두 결정적인 순간에서 점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장까지 간 승부.
그리고 연장 11회 초에 부상으로 출전을 하지 못했던 카디안 스타우트가 나타났다.
평소와 다르게 컨디션이 좋지 않은 카디안 스타우트.
진통제를 맞았기에 평소보다 타격이 날카롭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마무리 짓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빠아아아악!
-카디안 스타우트! 연장 11회 초에 대타자로 들어와서 솔로홈런을 때립니다!
그리고 연장 11회 말에 라스베이거스는 정규시즌에 5선발이었던 스티브 하그레이브를 마운드에 올리며 경기를 끝맺었다.
* * *
[원정에서 2승을 따낸 라스베이거스! 디비전시리즈 3차전만 잡아내면 구단 창단 첫 챔피언십시리즈 진출!]
[윌리 알비드레즈 vs 안젤로 스미스! 3차전의 행방은 두 팀의 선발에 달렸다!]
[워싱턴 내셔널스! 시카고 컵스를 3 대 0 셧아웃!]
[29시즌 챔피언의 충격적인 3 대 0 광탈! 이번 포스트시즌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은 1vs1 3차전은 볼티모어의 홈에서……!]
[LA 다저스! 드디어 메츠 공포증에서 벗어나나? 2차전에서도 승리하며 2 대 0으로 앞서다!]
-누가 이길 것 같아?
우효는 1차전 승리를 거둔 뒤에 바로 다음 상대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 시작한 강송구를 바라보며 물었다.
‘누가 이길 것 같냐고?’
-어, 역시 레인저스가 저력을 발휘하려나?
우효는 스포츠 토토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내 과일은 내가 챙겨야 한다면서 강송구에게 만 원을 빌려 저렇게 승부 맞추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좋아! 내일 승자는 텍사스 레인저스! 남자라면 정배가 아니라 역배로 가는 거다!
우효는 씩 웃으며 강송구에게 빌린 만원이 5만 원이 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경기 끝납니다!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가 7 대 0으로 레인저스를 잡아내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합니다!]
[윌리 알비드레즈의 엄청난 호투였습니다!]
[지난 시즌의 챔피언이 이렇게 무너집니다!]
우효의 만 원이 5만 원이 될 미래는 찾아오지 않았다.
주르르륵.
눈물을 흘리는 우효.
작은 고슴도치는 역배충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 * *
[5차전까지 가는 승부! 승자는 결국 미네소타 트윈스!]
[드디어 메츠 공포증을 떨쳐낸 LA 다저스! 5차전에서 메츠를 잡아내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다!]
[웨스트스타즈 vs 트윈스와 다저스 vs 내셔널스의 챔피언십시리즈 대진이 확정되다!]
[올해 108승을 거둔 미네소타 vs 홈런 군단 라스베이거스!]
[챔피언십 1차전 선발은 캉 vs 제프 내퍼!]
챔피언십시리즈 대진이 완성되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상대는 미네소타였다.
볼티모어가 5차전까지 미네소타 트윈스의 발목을 잡았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스쿼드를 갖춘 트윈스의 뒷심을 이기지 못하며 결국 패배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는 LA 다저스가 24시즌부터 이어온 메츠 공포증을 떨쳐내며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
디비전시리즈에서 2번,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번씩 메츠에게 떨어졌던 다저스였지만.
이번 시리즈만큼은 달랐다.
LA 다저스가 저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덕분에 내셔널리그는 내셔널스와 다저스의 매치가 완성되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인 ‘타겟 필드’ 근처 호텔에 자리를 잡은 라스베이거스 선수단은 경기 전에 한자리에 모여 트윈스와 관련된 브리핑을 들을 수 있었다.
“상대는 미네소타 트윈스다. 올해 강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기어코 108승의 고지에 오른 강팀이지.”
미키 스토리 감독의 말에 선수들이 고갤 끄덕였다.
“딱히 한쪽으로 치우친 전력을 가진 팀은 아니다. 준수한 타선과 선발진을 갖추고 있고, 올해 45개의 세이브를 기록한 사뮤엘을 중심으로 탄탄한 불펜진도 갖추고 있다.”
그만큼 약점이 없는 팀이라는 미키 스토리 감독의 설명에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1차전 선발은 제프 내퍼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2선발이자, 올해 18승을 거둔 싱커볼러다.”
제프 내퍼.
트윈스의 1선발이었던 션 데이비와 함께 미네소타 트윈스의 강력한 원투펀치로 몇 년을 군림한 투수.
지금에야 조단 칸투라는 새로운 에이스가 나타나며 3선발급으로 밀렸지만, 아직도 그는 매 시즌 15승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투수였다.
주력으로는 싱커.
거기다 특이하게 포크볼을 다룬다.
어떻게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유이하게 포크볼을 다루는 투수로, 강송구가 포크볼을 던지지 않았다면……. 아마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포크볼러로 알려졌을 투수였다.
기이하게 긴 손가락과 압도적인 악력으로 던지는 평균 96마일의 싱커는 마구와 다름이 없었다.
당연히 라스베이거스 선수단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어떻게 만나는 상대마다 저런 놈들뿐이냐.”
“포스트시즌이니……. 어쩔 수 없지.”
“산 넘어 산이라고……. 올해 102승을 거둔 레인저스를 잡기 무섭게 올해 108승을 거둔 미네소타를 상대하네.”
“차라리 볼티모어가 더 쉬웠을 거야.”
선수들은 투덜거리며 미네소타 트윈스의 정보를 머리에 담기 시작했다.
이윽고 상대 투수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고.
드디어 타자들의 정보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송구는 자료를 보며 고갤 끄덕였다.
“타선은 그나마 상대할 만하군. 알렉산더 볼가르와 몇몇 주전급 타자가 시즌 아웃을 당하면서 타선의 힘이 빠졌어.”
미네소타는 라스베이거스와 텍사스의 두 팀과 함께 AL의 타격과 관련된 순위에서 1~3위를 모두 가져갔는데, 그 중심에 있는 알렉산더 볼가르와 주전급 선수 몇몇이 시즌 아웃이 되면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타선의 힘이 많이 줄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볼티모어를 상대로 그렇게 애를 먹지는 않았을 테니까.’
강송구가 트윈스의 타선을 생각하고 있을 때.
트윈스의 선수들도 내일 상대하게 될 강송구의 자료를 살피고 있었다.
“후우……. 더 괴물이 되었군.”
팀의 전력분석팀장인 칼이 정리한 내용을 확인한 미네소타의 닉 스탠리 감독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쉽지 않았다.
상대는 그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이었다.
“운 좋은 새끼들.”
왜 자신의 구단은 저런 선수를 놔두고 5선발에서도 버티지 못해서 트리플A로 떨어진 일본 친구를 데려왔는가?
‘이래서 세이버메트릭스를 신봉하는 스카우트들은 믿을 수 없어. 저런 괴물에게 부상위험이 있으니 데려오면 안 된다고? 개자식들! 머리카락이 2㎝ 정도 후퇴했으면 좋겠네.’
조금 화가 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저 괴물은 상대 팀에 있고.
자신은 저 괴물을 상대해야 한다.
답답한 표정으로 자료를 살피는 닉 스탠리 감독.
그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 * *
2031시즌 AL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미네소타 트윈스와 라스베이거스 웨스트스타즈.
두 팀의 경기가 펼쳐지는 타겟 필드에 벌써 많은 관중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것보다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는데……. 보상이 없네.
‘그렇군.’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평소의 우효라면 ‘으하하! 드디어 네 운도 여기까지구나!’라며 좋아했겠지만, 그동안 당해왔던 게 많은 우효는 오히려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며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해.
그래, 이상했다.
시스템이 이렇게 시시하게 넘어갈 이유가 없다.
플레이어가 성과를 내면 보상으로, 능력을 주지 못한다면 돈이라도 쥐여주는 게 시스템이라고 우효는 알고 있다.
그런데 시스템이 너무 조용했다.
-그래, 마치 포풍전야처럼!
‘포풍이 아니라 폭풍이다.’
-…….
우효가 찌릿하고 강송구를 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송구는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시스템의 보상?
상관없다. 지금까지 받은 것도 상당한데……. 여기서 무엇인가를 바라는 것은 사치다.
때마침 경기시각이 다가왔다.
국민의례와 시구가 끝나고 미네소타 트윈스의 선발인 제프 내퍼가 마운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