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슈퍼 에이스-130화 (130/198)

#130. 타격 기계 강송구!(2)

강송구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줄곧 생각해 왔다.

자신에게 찾아온 이 기적을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사실, 시스템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은 내가 가지고 있는 포텐셜 이상을 넘지 못하지 않을까?’

마냥, 고교 시절에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수준까지 빠르게 스킬과 특성이 쌓였다.

한국에서는 항상 다양한 보상을 주던 시스템은 메이저리그에 도달하기 무섭게 조용해졌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한계까지 스킬과 능력이 쌓이자 시스템은 보상과 포인트를 줄였다.

물론, 이건 예상일 뿐이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 다양한 기록을 깨부순다면 시스템이 더 퍼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퍼줄 것 같지도 않고.’

강송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효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저 뚱보 고슴도치의 맹한 표정을 보면 딱히 물어볼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헤헤헤! 키위가 너무 맛있당!

잘 알지도 못하는 것 같고.

저런 모습을 보니 신용도가 떨어졌다.

‘어차피 지금까지 얻은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이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강송구가 고갤 끄덕였다.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지금 경기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아무튼, 1회 말이 끝났다.

점수는 1 대 0으로 샌디에이고의 리드.

펫코 파크를 찾은 홈팬들은 드디어 저 괴물이 흔들렸다며 저 괴물을 상대로 승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회 초.

상대 투수가 마운드에 오른다.

1점의 리드를 지켜야 하는 투수의 표정에는 평소와 다른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오늘 경기 4번 타순에 배치된 라스베이거스의 제프 브레넌이 숨을 크게 내뱉으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에드윈 몬타노의 초구가 날아든다.

빠르게 떨어지는 싱커.

밋밋한 싱커지만 제프 브레넌은 배트를 참았다.

저 공에 속아서 아웃을 헌납한 타자가 NL에 제법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2구째.

제프 브레넌은 에드윈 몬타노의 체인지업에 배트를 내밀었고 그대로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흘러갔다.

따악!

“아웃!”

절대 치지 못할 공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라스베이거스의 타자들은 에드윈 몬타노의 공을 때려내지 못했다.

다음 타자도 비슷했다.

싱커에 집중하다가 날아든 체인지업에 속아서 이번에도 내야 땅볼로 아웃을 내어주었다.

-오늘 라스베이거스의 타선이 조금 어수선한 느낌입니다. 에드윈 몬타노를 상대로 이상하리만큼 힘을 쓰지 못합니다.

-싱커에 너무 집중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혀서 다른 구종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따악!

높게 떠오르는 공.

에드윈 몬타노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이 되는 타구를 보고 주먹을 불끈 쥐며 ‘예쓰!’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끝난 2회 초.

강송구가 글러브를 들고 다시 마운드로 향했다.

헤이! 타이탄! 넌 끝났어!

오늘 경기에서 패배를 경험할 거다!

우우우우우!

오늘 파드리스가 승리할 거야!

펫코 파크를 찾은 샌디에이고의 팬들이 그런 강송구를 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타석에는 샌디에이고의 5번 타자인 코르테즈 오벌이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바라봤다.

우효는 그 모습을 보며 투덜거렸다.

-어쥐강휘 얕보잉 모양잉네? 쩝쩝.

입에서 흘러나오는 키위즙을 닦을 생각을 못 하고 정신없이 키위를 입에 쑤셔 넣은 우효의 말에 강송구가 답했다.

‘입에 뭘 물고 있을 때는 먹는 거에 집중해라.’

초구 사인을 보내자 조던 델가도가 고갤 끄덕였다.

상대는 올해 커리어 하이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젊은 타자였다.

슈우우우욱! 펑!

“스-윙! 스트라이크!”

그래서 초구부터 신경 써서 공을 던졌다.

-초구는 바깥쪽 커브.

-의외네요. 캉이라면 초구부터 바깥쪽 패스트볼을 던질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맞습니다. 그리고 코르테즈 오벌도 그 바깥쪽 패스트볼을 노리고 배트를 휘둘렀고요.

‘초구 커브?’

어설프게 배트를 내밀었던 코르테즈도 강송구가 던진 초구 커브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지는 2구째.

강송구는 다시 바깥쪽으로 공을 던졌다.

이번에는 스플리터였다.

“볼!”

뭔가 승부를 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강송구의 피칭을 보고 코르테즈 오벌은 ‘혹시?’ 하는 마음이 생겼다.

‘저 괴물이 오늘 컨디션이 좋지 못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타석에 들어선 코르테즈 오벌에게 강송구는 몸쪽 컷 패스트볼을 던지며 응징했다.

따악!

“떴다!”

“세컨드!”

이루수인 랜디 에드워즈가 가볍게 공을 처리하면서 코르테즈 오벌은 내야 뜬공으로 아웃이 되었다.

차근차근 아웃을 하나씩 쌓아가는 강송구.

그는 굳건한 표정으로 다음 타자를 맞이했다.

* * *

[중계창]

-ㅋㅋㅋㅋ 역배 가즈아아아아!

-정배충들 주거어어엇! 오늘만큼은 ‘4.14’의 역배가 승리할 시간이다아아아아아아아아!

-토토충들 또 저러네.

-강송구가 초반에 실점해도 결국은 라스베이거스가 점수 따서 이긴다. ㅇㅈ?

-개소리ㄴㄴ 오늘 강송구 공 던지는 거 보니까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도 않구만ㅋㅋㅋ

-응, 방구석 ㅈ문가들 또 나왔쥬?

-나왔다! 삼지이이이이인!

-ㅋㅋㅋㅋㅋ 갑자기 역겨운 토토 역배충들 입을 싹 닫쥬? 오늘 경기 무조건 역전 홈런 나온다구우우우우!

-응, 아니야. 오늘 강송구 시즌 5패 달성해.

-일단 3회 초까지는 걱정 없다. 라스베이거스의 하위타선을 상대로 역배의 수호신 에드윈 몬타노 선생이 시원하게 삼진을 잡아줄 거다.

2회 말이 끝났다.

강송구는 1회 말에 맞았던 초구 홈런이 그저 우연히 맞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샌디에이고의 타선을 상대로 깔끔히 아웃을 잡아내고 있었다.

3회 초.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가 다시 들썩였다.

마운드에 오른 에드윈 몬타노는 이번 이닝은 조금 쉬어가는 이닝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했다.

앞선 이닝에 상대했던 타자와 다르게 강송구가 포함된 라스베이거스의 하위 타선은 쉬어갈 틈이 많은 타선이었다.

7번 타자 브랜든 마쉬가 타석에 들어섰다.

‘일단 브랜든 마쉬만 잘 넘기면 된다.’

하위 타선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타자.

그만 넘기면 이번 이닝은 쉽게 갈 수 있다.

젊은 유망주인 에드윈 몬타노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타석에 선 노련한 베테랑은 그런 에드윈 몬타노의 마음을 읽었다.

‘나만 넘기면 끝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러니 초구부터 힘을 바짝 줄 것이다.

초구부터 잔뜩 기합이 들어간 공이 들어온다.

물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제구가 썩 좋지 않은 싱커였기에 브랜든 마쉬는 가만히 지켜봤다.

슈우우욱! 펑!

“볼!”

그제야 샌디에이고의 포수인 지미 아담스도 에드윈 몬타노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것을 확인한 것 같았다.

공을 던져주기 전.

두 손으로 아래를 꾹꾹 누르는 제스처를 보여주며 어깨에서 힘을 빼고 낮게 제구하라는 말을 전달했다.

그제야 에드윈도 자신의 실수를 파악했다.

평소보다 조금 길게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2구째 공을 던지며 존에 깔끔히 걸치는 커브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동시에 유격수인 페르난도 테티스의 목소리가 에드윈 몬타노의 등 뒤에서 들려온다.

“나이스 볼!”

그제야 에드윈도 제 페이스를 찾았다. 브랜든 마쉬는 그런 에드윈 몬타노를 보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이게 그가 노린 타이밍이었다.

바짝 오른 긴장감이 풀어지고.

완벽한 제구가 되어서 잔뜩 뽕이 차오른다.

그 상황에서 다음 공을 던진 준비를 하는 투수는 짧게나마 약점을 드러내게 된다.

브랜든 마쉬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몇몇 정상급 투수를 빼면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나 한번 쉬어가는 공을 던지고 싶어 한다.’

그걸 긴 메이저리그 경험을 통해서 깨달은 브랜든 마쉬는 에드윈 몬타노의 3구째를 노렸다.

슈우우욱!

역시나.

어설픈 공이 날아든다.

브랜든 마쉬의 두 눈이 번뜩였다.

빠아아악!

큰 타구음이 들려오고.

브랜든 마쉬가 전력을 다해서 2루로 달렸다.

-제대로 맞은 타구!

-에드윈 몬타노가 2루타를 허용합니다!

-아! 조금만 더 힘이 실렸다면 홈런까지 될 수 있는 타구였는데……. 다소 아쉬운 타구였습니다. 그래도 브랜든 마쉬의 노림수가 제대로 적중합니다.

드디어 터진 첫 안타.

라스베이거스의 더그아웃이 들썩였다.

다음 타자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9월 초에 콜업된 젊은 삼루수인 알프레도 나바로였다.

미국 출신의 사업가 아버지와 도미니칸 출신의 모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잘생긴 외모를 가진 선수로 메이저리그 팬들 사이에서 제법 유명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서자 샌디에이고의 홈팬들이 평소보다 더 큰 야유를 보냈다.

-알프레도 나바로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2028시즌까지 샌디에이고의 마이너리그 팜에 있던 선수였죠?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와 샌디에이고, 그리고 LA 다저스의 삼각 트레이드로 라스베이거스 소속이 된 선수입니다.

-장점은 뛰어난 수비 능력과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생각나는 어마어마한 파워툴입니다. 29시즌 더블A에서 고작 20경기 만에 11개의 홈런을 때려냈었습니다.

-대단한 힘을 갖춘 타자군요.

-하지만 부족한 선구안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죠. 그 부분만 보완이 되었다면 올 시즌에 트리플A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시작했을 겁니다.

‘오랜만에 잡은 기회다.’

알프레도 나바로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배트를 꽉 잡고 타석에 가까이 붙었다.

그 모습을 대기 타석에서 지켜본 강송구는 그가 허무하게 아웃을 당하리라 판단했다.

따악!

-높게 뜨는 공!

그리고 강송구의 예상은 맞아들어갔다.

내야 뜬공으로 허무하게 물러나는 알프레도.

허탈한 그의 표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짜식……. 웰컴 투 메이저리그다.

우효의 말이 들리지는 않겠지만, 강송구가 속으로 ‘웰컴’이라고 말하고선 천천히 타석에 들어섰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타석에 선 강송구.

마운드에 선 에드윈 몬타노의 묘한 눈빛이 느껴진다. 아마도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번도 타격하지 않은 투수를 보고 안도감을 느낀 것 같았다.

강송구가 타석에 들어서기 무섭게 바다 건너에 있는 네티즌들의 반응도 떠들썩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타격이었으니까.

물론,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중계창]

-캬……. 덩치 미쳤다;

-딱 피지컬이 지안카를로 스탠튼인데?

-은퇴하기 전에 봤던 스탠튼도 딱 저 덩치랑 비슷했음.

-뭐,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냥 시원하게 배트가 휘두르고 더그아웃에 들어가라.

-역배는 승리한다! 역배는 승리한다! 역배는 승리한다! 역배는 승리한다! 역배는 승리한다! 역배는 승리한다!

-돈이 복사된다니까?

-어휴... 토토충 새끼들;; 누가 응징 좀 해주라.

-초구는 바깥쪽 커브네.

-생각보다 투수가 신중하게 접근한다.

-그래도 금방 삼진 컷임.

초구는 바깥쪽 커브.

2구째는 가운데 패스트볼이 날아들었다.

강송구는 조용히 공을 지켜봤다.

생각보다 투수가 자신을 경계하는 것이 느껴진다.

[중계창]

-2구째 가운데 패스트볼ㅋㅋㅋ 강송구는 멍하니 지켜보고 아무고또 모타죠?

-ㅋㅋㅋㅋㅋ 아웃 하나 더 올라가겠넼ㅋㅋ

-나 이번에 와이프 결혼반지 팔아서 역배에 꼬라박았다. 무조건 샌디에이고가 이겨야 함.

-결혼반지?

-웨딩리..잉?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엘든링?

-미친놈아! 그만해.

-3구째는 몸쪽 싱커.

-건들지도 못하네; 투 스트라이크!

-끝났네.

3구째는 몸쪽 싱커.

강송구는 조용히 에드윈 몬타노의 싱커 타이밍을 기억해 두다가 그가 가진 체인지업을 떠올렸다.

‘에드윈 몬타노가 날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질까?’

투수 타석이기에 아마 패스트볼이나 싱커로 빠르게 삼진을 잡고 넘어가고 싶어 할 것이다.

‘아마 싱커가 날아들 거다.’

그렇게 다짐한 강송구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에드윈 몬타노의 4구째.

강송구가 생각했던 코스와 구종이 그대로 날아든다.

그가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그리고 들려오는 큰 타격음.

빠아아아악!

그 순간 에드윈 몬타노는 깨달았다.

‘아!’

자신이 너무 방심했다고 말이다.

그래, 이번 이닝은 쉬어가는 타순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집중했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너무 늦었다.

이미 공은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라스베이거스의 타이탄이 시원하게 배트 플립을 하고는 1루로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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