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36화 (136/198)

#136. 가을의 남자 강송구!(5)

투수전의 묘미는 무엇일까.

두 투수가 펼치는 한 점 차이의 승부?

아니면 화려한 삼진쇼?

“아니, 그런 건 진정한 투수전의 묘미라 할 수 없지. 진짜 투수전의 묘미는 다르다고.”

오늘 경기.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찾은 야구 전문 블로거인 찰리는 전문가들이 사용할 카메라로 마운드의 두 투수를 담았다.

“투수전의 묘미는 한쪽이 밀릴 때 나오는 절망과 기세를 빼앗겼을 때 나오는 분노가 진짜 묘미지!”

4회 말이 깔끔히 끝나는 순간.

찰리의 카메라는 미소가 사라진 체이스 반 다이크의 얼굴을 담아내었다.

“오늘 경기의 승자는 캉이겠어.”

그는 확신했다. 체이스 반 다이크는 오늘 절대 강송구를 넘을 수 없다고 말이다.

슈우우욱! 펑!

“스트라이크!”

물론, 찰리의 말처럼 체이스는 바로 무너지지 않았다.

5회 초도 다를 것은 없이 피칭을 이어가는 체이스 반 다이크는 볼넷 하나를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 5회도 깔끔히 막아내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체이스가 페이스를 살짝 끌어올린 것 같습니다.

-페이스를 말이죠?

-네, 아까보다 훨씬 날카로운 코스를 찌르는 공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체이스는 이번 이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네요.

-그렇군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캉이 마운드에 오릅니다.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타자로 1루로 진루시키지 않고 있는 캉! 과연 이번 5회 말에서도 무결점의 피칭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5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저 친구 5회 초에 엄청 발악하던데……. 왜 저런 거야? 체력을 아껴야 더 오래 던질 수 있잖아.

‘기세를 되찾기 위해서지.’

투수가 마운드에서 버티려면 체력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정신적인 부분도 중요했다.

그리고 체이스 반 다이크는 더그아웃의 분위기와 흔들리는 자신을 다잡기 위해서 5회 초에 체력을 쏟아 넣었다.

‘슬슬……. 결판이 나겠군.’

이 투수전의 승패가 곧 갈린다.

슈우우욱! 따악!

“센터!”

중견수의 머리 위로 떠 오르는 공.

강송구가 검지를 들어 올리기 무섭게 토미 리브스가 안정적이게 떠오른 공을 잡아냈다.

-캉이 5회 말의 첫 번째 아웃을 중견수 플라이로 깔끔히 잡아냅니다.

-2구 만에 잡아낸 아웃이죠?

-상당히 효율적인 피칭을 보여주는 캉입니다.

다음 타자는 후안 파딜라.

앞선 타석에서 강송구에게 제대로 당한 젊은 타자가 아까와 다르게 긴장 어린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조던 델가도는 그런 후안 파딜라를 보며 씩 웃었다.

‘짜식……. 드디어 주제 파악을 하네.’

초구는 바깥쪽 100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

왼손을 꺼내든 강송구라면 볼이 되는 코스로 공을 던져도 후안 파딜라에게는 큰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다.

‘펄쩍 뛰겠지.’

슈우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조던 델가도의 생각처럼 강송구의 포심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스에 날아드는 것을 보고 후안 파딜라가 발작하는 것처럼 시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이를 꽉 문 후안 파딜라.

이어지는 2구째 피칭.

강송구는 이번에 몸쪽 공을 던졌다.

“스-윙! 스트라이크!”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다시 스트라이크를 내어준 후안 파딜라의 표정이 굳었다.

3구째.

강송구가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모처럼 삼진을 하나 잡나 생각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후안 파딜라의 마지막 발악으로 삼진이 아닌 내야 뜬공으로 아웃을 잡아냈다.

5회 말의 마지막 타석.

레인저스에서 대타자를 내보냈다.

그 대타자를 보고 더그아웃에 있던 라스베이거스의 몇몇 선수들이 놀란 표정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트레아 터너?”

“저 영감님이 왜 지금 나와?”

“은퇴한 거 아니었어?”

작년에 유격수 수비만으로 팀에 정말 많은 승리를 안겨준 노장이 타석에 들어섰다.

‘트레아 터너군.’

타격은 딱히 걱정할 것이 없었다.

타율도 레인저스의 강력한 타자 중에서 평균 수준이었고, 장타력도 뛰어난 편이 아닌 타자였다.

‘그래도 우습게 볼 수 없지. 노장의 저력으로 언제 어디서 변수가 나올지 모른다.’

강송구의 두 눈이 번뜩였다.

초구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전력을 다해서 던진 100마일짜리 공이 몸쪽으로 날아들자 트레아 터나가 혀를 짧게 차며 고갤 흔들었다.

-넌 노인공경도 모르냐? 이건 완전 노인공격이잖아.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렸다.

‘문제 될 게 있나?’

2구째도 몸쪽으로 파고드는 스플리터.

트레아 터너가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지만……. 원하는 결과물을 가져갈 수 없었다.

-높게 뜨는 공!

-그대로 우익수인 호세 파자로가 공을 잡아내면서 5회 말이 끝납니다!

-점수는 계속해서 0 대 0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과연 이 투수전의 끝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합니다!

천천히 마운드를 내려가는 강송구.

6회 초를 막기 위해서 다시금 체이스 반 다이크가 마운드로 성큼성큼 걸어 올라왔다.

* * *

따악!

큰 타구음이 들려왔다.

9번 타자부터 시작한 타순.

라스베이거스의 9번 타자인 조던 웨스트버그를 상대로 날카로운 커브를 던지던 체이스 반 다이크는 5구 승부로 던진 실투에 다시금 주자를 루상으로 내보냈다.

-여기서 실투가 나오는군요.

-4회 초에 나온 실책이 드디어 체이스 반 다이크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타순은 돌아서 다시 1번 타자인 브랜든 마쉬가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두 번의 타석에서 제대로 재미를 보지 못한 베테랑의 두 눈에는 승부욕이 가득했다.

‘여기서 하나 때린다.’

무사 1루.

라스베이거스의 미키 스토리 감독은 희생번트를 지시하지 않고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체이스 반 다이크가 흔들린다.

지금이 딱 점수를 만들 유일한 기회.

‘뻔한 작전으로는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차라리 무식하게 강공으로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미키 스토리 감독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브랜든 마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초구를 노렸다.

‘실투를 얻어맞은 투수. 아마 초구부터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공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하겠지.’

체이스 반 다이크의 매뉴얼.

저런 유형의 투수는 자신이 흔들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매뉴얼로 만들어 놨을 것이다.

그리고 브랜든 마쉬는 오랜 경험을 통해서 익힌 감으로 체이스가 초구 커브를 던지리라 예상했다.

‘와라.’

짧은 기다림.

셋 포지션으로 빠르게 공을 던지는 체이스.

그 뒤에 날아든 것은 브랜든 마쉬가 기다리던 커브였다.

빠아아악!

그리고 들려오는 큰 타구음.

미소가 사라진 체이스 반 다이크가 얼굴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는 생각했다.

‘X발 올해가 끝나고 트레이드해서 다른 팀으로 떠난다. X같은 팀. X같은 쓰레기팀.’

우효는 그런 체이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와……. 쟤 조커 됐는데?

* * *

2 대 0.

순식간에 2점을 벌어들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은 떠들썩했고.

반대로 레인저스의 더그아웃은 더욱 가라앉았다.

6회 말.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7-8-9의 하위타선을 상대로 강송구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스-윙! 스트라이크!”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첫 타자에게 삼구삼진.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삼구삼진.

그리고 9번 타자인 드류 로모를 상대로 포크볼로 범타를 유도하며 이닝을 깔끔히 막았다.

그제야 모두 깨달았다.

“캉……. 지금 퍼펙트 아니야?”

“6이닝 동안 삼진을 제외한 모든 지표가 0이야.”

“미치겠군.”

안타 0개.

볼넷 0개.

6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인터넷 중계창과 미국과 한국의 각종 야구 커뮤니티가 시끌시끌해졌다.

[중계창]

-아, 느슨해진 야구계에 긴장감을 주는 것 같다.

-와 라임 개쩌네 찢었다.

-하긴……. 포크볼을 던지려면 손가락을 찢어야 하긴 하지.

-아닠ㅋㅋㅋㅋ 도대체 얼마나 느슨하길래 100마일짜리 패스트볼로 두들겨 패시냐고요?

-좀 느슨해졌다고 바로 퍼펙트 가는 수듄……. 역시 강송구는 남다르다. 가슴이 웅장해졌다.

-찢긴 개뿔 뭘 찢엌ㅋㅋㅋ 힙찔이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만 때리라구ㅠㅠㅠ 레인저스 타자들 울겠다! 6이닝 동안 퍼펙트가 말이 되는 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 레인저스 애들 박살나넼ㅋㅋㅋ 아! 사상 최고의 타격전은 어디로 갔냐구?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그냥 강송구 원맨쇼잖앜ㅋㅋㅋ

-진짜;; 미쳤다. 저런 놈이 한국에 있었으니 호크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었지.

-그런데 저런 괴물을 상대로 4패나 빼앗은 메이저리그도 솔직히 조금 무섭닼ㅋㅋㅋ

-역시……. 메이저리그는 다르구나; 저 괴물에게 4패를 만들 수 있다니;; 진짜 괴물들의 리그가 맞다.

7회 초.

체이스 반 다이크가 강판되었다.

뒤를 이어서 불펜진이 가동되었다.

“레인저스가 경기를 포기했군.”

“2점이나 내줬어. 캉이 갑자기 다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역전할 수 없는 차이야.”

“끝났군.”

그래, 이미 경기는 라스베이거스로 기울었다.

하지만 레인저스의 더그아웃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래, 패배한 것은 패배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기록의 희생양이 될 수 없어.”

“어떻게든 볼넷이나 안타 하나만 만들자.”

“이대로 무력하게 1차전을 내줄 수 없다. 거기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된다고? 이 경기로 디비전시리즈 전체를 내주게 될 거야. 절대 물러날 수 없어.”

아까보다 더 독기가 가득하다. 그들의 눈에 희생양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마음이 깃들었다.

그리고 찾아온 7회 말.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1번 타순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황.

어쩌면 이번 7회 말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저 망할 괴물에게서 퍼펙트게임을 빼앗을 기회.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다시 오른손을 꺼내든 강송구는 레인저스의 타선이 생각하지도 못한 다양한 구종을 꺼내 들었다.

“Fxxk! 너클볼이라고?”

“XXX같은 새끼.”

“더럽게 야구하네.”

레인저스의 타자들이 이를 꽉 물었다.

우효는 그런 레인저스의 타자들을 보며 낄낄 웃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칭찬이구만!

7회 말의 마지막 타자.

코디 벨린저가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막을 수 없었다.

이미 기세는 크게 넘어갔고.

전성기가 끝난 베테랑은 마운드에 있는 괴물을 상대하기에는 솔직히 조금 끗발이 부족했다.

따아아악!

-높게 뜨는 공!

-코디 벨린저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면서 캉이 이번 7회 말도 깔끔이 막아냅니다!

-이제 남은 아웃은 단 6개! 캉이 대기록까지 6개의 아웃 카운트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8회 초에 다시 점수가 나왔다.

레인저스의 부진한 불펜진으로는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을 온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이제는 3 대 0으로 벌어진 경기.

모두의 시선이 마운드에 고정되어 있었다.

8회 말.

강송구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코디 벨린저도 막지 못한 공이었다.

당연히 다른 타자들도 강송구가 던지는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아웃을 헌납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라면 지금부터 어마어마한 자신감이 차오를 시간대였다.

자기 뜻대로 풀어나간 경기다.

하지만 강송구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두 명의 타자를 오른손으로 잡고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왼손으로 잡아냈다.

“끝까지 방심은 없군.”

“철저해……. 왼손에 약한 쇼리가 대타자로 들어오자마자 왼손을 꺼내 들었어.”

8회 말도 끝났다.

어수선한 글로브 라이프 필드.

이제 남은 이닝은 단 1이닝이었다.

9회 초는 빠르게 끝났다.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도 길게 승부를 볼 생각이 없었다. 타석에서 체력을 아껴서 필드에서 모든 것을 쏟을 생각이었다.

‘절대 흘리지 않는다.’

‘어떻게든 9회 말을 깔끔히 막는다.’

‘수비만 집중하자. 할 수 있어.’

9회 말.

다시금 강송구가 마운드에 올랐다.

7번 타자.

마데시오 보닐라가 타석에 들어섰다.

강송구는 왼손으로 공을 던졌다.

초구는 몸쪽 100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

그걸로 기세는 꺾였다.

‘9회 말인데……. 100마일이라고?’

저 괴물은 지치지 않는다.

마데시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굳어진 표정처럼 결과도 금방 드러났다.

-삼진! 삼지이인 아웃!

-마데시오가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캉이 대기록까지 이제 단 두 개의 아웃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 타자는 대니 카스트로.

유격수이면서 수비는 영 잼병인 선수.

하지만 타격은 무시할 수 없다.

‘경험이 미진해서 포스트시즌에는 하위타선에 배치되었지만……. 적어도 5번 타선에 배치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다.’

강송구가 가볍게 상대 타자의 정보를 떠올린 뒤에 피칭을 이어나갔다. 조던 델가도의 리드에 맞춰서 그의 왼손에서 초구부터 살벌한 슬라이더가 날아들었다.

“Fxxk!"

왜 하필 지금 슬라이더일까.

대니 카스트로는 오늘 경기 내내 자신에겐 꺼내 들지 않은 슬라이더를 초구부터 던지는 강송구가 미웠다.

하지만 미우면 뭐 하는가?

응징할 수 없는데.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가볍게 이루수가 글러브를 들어 올려 뜬공을 처리한다.

순식간에 두 개의 아웃을 잡아낸 강송구.

이제 남은 아웃은 단 하나뿐이다.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찾은 레인저스의 몇몇 과격한 팬이 관중석 의자를 파손시키거나 빠져나가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은 오늘 강송구가 퍼펙트게임을 기록할 수 있을지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거친 야유도 나온다.

하지만 그 무엇도 강송구를 멈출 수 없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그가 마지막 삼진을 잡자 야유를 퍼붓던 레인저스의 홈팬들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보냈다.

더그아웃에서 미친개처럼 마운드로 달려 나오는 라스베이거스의 선수들이 환히 웃는다.

반대로 레인저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 경기 패전 투수가 된 체이스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대기록의 주인공인 강송구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조던 델가도와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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